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과도한 결혼지참금 금지”…규제 불구 여전

입력 2022.09.26 (10:50) 수정 2022.09.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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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돈을 주는 오래된 풍습이 있는데요.

최근 중국 정부가 낡은 관습을 없애자며, 이 결혼지참금을 규제하는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결혼지참금을 내는 경우가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중국 정부가 결혼지참금을 규제한다고요?

[기자]

네, 중국에는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딸을 보내준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전하는 예물, 지참금 정도로 번역되는 '차이리' 라는 결혼 관습이 농촌을 중심으로 남아있는데요.

신랑 측이 값을 치르고 결혼하는 겁니다.

올해 2월 중국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인데요.

한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붙잡혀 끌려갑니다.

알고 보니 이 남성들은 여성의 가족이었는데, 여성의 남자친구가 차이리 50만 위안, 우리 돈 약 1억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결혼을 막은 겁니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차이리를 주고 받지 못하도록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중국 농촌 마을의 차이리는 보통 10만~20만 위안, 우리 돈 2천만 원~4천만 원 정도로 일반 농촌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앵커]

대놓고 돈을 내고 신부를 데려오는 풍습이 아직 남아있다니 놀랍네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결혼을 하면서 돈이 오가는 경우가 아직 많다고요?

[기자]

네, 전 세계 국가의 75%에 아직 이런 관습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금뿐 아니라 가축이나 귀중품을 주고 신부를 데려오기도 하는데요.

특히 아프리카에 이런 관습이 여전합니다.

2015년 BBC 보도를 보면, 남아공과 케냐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돈이나 소를 결혼의 증표로 지불하고, 세네갈과 부르키나파소는 담배나 견과류 같은 것으로도 신부를 데려오는 값을 치른다고 합니다.

반대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지참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있습니다.

[파키스탄 주민 : "딸이 다음 달에 결혼할 예정이었어요. 날짜를 정하고 거의 3년 동안 딸의 결혼지참금을 모았지요. 그런데 홍수가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했지만, 딸의 지참금을 전부 잃었어요."]

세계은행은 1950년부터 50년 동안 인도의 결혼지참금 규모가 2,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3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앵커]

결혼식을 하려면 안 그래도 돈이 많이 들잖아요.

지참금까지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차이리'를 규제하기 시작한 데는 그런 속사정도 있습니다.

중국은 남아선호사상이 높아서 원래 여성이 부족한데다 결혼지참금까지 많으니 결혼을 못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중국의 지난해 결혼 건수는 약 760만 건으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안 하는 만큼 출산율도 줄어들고,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도 인구 위기를 피해가지 못하는 겁니다.

결혼지참금 관습의 더 큰 문제는 여성 인권 침해인데요.

신부 측이 돈을 받든, 주든 여성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지참금을 적게 가져왔다며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참금을 내고 아내를 데려올 수 있는 많은 국가들은 조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죠.

탄자니아에서는 조혼이 위헌이지만, 결혼의 약 25%가 조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여성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는 거네요.

[기자]

네, 그래서 아직 결혼지참금 관습이 남아있는 많은 국가들이 이를 없애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요.

사실 인도에서는 1960년대부터 결혼 지참금을 주고 받는 게 불법화됐습니다.

우간다에서는 남성이 지참금을 처가에 주는데, 이혼을 하더라도, 이 지참금을 남편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5년 있기도 했죠.

하지만 결혼지참금이 오랜 관행인 만큼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는 쉽지 않은데요.

특히 이런 관습이 남아있다는 건 그 사회 전반에 성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라서, 지참금 제도만 당장에 없애는 것은 오히려 개별 여성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인도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참금을 더 많이 내고 결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더 적다고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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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과도한 결혼지참금 금지”…규제 불구 여전
    • 입력 2022-09-26 10:50:08
    • 수정2022-09-26 1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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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돈을 주는 오래된 풍습이 있는데요.

최근 중국 정부가 낡은 관습을 없애자며, 이 결혼지참금을 규제하는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결혼지참금을 내는 경우가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중국 정부가 결혼지참금을 규제한다고요?

[기자]

네, 중국에는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딸을 보내준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전하는 예물, 지참금 정도로 번역되는 '차이리' 라는 결혼 관습이 농촌을 중심으로 남아있는데요.

신랑 측이 값을 치르고 결혼하는 겁니다.

올해 2월 중국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인데요.

한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붙잡혀 끌려갑니다.

알고 보니 이 남성들은 여성의 가족이었는데, 여성의 남자친구가 차이리 50만 위안, 우리 돈 약 1억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결혼을 막은 겁니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차이리를 주고 받지 못하도록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중국 농촌 마을의 차이리는 보통 10만~20만 위안, 우리 돈 2천만 원~4천만 원 정도로 일반 농촌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앵커]

대놓고 돈을 내고 신부를 데려오는 풍습이 아직 남아있다니 놀랍네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결혼을 하면서 돈이 오가는 경우가 아직 많다고요?

[기자]

네, 전 세계 국가의 75%에 아직 이런 관습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금뿐 아니라 가축이나 귀중품을 주고 신부를 데려오기도 하는데요.

특히 아프리카에 이런 관습이 여전합니다.

2015년 BBC 보도를 보면, 남아공과 케냐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돈이나 소를 결혼의 증표로 지불하고, 세네갈과 부르키나파소는 담배나 견과류 같은 것으로도 신부를 데려오는 값을 치른다고 합니다.

반대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지참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있습니다.

[파키스탄 주민 : "딸이 다음 달에 결혼할 예정이었어요. 날짜를 정하고 거의 3년 동안 딸의 결혼지참금을 모았지요. 그런데 홍수가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했지만, 딸의 지참금을 전부 잃었어요."]

세계은행은 1950년부터 50년 동안 인도의 결혼지참금 규모가 2,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3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앵커]

결혼식을 하려면 안 그래도 돈이 많이 들잖아요.

지참금까지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차이리'를 규제하기 시작한 데는 그런 속사정도 있습니다.

중국은 남아선호사상이 높아서 원래 여성이 부족한데다 결혼지참금까지 많으니 결혼을 못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중국의 지난해 결혼 건수는 약 760만 건으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안 하는 만큼 출산율도 줄어들고,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도 인구 위기를 피해가지 못하는 겁니다.

결혼지참금 관습의 더 큰 문제는 여성 인권 침해인데요.

신부 측이 돈을 받든, 주든 여성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지참금을 적게 가져왔다며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참금을 내고 아내를 데려올 수 있는 많은 국가들은 조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죠.

탄자니아에서는 조혼이 위헌이지만, 결혼의 약 25%가 조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여성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는 거네요.

[기자]

네, 그래서 아직 결혼지참금 관습이 남아있는 많은 국가들이 이를 없애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요.

사실 인도에서는 1960년대부터 결혼 지참금을 주고 받는 게 불법화됐습니다.

우간다에서는 남성이 지참금을 처가에 주는데, 이혼을 하더라도, 이 지참금을 남편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5년 있기도 했죠.

하지만 결혼지참금이 오랜 관행인 만큼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는 쉽지 않은데요.

특히 이런 관습이 남아있다는 건 그 사회 전반에 성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라서, 지참금 제도만 당장에 없애는 것은 오히려 개별 여성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인도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참금을 더 많이 내고 결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더 적다고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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