[인터뷰] 정세랑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건네고파”

입력 2021.12.12 (21:30) 수정 2021.12.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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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소설가

Q. 소설의 무대를 왜 하와이로 설정했나.

엄마의 형제분들이 주로 북미나 중남미에 계실 때가 많았어요. 일 때문에 또 이민도 가시고, 여러가지로 해외에 계신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기간이 길다보니까 "우리 집은 태평양 한 가운데서 만나서 제사 지내야 돼" 이렇게 농담을 하셨어요. 실제로 실천해본 적은 없고. 그러나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Q. 주인공 '심시선 여사'는 어떻게 창조했나.

내가 내 세대를 벗어나서 다른 세대의 말투를 즐겁게 흉내낼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물론 흉내에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간의 연결, 그런 것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또 20년이 흐르면 20년 후의 사람들이 '아 저 사람과는 이제 말이 통하지 않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우리 사회는 특히 빨리 변하는 사회라서 그런 균열들? 중간이 이어지지 않고 비는 경우가 많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 분열이 아니라 연결로 가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좋아하는 선생님들 말투를 흉내 내고 싶었습니다.

Q. 소설 속 '제사'의 방식이 파격적인데...

엄마를 도와서 제사 음식을 하면 기름진 음식이 항상 남는 거예요. 그래서 더이상 현대인들이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원하지 않는구나. 다들 평소에 잘 먹고 있기 때문에, 영양분이 있기 때문에 제사 음식에 그렇게 관심이 없구나. 그러면 기억에 더 집중해야 되지 않나, 그리움에 대해 집중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친척 어른들이 돌아가신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으시거나,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Q. 작품 속에서 특별히 애정을 가진 인물은?

지수와 우윤의 관계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실제로 사촌들을 볼 때 그런 마음? 조금 다른데 닮은 부분이 있고, 어딜가서나 행복했으면 좋겠고.

어렸을 때 저도 조금 아팠어서 건강이나 삶의 태도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고. 그 부분을 쓰기 위해 서핑을 직접 배웠어요. 그래서 더 신나게 썼던 부분인 것 같아요.

Q. '남성' 가족들의 비중이 작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러나 저는 꽤 매력적으로 그려놨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이모부, 고모부, 삼촌들의 면모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미워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약간 놀리고 싶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친하면 놀리는 그런 마음으로. 저 사람, 말은 없는데 좋은 사람이지 이렇게 놀리는 느낌으로 썼는데...

Q. <시선으로부터,>를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그런 이야기들을 위로 삼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완벽했던 사람들은 아무리 과거를 봐도 없고 누구나 잘못 짚고 현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혹은 안좋은 구렁텅이에 빠지고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런데 그래도 괜찮아, 그 다음에 또 계속 걷자, 이렇게 말하는 소설? 그게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시선으로부터,>가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는데...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사실은 갈등이 더 조장되고 오해와 악의가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은데.

안서현/문학평론가

다원적인 서술을 채택함으로써 인물의 내면세계와 거리감을 확보하게 되고요. 중심성을 회피하게 되는 그런 효과가 생겨나거든요. 저는 이것이 소설에 대해서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 독자들이 공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Q.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나?

팬데믹 시기에 마음이 어려울 때 오락성이 강한 소설들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시선으로부터,>에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오락성에 중점을 둔, 오락성에 굉장히 강렬하게 집중하는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편집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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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세랑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건네고파”
    • 입력 2021-12-12 21:30:14
    • 수정2021-12-12 21: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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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소설가

Q. 소설의 무대를 왜 하와이로 설정했나.

엄마의 형제분들이 주로 북미나 중남미에 계실 때가 많았어요. 일 때문에 또 이민도 가시고, 여러가지로 해외에 계신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기간이 길다보니까 "우리 집은 태평양 한 가운데서 만나서 제사 지내야 돼" 이렇게 농담을 하셨어요. 실제로 실천해본 적은 없고. 그러나 엄마의 농담이란 걸 자꾸 반복해서 듣다보니까 '정말 그런 가족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가벼운 농담에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Q. 주인공 '심시선 여사'는 어떻게 창조했나.

내가 내 세대를 벗어나서 다른 세대의 말투를 즐겁게 흉내낼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물론 흉내에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간의 연결, 그런 것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또 20년이 흐르면 20년 후의 사람들이 '아 저 사람과는 이제 말이 통하지 않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우리 사회는 특히 빨리 변하는 사회라서 그런 균열들? 중간이 이어지지 않고 비는 경우가 많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 분열이 아니라 연결로 가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좋아하는 선생님들 말투를 흉내 내고 싶었습니다.

Q. 소설 속 '제사'의 방식이 파격적인데...

엄마를 도와서 제사 음식을 하면 기름진 음식이 항상 남는 거예요. 그래서 더이상 현대인들이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원하지 않는구나. 다들 평소에 잘 먹고 있기 때문에, 영양분이 있기 때문에 제사 음식에 그렇게 관심이 없구나. 그러면 기억에 더 집중해야 되지 않나, 그리움에 대해 집중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친척 어른들이 돌아가신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으시거나, 서로서로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순간들이 사실 핵심인 것 같은데, 핵심에 좀 더 완전히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정말 기억에 집중하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Q. 작품 속에서 특별히 애정을 가진 인물은?

지수와 우윤의 관계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실제로 사촌들을 볼 때 그런 마음? 조금 다른데 닮은 부분이 있고, 어딜가서나 행복했으면 좋겠고.

어렸을 때 저도 조금 아팠어서 건강이나 삶의 태도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고. 그 부분을 쓰기 위해 서핑을 직접 배웠어요. 그래서 더 신나게 썼던 부분인 것 같아요.

Q. '남성' 가족들의 비중이 작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러나 저는 꽤 매력적으로 그려놨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이모부, 고모부, 삼촌들의 면모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미워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약간 놀리고 싶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친하면 놀리는 그런 마음으로. 저 사람, 말은 없는데 좋은 사람이지 이렇게 놀리는 느낌으로 썼는데...

Q. <시선으로부터,>를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함이 있고 실수를 했고 절망도 했고 그랬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 다음이 항상 있고. 넘어졌으면 일어나면 되고. 그런 이야기들을 위로 삼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완벽했던 사람들은 아무리 과거를 봐도 없고 누구나 잘못 짚고 현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혹은 안좋은 구렁텅이에 빠지고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런데 그래도 괜찮아, 그 다음에 또 계속 걷자, 이렇게 말하는 소설? 그게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시선으로부터,>가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는데...

인터넷 시대는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서운 시대에요. 그래서 절대로 의도했던 대로 말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사실은 갈등이 더 조장되고 오해와 악의가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은데.

안서현/문학평론가

다원적인 서술을 채택함으로써 인물의 내면세계와 거리감을 확보하게 되고요. 중심성을 회피하게 되는 그런 효과가 생겨나거든요. 저는 이것이 소설에 대해서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선으로부터 살아남는 여성,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 그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 독자들이 공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Q.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나?

팬데믹 시기에 마음이 어려울 때 오락성이 강한 소설들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시선으로부터,>에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오락성에 중점을 둔, 오락성에 굉장히 강렬하게 집중하는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고 공부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릴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편집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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