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학폭과 검사 아빠 外

입력 2023.03.08 (23:03) 수정 2023.03.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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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tEc2zianOc

■ [9층시사국 6회 Ⅰ] 학폭과 검사 아빠

최근 몇 년 새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들이 이어졌습니다.
유명 운동선수도, 유명 연예인도 학교폭력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도 무사히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당 연예인을 광고주로 쓴 기업들은 비상이 걸립니다.

녹취) 광고회사 관계자
“학폭에 대한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광고회사들은 연예인 학폭 이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녹취) 광고회사 관계자
“떠오르는 스타들이나 신인 배우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검증하려고 하고, 광고계에서는 검증을 해보고 그 다음에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같이 중요한 정부 요직에서는 학교폭력 검증과정이 없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2.27)
“저는 전혀 알지 못했고요.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의 의뢰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 기계적 1차적 검증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 학폭 아들의 ‘아빠 찬스’ 논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 사건의 주임검사가 정순신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이었습니다.

녹취) 정순신 /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분들의 무사귀환을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인천지검은 오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선박회사와 선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검사는 공익의 수호자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검사 아빠가 자신의 학교폭력 처벌을 막기 위한, 사적인 방패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녹취) 급우 (음성대역)
“아빠가 검사라서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처벌 받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정군의 행적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음성대독)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돼지XX"라는 폭언을 시작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가지고 “빨갱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급우들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성대독)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자주 했다.

(음성대독)
피해학생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다, 자살시도가 있기도 했다.

학교폭력위원회는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자치위원/음성대독
서면사과, 교내봉사 40시간, 출석정지 7일, 특별교육이수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10시간 이렇게 다시 처분을 했습니다. 이 조치들을 다 이행했습니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어머니/음성대독
교내봉사와 출석정지는 기말고사 바로 앞과 뒤입니다. 그걸 다 받으면 12일 수업을 못 듣게 되니까 완전히 엉망이 돼버리는 상황입니다.

내 아들 학업차질을 걱정하느라 남의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지 않았던 정황들입니다.

자치위원/음성대독
피해학생은 1학기 내내 학교를 못 나옵니다.

가해 아들도 공공연히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를 언급하고 다닌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목격 학생(음성변조)
“부모님의 위세를 가지고 위협을 했을 때 그 당한 학생이 위압감을 느끼느냐 위축되느냐 이건 드러나잖습니까. 그랬을 때 그랬던 대상들 중에 특별히 피해 학생이 유약했었고”

이 사건은 5년 전, KBS 뉴스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가해학생 아버지는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습니다. KBS측에는 이 사건에 검사로서 관여한 바가 없으며 피해학생 측에는 서면으로 사과를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 학폭 가해자‧피해자 분리는 없었다... ‘끝장 소송’에 상처입은 2년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내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아야 되는데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아서 참씁쓸하고 좀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이제 5년 전 KBS의 보도를 통해서 처음 보도가 됐는데 당시에 취재를 했던 박예원 기자를 화상으로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예원 / 2018년 학교폭력 사건 취재기자
“안녕하세요? 5년 전 이번 사건을 취재했었던 박예원 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스튜디오에 직접 나가서 설명을 드리고 싶었는데, 다른 취재에 임하고 있어서 이렇게 스튜디오 연결을 하게 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MC
“지금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박 기자가 2018년에 취재했을 당시에는 현직 검사였겠죠. 그때는 어떤 말들을 하던가요?”

박 기자
“자신의 검사라는 직업이 침해 받지 않을 권리 또 자신의 아들이 가져야 할 방어권, 이런 것들을 저에게 설명했는데요. 학교폭력위원회에 나가서는 학교 측에서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 측에 했던 처벌에 대해서 '제도 폭력'이라는 표현을 써서 항의하기도 했었습니다. 반면에 피해자 쪽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아이가 좀 예민한 아이인 것 같다,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MC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최종적으로 전학 처분을 받을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까?”

박 기자
“가해자인 정 모 군의 전학 조치가 결정된 게 2018년 3월 22일이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이에 불복해서 한 10여 일 뒤, 4월 초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이 5월에 강원도교육청에서 열렸는데요. 여기에서 전학 조치가 취소됐죠. 피해자 측도 참다못해서 6월에 재심을 청구했고 최종적으로는 전학이 결정이 됐는데, 가해자 측에서 7월에 다시 한번 행정 소송을 내고 학교 측에도 전학을 시키지 말아 달라면서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송명희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같이 정리를 한번 해보면 이렇습니다. 2017년, 그러니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학교 안에서 1년 동안 폭력 행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가해자의 전학 처분이 이루어진 게 2019년 2월이었거든요.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일단 분리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조치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정순신 씨가 자신의 법적 지식과 법적 절차를 총동원해서 가해자의 전학을 막았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은 2년 가까이 그리고 피해 사실을 알린 시기부터 따져도 1년 동안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닌 겁니다.”

MC
“용기 내서 이렇게 밝혔는데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 같은 학교에 계속 1년 넘게 다녔다는 건 어마어마한 상처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피해자를 좀 만나봤나요? 그때의 상황이 어땠습니까?”

박 기자
“피해자 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또 인터뷰에 응할 수 있는지 의사도 타진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고 사실 관계가 맞긴 하지만 인터뷰에 응할 수는 없겠다는 거절 의사를 밝혀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보도에 목소리를 담지는 못했습니다.”

MC
“학교 폭력에 대한 용서가 힘들 만큼 큰 상처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2018년에 KBS가 보도했을 때도 현직 검사, 고위직 검사라는 신분과 직위까지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순신이라는 이 이름 석 자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는 왜 익명으로 보도를 했던 건가요?”

송 기자
“당시에는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단계이기 때문에 정순신 씨가 검사로서 아들 사건에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활용했는지 지금처럼 분명하게 나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를 했었기 때문에 검찰 내부적으로는 알았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정순신 인사 참사’…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뭘 했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사혁신처에 있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위탁했습니다.
현직 판사를 포함해 각계에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대통령은 그러나 단호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22.5.27)
“미국이 그렇게 합니다. 예,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책이나 이런 거 위주로 해야지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이런 정보 캐는 거 있죠? 그건 안 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내가 민정수석실 없앤 겁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비위나 비위 의혹에 관한 정보 수집 있죠? 그것도 안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데는 직접 그런 정보 수집 업무 안 하고 받아서 해야 됩니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

전·현직 검사들이 인사 검증을 도맡게 되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비판에
한동훈 장관은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취임 후 (22.5.30)
“아직 시작도 안 했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인사권자는 아니지만 인사와 검증 업무에 전념해온 직업공무원을 책임자로 둘 것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마… 우리나라에서 검증이라든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투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분들을 좀 우수한 분들로 모셔서…”

한 장관은 투명성과 객관성을 앞세우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22.7.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전의 업무 같으면 기본적으로 누구를 시킨다는 전제하에서 맞춰놓는 방식으로 운용되기가 쉬워요. 왜냐하면 임명권자가 추천권자와 같은 조직에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희는 이 사람들이 어느 직역에 갈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몇 백가지를 체크해서 그것을 넘기는 것이고요. 저는 이것이 투명성과 객관성에 있어서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도 내세웠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22.7.28 국회 법사위 법무부 업무보고)
“법무부는 사실관계 파악과 법적인 해석에 있어서 기본적인 가장 큰 국가적 자산을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하지만 ‘인사 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말이 달라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27)
“저는 전혀 알지 못했고요.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의 의뢰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 기계적 1차적 검증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계적, 1차적 검증’
경찰 추천 단계에서도 검증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2.27)
(추천 단계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셨다는 입장이십니까?)
“예. 몰랐습니다.”
(몰랐던 거 자체가 문제 아닙니까?)
“네.”

이도운 / 대통령실 대변인 (2.26)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검증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김민하 / 시사평론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엄중하게 관리가 돼야 하는데 칸막이를 넘어 가지고 이게 일종의 사찰이나 이런 거로 번지지 않겠느냐 이런 의문이 있었던 거거든요. 그 점에서 많이 경계를 했던 건데 이건 오히려 거꾸로 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게 검사가 인사 대상일 경우에는 오히려 역으로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인사가 좀 허술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정 변호사에 대한 1차 인사검증 책임 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법무부 장관, 차관, 인사정보관리단장, 인사정보1,2 담당관.
5명 가운데 3명이 검찰 출신입니다.

한동훈 장관을 포함해 이노공 차관, 인사 검증 실무를 맡은 김현우 검사는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이 보도된 2018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 변호사는 인권감독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민하 / 시사평론가
“그 당시에 같이 근무했던, 이러한 주요 직책에 있었던 검사들이 왜 이걸 몰랐겠느냐 이런 의문이 가능한 거죠. 당시에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선까지도 공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을 하고, 결국은 이게 알면서 인사 검증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 아니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면서 댔던 여러 가지 정당성에 대한 그런 의문들이 이번사태를 중심으로 해서는 풀리지 않은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 정순신이 쏘아올린 공… 대통령의 사람들, 누구인가

MC
“검찰 내부적으로는 알았다. 그런데 이런 인사가 일어났다. 인사 검증이 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는 지금 제 식구 봐주기를 한 셈이잖아요.”

송 기자
“당초에 인사혁신처에 있던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위탁을 했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이 됐습니다. 이 조직 핵심 라인에 있는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검찰 출신이어서 그런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결론적으로 핵심 보직에 검찰 출신을 앉힌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송 기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 후보자는 엄중한 추천, 그리고 아주 엄격한 인사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3명입니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그리고 공직기강비서관인데요. 현재는 모두 검찰 출신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출신 대통령의 국정 실현과 보좌에 동원된 검사들은
윤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요.

KBS가 파악한 검찰 출신 주요 고위공직자는 20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지난해 갑자기 사임한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포함하면 22명입니다.

윤 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학교, 시기별로 거친 검찰 내 조직 15곳과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 이명박 주가조작, 국정원 여론조작,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 4개 수사팀,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본부공식 참여여부 등을 놓고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우선 22 명 가운데 3명이 장관,
7명은 최측근으로 볼 수 있는 대통령실에 포진해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출신이 6명, 서울대 출신은 16명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5명은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을 도왔습니다.
또 7명은 2017년 윤대통령이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함께 했습니다.

22개 항목 가운데 윤 대통령과 가장 많이 겹친 사람은
최측근으로 통하는 한동훈 장관, 다음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입니다.
이 원장은 론스타, 국정원 댓글,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대통령실에 있는 검찰 출신 7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합류한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도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론스타 수사를 함께 한 인연이 있습니다.
22명 대부분이 윤 대통령이 거쳐 온 검찰청이나 수사팀에서 함께 한 이력이 있고,
많게는 다섯 차례까지 겹칩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2017)과 검찰총장(2019) 시절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인물들이
핵심적인 자리에 배치됐습니다.

인사검증 실패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정보관리단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이동균 인사정보 1담당관은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이 담당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자
인사 청문준비단에서 윤대통령을 도왔고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습니다.

김민하 / 시사평론가
“검사 출신이고 주요 인사들이 다 주요 어떤 권력의 중심추와 무게추가 검찰 출신들 또 검찰 조직에 가 있는 상황에서 직책의 연관성이 없는 자리까지 검사 출신들이 가서 과연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거냐에 대해서도 지금은 의문이 커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인사 정책이 이런 인사 스타일이 과연 국민들에게 잘 맞다는 것에 대한 설득을 할 수 있는 방식이냐.”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더 오래된 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제기되던 문제입니다.
충성심을 강조하면 능력이 떨어지고, 능력을 강조하면 충성심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김민하 / 정치 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그런 것 같아요. 충성심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지금은 인사를 배치하고 싶다. 왜냐하면 자신이 여의도 정치 또는 어떤 국정 운영의 핵심부에 있었던 뭐 관료 출신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에서도 믿을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거고 지금 인사를 내가 틀어쥐고 가겠다 내가 믿는 사람들 위주로 하겠다 이렇게 해서는 인사 원칙에 따른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는 거죠. 그래서 이 원칙은 이제 놓아야 되고 그 직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두고 인사를 해야…”

■ [9층시사국 6회Ⅱ] 특파원이 본 대지진 한 달

평화가 무너져 내린 건 한 순간이었습니다.
튀르키예 남부도시를 뒤흔든 규모 7.8의 강진.
모든 것이 힘없이 주저앉은 아비규환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했어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목격했습니다.
절망이 기적으로 바뀌던 순간들…

(다들 살아 계셔?) 모두 괜찮아.

하지만 이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또다시 5.6 규모 여진이 발생했습니다.

■ 튀르키예 지진 여파는 현재진행형

취재진은 지진 사흘 만에 튀르키예 남부 재난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처참한 현장.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필사의 구조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갑자기 옆 건물이 흔들려 재빨리 철수합니다.
그 와중에 생존자가 발견되고 서둘러 옮겨집니다.

이스마일/매몰자 가족
“휴가 기간을 맞아 아내와 딸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이곳에 왔고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튿날.
강진의 진앙지 가지안테프를 찾았습니다.
강진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여진에 주민들은 집 밖을 떠도는 상황

아흐마드/지진 이재민
“텐트가 꽉 찹니다. 공간이 없어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지냅니다.”

그렇게 흘러간 2주.
겁에 질린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하얀 먼지를 일으키며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튀르키예 현지 취재진
“떨려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간신히 일어설 수 있고요, 이렇게 서로를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보름 만에 규모 6,3의 지진이 또다시 악몽을 재현시켰습니다.

아슬란 가라코글루 / 튀르키예 주민
“땅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땅이 흔들렸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우린 땅이 찢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이재민 캠프에는
잠시 집에 돌아갔던 이재민들이 급히 피신해 돌아와 있었습니다.

푸르칸 카흐라만 / 지진 이재민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다가 두 번째 지진을 겪고 나니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재민 2백만 명…"캠프 수용 범위 넘어"

남현종 / 9층시사국 MC
“튀르키예 대지진이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현지의 상황은 안정이 된 것 같지는 않아 q입니다. 문제는 계속 여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 대지진 이후에 보름 만에 엄청난 규모의 여진이 일어났잖아요. 그때 튀르키예 현지에 있었을 텐데, 취재진도 여진의 느낌을 경험했습니까?”

김민정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때 규모가 6.3이었는데요. 그 지진이 발생한 날이 저희 취재진이 현지에 도착한 둘째 날이었어요. 저희가 있던 곳이 진앙지에서 약 110Km 떨어진,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어요. 그런데도 진동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져서 저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숙소 문이 심하게 흔들려서 깜짝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MC
“김민정 기자와 취재진이 현장의 상황을 영상으로 준비해왔는데 함께 보면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MC
“여진의 여파 때문에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는 거죠.”

김 기자
“저 같은 경우에는 순간적으로는 약간 상황 판단도 잘 안 됐었는데 이제 뒤늦게 깨닫고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 보니까 이제 현지인들은 다 저렇게 건물 밖으로 길거리로 나와서 피신을 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보시면 도로 중앙이나 아니면 건물에서 좀 떨어져서 도로 안쪽까지 많이들 나와 있었고 그러니까 지진 트라우마가 심해서 건물 안에 지붕 아래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MC
“저런 여진이 사실 저렇게 한 차례만 발생해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거죠.”

김 기자
“맞습니다. 저희가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의 매일 여진 소식을 들었었거든요. 지난달 6일 규모 7.8의 강진이 최초로 있었고 그 이후로 이달 초까지 쭉 따져봤을 때 크고 작은 여진을 다 합치면 1만 1천 회에 달합니다. 그래서 강진의 영향으로 약해진 건물들이 이 여진까지 오면서 다시 붕괴되는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화면 같은 경우에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7일에 규모 5.6 여진이 일어났을 때 모습인데요. 한 번 약해졌기 때문에 보시는 것처럼 그냥 순식간에 바로 먼지를 일으키면서 무너지는 모습을 확인을 하실 수가 있습니다.”

MC
“저 정도 상황이면 정말 이 여진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이 생길 것 같고 문제는 이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들도 있겠지만 지금 여진 때문에 계속 사망자나 피해자 규모가 늘 것 같습니다.”

김 기자
“네 맞습니다. 최초 강진이 있었던 후에 2주 만에 규모 6.3의 지진이 있었는데요. 그날을 기점으로 해서 딱 하루 만에 사망자 집계가 1천 명이 확 뛰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봤을 때는 여진 그다음에 추가 지진의 영향으로 인해서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이런 피해를 겪은 이재민들의 상태는 좀 어땠습니까”

김 기자
“튀르키예에서만 이재민이 200만 명이에요. 그래서 너무 숫자가 많다 보니까 사실 튀르키예의 정부에서 아무리 캠프를 크게 운영을 해도 이 200만 명을 다 수용할 수는 없거든요.”

김 기자
“그래서 일부 이재민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손상된 집 옆에 그냥 텐트를 쳐놓고 개별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분들 같은 경우에 상황이 가장 열악해서 저렇게 무너진 좀 손상된 집 옆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시다 보니까 저런 집들이 또 여진이 와서 무너지게 되면 또 크게 위험할 수가 있거든요. 저런 위험한 상황이 계속 노출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제가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가장 큰 눈앞의 문제가 물 부족이더라고요 간간히 정부에서 물을 공급하기는 하는데 온 가족이 물을 조금 공급을 받아서 식수로도 쓰고 씻기도 하고 이렇게 쓰다 보니까 금방 물이 고갈이 되는 거죠. 그래서 물 부족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녹취) 이재민
“씻는 곳도 없고 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텐트 안에서 씻고 있는데 다른 방법도 없어서 매우 불편합니다.”

MC
“이런 대형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어린 아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의 상태는 어땠나요.”

김 기자
“사실 제가 이재민 캠프로 가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뭐 어른들은 그냥 참는다고 치는데 그러면 애들은 어떡하지 이 생각이 사실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캠프에 도착을 해서도 아이들이 있는 가정 위주로 많이 인터뷰를 하고 만나봤는데요.”

김 기자
“ 일단 이재민 캠프에 가면 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한 가정당 인원수 상관없이 텐트는 무조건 하나예요. 그러니까 가족이 많은 경우에는 거의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좁은 텐트 하나에서 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이러면 너무 비좁다 보니까 아이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답답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밝고 너무 많이 웃고 있어서 오히려 조금 마음이 아팠던 그런 기억이 있고요. 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게 있다면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었다는 건데 영상을 보시면 영상 속에 아이들이 인형이나 장난감 이런 것들을 갖고 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집에서 챙겨온 게 아니고 다 지원을 받은 물품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밖에도 이재민촌에 인형 탈을 쓰고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그런 분들도 계셨고 또 지금 지진 피해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으니까 이재민촌에 임시 도서관 같은 것들을 마련해 놓고 아이들이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이런 환경도 마련해 주고 있었습니다.”

MC
“호응을 하는 모습인데 좀 위로를 해주고 오신 건가요?”

김 기자
“저때 사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제가 튀르키예 현지화를 못하니까 이제 영어로 굉장히 짧게 ‘저도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이렇게만 말씀을 드렸었는데 갑자기 작별 인사를 하면서 안아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뭔가 언어로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언어는 안 통하더라도 사람들 사람으로서 마음이 조금 오고 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MC
“지금 저 모습이 튀르키예 현장의 모습이고 사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접경 부근에서 일어났잖아요.
시리아 난민들의 상태는 더 나쁘다고 하던데 어떤 상황입니까?”

김 기자
“사실 튀르키예 살고 계시는 시리아 난민들은 따져보면 내전을 피해서 고향을 떠나서 타국으로 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이분들은 튀르키예서 살 때 그 상황조차 원래 그렇게 좋지 않았던 분들이에요.
생활환경도 좋지 않고 또 이렇게 지진 피해를 입었어도 티르키에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김 기자
“그래서 지금 화면을 보시면 화면 속 저 건물에 지금 지진 피해 지역에서 살고 계시던 시리아 난민들이 다 몰려와서 지금 저 건물에 1500명이 같이 살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런 좁은 방 한 칸에 수십 명이 같이 지내다 보니까 조리하는 곳 그다음에 자는 곳 신발 벗어놓는 곳 이런 곳들이 다 구분이 안 돼요 이렇게 한데 엉켜 있어서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가장 큰 문제는 시리아 본토는 저것보다 훨씬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번 지진 피해지가 시리아 서북부인데 이 서북부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이 지역으로 구호 물자를 국제사회에서 보내려고 했더니 시리아 정부가 여기로 직접 물자를 보내는 것은 시리아에 대한 주권 침해다 이렇게 반대를 했었어요.
사실상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졌던 건데 그 이후에 지원 통로 2곳이 추가로 개방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지금 시리아에서만 이재민이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어서 이재민 수에 비하면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 이렇게 파악을 할 수 있겠습니다.”

MC
“저 현장 상황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혹은 또 저 현장에서의 어린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저 눈동자를 보고 난 사람이라면 어떤 정치적 반군 이런 걸 떠나서 구호 물품을 전달을 하는 게 도의에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 기자
“일단은 그래도 저 아이들이 최소한 지진 트라우마는 잊고 살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 추모…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 ‘빨간 풍선’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
회색빛 잔해들 사이로 주인을 잃은 책가방이 보입니다.
분홍색 세발 킥보드는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킥보드의 주인은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오군 세베르 오쿠르 / 어린이 구호단체
“구조팀들과 함께 하타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여기서 첫 번째 구조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를 골랐습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있었어요. 구조되지 못했죠.”

겨우 18개월, 4살, 그리고 6살 난 아이들이었습니다.

오쿠르 씨는 빨간 풍선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 잔해 곳곳에 빨간 풍선들을 매달아 놓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오군 세베르 오쿠르 / 어린이 구호단체
“사랑과 기쁨을 상징하기 때문에 빨간 풍선을 골랐습니다. 기쁨을 상징하는 다른 색 풍선들도 골랐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아이들이 기뻐하지는 않겠죠. 빨간 풍선이 사람들을 울리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그래서 빨간 풍선을 매달기로 했어요.”

오쿠르 씨가 매달아 놓은 천 개의 풍선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고.

취재기자: 송명희 김민정
촬영: 김재현 김경민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영상편집: 이기승 손보라
자료조사: 김세호 김보미 정예빈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3월 8일 밤 11시 20분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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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학폭과 검사 아빠 外
    • 입력 2023-03-08 23:03:35
    • 수정2023-03-09 10:14:50
    9층시사국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tEc2zianOc

■ [9층시사국 6회 Ⅰ] 학폭과 검사 아빠

최근 몇 년 새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들이 이어졌습니다.
유명 운동선수도, 유명 연예인도 학교폭력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도 무사히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당 연예인을 광고주로 쓴 기업들은 비상이 걸립니다.

녹취) 광고회사 관계자
“학폭에 대한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광고회사들은 연예인 학폭 이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녹취) 광고회사 관계자
“떠오르는 스타들이나 신인 배우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검증하려고 하고, 광고계에서는 검증을 해보고 그 다음에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같이 중요한 정부 요직에서는 학교폭력 검증과정이 없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2.27)
“저는 전혀 알지 못했고요.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의 의뢰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 기계적 1차적 검증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 학폭 아들의 ‘아빠 찬스’ 논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 사건의 주임검사가 정순신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이었습니다.

녹취) 정순신 /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분들의 무사귀환을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인천지검은 오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선박회사와 선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검사는 공익의 수호자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검사 아빠가 자신의 학교폭력 처벌을 막기 위한, 사적인 방패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녹취) 급우 (음성대역)
“아빠가 검사라서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처벌 받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정군의 행적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음성대독)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돼지XX"라는 폭언을 시작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가지고 “빨갱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급우들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성대독)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자주 했다.

(음성대독)
피해학생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다, 자살시도가 있기도 했다.

학교폭력위원회는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자치위원/음성대독
서면사과, 교내봉사 40시간, 출석정지 7일, 특별교육이수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10시간 이렇게 다시 처분을 했습니다. 이 조치들을 다 이행했습니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어머니/음성대독
교내봉사와 출석정지는 기말고사 바로 앞과 뒤입니다. 그걸 다 받으면 12일 수업을 못 듣게 되니까 완전히 엉망이 돼버리는 상황입니다.

내 아들 학업차질을 걱정하느라 남의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지 않았던 정황들입니다.

자치위원/음성대독
피해학생은 1학기 내내 학교를 못 나옵니다.

가해 아들도 공공연히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를 언급하고 다닌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목격 학생(음성변조)
“부모님의 위세를 가지고 위협을 했을 때 그 당한 학생이 위압감을 느끼느냐 위축되느냐 이건 드러나잖습니까. 그랬을 때 그랬던 대상들 중에 특별히 피해 학생이 유약했었고”

이 사건은 5년 전, KBS 뉴스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가해학생 아버지는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습니다. KBS측에는 이 사건에 검사로서 관여한 바가 없으며 피해학생 측에는 서면으로 사과를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 학폭 가해자‧피해자 분리는 없었다... ‘끝장 소송’에 상처입은 2년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내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아야 되는데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아서 참씁쓸하고 좀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이제 5년 전 KBS의 보도를 통해서 처음 보도가 됐는데 당시에 취재를 했던 박예원 기자를 화상으로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예원 / 2018년 학교폭력 사건 취재기자
“안녕하세요? 5년 전 이번 사건을 취재했었던 박예원 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스튜디오에 직접 나가서 설명을 드리고 싶었는데, 다른 취재에 임하고 있어서 이렇게 스튜디오 연결을 하게 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MC
“지금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박 기자가 2018년에 취재했을 당시에는 현직 검사였겠죠. 그때는 어떤 말들을 하던가요?”

박 기자
“자신의 검사라는 직업이 침해 받지 않을 권리 또 자신의 아들이 가져야 할 방어권, 이런 것들을 저에게 설명했는데요. 학교폭력위원회에 나가서는 학교 측에서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 측에 했던 처벌에 대해서 '제도 폭력'이라는 표현을 써서 항의하기도 했었습니다. 반면에 피해자 쪽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아이가 좀 예민한 아이인 것 같다,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MC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최종적으로 전학 처분을 받을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까?”

박 기자
“가해자인 정 모 군의 전학 조치가 결정된 게 2018년 3월 22일이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이에 불복해서 한 10여 일 뒤, 4월 초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이 5월에 강원도교육청에서 열렸는데요. 여기에서 전학 조치가 취소됐죠. 피해자 측도 참다못해서 6월에 재심을 청구했고 최종적으로는 전학이 결정이 됐는데, 가해자 측에서 7월에 다시 한번 행정 소송을 내고 학교 측에도 전학을 시키지 말아 달라면서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송명희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같이 정리를 한번 해보면 이렇습니다. 2017년, 그러니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학교 안에서 1년 동안 폭력 행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가해자의 전학 처분이 이루어진 게 2019년 2월이었거든요.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일단 분리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조치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정순신 씨가 자신의 법적 지식과 법적 절차를 총동원해서 가해자의 전학을 막았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은 2년 가까이 그리고 피해 사실을 알린 시기부터 따져도 1년 동안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닌 겁니다.”

MC
“용기 내서 이렇게 밝혔는데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 같은 학교에 계속 1년 넘게 다녔다는 건 어마어마한 상처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피해자를 좀 만나봤나요? 그때의 상황이 어땠습니까?”

박 기자
“피해자 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또 인터뷰에 응할 수 있는지 의사도 타진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고 사실 관계가 맞긴 하지만 인터뷰에 응할 수는 없겠다는 거절 의사를 밝혀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보도에 목소리를 담지는 못했습니다.”

MC
“학교 폭력에 대한 용서가 힘들 만큼 큰 상처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2018년에 KBS가 보도했을 때도 현직 검사, 고위직 검사라는 신분과 직위까지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순신이라는 이 이름 석 자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는 왜 익명으로 보도를 했던 건가요?”

송 기자
“당시에는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단계이기 때문에 정순신 씨가 검사로서 아들 사건에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활용했는지 지금처럼 분명하게 나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를 했었기 때문에 검찰 내부적으로는 알았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정순신 인사 참사’…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뭘 했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사혁신처에 있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위탁했습니다.
현직 판사를 포함해 각계에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대통령은 그러나 단호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22.5.27)
“미국이 그렇게 합니다. 예,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책이나 이런 거 위주로 해야지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이런 정보 캐는 거 있죠? 그건 안 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내가 민정수석실 없앤 겁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비위나 비위 의혹에 관한 정보 수집 있죠? 그것도 안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데는 직접 그런 정보 수집 업무 안 하고 받아서 해야 됩니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

전·현직 검사들이 인사 검증을 도맡게 되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비판에
한동훈 장관은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취임 후 (22.5.30)
“아직 시작도 안 했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인사권자는 아니지만 인사와 검증 업무에 전념해온 직업공무원을 책임자로 둘 것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마… 우리나라에서 검증이라든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투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분들을 좀 우수한 분들로 모셔서…”

한 장관은 투명성과 객관성을 앞세우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22.7.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전의 업무 같으면 기본적으로 누구를 시킨다는 전제하에서 맞춰놓는 방식으로 운용되기가 쉬워요. 왜냐하면 임명권자가 추천권자와 같은 조직에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희는 이 사람들이 어느 직역에 갈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몇 백가지를 체크해서 그것을 넘기는 것이고요. 저는 이것이 투명성과 객관성에 있어서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도 내세웠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22.7.28 국회 법사위 법무부 업무보고)
“법무부는 사실관계 파악과 법적인 해석에 있어서 기본적인 가장 큰 국가적 자산을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하지만 ‘인사 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말이 달라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27)
“저는 전혀 알지 못했고요.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의 의뢰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 기계적 1차적 검증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계적, 1차적 검증’
경찰 추천 단계에서도 검증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2.27)
(추천 단계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셨다는 입장이십니까?)
“예. 몰랐습니다.”
(몰랐던 거 자체가 문제 아닙니까?)
“네.”

이도운 / 대통령실 대변인 (2.26)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검증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김민하 / 시사평론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엄중하게 관리가 돼야 하는데 칸막이를 넘어 가지고 이게 일종의 사찰이나 이런 거로 번지지 않겠느냐 이런 의문이 있었던 거거든요. 그 점에서 많이 경계를 했던 건데 이건 오히려 거꾸로 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게 검사가 인사 대상일 경우에는 오히려 역으로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인사가 좀 허술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정 변호사에 대한 1차 인사검증 책임 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법무부 장관, 차관, 인사정보관리단장, 인사정보1,2 담당관.
5명 가운데 3명이 검찰 출신입니다.

한동훈 장관을 포함해 이노공 차관, 인사 검증 실무를 맡은 김현우 검사는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이 보도된 2018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 변호사는 인권감독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민하 / 시사평론가
“그 당시에 같이 근무했던, 이러한 주요 직책에 있었던 검사들이 왜 이걸 몰랐겠느냐 이런 의문이 가능한 거죠. 당시에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선까지도 공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을 하고, 결국은 이게 알면서 인사 검증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 아니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면서 댔던 여러 가지 정당성에 대한 그런 의문들이 이번사태를 중심으로 해서는 풀리지 않은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 정순신이 쏘아올린 공… 대통령의 사람들, 누구인가

MC
“검찰 내부적으로는 알았다. 그런데 이런 인사가 일어났다. 인사 검증이 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는 지금 제 식구 봐주기를 한 셈이잖아요.”

송 기자
“당초에 인사혁신처에 있던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위탁을 했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이 됐습니다. 이 조직 핵심 라인에 있는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검찰 출신이어서 그런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결론적으로 핵심 보직에 검찰 출신을 앉힌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송 기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 후보자는 엄중한 추천, 그리고 아주 엄격한 인사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3명입니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그리고 공직기강비서관인데요. 현재는 모두 검찰 출신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출신 대통령의 국정 실현과 보좌에 동원된 검사들은
윤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요.

KBS가 파악한 검찰 출신 주요 고위공직자는 20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지난해 갑자기 사임한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포함하면 22명입니다.

윤 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학교, 시기별로 거친 검찰 내 조직 15곳과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 이명박 주가조작, 국정원 여론조작,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 4개 수사팀,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본부공식 참여여부 등을 놓고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우선 22 명 가운데 3명이 장관,
7명은 최측근으로 볼 수 있는 대통령실에 포진해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출신이 6명, 서울대 출신은 16명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5명은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대통령을 도왔습니다.
또 7명은 2017년 윤대통령이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함께 했습니다.

22개 항목 가운데 윤 대통령과 가장 많이 겹친 사람은
최측근으로 통하는 한동훈 장관, 다음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입니다.
이 원장은 론스타, 국정원 댓글,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대통령실에 있는 검찰 출신 7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합류한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도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론스타 수사를 함께 한 인연이 있습니다.
22명 대부분이 윤 대통령이 거쳐 온 검찰청이나 수사팀에서 함께 한 이력이 있고,
많게는 다섯 차례까지 겹칩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2017)과 검찰총장(2019) 시절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인물들이
핵심적인 자리에 배치됐습니다.

인사검증 실패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정보관리단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이동균 인사정보 1담당관은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이 담당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자
인사 청문준비단에서 윤대통령을 도왔고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습니다.

김민하 / 시사평론가
“검사 출신이고 주요 인사들이 다 주요 어떤 권력의 중심추와 무게추가 검찰 출신들 또 검찰 조직에 가 있는 상황에서 직책의 연관성이 없는 자리까지 검사 출신들이 가서 과연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거냐에 대해서도 지금은 의문이 커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인사 정책이 이런 인사 스타일이 과연 국민들에게 잘 맞다는 것에 대한 설득을 할 수 있는 방식이냐.”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더 오래된 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제기되던 문제입니다.
충성심을 강조하면 능력이 떨어지고, 능력을 강조하면 충성심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김민하 / 정치 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그런 것 같아요. 충성심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지금은 인사를 배치하고 싶다. 왜냐하면 자신이 여의도 정치 또는 어떤 국정 운영의 핵심부에 있었던 뭐 관료 출신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에서도 믿을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거고 지금 인사를 내가 틀어쥐고 가겠다 내가 믿는 사람들 위주로 하겠다 이렇게 해서는 인사 원칙에 따른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는 거죠. 그래서 이 원칙은 이제 놓아야 되고 그 직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두고 인사를 해야…”

■ [9층시사국 6회Ⅱ] 특파원이 본 대지진 한 달

평화가 무너져 내린 건 한 순간이었습니다.
튀르키예 남부도시를 뒤흔든 규모 7.8의 강진.
모든 것이 힘없이 주저앉은 아비규환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했어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목격했습니다.
절망이 기적으로 바뀌던 순간들…

(다들 살아 계셔?) 모두 괜찮아.

하지만 이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또다시 5.6 규모 여진이 발생했습니다.

■ 튀르키예 지진 여파는 현재진행형

취재진은 지진 사흘 만에 튀르키예 남부 재난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처참한 현장.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필사의 구조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갑자기 옆 건물이 흔들려 재빨리 철수합니다.
그 와중에 생존자가 발견되고 서둘러 옮겨집니다.

이스마일/매몰자 가족
“휴가 기간을 맞아 아내와 딸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이곳에 왔고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튿날.
강진의 진앙지 가지안테프를 찾았습니다.
강진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여진에 주민들은 집 밖을 떠도는 상황

아흐마드/지진 이재민
“텐트가 꽉 찹니다. 공간이 없어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지냅니다.”

그렇게 흘러간 2주.
겁에 질린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하얀 먼지를 일으키며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튀르키예 현지 취재진
“떨려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간신히 일어설 수 있고요, 이렇게 서로를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보름 만에 규모 6,3의 지진이 또다시 악몽을 재현시켰습니다.

아슬란 가라코글루 / 튀르키예 주민
“땅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땅이 흔들렸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우린 땅이 찢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이재민 캠프에는
잠시 집에 돌아갔던 이재민들이 급히 피신해 돌아와 있었습니다.

푸르칸 카흐라만 / 지진 이재민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다가 두 번째 지진을 겪고 나니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재민 2백만 명…"캠프 수용 범위 넘어"

남현종 / 9층시사국 MC
“튀르키예 대지진이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현지의 상황은 안정이 된 것 같지는 않아 q입니다. 문제는 계속 여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 대지진 이후에 보름 만에 엄청난 규모의 여진이 일어났잖아요. 그때 튀르키예 현지에 있었을 텐데, 취재진도 여진의 느낌을 경험했습니까?”

김민정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때 규모가 6.3이었는데요. 그 지진이 발생한 날이 저희 취재진이 현지에 도착한 둘째 날이었어요. 저희가 있던 곳이 진앙지에서 약 110Km 떨어진,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어요. 그런데도 진동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져서 저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숙소 문이 심하게 흔들려서 깜짝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MC
“김민정 기자와 취재진이 현장의 상황을 영상으로 준비해왔는데 함께 보면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MC
“여진의 여파 때문에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는 거죠.”

김 기자
“저 같은 경우에는 순간적으로는 약간 상황 판단도 잘 안 됐었는데 이제 뒤늦게 깨닫고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 보니까 이제 현지인들은 다 저렇게 건물 밖으로 길거리로 나와서 피신을 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보시면 도로 중앙이나 아니면 건물에서 좀 떨어져서 도로 안쪽까지 많이들 나와 있었고 그러니까 지진 트라우마가 심해서 건물 안에 지붕 아래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MC
“저런 여진이 사실 저렇게 한 차례만 발생해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거죠.”

김 기자
“맞습니다. 저희가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의 매일 여진 소식을 들었었거든요. 지난달 6일 규모 7.8의 강진이 최초로 있었고 그 이후로 이달 초까지 쭉 따져봤을 때 크고 작은 여진을 다 합치면 1만 1천 회에 달합니다. 그래서 강진의 영향으로 약해진 건물들이 이 여진까지 오면서 다시 붕괴되는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화면 같은 경우에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7일에 규모 5.6 여진이 일어났을 때 모습인데요. 한 번 약해졌기 때문에 보시는 것처럼 그냥 순식간에 바로 먼지를 일으키면서 무너지는 모습을 확인을 하실 수가 있습니다.”

MC
“저 정도 상황이면 정말 이 여진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이 생길 것 같고 문제는 이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들도 있겠지만 지금 여진 때문에 계속 사망자나 피해자 규모가 늘 것 같습니다.”

김 기자
“네 맞습니다. 최초 강진이 있었던 후에 2주 만에 규모 6.3의 지진이 있었는데요. 그날을 기점으로 해서 딱 하루 만에 사망자 집계가 1천 명이 확 뛰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봤을 때는 여진 그다음에 추가 지진의 영향으로 인해서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이런 피해를 겪은 이재민들의 상태는 좀 어땠습니까”

김 기자
“튀르키예에서만 이재민이 200만 명이에요. 그래서 너무 숫자가 많다 보니까 사실 튀르키예의 정부에서 아무리 캠프를 크게 운영을 해도 이 200만 명을 다 수용할 수는 없거든요.”

김 기자
“그래서 일부 이재민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손상된 집 옆에 그냥 텐트를 쳐놓고 개별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분들 같은 경우에 상황이 가장 열악해서 저렇게 무너진 좀 손상된 집 옆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시다 보니까 저런 집들이 또 여진이 와서 무너지게 되면 또 크게 위험할 수가 있거든요. 저런 위험한 상황이 계속 노출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제가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가장 큰 눈앞의 문제가 물 부족이더라고요 간간히 정부에서 물을 공급하기는 하는데 온 가족이 물을 조금 공급을 받아서 식수로도 쓰고 씻기도 하고 이렇게 쓰다 보니까 금방 물이 고갈이 되는 거죠. 그래서 물 부족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녹취) 이재민
“씻는 곳도 없고 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텐트 안에서 씻고 있는데 다른 방법도 없어서 매우 불편합니다.”

MC
“이런 대형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어린 아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의 상태는 어땠나요.”

김 기자
“사실 제가 이재민 캠프로 가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뭐 어른들은 그냥 참는다고 치는데 그러면 애들은 어떡하지 이 생각이 사실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캠프에 도착을 해서도 아이들이 있는 가정 위주로 많이 인터뷰를 하고 만나봤는데요.”

김 기자
“ 일단 이재민 캠프에 가면 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한 가정당 인원수 상관없이 텐트는 무조건 하나예요. 그러니까 가족이 많은 경우에는 거의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좁은 텐트 하나에서 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이러면 너무 비좁다 보니까 아이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답답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밝고 너무 많이 웃고 있어서 오히려 조금 마음이 아팠던 그런 기억이 있고요. 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게 있다면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었다는 건데 영상을 보시면 영상 속에 아이들이 인형이나 장난감 이런 것들을 갖고 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집에서 챙겨온 게 아니고 다 지원을 받은 물품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밖에도 이재민촌에 인형 탈을 쓰고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그런 분들도 계셨고 또 지금 지진 피해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으니까 이재민촌에 임시 도서관 같은 것들을 마련해 놓고 아이들이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이런 환경도 마련해 주고 있었습니다.”

MC
“호응을 하는 모습인데 좀 위로를 해주고 오신 건가요?”

김 기자
“저때 사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제가 튀르키예 현지화를 못하니까 이제 영어로 굉장히 짧게 ‘저도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이렇게만 말씀을 드렸었는데 갑자기 작별 인사를 하면서 안아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뭔가 언어로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언어는 안 통하더라도 사람들 사람으로서 마음이 조금 오고 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MC
“지금 저 모습이 튀르키예 현장의 모습이고 사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접경 부근에서 일어났잖아요.
시리아 난민들의 상태는 더 나쁘다고 하던데 어떤 상황입니까?”

김 기자
“사실 튀르키예 살고 계시는 시리아 난민들은 따져보면 내전을 피해서 고향을 떠나서 타국으로 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이분들은 튀르키예서 살 때 그 상황조차 원래 그렇게 좋지 않았던 분들이에요.
생활환경도 좋지 않고 또 이렇게 지진 피해를 입었어도 티르키에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김 기자
“그래서 지금 화면을 보시면 화면 속 저 건물에 지금 지진 피해 지역에서 살고 계시던 시리아 난민들이 다 몰려와서 지금 저 건물에 1500명이 같이 살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런 좁은 방 한 칸에 수십 명이 같이 지내다 보니까 조리하는 곳 그다음에 자는 곳 신발 벗어놓는 곳 이런 곳들이 다 구분이 안 돼요 이렇게 한데 엉켜 있어서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가장 큰 문제는 시리아 본토는 저것보다 훨씬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번 지진 피해지가 시리아 서북부인데 이 서북부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이 지역으로 구호 물자를 국제사회에서 보내려고 했더니 시리아 정부가 여기로 직접 물자를 보내는 것은 시리아에 대한 주권 침해다 이렇게 반대를 했었어요.
사실상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졌던 건데 그 이후에 지원 통로 2곳이 추가로 개방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지금 시리아에서만 이재민이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어서 이재민 수에 비하면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 이렇게 파악을 할 수 있겠습니다.”

MC
“저 현장 상황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혹은 또 저 현장에서의 어린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저 눈동자를 보고 난 사람이라면 어떤 정치적 반군 이런 걸 떠나서 구호 물품을 전달을 하는 게 도의에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 기자
“일단은 그래도 저 아이들이 최소한 지진 트라우마는 잊고 살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 추모…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 ‘빨간 풍선’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
회색빛 잔해들 사이로 주인을 잃은 책가방이 보입니다.
분홍색 세발 킥보드는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킥보드의 주인은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오군 세베르 오쿠르 / 어린이 구호단체
“구조팀들과 함께 하타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여기서 첫 번째 구조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를 골랐습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있었어요. 구조되지 못했죠.”

겨우 18개월, 4살, 그리고 6살 난 아이들이었습니다.

오쿠르 씨는 빨간 풍선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 잔해 곳곳에 빨간 풍선들을 매달아 놓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오군 세베르 오쿠르 / 어린이 구호단체
“사랑과 기쁨을 상징하기 때문에 빨간 풍선을 골랐습니다. 기쁨을 상징하는 다른 색 풍선들도 골랐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아이들이 기뻐하지는 않겠죠. 빨간 풍선이 사람들을 울리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그래서 빨간 풍선을 매달기로 했어요.”

오쿠르 씨가 매달아 놓은 천 개의 풍선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고.

취재기자: 송명희 김민정
촬영: 김재현 김경민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영상편집: 이기승 손보라
자료조사: 김세호 김보미 정예빈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3월 8일 밤 11시 20분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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