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리고 완고한 보수주의자 이문열, 그의 가장 솔직한 인터뷰

입력 2021.06.13 (21:30) 수정 2021.06.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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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소설가

내가 등단할 때가 1979년 말입니다. 그때 재미있는 농담이 있었어요. 갑자기 나와서 유명해진 세 사람, 79년 말에 내가 나오고, 이주일 씨가 나오고, 전두환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Q.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집필 동기는 '4.13 호헌조치'?

제5공화국이란 것에 대해서 견해를 표명하거나 찬반을 할 겨를이 없이 지나가 버렸어요. '유예한다, 아직 내가 이게 뭔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유예를 하면서 이런 기분을 가졌어요.

호헌이란 말은 '내(전두환)가 다시 안 하겠다는 말하고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이 7년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갔는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Q. 실제 경험이 작품에 반영됐는지.

우화적이어야 하는데 너무 우화 티를 내기도 그렇고. 그래서 추억담 비슷하게, 그러나 그것은 어떤 것도 내가 경험하거나 직접 본 것은 하나도 없고 전부 완전히, 전체가 우화입니다. 머릿속에서 지어내서, 이런 경우에 이런 이야기를 쓰겠다 해서 만든 상황입니다.

Q. 대중을 '비겁한 존재'로 그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자기가 아무리 악하든 잘났든 혼자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받들어주는 사회적 상황이나 구조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나는 절대로 대중에 대해서 여러 신기루를 믿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는데 그런 일이 왜 반복됐습니까. 민중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만 강한 겁니다.

Q. '새 담임 선생님'은 정의로운 인물?

《맹자》에 보면 그런 말이 있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벌을 주면 나쁜 사람이라 그럽니다. 악 중의 가장 큰 악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그러는 거.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무도 그런 굴종에 대해서 나쁜 점을 가르치는 사람도 없고 자기도 한 적 없으면서 단지 굴종했다는 거, 혹은 충성했다는 거, 이거 갖고 그렇게 모질게 때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나중에 반을 이상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보죠.

Q. 집필 당시 또 다른 결말이 있었나?

나도 고심을 많이 했는데 세 가지 결말 갖고. 20년 후에 만났는데 또 성공해서 잘해주는 것이 하나 있고. 감옥 가는 것이 있고. 그다음에 중간적으로. 실제로 성공한 것인지 뒷골목에서 한몫 잡은 것인지 모르겠는 그런 결말. 세 가지가 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애매하게, 주인공도 애매하게, 담임 선생님도 애매하게 모두 애매하게 처리해왔는데, 끝에까지 그럴 거 뭐 있나, 악당은 수갑 차라, 그렇게 해서 단순한 느낌으로 했습니다.

Q. 2001년 '책 장례식' 등 비판과 갈등…어떤 영향?

그때는 사실 전혀 상처가 안 됐어요. 그때만 해도 자신만만하고 남아있는 세월에 대한 믿음도 있고. 지금에 와서 보니까 아 그게 장례식이 맞았다, 하는 기분도 들고. 비분이랄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생기게 됐습니다.

90년대 후반에 '문학과지성'이 거의 투항형식으로 '창비'(창작과비평)와 합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단은 통일이 되어 버렸고 문단 권력뿐 아니라 사유의 방향까지 많이 그쪽으로 가버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같은 이름의 우파를 문단에서 찾으라 하면 아마 5%, 3% 미만일 겁니다. 문단이 획일화되어 버렸는데 그런 것을 생각할 때는 내가 문단에 해를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홍용희/문학평론가

Q. 한국 문학사에서 이문열은 어떤 작가?

이문열 작가는 사실은 어떤 좌우 이데올로기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는, 그래서 우리 인간의 보편적 심리, 이런 문제에서 좀 신중하고 진지한 접근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의 시선에 대해서 다소 판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우리 삶을 유효하게 설명해주는 실효성이 있다, 그런 미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문열은 이문열만의 시간 리듬과 세계를 보는 관점, 이것에서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자기의 색깔을 가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문열/소설가

Q. 어떤 작가로 각인되기를 희망하나?

사람의 생애라는 것이 대개 그렇잖아요. 많이 한 일하고 난 거, 죽는 일. 나서 쓰고 죽었다, 뭐 이런 걸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를 바라는데 가끔씩은 약하고 내 자신도 비정상적일 때가 있어서. 이제 와서 보니 나에게도 낭비의 죄가 하나 추가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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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3 21:30:21
    • 수정2021-06-13 2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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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소설가

내가 등단할 때가 1979년 말입니다. 그때 재미있는 농담이 있었어요. 갑자기 나와서 유명해진 세 사람, 79년 말에 내가 나오고, 이주일 씨가 나오고, 전두환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Q.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집필 동기는 '4.13 호헌조치'?

제5공화국이란 것에 대해서 견해를 표명하거나 찬반을 할 겨를이 없이 지나가 버렸어요. '유예한다, 아직 내가 이게 뭔지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유예를 하면서 이런 기분을 가졌어요.

호헌이란 말은 '내(전두환)가 다시 안 하겠다는 말하고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이 7년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갔는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Q. 실제 경험이 작품에 반영됐는지.

우화적이어야 하는데 너무 우화 티를 내기도 그렇고. 그래서 추억담 비슷하게, 그러나 그것은 어떤 것도 내가 경험하거나 직접 본 것은 하나도 없고 전부 완전히, 전체가 우화입니다. 머릿속에서 지어내서, 이런 경우에 이런 이야기를 쓰겠다 해서 만든 상황입니다.

Q. 대중을 '비겁한 존재'로 그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자기가 아무리 악하든 잘났든 혼자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받들어주는 사회적 상황이나 구조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나는 절대로 대중에 대해서 여러 신기루를 믿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는데 그런 일이 왜 반복됐습니까. 민중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만 강한 겁니다.

Q. '새 담임 선생님'은 정의로운 인물?

《맹자》에 보면 그런 말이 있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벌을 주면 나쁜 사람이라 그럽니다. 악 중의 가장 큰 악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그러는 거.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무도 그런 굴종에 대해서 나쁜 점을 가르치는 사람도 없고 자기도 한 적 없으면서 단지 굴종했다는 거, 혹은 충성했다는 거, 이거 갖고 그렇게 모질게 때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나중에 반을 이상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보죠.

Q. 집필 당시 또 다른 결말이 있었나?

나도 고심을 많이 했는데 세 가지 결말 갖고. 20년 후에 만났는데 또 성공해서 잘해주는 것이 하나 있고. 감옥 가는 것이 있고. 그다음에 중간적으로. 실제로 성공한 것인지 뒷골목에서 한몫 잡은 것인지 모르겠는 그런 결말. 세 가지가 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애매하게, 주인공도 애매하게, 담임 선생님도 애매하게 모두 애매하게 처리해왔는데, 끝에까지 그럴 거 뭐 있나, 악당은 수갑 차라, 그렇게 해서 단순한 느낌으로 했습니다.

Q. 2001년 '책 장례식' 등 비판과 갈등…어떤 영향?

그때는 사실 전혀 상처가 안 됐어요. 그때만 해도 자신만만하고 남아있는 세월에 대한 믿음도 있고. 지금에 와서 보니까 아 그게 장례식이 맞았다, 하는 기분도 들고. 비분이랄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생기게 됐습니다.

90년대 후반에 '문학과지성'이 거의 투항형식으로 '창비'(창작과비평)와 합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단은 통일이 되어 버렸고 문단 권력뿐 아니라 사유의 방향까지 많이 그쪽으로 가버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같은 이름의 우파를 문단에서 찾으라 하면 아마 5%, 3% 미만일 겁니다. 문단이 획일화되어 버렸는데 그런 것을 생각할 때는 내가 문단에 해를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홍용희/문학평론가

Q. 한국 문학사에서 이문열은 어떤 작가?

이문열 작가는 사실은 어떤 좌우 이데올로기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는, 그래서 우리 인간의 보편적 심리, 이런 문제에서 좀 신중하고 진지한 접근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의 시선에 대해서 다소 판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우리 삶을 유효하게 설명해주는 실효성이 있다, 그런 미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문열은 이문열만의 시간 리듬과 세계를 보는 관점, 이것에서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자기의 색깔을 가진,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문열/소설가

Q. 어떤 작가로 각인되기를 희망하나?

사람의 생애라는 것이 대개 그렇잖아요. 많이 한 일하고 난 거, 죽는 일. 나서 쓰고 죽었다, 뭐 이런 걸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를 바라는데 가끔씩은 약하고 내 자신도 비정상적일 때가 있어서. 이제 와서 보니 나에게도 낭비의 죄가 하나 추가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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