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침몰 요트…‘미스터리 금고’에 손배소송까지?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9.23 (07:01) 수정 2024.09.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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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영국 ‘더 타임즈’ 사진 출처: 영국 ‘더 타임즈’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영국 억만장자 마이크 린치의 호화요트 베이시안호. 요트는 현재 해저 50m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요트에서는 귀금속 등 개인 물품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잠수부들이 특정 무언가를 찾기 위해 최근 며칠간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건 바로 요트 침몰 사고로 숨진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입니다. 그런가하면 호화 요트의 평판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린치의 유족은 선박 제조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까지 놓였습니다.

■ 방수 금고 속 암호화된 하드 드라이브

미국 CNN 방송은 침몰한 요트 인양 계획에 참여한 잠수부 등을 인용해, 잠수부들이 침몰한 요트를 수색하던 중 방수 금고를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금고 속에는 민감한 기밀 정보가 담긴, 암호화된 하드 드라이브 두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침몰 사고 생존자들은 린치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았다"며 요트 항해를 할 때마다 데이터 저장장치를 요트 내부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현지 사법기관은 하드 드라이브에 중국과 러시아 등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며, 요트가 인양될 때까지 보안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앞서 선체 수색을 담당한 잠수부들은 린치의 하드 드라이브가 도난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잠수부들은 사법당국이 애초에는 요트에 남아있는 값비싼 보석과 귀중품이 도둑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현재는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 정부의 접근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린치 고객은 미국·이스라엘 정보국"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 하드 드라이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 IT 업계 거물 린치는 자신이 설립한 사이버 보안업체 등 여러 회사를 통해 미국, 영국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라 레푸블리카'는 린치가 영국 정보국 MI5와 미국 국가안보국, 이스라엘 비밀기관을 고객으로 둔 이유로,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를 향한 다른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린치 유족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린치가 기밀 정보에 접근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린치가 공동 설립한 사이버 보안 회사인 다크트레이스에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들이 다수 고용돼 있어, 이 회사가 여전히 첩보 기관과 일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린치는 영국 정보국 MI5 사이버 방어팀의 고위 관리였던 스티븐 헉스터와 함께 다크트레이스를 설립했으며, 이후 MI5의 전 대표였던 조나단 에반스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요트 제조사, 린치 유족에 손해배상 소송?

베이시안호의 침몰 직전 모습. (CCTV 캡처 출처 : 영국 인디펜던트)베이시안호의 침몰 직전 모습. (CCTV 캡처 출처 : 영국 인디펜던트)

린치의 장례식 날짜도 잡히기 전에 린치의 유족에겐 또 다른 악재가 터졌습니다. 영국 '더 타임즈'지는 린치의 유족들이 최대 1억 8600만 파운드, 우리 돈 3,31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침몰한 요트, 베이시안호를 제조한 이탈리아 선박 제조업체의 변호사는 회사가 승무원과 린치의 아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법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인 '라 나치오네'는 현지 시각 20일, 시칠리아 법원에 제기된 법적 조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소송의 핵심 내용은 베이시안호의 침몰로 인해 부자와 유명인을 위한 선박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아 해양 그룹(TISG)'의 평판이 손상되고, 수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간 이후, 선박 제조업체 TISG는 보도에서 언급된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으며, 즉시 소송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TISG는 기사에 언급된 변호사들에게 일반적인 위임장을 제공했지만, 회사가 소장을 검토하거나 서명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린치의 유족과 측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린치의 측근은 TISG의 CEO인 지오바니 코스탄티노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수치스러운 인물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코스탄티노가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언론에 달려가 품위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제는 자신의 고객을 고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코스탄티노는 요트 침몰 사고가 터진 후 공개적으로 승무원들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선실에 있어서는 안 됐고, 배는 정박해 있어서는 안 됐다"며,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베이시안호는 침몰할 수 없는 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 영상 단서 확보…'사고 미스터리' 풀릴까

베이시안호는 사고 당시 바다 토네이도라 불리는 거대한 용오름 현상으로 인해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인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트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영국 해양 사고조사국도 당시 인근의 다른 선박들은 기상악화에도 침몰하지 않고 물에 떠 있었던 점을 들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특수부대 잠수부들이 베이시안호의 침몰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비디오 장비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요트에 있던 이 비디오 장비와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가 전문 연구실로 보내져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침몰한 베이시안호는 몇 주 안에 인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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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의 침몰 요트…‘미스터리 금고’에 손배소송까지?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9-23 07:01:02
    • 수정2024-09-23 14: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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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영국 ‘더 타임즈’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영국 억만장자 마이크 린치의 호화요트 베이시안호. 요트는 현재 해저 50m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요트에서는 귀금속 등 개인 물품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잠수부들이 특정 무언가를 찾기 위해 최근 며칠간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건 바로 요트 침몰 사고로 숨진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입니다. 그런가하면 호화 요트의 평판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린치의 유족은 선박 제조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까지 놓였습니다.

■ 방수 금고 속 암호화된 하드 드라이브

미국 CNN 방송은 침몰한 요트 인양 계획에 참여한 잠수부 등을 인용해, 잠수부들이 침몰한 요트를 수색하던 중 방수 금고를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금고 속에는 민감한 기밀 정보가 담긴, 암호화된 하드 드라이브 두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침몰 사고 생존자들은 린치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았다"며 요트 항해를 할 때마다 데이터 저장장치를 요트 내부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현지 사법기관은 하드 드라이브에 중국과 러시아 등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며, 요트가 인양될 때까지 보안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앞서 선체 수색을 담당한 잠수부들은 린치의 하드 드라이브가 도난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잠수부들은 사법당국이 애초에는 요트에 남아있는 값비싼 보석과 귀중품이 도둑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현재는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 정부의 접근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린치 고객은 미국·이스라엘 정보국"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 하드 드라이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 IT 업계 거물 린치는 자신이 설립한 사이버 보안업체 등 여러 회사를 통해 미국, 영국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라 레푸블리카'는 린치가 영국 정보국 MI5와 미국 국가안보국, 이스라엘 비밀기관을 고객으로 둔 이유로,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를 향한 다른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린치 유족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린치가 기밀 정보에 접근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린치가 공동 설립한 사이버 보안 회사인 다크트레이스에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들이 다수 고용돼 있어, 이 회사가 여전히 첩보 기관과 일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린치는 영국 정보국 MI5 사이버 방어팀의 고위 관리였던 스티븐 헉스터와 함께 다크트레이스를 설립했으며, 이후 MI5의 전 대표였던 조나단 에반스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요트 제조사, 린치 유족에 손해배상 소송?

베이시안호의 침몰 직전 모습. (CCTV 캡처 출처 : 영국 인디펜던트)
린치의 장례식 날짜도 잡히기 전에 린치의 유족에겐 또 다른 악재가 터졌습니다. 영국 '더 타임즈'지는 린치의 유족들이 최대 1억 8600만 파운드, 우리 돈 3,31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침몰한 요트, 베이시안호를 제조한 이탈리아 선박 제조업체의 변호사는 회사가 승무원과 린치의 아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법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인 '라 나치오네'는 현지 시각 20일, 시칠리아 법원에 제기된 법적 조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소송의 핵심 내용은 베이시안호의 침몰로 인해 부자와 유명인을 위한 선박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아 해양 그룹(TISG)'의 평판이 손상되고, 수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간 이후, 선박 제조업체 TISG는 보도에서 언급된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으며, 즉시 소송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TISG는 기사에 언급된 변호사들에게 일반적인 위임장을 제공했지만, 회사가 소장을 검토하거나 서명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린치의 유족과 측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린치의 측근은 TISG의 CEO인 지오바니 코스탄티노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수치스러운 인물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코스탄티노가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언론에 달려가 품위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제는 자신의 고객을 고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코스탄티노는 요트 침몰 사고가 터진 후 공개적으로 승무원들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선실에 있어서는 안 됐고, 배는 정박해 있어서는 안 됐다"며,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베이시안호는 침몰할 수 없는 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 영상 단서 확보…'사고 미스터리' 풀릴까

베이시안호는 사고 당시 바다 토네이도라 불리는 거대한 용오름 현상으로 인해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인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트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영국 해양 사고조사국도 당시 인근의 다른 선박들은 기상악화에도 침몰하지 않고 물에 떠 있었던 점을 들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특수부대 잠수부들이 베이시안호의 침몰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비디오 장비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요트에 있던 이 비디오 장비와 린치의 개인 하드 드라이브가 전문 연구실로 보내져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침몰한 베이시안호는 몇 주 안에 인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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