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의견, 동의할 수 없습니다”…‘탄핵 반대’ 교수 연구실에 배달된 근조화환

입력 2024.12.28 (09:58) 수정 2024.12.28 (09: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 서울의 한 대학 교수 연구실 앞, '민주주의 근조' 화환과 함께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린 대학교수에게 학생들이 보낸 겁니다.

■"비상계엄 선포는 합법"…교수 123명 연명

지난 23일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국선언서를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적 권한 내에서, 합법적으로 행사됐다'는 겁니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마지막 수단인 비상계엄을 통해 부정선거의 확정 증거를 수집하고자 했다"면서 "단 한 명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받아들여 6시간 만에 계엄 상황을 종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대 야권과 일부 여권의 인사들은 계엄 발동 상황을 내란으로 선동하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결의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야말로 국권을 뒤흔들고 나라를 패망시키려는 반(反)대한민국적 책동으로 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국선언서에는 123명의 교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교수님, 생각 바꿔서 꼭 함께해요"…대학생들 규탄 목소리

26일 서강대학교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대자보26일 서강대학교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대자보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노경배 씨는 그제, '민주주의 추모 꽃다발'을 들고 이 서명에 참여한 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노 씨는 대자보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쿠데타'는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 간 수많은 민주열사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국회와 선관위에 군인을 투입하는 행위가 우리 교육 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교수님께 묻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또 "저는 반국가 세력도, 종북세력도 아닌 그저 아직 반성 없는 태도로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저 자리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강대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이런 의견에 교수님께서도 응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27일 이화여대 법학관에 대자보를 붙이는 학생들27일 이화여대 법학관에 대자보를 붙이는 학생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도 규탄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연세대 사학과 범서연 씨는 학내 도서관 앞에 근조화환과 함께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범 씨는 "민주화의 역사로, 저항하는 지식인의 이름으로 자랑스러워야 할 학교를 선배 교수님들이 이렇게 모독하는 것은 도저히 볼 수 없어 글을 쓰게 됐다"고 썼습니다.

이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처단하려 드는 대통령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부디 탄핵 반대 성명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이진 씨는 대자보를 통해 "제자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반국가 세력'이라며 매도당하는 학교, 그런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교수님의 입장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캠퍼스에서 거리로…'계엄 사태' 속 대학생들 움직임

"79학번 윤석열 내란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67학번 한덕수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하라!"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어제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학교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권한대행 등을 '서울대 출신 내란범'으로 규정하고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계엄 주도자 상당수가 서울대학교 선배들이다"라며 "저희는 후배로서 사도를 걷고 계신 선배들을 규탄하고, 즉각 내란 사태의 종결과 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가에선 연일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캠퍼스 곳곳에서 열린 전체학생총회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안건이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캠퍼스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거리로 이어졌습니다.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열린 대학생 총궐기에는 시험 기간임에도 4천 5백 명의 대학생이 모였습니다.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오늘(28일) 낮 2시 경복궁역 인근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이지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교수님의 의견, 동의할 수 없습니다”…‘탄핵 반대’ 교수 연구실에 배달된 근조화환
    • 입력 2024-12-28 09:58:05
    • 수정2024-12-28 09:58:14
    심층K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 서울의 한 대학 교수 연구실 앞, '민주주의 근조' 화환과 함께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린 대학교수에게 학생들이 보낸 겁니다.

■"비상계엄 선포는 합법"…교수 123명 연명

지난 23일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국선언서를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적 권한 내에서, 합법적으로 행사됐다'는 겁니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마지막 수단인 비상계엄을 통해 부정선거의 확정 증거를 수집하고자 했다"면서 "단 한 명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받아들여 6시간 만에 계엄 상황을 종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대 야권과 일부 여권의 인사들은 계엄 발동 상황을 내란으로 선동하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결의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야말로 국권을 뒤흔들고 나라를 패망시키려는 반(反)대한민국적 책동으로 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국선언서에는 123명의 교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교수님, 생각 바꿔서 꼭 함께해요"…대학생들 규탄 목소리

26일 서강대학교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과 대자보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노경배 씨는 그제, '민주주의 추모 꽃다발'을 들고 이 서명에 참여한 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노 씨는 대자보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쿠데타'는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 간 수많은 민주열사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국회와 선관위에 군인을 투입하는 행위가 우리 교육 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교수님께 묻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또 "저는 반국가 세력도, 종북세력도 아닌 그저 아직 반성 없는 태도로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저 자리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강대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이런 의견에 교수님께서도 응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27일 이화여대 법학관에 대자보를 붙이는 학생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도 규탄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연세대 사학과 범서연 씨는 학내 도서관 앞에 근조화환과 함께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범 씨는 "민주화의 역사로, 저항하는 지식인의 이름으로 자랑스러워야 할 학교를 선배 교수님들이 이렇게 모독하는 것은 도저히 볼 수 없어 글을 쓰게 됐다"고 썼습니다.

이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처단하려 드는 대통령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부디 탄핵 반대 성명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이진 씨는 대자보를 통해 "제자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반국가 세력'이라며 매도당하는 학교, 그런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교수님의 입장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캠퍼스에서 거리로…'계엄 사태' 속 대학생들 움직임

"79학번 윤석열 내란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67학번 한덕수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하라!"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어제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학교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권한대행 등을 '서울대 출신 내란범'으로 규정하고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계엄 주도자 상당수가 서울대학교 선배들이다"라며 "저희는 후배로서 사도를 걷고 계신 선배들을 규탄하고, 즉각 내란 사태의 종결과 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가에선 연일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캠퍼스 곳곳에서 열린 전체학생총회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안건이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캠퍼스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거리로 이어졌습니다.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열린 대학생 총궐기에는 시험 기간임에도 4천 5백 명의 대학생이 모였습니다.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오늘(28일) 낮 2시 경복궁역 인근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이지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