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상징’ 백골단, 2025년 부활?…‘역사 시곗바늘’ 거꾸로 가나

입력 2025.01.11 (07:01) 수정 2025.01.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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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역사책에서나 봤던 국가 폭력의 상징 '백골단'이 이번 주 갑자기 소환됐습니다.

시작은 지난 3일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 당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하얀 헬멧을 쓴 이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등장하면서부터였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재발부되면서 2차 영장 집행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1980~1990년대 폭력과 억압의 상징과도 같았던 '백골단'은 무엇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백골단'이라는 용어가 2025년에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얀 헬멧 쓰고 경광봉 들고…2025년 '한남동'에 재등장한 백골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앞에 하얀 헬멧을 쓴 단체가 등장했습니다.

SNS에 공유된 사진 등을 보면, 이들은 3일 이후 "관저를 사수하겠다"며 하얀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하고 '멸공봉'이라 부르는 경광봉을 들고 한남동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골단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지난 9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였습니다.

이들은 "공식 명칭은 반공청년단이고 백골단은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위대 '토끼몰이' 진압으로 사망까지…'국가 폭력' 상징 백골단

백골단은 과거 이승만 정부 시절 자유당이 원외에서 조직한 '정치깡패'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다 1985년 만들어진 서울시경찰국 산하 사복기동대를 부르는 별칭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된 부대인 백골단의 주요 임무는 시위 주동자와 참가자들을 검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대학생이 숨졌습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을 거뒀고, 같은 해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도 시위 강제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의문사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빈소로 들어가 주검을 탈취했던 사건도 백골단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지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백골단은 악명을 떨쳤습니다. 1996년 연세대생 노수석 씨가 백골단의 시위대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에도 폭력적인 백골단의 진압 행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컸고, 노수석 씨 사망사건 이후 백골단은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위 양상이 변하고 경찰 진압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백골단은 일반 경찰 기동대 안으로 흡수됐습니다.

지난 9일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KBS 자료화면지난 9일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KBS 자료화면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 긋기…논란 커지자 한남동 시위도 취소

이같은 폭력적 행태로 공포와 억압의 상징이었던 백골단이 2025년에 재소환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을 그었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한 청년단체 대표는 백골단 출범을 두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했고, 탄핵 반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백골단이라는 단어가 나와 얻을 점수 1도 없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김민전 의원도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해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백골단은 9일 저녁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출범식과 도열 시위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도 취소됐습니다.

■강경대 씨 아버지 "34년간 고통과 슬픔…백골단 등장에 분노"

역사책에서나 있던 '비상계엄'이 45년 만에 윤 대통령에 의해 선포하고, 독재정권의 상징과도 같았던 백골단까지 다시 등장하자,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고 강경대 씨 아버지 강민조 씨. KBS 자료화면고 강경대 씨 아버지 강민조 씨. KBS 자료화면

백골단 기자회견 하루 뒤인 10일 오후, 고 강경대 씨 아버지 강민조 씨가 국회를 찾았습니다.

강 씨는 "1991년 경대를 잃고 34년 동안 고통과 슬픔 속에 살아오고 있다. 어제 백골단 하얀 철모를 쓴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을 통해 백골단이 다시 만들어졌다"며 "윤석열 씨가 빨리 하야를 하거나 체포가 되어야 백골단이 이 땅에 설치지 않고 또다시 경대와 같은 희생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현대사에서 백골단이라 일컬어진 이들이 벌여온 악행을 생각한다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백골단을 앞세운 것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자 독재와 폭력을 옹호함으로써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변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도 "반공청년단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한 많은 청년을 폭력으로 탄압한 서북청년단과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명칭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윤석열에 대한 적법한 체포 행위를 방해하고자 하는 범죄 행위를 즉시 멈춰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던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백골단'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면서도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경찰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폭력 시위나 내란 선동을 초기 진압하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 부대였기 때문에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했던 조직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논란 속에서도 백골단이 왜 등장하게 됐는지 살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관저 사수 집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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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폭력 상징’ 백골단, 2025년 부활?…‘역사 시곗바늘’ 거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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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1-11 08: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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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역사책에서나 봤던 국가 폭력의 상징 '백골단'이 이번 주 갑자기 소환됐습니다.

시작은 지난 3일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 당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하얀 헬멧을 쓴 이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등장하면서부터였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재발부되면서 2차 영장 집행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1980~1990년대 폭력과 억압의 상징과도 같았던 '백골단'은 무엇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백골단'이라는 용어가 2025년에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얀 헬멧 쓰고 경광봉 들고…2025년 '한남동'에 재등장한 백골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앞에 하얀 헬멧을 쓴 단체가 등장했습니다.

SNS에 공유된 사진 등을 보면, 이들은 3일 이후 "관저를 사수하겠다"며 하얀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하고 '멸공봉'이라 부르는 경광봉을 들고 한남동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골단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지난 9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였습니다.

이들은 "공식 명칭은 반공청년단이고 백골단은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위대 '토끼몰이' 진압으로 사망까지…'국가 폭력' 상징 백골단

백골단은 과거 이승만 정부 시절 자유당이 원외에서 조직한 '정치깡패'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다 1985년 만들어진 서울시경찰국 산하 사복기동대를 부르는 별칭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된 부대인 백골단의 주요 임무는 시위 주동자와 참가자들을 검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대학생이 숨졌습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을 거뒀고, 같은 해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도 시위 강제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의문사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빈소로 들어가 주검을 탈취했던 사건도 백골단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지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백골단은 악명을 떨쳤습니다. 1996년 연세대생 노수석 씨가 백골단의 시위대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에도 폭력적인 백골단의 진압 행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컸고, 노수석 씨 사망사건 이후 백골단은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위 양상이 변하고 경찰 진압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백골단은 일반 경찰 기동대 안으로 흡수됐습니다.

지난 9일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KBS 자료화면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 긋기…논란 커지자 한남동 시위도 취소

이같은 폭력적 행태로 공포와 억압의 상징이었던 백골단이 2025년에 재소환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을 그었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한 청년단체 대표는 백골단 출범을 두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했고, 탄핵 반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백골단이라는 단어가 나와 얻을 점수 1도 없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김민전 의원도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해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백골단은 9일 저녁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출범식과 도열 시위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도 취소됐습니다.

■강경대 씨 아버지 "34년간 고통과 슬픔…백골단 등장에 분노"

역사책에서나 있던 '비상계엄'이 45년 만에 윤 대통령에 의해 선포하고, 독재정권의 상징과도 같았던 백골단까지 다시 등장하자,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고 강경대 씨 아버지 강민조 씨. KBS 자료화면
백골단 기자회견 하루 뒤인 10일 오후, 고 강경대 씨 아버지 강민조 씨가 국회를 찾았습니다.

강 씨는 "1991년 경대를 잃고 34년 동안 고통과 슬픔 속에 살아오고 있다. 어제 백골단 하얀 철모를 쓴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을 통해 백골단이 다시 만들어졌다"며 "윤석열 씨가 빨리 하야를 하거나 체포가 되어야 백골단이 이 땅에 설치지 않고 또다시 경대와 같은 희생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현대사에서 백골단이라 일컬어진 이들이 벌여온 악행을 생각한다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백골단을 앞세운 것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자 독재와 폭력을 옹호함으로써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변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도 "반공청년단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한 많은 청년을 폭력으로 탄압한 서북청년단과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명칭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윤석열에 대한 적법한 체포 행위를 방해하고자 하는 범죄 행위를 즉시 멈춰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던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백골단'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면서도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경찰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폭력 시위나 내란 선동을 초기 진압하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 부대였기 때문에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했던 조직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논란 속에서도 백골단이 왜 등장하게 됐는지 살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관저 사수 집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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