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도 길에서 자야죠”…이재민들은 지금 [미얀마 강진④/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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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낮 12시 51분, 규모 7.7의 강진이 미얀마를 덮쳤습니다.
진앙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서남쪽 33km였습니다.
그로부터 3주, ‘뉴스 홍수’ 속에 미얀마 강진 소식은 한국에서 조금씩 잊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지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당시 만달레이로 급파됐던 KBS 취재진이 방송에 다 담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과 현재 상황을 전합니다.
[미얀마 강진 / 시리즈 연재 순서] ① 비극은 아직 ‘진행 중’…‘강진’ 만달레이는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4850 ② “이게 여진이 맞나요?”…만달레이 교민들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7779 ③ 강진에도 ‘군부 폭격’ 계속…진앙 ‘사가잉’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152 ④ “무서워도 길에서 자야죠”…이재민들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406 |

얇은 돗자리 하나를 깔고 길에 앉은 아이는 사진을 찍는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런 미소에 마냥 같이 웃어주기 어려웠던 건, 이들이 강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진이 덮친 만달레이 곳곳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급히 챙겨나온 가재도구, 식수통, 간단한 조리 도구, 배급받은 식량이 전부인 ‘텐트촌’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현지인은 ‘휴대전화를 잘 감추라’면서, 강도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마느튀 씨는 이런 ‘텐트촌’ 주민입니다. 지진으로 남편과 언니를 잃었고, 본인도 다리를 다쳤습니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 도움을 받을 만도 하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이유, 언제 다시 여진이 와 건물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옆집 4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상을 앗아간 공포가 여전해 보였습니다.
제일 필요한 게 뭔지 물었더니 의외로 ‘모기장’이라고 했습니다. 낮에는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하고, 밤에는 불안한 치안과 벌레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6만 명 넘는 이재민이 이런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티톤 미트라 UNDP 미얀마 대표는 “많은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교통 연결망이 끊기고 수도 공급도 중단됐다”고 했습니다.



■ ‘여진’ 우려돼 병원 밖 진료 … 의료시설 128곳 이상 피해
마느튀 씨 같은 부상자들이 치료받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UNDP는 의료시설 최소 128곳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사실상 필수 의료 서비스가 붕괴된 수준입니다.
병원을 찾아가 보니 지진의 흔적이 건물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유리는 깨지고 벽에는 금이 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여진이 일어나고, 다친 사람들은 병원으로 몰리고. 결국 건물 밖에 병동이 꾸려졌습니다. 경증 환자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다친 이들의 표정에는 아직 지진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었습니다.



■ 200년 유산도 한순간에 ‘와르르’

원래 미얀마의 사원에서는 맨발로 다니는 게 예절입니다. 스님들에게 예를 표하고 불교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사원 곳곳이 무너져 바닥에는 돌과 유리 파편이 가득했습니다. 주변을 보니 일부 스님을 제외하고 작업자들도 대부분 안전화를 신었습니다. 취재진은 고민 끝에, 안전을 고려해 신발을 신은 채 촬영했습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미얀마 현지 교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은 지역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만달레이에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9시쯤 규모 5.5 여진이 발생해 건물이 추가로 무너졌습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져 외부인의 접촉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게 대사관 측 설명입니다.
대사관은 “주거를 잃은 만달레이 현지 주민들은 임시대피소 텐트에서 생활하거나 노숙하는 환경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른 강도와 절도 등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 폭우 등으로 만달레이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 부패에 따른 악취가 발생해 전염병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픔은 ‘진행형’이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미얀마 주민들은 애타게 일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심규일 조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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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워도 길에서 자야죠”…이재민들은 지금 [미얀마 강진④/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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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20 07:01:04
- 수정2025-04-20 07:01:23
[미얀마 강진 / 시리즈 연재 순서] ① 비극은 아직 ‘진행 중’…‘강진’ 만달레이는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4850 ② “이게 여진이 맞나요?”…만달레이 교민들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7779 ③ 강진에도 ‘군부 폭격’ 계속…진앙 ‘사가잉’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152 ④ “무서워도 길에서 자야죠”…이재민들은 지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2406 |

얇은 돗자리 하나를 깔고 길에 앉은 아이는 사진을 찍는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런 미소에 마냥 같이 웃어주기 어려웠던 건, 이들이 강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진이 덮친 만달레이 곳곳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급히 챙겨나온 가재도구, 식수통, 간단한 조리 도구, 배급받은 식량이 전부인 ‘텐트촌’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현지인은 ‘휴대전화를 잘 감추라’면서, 강도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마느튀 씨는 이런 ‘텐트촌’ 주민입니다. 지진으로 남편과 언니를 잃었고, 본인도 다리를 다쳤습니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 도움을 받을 만도 하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이유, 언제 다시 여진이 와 건물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옆집 4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상을 앗아간 공포가 여전해 보였습니다.
제일 필요한 게 뭔지 물었더니 의외로 ‘모기장’이라고 했습니다. 낮에는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하고, 밤에는 불안한 치안과 벌레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6만 명 넘는 이재민이 이런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티톤 미트라 UNDP 미얀마 대표는 “많은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교통 연결망이 끊기고 수도 공급도 중단됐다”고 했습니다.



■ ‘여진’ 우려돼 병원 밖 진료 … 의료시설 128곳 이상 피해
마느튀 씨 같은 부상자들이 치료받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UNDP는 의료시설 최소 128곳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사실상 필수 의료 서비스가 붕괴된 수준입니다.
병원을 찾아가 보니 지진의 흔적이 건물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유리는 깨지고 벽에는 금이 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여진이 일어나고, 다친 사람들은 병원으로 몰리고. 결국 건물 밖에 병동이 꾸려졌습니다. 경증 환자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다친 이들의 표정에는 아직 지진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었습니다.



■ 200년 유산도 한순간에 ‘와르르’

원래 미얀마의 사원에서는 맨발로 다니는 게 예절입니다. 스님들에게 예를 표하고 불교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사원 곳곳이 무너져 바닥에는 돌과 유리 파편이 가득했습니다. 주변을 보니 일부 스님을 제외하고 작업자들도 대부분 안전화를 신었습니다. 취재진은 고민 끝에, 안전을 고려해 신발을 신은 채 촬영했습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미얀마 현지 교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은 지역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만달레이에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9시쯤 규모 5.5 여진이 발생해 건물이 추가로 무너졌습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져 외부인의 접촉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게 대사관 측 설명입니다.
대사관은 “주거를 잃은 만달레이 현지 주민들은 임시대피소 텐트에서 생활하거나 노숙하는 환경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른 강도와 절도 등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 폭우 등으로 만달레이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 부패에 따른 악취가 발생해 전염병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픔은 ‘진행형’이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미얀마 주민들은 애타게 일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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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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