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님, 주문하신 새 ‘헌법’ 나왔습니다! 네? ‘도발’도 추가요?” [뒷北뉴스]

입력 2024.10.05 (07:00) 수정 2024.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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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나름 의회가 있습니다. 바로 '최고인민회의'입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 주권 기관으로, 명목상 우리 국회와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되는데, 선거구마다 대의원 후보자들이 등록을 하고 주민들이 투표도 하는 등 나름 우리의 총선과 비슷한 과정도 거칩니다. 후보자는 단독으로 등록하고, 투표도 공개로 하는데, 투표율과 찬성률이 거의 100%입니다.

그런데, 이 대의원 선거가 올해 3월쯤 열릴 거로 예상됐는데, 선거 공고가 나지 않은 채 6개월이나 지나버렸습니다. 현 14기 대의원을 뽑는 선거는 2019년 3월 10일에 열렸고, 직전인 13기 대의원 선거도 2014년 3월 9일에 진행된 바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대의원을 바꾸지 못한 건, 이들이 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례적으로 대의원 임기를 연장하면서까지 북한 정권이 매듭지으려 했던 숙제의 결과물이 다음 주면 공개됩니다. 북한이 10월 7일 14기 11차 회의를 예고했기 때문에 회의가 하루에 끝난다면 회의 결과는 8일 새벽쯤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주목할 건 역시나 '헌법 개정'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 위해 기존 헌법을 손질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한은 헌법 제1장 제9조에서 '조국통일'을 중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런 '통일' 관련 규정은 아예 삭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헌법 제1장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건 과연 서문에 나오는 '통일' 관련 내용도 삭제할지 여부입니다. 북한 헌법 서문을 보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일을 과업으로 내세우고, 실현을 위해 심혈을 바쳤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북한 헌법 서문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바치시였다.

헌법에서 '통일' 관련 내용을 싹 다 들어내자니 선대의 업적과 유훈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 우상화'의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건드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헌법에는 기술되지 않은 '영토 조항'이 신설될 수도 있습니다. 관심사는 '해상 국경선'을 어떻게 제시할 지입니다. 현재 사실상 해상 군사 분계선 역할을 하는 북방한계선(NLL) 대신 NLL 이남의 영역을 포함한 해상 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해상 국경선을 제시했다가, 추후 하위법을 만들어서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또, 전쟁이 났을 때 남한을 북한 영토에 편입한다는 규정도 신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정권이 남북을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만큼, 평화통일이 아닌 전쟁을 통한 무력 수복통일을 시사하는 규정으로 대체 가능성이 있다"며 " 예를 들면 '대한민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점령, 평정, 수복을 통해 대한민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킨다'는 규정을 신설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인식하도록 인민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추가 대상으로 꼽힙니다.

이를 위해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합의서엔 남북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돼 있습니다. 아울러, 합의서는 해상경계선을 두고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해상 국경선' 제도화를 위해선 남북 기본합의서 파기가 필수인 셈입니다.


문제는 '헌법 개정, 그 이후'입니다. 이미 북한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대화의 문을 더욱 철저히 걸어 잠그고 '쓰레기 풍선'만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남한을 의식한 듯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비방 성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은 수위가 높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 개헌과 관련해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제도화하고, 지속해 나가는 한편, 영토 조항 등 관련 조치로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 조성 및 한반도 긴장 고조 시도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슬금슬금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핵심 원료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했고, 곧 이어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감행했습니다. 이런 기조를 이어 나가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존재감 과시를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소형 핵탄두 검증 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핵 사용 기도 시 북한 정권 종말을 경고한 윤석열 대통령을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원색 비난한 점도 우려되는 요소입니다. 김 위원장은 2년여 만에 윤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미의 무력 사용 기도 시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이처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은 헌법에 선포한 '해상 국경선' 부근에서 한미 연합 훈련 등을 빌미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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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5 07:00:20
    • 수정2024-10-05 07: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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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나름 의회가 있습니다. 바로 '최고인민회의'입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 주권 기관으로, 명목상 우리 국회와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되는데, 선거구마다 대의원 후보자들이 등록을 하고 주민들이 투표도 하는 등 나름 우리의 총선과 비슷한 과정도 거칩니다. 후보자는 단독으로 등록하고, 투표도 공개로 하는데, 투표율과 찬성률이 거의 100%입니다.

그런데, 이 대의원 선거가 올해 3월쯤 열릴 거로 예상됐는데, 선거 공고가 나지 않은 채 6개월이나 지나버렸습니다. 현 14기 대의원을 뽑는 선거는 2019년 3월 10일에 열렸고, 직전인 13기 대의원 선거도 2014년 3월 9일에 진행된 바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대의원을 바꾸지 못한 건, 이들이 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례적으로 대의원 임기를 연장하면서까지 북한 정권이 매듭지으려 했던 숙제의 결과물이 다음 주면 공개됩니다. 북한이 10월 7일 14기 11차 회의를 예고했기 때문에 회의가 하루에 끝난다면 회의 결과는 8일 새벽쯤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주목할 건 역시나 '헌법 개정'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 위해 기존 헌법을 손질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한은 헌법 제1장 제9조에서 '조국통일'을 중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런 '통일' 관련 규정은 아예 삭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헌법 제1장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건 과연 서문에 나오는 '통일' 관련 내용도 삭제할지 여부입니다. 북한 헌법 서문을 보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일을 과업으로 내세우고, 실현을 위해 심혈을 바쳤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북한 헌법 서문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바치시였다.

헌법에서 '통일' 관련 내용을 싹 다 들어내자니 선대의 업적과 유훈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 우상화'의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건드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헌법에는 기술되지 않은 '영토 조항'이 신설될 수도 있습니다. 관심사는 '해상 국경선'을 어떻게 제시할 지입니다. 현재 사실상 해상 군사 분계선 역할을 하는 북방한계선(NLL) 대신 NLL 이남의 영역을 포함한 해상 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해상 국경선을 제시했다가, 추후 하위법을 만들어서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또, 전쟁이 났을 때 남한을 북한 영토에 편입한다는 규정도 신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정권이 남북을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만큼, 평화통일이 아닌 전쟁을 통한 무력 수복통일을 시사하는 규정으로 대체 가능성이 있다"며 " 예를 들면 '대한민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점령, 평정, 수복을 통해 대한민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킨다'는 규정을 신설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인식하도록 인민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추가 대상으로 꼽힙니다.

이를 위해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합의서엔 남북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돼 있습니다. 아울러, 합의서는 해상경계선을 두고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해상 국경선' 제도화를 위해선 남북 기본합의서 파기가 필수인 셈입니다.


문제는 '헌법 개정, 그 이후'입니다. 이미 북한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대화의 문을 더욱 철저히 걸어 잠그고 '쓰레기 풍선'만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남한을 의식한 듯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비방 성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은 수위가 높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 개헌과 관련해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제도화하고, 지속해 나가는 한편, 영토 조항 등 관련 조치로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 조성 및 한반도 긴장 고조 시도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슬금슬금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핵심 원료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했고, 곧 이어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감행했습니다. 이런 기조를 이어 나가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존재감 과시를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소형 핵탄두 검증 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핵 사용 기도 시 북한 정권 종말을 경고한 윤석열 대통령을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원색 비난한 점도 우려되는 요소입니다. 김 위원장은 2년여 만에 윤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미의 무력 사용 기도 시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이처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은 헌법에 선포한 '해상 국경선' 부근에서 한미 연합 훈련 등을 빌미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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