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의원총회서 두 차례나 ‘미안하다’한 이재명…속내는?

입력 2023.01.31 (17:24) 수정 2023.01.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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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에서 진) 패자로서 (검찰에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30일) 검찰 재소환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 대표는 비슷한 취지의 말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도 했습니다.

■ 이재명, 비공개 의총서 두 차례나 '미안하다' 언급

그런데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도 두 차례나 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우선 '나의 부족함으로 대선에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치 보복 수사의 빌미를 주고 당을 어려움에 빠지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또 '검찰에 출석할 때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응원 차원에서 왔는데 그분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본의 아니게 출석 현장에 나오지 않은 의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미안하다'고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회피하거나 자제해왔습니다.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에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유감 표명 자체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이 대표가 비록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같은 당 의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로 당에 어려움을 끼쳐 미안하다고 한 것이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말에서 나름대로 솔직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응원하러 오지 않은 의원들에게 '불편함을 끼쳐 미안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상당히 배려하려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명계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명계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동료 의원들에게 두 차례나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 다독이는 모습을 보인 건 다가올 체포동의안 표결과 기소를 앞두고 당내 잡음을 차단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대표가 오늘(31일)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민주당의 길' 첫 토론 모임에 참석해 축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 모임을 이끄는 '비명계' 김종민 의원이 어제(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를 만나 덕담차 '다음 토론회에 오셔서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이 대표는 '그렇다면 내일 첫 토론회에 가서 축사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 의견, 지향이 모인 곳이 정당이고 민주적인 정당"이라면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게 제 역할인 만큼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의 토론 결과물도 참고하겠다.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 검찰 조사 뒤 오히려 자신감 회복…이유는?

이 대표가 적극적인 '당내 통합 행보'에 나선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자신감 회복이 꼽힙니다.

지난해 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실 당무조정실장이 잇따라 구속되고 당사가 수시로 압수수색을 당할 당시, 이 대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지금 이 대표는 오히려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입니다.

이 대표는 오늘,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자신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300만 달러를 보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은데 종전의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못 들은 척 지나치던 종전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이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장황하게 질문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가 검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에서 웃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에서 웃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여론 역시 점차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 판단입니다.

핵심 당직자는 KBS와 통화에서 "최근 당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응답이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을 유의미한 차이로 앞질렀고, 당이 외부 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에게는 아직도 여러 차례의 고비가 남아있습니다.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표결,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관련한 또 다른 검찰 수사 가능성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대표가 이 고비들을 무사히 견뎌내고 내년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도 장기전을 예상한 듯 의원들에게 '주경야투(晝經夜鬪)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도 장외 집회를 비롯한 대정부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 달 4일 민주당은 서울 도심에서 당원들이 총결집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검찰 규탄 대회를 열 방침입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민생이 어렵다는 이 시기에 제1 야당이 검찰 수사 대응에 당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건 당으로보나 대한민국 전체로 보나 안타깝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검찰도 욕을 먹고, 이재명과 민주당도 수사 대응에만 당력을 허비한다고 욕을 먹는 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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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의원총회서 두 차례나 ‘미안하다’한 이재명…속내는?
    • 입력 2023-01-31 17:24:17
    • 수정2023-01-31 18:08:00
    여심야심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에서 진) 패자로서 (검찰에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30일) 검찰 재소환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 대표는 비슷한 취지의 말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도 했습니다.

■ 이재명, 비공개 의총서 두 차례나 '미안하다' 언급

그런데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도 두 차례나 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우선 '나의 부족함으로 대선에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치 보복 수사의 빌미를 주고 당을 어려움에 빠지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또 '검찰에 출석할 때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응원 차원에서 왔는데 그분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본의 아니게 출석 현장에 나오지 않은 의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미안하다'고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회피하거나 자제해왔습니다.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에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유감 표명 자체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이 대표가 비록 대선 패배에 따른 정치 보복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같은 당 의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로 당에 어려움을 끼쳐 미안하다고 한 것이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말에서 나름대로 솔직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응원하러 오지 않은 의원들에게 '불편함을 끼쳐 미안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상당히 배려하려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명계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동료 의원들에게 두 차례나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 다독이는 모습을 보인 건 다가올 체포동의안 표결과 기소를 앞두고 당내 잡음을 차단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대표가 오늘(31일)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민주당의 길' 첫 토론 모임에 참석해 축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 모임을 이끄는 '비명계' 김종민 의원이 어제(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를 만나 덕담차 '다음 토론회에 오셔서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이 대표는 '그렇다면 내일 첫 토론회에 가서 축사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 의견, 지향이 모인 곳이 정당이고 민주적인 정당"이라면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게 제 역할인 만큼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의 토론 결과물도 참고하겠다.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 검찰 조사 뒤 오히려 자신감 회복…이유는?

이 대표가 적극적인 '당내 통합 행보'에 나선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자신감 회복이 꼽힙니다.

지난해 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실 당무조정실장이 잇따라 구속되고 당사가 수시로 압수수색을 당할 당시, 이 대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지금 이 대표는 오히려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입니다.

이 대표는 오늘,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자신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300만 달러를 보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은데 종전의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못 들은 척 지나치던 종전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이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장황하게 질문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가 검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에서 웃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여론 역시 점차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 판단입니다.

핵심 당직자는 KBS와 통화에서 "최근 당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응답이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을 유의미한 차이로 앞질렀고, 당이 외부 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에게는 아직도 여러 차례의 고비가 남아있습니다.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표결,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관련한 또 다른 검찰 수사 가능성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대표가 이 고비들을 무사히 견뎌내고 내년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도 장기전을 예상한 듯 의원들에게 '주경야투(晝經夜鬪)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도 장외 집회를 비롯한 대정부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 달 4일 민주당은 서울 도심에서 당원들이 총결집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검찰 규탄 대회를 열 방침입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민생이 어렵다는 이 시기에 제1 야당이 검찰 수사 대응에 당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건 당으로보나 대한민국 전체로 보나 안타깝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검찰도 욕을 먹고, 이재명과 민주당도 수사 대응에만 당력을 허비한다고 욕을 먹는 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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