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바뀌는 관세정책…동남아 진출 미국 기업 “패닉!”

입력 2025.04.14 (16:27) 수정 2025.04.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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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에 미국 기업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경험한 뒤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미국 업체들은 이번에는 동남아 국가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자 더 이상 ‘피난처’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와 유예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진 데다,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선택 또한 쉽사리 할 수 없어 미국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시각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폭탄 앞에 그간 생산기지를 다변화해온 기업들조차 속수무책인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마트 등에 주방용품을 납품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제이컵 로스먼은 트럼프 2기 무역전쟁에서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었습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경험한 그는 더는 중국 공장에만 생산을 의존해서는 사업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베트남과 인도, 캄보디아로 생산기지를 다양화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이런 로스먼의 대비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46%)과 캄보디아(49%), 인도(27%)도 고율의 관세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로스먼은 “내가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종말론적인 상황”이라며 “사람들은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남아시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한탄했습니다.

애플도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아이패드와 에어팟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을 늘렸지만, 전방위적인 관세 장벽을 피해 가기엔 역부족입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중국 주문량을 인도와 멕시코로 옮긴 월마트나 중국 생산량을 다른 국가로 이전한 나이키와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의 노력도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

로스먼은 지난주 관세 발표 이후 주요 소매업체 한곳이 벌써 500만 달러 규모의 주문을 연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6개월간 주문량이 30%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그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입니다.

NYT는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기계 장비에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공장을 돌릴만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공장을 옮기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인데, 향후 미국 정부가 관세정책을 바꾼다면 생산기지를 이전한 기업들은 높은 비용을 떠안은 채 저임금 국가에서 버틴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로스먼은 “4년마다 대통령을 뽑는데, 공장을 세우면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만 적어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며 “세상이 변한다면 미국의 공장으로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글로벌 물류회사 플렉스포트를 운영하는 라이언 피터슨은 NYT에 “공급망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데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많은 기업이 사실상 마비 상태로 안정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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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4-14 16: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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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에 미국 기업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경험한 뒤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미국 업체들은 이번에는 동남아 국가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자 더 이상 ‘피난처’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와 유예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진 데다,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선택 또한 쉽사리 할 수 없어 미국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시각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폭탄 앞에 그간 생산기지를 다변화해온 기업들조차 속수무책인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마트 등에 주방용품을 납품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제이컵 로스먼은 트럼프 2기 무역전쟁에서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었습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경험한 그는 더는 중국 공장에만 생산을 의존해서는 사업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베트남과 인도, 캄보디아로 생산기지를 다양화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이런 로스먼의 대비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46%)과 캄보디아(49%), 인도(27%)도 고율의 관세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로스먼은 “내가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종말론적인 상황”이라며 “사람들은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남아시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한탄했습니다.

애플도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아이패드와 에어팟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을 늘렸지만, 전방위적인 관세 장벽을 피해 가기엔 역부족입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중국 주문량을 인도와 멕시코로 옮긴 월마트나 중국 생산량을 다른 국가로 이전한 나이키와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의 노력도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

로스먼은 지난주 관세 발표 이후 주요 소매업체 한곳이 벌써 500만 달러 규모의 주문을 연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6개월간 주문량이 30%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그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입니다.

NYT는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기계 장비에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공장을 돌릴만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공장을 옮기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인데, 향후 미국 정부가 관세정책을 바꾼다면 생산기지를 이전한 기업들은 높은 비용을 떠안은 채 저임금 국가에서 버틴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로스먼은 “4년마다 대통령을 뽑는데, 공장을 세우면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만 적어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며 “세상이 변한다면 미국의 공장으로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글로벌 물류회사 플렉스포트를 운영하는 라이언 피터슨은 NYT에 “공급망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데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많은 기업이 사실상 마비 상태로 안정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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