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현실화 된 첫날…교수들 ‘삭발·눈물’
입력 2024.09.09 (20:50)
수정 2024.09.0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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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와 고려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3명이 9일 충북대학교 의대 앞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삭발하는 모습.
■ "의대 증원 막으려는 마지막 수단"...삭발·단식 투쟁 나선 교수들
"의과대학 증원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썼습니다. 이제 스스로 몸을 해치면서까지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시작으로 의과대학 증원이 현실화한 오늘(9일).
강원대와 고려대, 충북대학교 의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장 3명은 한자리에 모여 삭발식을 했습니다. 정부에 이제라도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는 마지막 호소를 하기 위해섭니다. 이들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며 동료 교수들도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충효 강원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에) 늦은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을 취소해도 떠난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설득할 수 있는 요건이 될 것"이라면서 "제발 우리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오고, 국민들의 건강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교수들의 진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채희복 충북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의대 증원이 된 지방대를 보면, 수도권 대형 병원과 연계된 '무늬만 지방 의대'도 있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필수 지방의료를 하려면 가시적이고 핀셋 정책을 내놔야지, 그냥 입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평재 고려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소위 '빅5'로 불리는 병원의 본원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지방 의료가 개선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삭발을 마친 3명의 교수는 이날 저녁부터 13일 오전 10시까지 충북대 의대 강의실에서 단식 농성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김충효 교수는 단식이 끝난 뒤에도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 사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원대와 고려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3명이 9일 충북대학교 의대 앞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삭발하는 모습.
■ 내년 의대 증원 '첫발'...정부 "내후년 정원은 대화 가능"
올해 전국 39개 의과대학에서는 지난해 3,113명보다 48% 증가한 4,6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3,118명을 오늘부터 시작된 수시 전형으로 모집합니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 49명이던 정원이 126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수시에서는 60명을 선발하는데, 지난해 수시 모집 인원 21명의 3배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당장 급증한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조차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25년 정원은 이미 확정됐고, 또 입시 절차가 이미 진행이 되고 있어서 변경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다만 내후년 의대 정원부터는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일부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언제나 의료계와의 대화 문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기한다면 2026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어떠한 의제에 대해서도 형식에 구애 없이 원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정부의 입장에도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9일 충북도청에서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공공의료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의료 현장 혼란은 계속..."공공의료 강화" 주장도
이처럼 의대 증원 갈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4일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70대가 병원 11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120km 떨어진 강원도 원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어제(8일)도 탈장 의심 증세를 보인 생후 4개월 지난 아기가 충청권 등 10곳의 병원에서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해 서울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 현장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들이 투입되고 있지만, 응급의학과 전공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아 응급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의 한 간호사는 "혹시나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가 오게 되면 나머지 환자는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아파서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일부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대 증원 갈등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듯,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겁니다.
충북 지역 시민단체 12곳은 오늘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의료 붕괴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주민의 생명 안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공의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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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증원 막으려는 마지막 수단"...삭발·단식 투쟁 나선 교수들
"의과대학 증원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썼습니다. 이제 스스로 몸을 해치면서까지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시작으로 의과대학 증원이 현실화한 오늘(9일).
강원대와 고려대, 충북대학교 의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장 3명은 한자리에 모여 삭발식을 했습니다. 정부에 이제라도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는 마지막 호소를 하기 위해섭니다. 이들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며 동료 교수들도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충효 강원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에) 늦은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을 취소해도 떠난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설득할 수 있는 요건이 될 것"이라면서 "제발 우리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오고, 국민들의 건강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교수들의 진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채희복 충북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의대 증원이 된 지방대를 보면, 수도권 대형 병원과 연계된 '무늬만 지방 의대'도 있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필수 지방의료를 하려면 가시적이고 핀셋 정책을 내놔야지, 그냥 입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평재 고려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소위 '빅5'로 불리는 병원의 본원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지방 의료가 개선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삭발을 마친 3명의 교수는 이날 저녁부터 13일 오전 10시까지 충북대 의대 강의실에서 단식 농성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김충효 교수는 단식이 끝난 뒤에도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 사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내년 의대 증원 '첫발'...정부 "내후년 정원은 대화 가능"
올해 전국 39개 의과대학에서는 지난해 3,113명보다 48% 증가한 4,6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3,118명을 오늘부터 시작된 수시 전형으로 모집합니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 49명이던 정원이 126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수시에서는 60명을 선발하는데, 지난해 수시 모집 인원 21명의 3배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당장 급증한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조차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25년 정원은 이미 확정됐고, 또 입시 절차가 이미 진행이 되고 있어서 변경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다만 내후년 의대 정원부터는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일부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언제나 의료계와의 대화 문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기한다면 2026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어떠한 의제에 대해서도 형식에 구애 없이 원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정부의 입장에도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의료 현장 혼란은 계속..."공공의료 강화" 주장도
이처럼 의대 증원 갈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4일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70대가 병원 11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120km 떨어진 강원도 원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어제(8일)도 탈장 의심 증세를 보인 생후 4개월 지난 아기가 충청권 등 10곳의 병원에서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해 서울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 현장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들이 투입되고 있지만, 응급의학과 전공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아 응급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의 한 간호사는 "혹시나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가 오게 되면 나머지 환자는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아파서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일부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대 증원 갈등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듯,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겁니다.
충북 지역 시민단체 12곳은 오늘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의료 붕괴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주민의 생명 안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공의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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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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