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다이어트 식품이 숙면에 도움?…‘제품 후기’ 어디까지 광고일까

입력 2021.07.11 (09:25) 수정 2021.07.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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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잠을 잘 자고 있어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원료입니다"
"피부 보습 효과가 있는 부원료가 있어서 다이어트로 푸석해진 피부에 도움을 줍니다"

불면증 개선에 피부 보습까지. SNS 인플루언서들이 쓴 한 다이어트 식품의 체험 후기글인데요. 효능 효과가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해당 제품이 인증받은 기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체지방 감량과 스트레스 완화인데요. 이 가운데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숙면에까지 도움이 된다며 기능성을 부풀린 것이죠.

또, 피부 보습 효과라는 부원료의 효능 효과를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기능식품 표시에서 금지된 사항입니다. 부원료는 기능성을 발휘할 만큼 충분히 들어간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표시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해당 기능성이 마치 입증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글이 온라인상에서만 50여 건이 확인됐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사전에 심의를 거쳐, 인증된 기능성에 대해서만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 기능성을 과장하고 있는 글들이 어떻게 온라인상에 올라올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여태까지 삭제되지 않고 있었던 걸까요?

우선, 해당 게시글들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습니다. 제품 회사들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해 보고 쓴 후기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심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이들 주장처럼 '체험 후기'는 광고가 아닐까요?

<식품표시광고법 제2조>
'광고' 란 라디오ㆍ텔레비전ㆍ신문ㆍ잡지ㆍ인터넷ㆍ인쇄물ㆍ간판 또는 그 밖의 매체를 통하여 음성ㆍ음향ㆍ영상 등의 방법으로 식품 등에 관한 정보를 나타내거나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법률에서 정한 '광고'의 정의를 보면, 온라인상에서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알리고 있는 체험 후기의 경우 광고에 해당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만든 광고 관련 세부 지침에서도 경제적 대가를 받고 쓴 추천글은 광고에 해당되며,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체험 후기'들은 모두 업체로부터 해당 제품 등의 대가를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심지어 후기에 담아야 할 구체적인 문구 등의 내용도 업체가 안내해줬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가를 받고 쓴 체험 후기는 '광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은 어떨까요?

업체가 모집한 체험단에 참여해 쓴 인플루언서의 후기글을 광고로 보고 있는지, 광고로 본다면 심의받지 않은 게시글에 대해 어떻게 제재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쓴 체험 후기의 경우 제품 판매 사이트 연결 등 판매 의도가 있을 때만 광고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의 순수한 후기로 보고 제재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본 광고에 대한 법적 정의나 공정위의 지침과는 사뭇 결이 다른데요. 식약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가를 받고 쓴 체험 후기들도 순수한 후기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 사이트나 판매자 연락처 등 식약처가 정한 몇 가지 판매 정보만 빼내면, 기능성과 무관한 내용을 담아도 또는 심의를 받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됩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건강기능식품 구매 동기로 지인 등의 추천과 온라인 광고라고 말한 사람이 응답자의 50%를 넘었습니다. SNS 등에 올라온 체험 후기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업체들도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판매 채널로 온라인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거꾸로 말하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각종 건강기능식품 홍보와 광고에 대한 감시망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식약처의 관리 감독은 이러한 추세를 따라잡기엔 상당히 느슨하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입니다.


식약처는 관련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대가를 받고 쓴 후기의 경우 허위 과장 여부 등을 단속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심의받지 않고 기능성을 부풀려 홍보하고 있는 문제의 게시글들은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채 온라인상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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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다이어트 식품이 숙면에 도움?…‘제품 후기’ 어디까지 광고일까
    • 입력 2021-07-11 09:25:32
    • 수정2021-07-11 09:25:37
    취재후·사건후

"○○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잠을 잘 자고 있어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원료입니다"
"피부 보습 효과가 있는 부원료가 있어서 다이어트로 푸석해진 피부에 도움을 줍니다"

불면증 개선에 피부 보습까지. SNS 인플루언서들이 쓴 한 다이어트 식품의 체험 후기글인데요. 효능 효과가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해당 제품이 인증받은 기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체지방 감량과 스트레스 완화인데요. 이 가운데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숙면에까지 도움이 된다며 기능성을 부풀린 것이죠.

또, 피부 보습 효과라는 부원료의 효능 효과를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기능식품 표시에서 금지된 사항입니다. 부원료는 기능성을 발휘할 만큼 충분히 들어간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표시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해당 기능성이 마치 입증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글이 온라인상에서만 50여 건이 확인됐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사전에 심의를 거쳐, 인증된 기능성에 대해서만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 기능성을 과장하고 있는 글들이 어떻게 온라인상에 올라올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여태까지 삭제되지 않고 있었던 걸까요?

우선, 해당 게시글들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습니다. 제품 회사들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해 보고 쓴 후기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심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이들 주장처럼 '체험 후기'는 광고가 아닐까요?

<식품표시광고법 제2조>
'광고' 란 라디오ㆍ텔레비전ㆍ신문ㆍ잡지ㆍ인터넷ㆍ인쇄물ㆍ간판 또는 그 밖의 매체를 통하여 음성ㆍ음향ㆍ영상 등의 방법으로 식품 등에 관한 정보를 나타내거나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법률에서 정한 '광고'의 정의를 보면, 온라인상에서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알리고 있는 체험 후기의 경우 광고에 해당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만든 광고 관련 세부 지침에서도 경제적 대가를 받고 쓴 추천글은 광고에 해당되며,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체험 후기'들은 모두 업체로부터 해당 제품 등의 대가를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심지어 후기에 담아야 할 구체적인 문구 등의 내용도 업체가 안내해줬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가를 받고 쓴 체험 후기는 '광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은 어떨까요?

업체가 모집한 체험단에 참여해 쓴 인플루언서의 후기글을 광고로 보고 있는지, 광고로 본다면 심의받지 않은 게시글에 대해 어떻게 제재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쓴 체험 후기의 경우 제품 판매 사이트 연결 등 판매 의도가 있을 때만 광고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의 순수한 후기로 보고 제재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본 광고에 대한 법적 정의나 공정위의 지침과는 사뭇 결이 다른데요. 식약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가를 받고 쓴 체험 후기들도 순수한 후기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 사이트나 판매자 연락처 등 식약처가 정한 몇 가지 판매 정보만 빼내면, 기능성과 무관한 내용을 담아도 또는 심의를 받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됩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건강기능식품 구매 동기로 지인 등의 추천과 온라인 광고라고 말한 사람이 응답자의 50%를 넘었습니다. SNS 등에 올라온 체험 후기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업체들도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판매 채널로 온라인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거꾸로 말하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각종 건강기능식품 홍보와 광고에 대한 감시망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식약처의 관리 감독은 이러한 추세를 따라잡기엔 상당히 느슨하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입니다.


식약처는 관련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대가를 받고 쓴 후기의 경우 허위 과장 여부 등을 단속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심의받지 않고 기능성을 부풀려 홍보하고 있는 문제의 게시글들은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채 온라인상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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