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치료 아니니 안돼요”…실손보험 분쟁 급증

입력 2024.09.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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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비급여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진료비가 가장 많았습니다. 주로 정형외과 등에서 행해지는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부쩍 커졌습니다. 실손보험이 되니 환자는 부담 없이 도수치료를 받습니다. 병원엔 도수치료가 새로운 수입원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습니다.

■ 이제 '도수치료' 받기 힘드나?

정부는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고 봅니다. 그래서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뚜렷한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 병행진료 급여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이 되는 비급여 진료에 고삐를 쥐기 시작한 겁니다.

올해 1분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를 넘었습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가 그만큼 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손보험과 연관된 비급여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다급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 실손보험 분쟁 급격히 늘어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립니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3,997만 명으로 국민 5명 중 4명꼴입니다. 대다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첨단 시술이나 고가의 신약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합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65%에 그치는 탓도 있습니다.

최근 '신(新)의료기술' 치료가 늘면서 실손보험 분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의료기술은 복지부가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금융민원을 분석한 결과, 신의료기술 치료 뒤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등의 분쟁 민원이 3,490건으로 지난해보다 32% 늘었습니다.

■ 백내장 실손보험 집단소송 보험사 '패소'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는 '6시간 이상 입원'입니다. 갈등의 주요 쟁점이 입원치료 여부인 겁니다. 실손보험의 경우 통원 치료비는 20~30만 원인 반면, 입원치료비는 5,000만 원까지 지급돼 입원 여부에 따라 보험금이 큰 차이를 보입니다. 2022년 보험사들이 과잉진료라며 '백내장 수술'에 제동을 걸었던 이유가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환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지난해 백내장 실손보험 집단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가입자들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 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가입자 쥐어짜기는 "그만"

내년엔 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재생의료 시장이 열립니다. 세포치료 등 재생의학 시술이 늘면 실손보험 분쟁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이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신의료기술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2조 원에 달하면서 실손보험사는 가입자 '쥐어짜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 범위는 줄이고 있어 가입자 부담만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기관의 비급여 과잉진료부터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선량한 가입자는 충분히 보상받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달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통해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가입자 본인 부담 보장의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실손보험의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인데, 지금까지 실손보험을 기반으로 규모를 키워온 일부 비급여 진료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진통이 적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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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5 1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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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비급여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진료비가 가장 많았습니다. 주로 정형외과 등에서 행해지는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부쩍 커졌습니다. 실손보험이 되니 환자는 부담 없이 도수치료를 받습니다. 병원엔 도수치료가 새로운 수입원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습니다.

■ 이제 '도수치료' 받기 힘드나?

정부는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고 봅니다. 그래서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뚜렷한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 병행진료 급여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이 되는 비급여 진료에 고삐를 쥐기 시작한 겁니다.

올해 1분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를 넘었습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가 그만큼 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손보험과 연관된 비급여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다급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 실손보험 분쟁 급격히 늘어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립니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3,997만 명으로 국민 5명 중 4명꼴입니다. 대다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첨단 시술이나 고가의 신약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합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65%에 그치는 탓도 있습니다.

최근 '신(新)의료기술' 치료가 늘면서 실손보험 분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의료기술은 복지부가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금융민원을 분석한 결과, 신의료기술 치료 뒤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등의 분쟁 민원이 3,490건으로 지난해보다 32% 늘었습니다.

■ 백내장 실손보험 집단소송 보험사 '패소'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는 '6시간 이상 입원'입니다. 갈등의 주요 쟁점이 입원치료 여부인 겁니다. 실손보험의 경우 통원 치료비는 20~30만 원인 반면, 입원치료비는 5,000만 원까지 지급돼 입원 여부에 따라 보험금이 큰 차이를 보입니다. 2022년 보험사들이 과잉진료라며 '백내장 수술'에 제동을 걸었던 이유가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환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지난해 백내장 실손보험 집단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가입자들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 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가입자 쥐어짜기는 "그만"

내년엔 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재생의료 시장이 열립니다. 세포치료 등 재생의학 시술이 늘면 실손보험 분쟁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이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신의료기술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2조 원에 달하면서 실손보험사는 가입자 '쥐어짜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 범위는 줄이고 있어 가입자 부담만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기관의 비급여 과잉진료부터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선량한 가입자는 충분히 보상받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달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통해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가입자 본인 부담 보장의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실손보험의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인데, 지금까지 실손보험을 기반으로 규모를 키워온 일부 비급여 진료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진통이 적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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