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초엽 작가가 말하는 ‘SF의 매력’

입력 2021.05.23 (21:40) 수정 2021.05.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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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주 너머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아무래도 제가 어릴 때 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천문학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좀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이렇게 작고, 저 위에 있는 세계가 저렇게 넓은데, 왜 인간은 하필이면 이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생겨났고, 왜 저 바깥에서 오는 신호들을 받을 수가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Q.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가?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뭔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려고 했다기보다는 뭔가 그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고 싶었죠. 그런 마음에 좀 더 가까운 거 같아요. 소설 속에 어떤 미래가 등장하든지 사실 우리가 가볼 수가 없는 미래잖아요.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품들 속의 세계들이 뭔가 현실도피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조금은 더 나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작품들을 쓰고 싶거든요.

Q. 소설 속 주인공의 결연함은 어디에서 오나?

사실 현실에서의 우리는 그렇게 못하잖아요. 안나(김초엽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세계에 맞서는 것보다는 약간 휩쓸리기를 선택하는 게 그냥 현실적인 우리의 선택인데. 제가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그것보다 좀 더 강인한 마음을 보고 싶은 거죠. 내가 그렇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은 그런 인물들, 그런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Q.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문학이라는 게 약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만 그런 게 아니고 문학이 역사적으로 계속 그래 왔다고 생각하는데.

문학이라는 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다른 종류의 소외가 있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그런 인물들을 되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냥 이런 새로운 다른 종류의 소외를 그냥 등장시키는 것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런 어떤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쌓아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특히 호기심을 가지고 파고드는 인물들을 자꾸 그리는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꾸 의심하는 사람들, 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영역을 넓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쓰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이해의 영역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이것을 자꾸 깨려고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을수록 좀 더 좋은 세상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Q. SF 장르만의 특별한 매력은?

세계를 바꿔볼 수 있다는 거. 세계의 구조를 바꿔보면서, 물론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 자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로 유토피아는 가능한 것인지, 디스토피아의 모습들은 어떤지, 이런 것들은 SF가 아니면 던지기 힘든 질문이기 때문에 그런 세계를 비틀어보는 부분에서 저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나에게 독자란?

초기에는 나에게 독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이 글을 써서 피드백을 받고 알려야겠다, 이런 마음밖에 없었지만, 지금처럼 프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은 내 책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게 작업을 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Q. 차기작은 어떤 작품?

가장 먼저 나올 작품은 <지구 끝의 온실>. 이미 선공개를 했던 장편인데요. 근데 이 장편도 처음 선공개했을 때보다 많이 다듬어지고 디테일이 많이 추가되어 있어서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 그러니까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에서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겁게 썼어요. 식물이라는, 제가 몰랐던 세계를 접하는 마음으로 썼는데, 독자님들에게도 약간 식물의 세계가 정말 이렇게 흥미롭구나, 이런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Q.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부지런하게 다양하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고요, 일단은. 신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앞으로 쓰는 모든 작품들이 독자님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못할 것이고 저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와중에 어떤 작품들은 성공하고 어떤 작품들은 실패하겠지만,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살폈을 때 그래도 이 작가의 작품은 읽었을 때 시간 낭비는 아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가로서 글을 써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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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초엽 작가가 말하는 ‘SF의 매력’
    • 입력 2021-05-23 21:40:07
    • 수정2021-05-23 21: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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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주 너머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아무래도 제가 어릴 때 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천문학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좀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이렇게 작고, 저 위에 있는 세계가 저렇게 넓은데, 왜 인간은 하필이면 이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생겨났고, 왜 저 바깥에서 오는 신호들을 받을 수가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Q.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가?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뭔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려고 했다기보다는 뭔가 그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고 싶었죠. 그런 마음에 좀 더 가까운 거 같아요. 소설 속에 어떤 미래가 등장하든지 사실 우리가 가볼 수가 없는 미래잖아요.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품들 속의 세계들이 뭔가 현실도피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조금은 더 나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작품들을 쓰고 싶거든요.

Q. 소설 속 주인공의 결연함은 어디에서 오나?

사실 현실에서의 우리는 그렇게 못하잖아요. 안나(김초엽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세계에 맞서는 것보다는 약간 휩쓸리기를 선택하는 게 그냥 현실적인 우리의 선택인데. 제가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그것보다 좀 더 강인한 마음을 보고 싶은 거죠. 내가 그렇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은 그런 인물들, 그런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Q.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문학이라는 게 약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만 그런 게 아니고 문학이 역사적으로 계속 그래 왔다고 생각하는데.

문학이라는 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다른 종류의 소외가 있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그런 인물들을 되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냥 이런 새로운 다른 종류의 소외를 그냥 등장시키는 것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런 어떤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쌓아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특히 호기심을 가지고 파고드는 인물들을 자꾸 그리는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꾸 의심하는 사람들, 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영역을 넓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쓰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이해의 영역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이것을 자꾸 깨려고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을수록 좀 더 좋은 세상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Q. SF 장르만의 특별한 매력은?

세계를 바꿔볼 수 있다는 거. 세계의 구조를 바꿔보면서, 물론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 자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로 유토피아는 가능한 것인지, 디스토피아의 모습들은 어떤지, 이런 것들은 SF가 아니면 던지기 힘든 질문이기 때문에 그런 세계를 비틀어보는 부분에서 저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나에게 독자란?

초기에는 나에게 독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이 글을 써서 피드백을 받고 알려야겠다, 이런 마음밖에 없었지만, 지금처럼 프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은 내 책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게 작업을 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Q. 차기작은 어떤 작품?

가장 먼저 나올 작품은 <지구 끝의 온실>. 이미 선공개를 했던 장편인데요. 근데 이 장편도 처음 선공개했을 때보다 많이 다듬어지고 디테일이 많이 추가되어 있어서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 그러니까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에서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겁게 썼어요. 식물이라는, 제가 몰랐던 세계를 접하는 마음으로 썼는데, 독자님들에게도 약간 식물의 세계가 정말 이렇게 흥미롭구나, 이런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Q.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부지런하게 다양하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고요, 일단은. 신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앞으로 쓰는 모든 작품들이 독자님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못할 것이고 저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와중에 어떤 작품들은 성공하고 어떤 작품들은 실패하겠지만,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살폈을 때 그래도 이 작가의 작품은 읽었을 때 시간 낭비는 아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가로서 글을 써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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