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에 쓰러진 중학생 하완이…“다시 일어나길”

입력 2025.02.04 (18:11) 수정 2025.02.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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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최하완 군.  최 군 아버지가 이번 설 연휴 면회 때 촬영한 모습이다.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최하완 군. 최 군 아버지가 이번 설 연휴 면회 때 촬영한 모습이다.

■ 벌써 1년 …멈춰버린 하완이의 시계

앳된 얼굴의 까까머리 소년이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강원도 홍청군 홍천중학교 1학년 최하완 군입니다.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말할 수도, 마음껏 몸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등굣길에서 경련하며 쓰러졌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던 하완이는 119구급차에 실려 간 뒤, 꼬박 1년 가까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천에서 강릉으로, 다시 서울의 대형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가며 10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경련이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한 요양병원에 머물며 7가지 항경련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병으로 쓰러지기 하루 전, 생일을 맞아 아들과 케이크를 먹었던 아버지의 시간도 그 때에 멈춰있습니다.

■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하루

택배 일을 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하완이 아버지는 오전 7시면 집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일이 늦어질 때는 밤에 귀가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4살 홀로 학교로 떠났던 아들은 이제 집이 아닌 병상에서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딱 하루 쉬는 날인 일요일에 아버지 최경철 씨는 아들을 만나러 갑니다. 1시간 면회 시간, 아들의 굳어가는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일상 대화를 나눕니다.

"빨리 일어나라 아빠는 널 믿으니까 항상 믿고 있으니까 너는 깨어나는 걸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날 기도하고 애를 위해 빨리 낫게 해달라고"(아버지 최경철)


최하완 군이 4년 전 딴 태권도 2단 합격증최하완 군이 4년 전 딴 태권도 2단 합격증

의사 선생님도 이런 시간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고 평생 장애를 안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하완이가 다시 일어날 거란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치료비, 간병비보다 현재 아버지에게는 하완이에게 마땅한 병원을 찾는 게 더 중요한 일입니다.

■ 십시일반 … 온정 나누는 지역 사회

안타까운 사연에 지역 사회도 움직였습니다. 같은 학교 학부모들은 십시일반 하완이 돕기에 나섰습니다.

홍천중학교 홍웅기 운영위원장은 "과연 우리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큰돈은 아니지만 정말 십시일반으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단지를 만들고 소식을 나누며 소액이지만 기부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소식을 접한 지역 기업도 1,500만 원을 하완이 치료비로 내놨고, 강원도교육청도 정부 포상금까지 성금으로 보탰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하완이의 15번째 생일이 됩니다. 태권도 2단을 따고 주짓수, 복싱도 배울 만큼 운동을 좋아한 하완이.

많은 사람의 응원 속에 올봄에는 또래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놀 수 있길 아버지는 매일 기도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 최경철 씨에 휴대전화 연결음에 나오는 노래가사 중 일부입니다.

일하면서 마주치는 동네의 또 다른 아들들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일요일을 꿋꿋이 기다립니다.

"일하다 보면 이제 또래가 지나가요. 그러면 많이 생각나죠. 우리 아이가 아프지 않으면 저 아이들하고 같이 학교 다니고 뛰어놀고 그럴 텐데… 나중에 더 제가 갚을 날이 있겠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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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굣길에 쓰러진 중학생 하완이…“다시 일어나길”
    • 입력 2025-02-04 18:11:20
    • 수정2025-02-04 18: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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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최하완 군.  최 군 아버지가 이번 설 연휴 면회 때 촬영한 모습이다.
■ 벌써 1년 …멈춰버린 하완이의 시계

앳된 얼굴의 까까머리 소년이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강원도 홍청군 홍천중학교 1학년 최하완 군입니다.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말할 수도, 마음껏 몸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등굣길에서 경련하며 쓰러졌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던 하완이는 119구급차에 실려 간 뒤, 꼬박 1년 가까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천에서 강릉으로, 다시 서울의 대형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가며 10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경련이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한 요양병원에 머물며 7가지 항경련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병으로 쓰러지기 하루 전, 생일을 맞아 아들과 케이크를 먹었던 아버지의 시간도 그 때에 멈춰있습니다.

■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하루

택배 일을 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하완이 아버지는 오전 7시면 집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일이 늦어질 때는 밤에 귀가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4살 홀로 학교로 떠났던 아들은 이제 집이 아닌 병상에서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딱 하루 쉬는 날인 일요일에 아버지 최경철 씨는 아들을 만나러 갑니다. 1시간 면회 시간, 아들의 굳어가는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일상 대화를 나눕니다.

"빨리 일어나라 아빠는 널 믿으니까 항상 믿고 있으니까 너는 깨어나는 걸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날 기도하고 애를 위해 빨리 낫게 해달라고"(아버지 최경철)


최하완 군이 4년 전 딴 태권도 2단 합격증
의사 선생님도 이런 시간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고 평생 장애를 안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하완이가 다시 일어날 거란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치료비, 간병비보다 현재 아버지에게는 하완이에게 마땅한 병원을 찾는 게 더 중요한 일입니다.

■ 십시일반 … 온정 나누는 지역 사회

안타까운 사연에 지역 사회도 움직였습니다. 같은 학교 학부모들은 십시일반 하완이 돕기에 나섰습니다.

홍천중학교 홍웅기 운영위원장은 "과연 우리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큰돈은 아니지만 정말 십시일반으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단지를 만들고 소식을 나누며 소액이지만 기부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소식을 접한 지역 기업도 1,500만 원을 하완이 치료비로 내놨고, 강원도교육청도 정부 포상금까지 성금으로 보탰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하완이의 15번째 생일이 됩니다. 태권도 2단을 따고 주짓수, 복싱도 배울 만큼 운동을 좋아한 하완이.

많은 사람의 응원 속에 올봄에는 또래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놀 수 있길 아버지는 매일 기도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 최경철 씨에 휴대전화 연결음에 나오는 노래가사 중 일부입니다.

일하면서 마주치는 동네의 또 다른 아들들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일요일을 꿋꿋이 기다립니다.

"일하다 보면 이제 또래가 지나가요. 그러면 많이 생각나죠. 우리 아이가 아프지 않으면 저 아이들하고 같이 학교 다니고 뛰어놀고 그럴 텐데… 나중에 더 제가 갚을 날이 있겠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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