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오이가든’ 편혜영 “소설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입력 2021.08.01 (22:21) 수정 2021.08.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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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소설가

Q. 단편 <아오이가든>은 어떻게 썼나?

<아오이가든>의 배경은 실제 홍콩에서 사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알려지면서 격리조치됐던 아파트 이름인 '아모이 가든'에서 좀 변용해서 공간을 차용한 소설인데요.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아파트 내부에서 갇혀서 생활했어요. 그리고 그 전염병에 관한 괴담이 막 떠돌면서 그 괴담이 뉴스 보도를 통해서 전해졌거든요. 근데 그런 양상이 되게 흥미로웠고.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좀 보여서 굉장히 좀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Q. 실제 사건에서 소재를 얻는 이유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이잖아요. 그런데 시스템에 의해서 오히려 방기된 거나, 유기된 거라 마찬가지 상태인 거고. 그런 모습이 되게 야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세상이 어떤 식으로 폭력적으로 구는지 그런 걸 좀 드러내 주고. 그리고 문명이라는 것이 우리가 되게 견고하리라고 생각했던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손쉽게 반문명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바뀌는지 그런 양상하고도 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이미지들을 보면 소설로 쓰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Q. 불편하다는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저도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좋아하는 세계가 분명히 있고요. 그런데 소설을 쓸 때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오기는 해도 그 현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불편한 이야기들은 독자분들이 읽으시면, '아 이 세계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라는 느낌도 들고, '내가 아는 세계랑 다르다'라는 생각도 하시게 되는데.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지점이 좀 흥미로워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순간 뭔가 질문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내가 아는 세계는 이런데, 소설에서 말하는 세계랑 어떻게 다르지? 이런 세계가 정말 없을까? 라는 그런 질문을 통해서 오히려 좀 독서 경험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Q. 독자들의 반응 중 기억나는 건?

<아오이가든>은 사실 저로서도 낯선 방식의 소설이었는데. 그래서 독자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되게 궁금했어요. 그런데 꾸준히 지지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서 제가 다음 소설을 쓸 힘을 얻기도 했는데. 소설을 읽고 이미지 떠오른 걸 그림으로 그려주신 독자분들도 계시고요. 그리고 리뷰 남겨주신 것 중에 좀 인상적이었던 건 문학이 다룰 수 있는 세계가 이런 것도 있구나, 좀 발견한 기분이라고 써주셔서 되게 반갑고 고마운 리뷰였어요. 좀 낯설고 새로운 시도 같은 걸 작가들이 시도해도 독자분들이 대개 오히려 잘 받아주시고 지지해주신다는 걸 좀 알게 된 경험이었죠.

Q.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은?

소설은 항상 구상할 때와 다르게 쓰다 보면 '제대로 못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금방 실망하게 돼요.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는데 구상 단계와 다르게 소설을 써 나가는 과정에서는 '이 사건도 혹은 이 인물도 상황도 내가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쓰는 게 아닐까'라고 막 계속 의심하면서 소설을 쓰게 되거든요. 그런데 계속 그런 시도들이 실패하고 실망이 쌓이긴 하는데,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문명 비판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약자예요. 소외 받은, 소외된 사람들이고. 그리고 어린아이거나, 자력할 수 없는 어린아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의해서 방치된 인물들이거든요. 그리고 그 소설에서 그 인물들을 향해서 이 세계가 되게 야만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전염병이 퍼졌을 때라든가 하는 식으로 통제가 불능한 어떤 순간이에요. 근데 그런 순간에 되게 견고하고 굳건했던 문명이라든가 의술이라든가 과학이라는 것들이 손쉽게 붕괴되고 그리고 쉽게 반문명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특히 약자들에게는 그런 실감이 더 많이 오고요.

Q. 작가님께 첫 소설집의 의미는?

아오이가든은 제가 작가로서 좀 정체성을 가지게 한 작품이고요. 등단작도 있지만, 작가로서 본질적으로 출발하게 만들어준 작품인 것 같아요. 앞으로 뭘 쓸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해서 저로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Q. 다음 작품은?

지금은 이제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고요. 사라진 사람들 얘기를 쓰려고 하는데. 범죄에 의한 실종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라진 사람들 얘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Q. 나에게 소설이란?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어떤 낯선 일이거나 불가해한 일을 겪을 때 그걸 이야기로 대치해서 생각해보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서 던져주는 질문이 뭔지 이거를 좀 서사화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해보고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노력의 과정이 저에게는 이 서사물이에요.

(영상편집: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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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1 22:21:05
    • 수정2021-08-01 2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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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소설가

Q. 단편 <아오이가든>은 어떻게 썼나?

<아오이가든>의 배경은 실제 홍콩에서 사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알려지면서 격리조치됐던 아파트 이름인 '아모이 가든'에서 좀 변용해서 공간을 차용한 소설인데요.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아파트 내부에서 갇혀서 생활했어요. 그리고 그 전염병에 관한 괴담이 막 떠돌면서 그 괴담이 뉴스 보도를 통해서 전해졌거든요. 근데 그런 양상이 되게 흥미로웠고.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좀 보여서 굉장히 좀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Q. 실제 사건에서 소재를 얻는 이유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이잖아요. 그런데 시스템에 의해서 오히려 방기된 거나, 유기된 거라 마찬가지 상태인 거고. 그런 모습이 되게 야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세상이 어떤 식으로 폭력적으로 구는지 그런 걸 좀 드러내 주고. 그리고 문명이라는 것이 우리가 되게 견고하리라고 생각했던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손쉽게 반문명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바뀌는지 그런 양상하고도 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이미지들을 보면 소설로 쓰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Q. 불편하다는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저도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좋아하는 세계가 분명히 있고요. 그런데 소설을 쓸 때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오기는 해도 그 현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불편한 이야기들은 독자분들이 읽으시면, '아 이 세계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라는 느낌도 들고, '내가 아는 세계랑 다르다'라는 생각도 하시게 되는데.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지점이 좀 흥미로워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순간 뭔가 질문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내가 아는 세계는 이런데, 소설에서 말하는 세계랑 어떻게 다르지? 이런 세계가 정말 없을까? 라는 그런 질문을 통해서 오히려 좀 독서 경험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Q. 독자들의 반응 중 기억나는 건?

<아오이가든>은 사실 저로서도 낯선 방식의 소설이었는데. 그래서 독자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되게 궁금했어요. 그런데 꾸준히 지지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서 제가 다음 소설을 쓸 힘을 얻기도 했는데. 소설을 읽고 이미지 떠오른 걸 그림으로 그려주신 독자분들도 계시고요. 그리고 리뷰 남겨주신 것 중에 좀 인상적이었던 건 문학이 다룰 수 있는 세계가 이런 것도 있구나, 좀 발견한 기분이라고 써주셔서 되게 반갑고 고마운 리뷰였어요. 좀 낯설고 새로운 시도 같은 걸 작가들이 시도해도 독자분들이 대개 오히려 잘 받아주시고 지지해주신다는 걸 좀 알게 된 경험이었죠.

Q.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은?

소설은 항상 구상할 때와 다르게 쓰다 보면 '제대로 못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금방 실망하게 돼요.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는데 구상 단계와 다르게 소설을 써 나가는 과정에서는 '이 사건도 혹은 이 인물도 상황도 내가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쓰는 게 아닐까'라고 막 계속 의심하면서 소설을 쓰게 되거든요. 그런데 계속 그런 시도들이 실패하고 실망이 쌓이긴 하는데, 실패하고 실망하면 보통은 일을 안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앞으로 그다음 작품은 좀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문명 비판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약자예요. 소외 받은, 소외된 사람들이고. 그리고 어린아이거나, 자력할 수 없는 어린아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의해서 방치된 인물들이거든요. 그리고 그 소설에서 그 인물들을 향해서 이 세계가 되게 야만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전염병이 퍼졌을 때라든가 하는 식으로 통제가 불능한 어떤 순간이에요. 근데 그런 순간에 되게 견고하고 굳건했던 문명이라든가 의술이라든가 과학이라는 것들이 손쉽게 붕괴되고 그리고 쉽게 반문명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특히 약자들에게는 그런 실감이 더 많이 오고요.

Q. 작가님께 첫 소설집의 의미는?

아오이가든은 제가 작가로서 좀 정체성을 가지게 한 작품이고요. 등단작도 있지만, 작가로서 본질적으로 출발하게 만들어준 작품인 것 같아요. 앞으로 뭘 쓸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해서 저로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Q. 다음 작품은?

지금은 이제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고요. 사라진 사람들 얘기를 쓰려고 하는데. 범죄에 의한 실종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라진 사람들 얘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Q. 나에게 소설이란?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어떤 낯선 일이거나 불가해한 일을 겪을 때 그걸 이야기로 대치해서 생각해보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서 던져주는 질문이 뭔지 이거를 좀 서사화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해보고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노력의 과정이 저에게는 이 서사물이에요.

(영상편집: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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