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슬픈 나의 젊은 날

입력 2023.03.22 (19:35) 수정 2023.03.22 (20: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목재 구조물에 달린 그림들이 관람객 시선을 다소 불편하게 합니다.

작품 속 강렬한 색에선 작가의 분노가 느껴지고, 빌딩이 무너진 형상은 위험을 경고하는 듯 합니다.

작가는 예술 공간을 정지시킨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분노와 당시 느꼈던 예술가로서의 자괴감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작업실에 갇힌 고립감을 동굴로 표현했고, 자루에 갇힌 채 홀로 비겁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조정환 작가는 인간의 오만이 만든 바벨탑 같은 빌딩 높이와 너무 빠른 도시 속도는 비인간적이고 적응하기 힘든 재앙이라고 느낍니다.

[조정환/작가 : "사람이 건축에 몸을 담고 산다면 어떨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저는 이제 아파트에 대한 비판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들에 건축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조 작가 '기념비' 옆에 곧게 선 기둥은 지지대 안에 있는 히터로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첨단 예술을 전공한 김덕희 작가의 '낮의 기둥'은 에너지의 흐름에 따라 질서가 혼돈으로 바뀌는 현상을 불안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손과 발 조각은 얼핏 죽음을 떠올리게 하지만, 다가가 만져보면 작품 속 열선이 만든 온기가 느껴집니다.

관객과 작품이 온기를 주고 받으면 섬뜩함은 따뜻함으로 두려움은 위로로 바뀌게 됩니다.

에너지 흐름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입니다.

[김덕희/작가 : "소외되고 어떤 희미하고 약한 그런 개인이지만, 그 개인들이 가진 안의 온기라는 어떠한 생명력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요."]

부산시립미술관이 3년 만에 다시 연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회는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습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의 실험 정신을 응원하기 위해 1993년 처음 시작한 이 전시회는 그동안 70명의 신진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 고립과 단절을 앓았던 젊은 예술가의 슬픔이 관통합니다.

[안대웅/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사회의 슬픔과 고통에 대처하는 작가들의 태도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 자체는 그 슬픔과 고통을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자 이렇게 기획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은 '슬픈 나의 젊은 날'입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오민욱 작가 작품은 실험정신 그 자체입니다.

영화관이 아닌 미술관에 걸린 그의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다큐멘터리와는 다릅니다.

10년간 휴대전화 속에 저장한 수천 개의 이미지로 마모된 과거를 짜 집기 하며 다시 기록합니다.

거창양민학살이라는 슬픈 역사 기록을 파헤치는 대신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담아냅니다.

[오민욱/작가 : "이걸 계속해서 볼 것인지, 그만 볼 것인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그 권한이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슬픈 현실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마주 선 젊은 예술가 세 명의 새로운 시선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김기태/c.g:김희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화톡톡]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슬픈 나의 젊은 날
    • 입력 2023-03-22 19:35:00
    • 수정2023-03-22 20:19:32
    뉴스7(부산)
목재 구조물에 달린 그림들이 관람객 시선을 다소 불편하게 합니다.

작품 속 강렬한 색에선 작가의 분노가 느껴지고, 빌딩이 무너진 형상은 위험을 경고하는 듯 합니다.

작가는 예술 공간을 정지시킨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분노와 당시 느꼈던 예술가로서의 자괴감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작업실에 갇힌 고립감을 동굴로 표현했고, 자루에 갇힌 채 홀로 비겁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조정환 작가는 인간의 오만이 만든 바벨탑 같은 빌딩 높이와 너무 빠른 도시 속도는 비인간적이고 적응하기 힘든 재앙이라고 느낍니다.

[조정환/작가 : "사람이 건축에 몸을 담고 산다면 어떨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저는 이제 아파트에 대한 비판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들에 건축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조 작가 '기념비' 옆에 곧게 선 기둥은 지지대 안에 있는 히터로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첨단 예술을 전공한 김덕희 작가의 '낮의 기둥'은 에너지의 흐름에 따라 질서가 혼돈으로 바뀌는 현상을 불안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손과 발 조각은 얼핏 죽음을 떠올리게 하지만, 다가가 만져보면 작품 속 열선이 만든 온기가 느껴집니다.

관객과 작품이 온기를 주고 받으면 섬뜩함은 따뜻함으로 두려움은 위로로 바뀌게 됩니다.

에너지 흐름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입니다.

[김덕희/작가 : "소외되고 어떤 희미하고 약한 그런 개인이지만, 그 개인들이 가진 안의 온기라는 어떠한 생명력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요."]

부산시립미술관이 3년 만에 다시 연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회는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습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의 실험 정신을 응원하기 위해 1993년 처음 시작한 이 전시회는 그동안 70명의 신진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 고립과 단절을 앓았던 젊은 예술가의 슬픔이 관통합니다.

[안대웅/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사회의 슬픔과 고통에 대처하는 작가들의 태도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 자체는 그 슬픔과 고통을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자 이렇게 기획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은 '슬픈 나의 젊은 날'입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오민욱 작가 작품은 실험정신 그 자체입니다.

영화관이 아닌 미술관에 걸린 그의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다큐멘터리와는 다릅니다.

10년간 휴대전화 속에 저장한 수천 개의 이미지로 마모된 과거를 짜 집기 하며 다시 기록합니다.

거창양민학살이라는 슬픈 역사 기록을 파헤치는 대신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담아냅니다.

[오민욱/작가 : "이걸 계속해서 볼 것인지, 그만 볼 것인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그 권한이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슬픈 현실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마주 선 젊은 예술가 세 명의 새로운 시선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김기태/c.g:김희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부산-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