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가 된 박주영 “나의 16강 진출보다 지금이…”

입력 2022.12.05 (08:00) 수정 2022.12.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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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 대한민국의 경기 중계 영상에 포착된 박주영의 모습(KBS)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 대한민국의 경기 중계 영상에 포착된 박주영의 모습(KBS)

축구대표팀이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대회에서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고 16강에 진출했다. 기적의 16강행 출발이 된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어 준 교민들과 붉은악마의 응원이 중계 화면에 생생하게 잡혔다. 그리고 축구 팬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2006년 독일대회부터 무려 세 번이나 월드컵 무대를 누빈 국가대표 경력 베테랑, 박주영이다.

현재 한 개인방송 채널과 함께 카타르 도하 현지에 머물며 월드컵을 '선수'가 아닌 '팬'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고 있는 박주영은 벤투호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16강 진출 확정 순간까지 모두 직관하며 후배들을 힘껏 응원했다.

관중석을 벗어나면 여전히 사진과 사인 요청을 받는 박주영이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태극기를 나르고 응원가를 부르고 박수 치고 동료들을 응원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대회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 '양 박 쌍용(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의 한 축으로서 느꼈던 소감과 지금 후배들의 16강 진출을 지켜본 느낌은 어떨까?

도하에서 머물고 있는 박주영을 만났다. KBS 취재진을 만난 박주영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환한 웃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 때보다 더 좋아요." 다음은 축구팬 박주영과의 일문일답.

Q. 관중석, 그것도 붉은악마 쪽에서 박주영 선수 발견하고 놀랐다. 여긴 어쩐 일인가?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월드컵을, 축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었는데 현재 함께하고 있는 개인 방송 채널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바람대로 즐기고 있고요. 원래 붉은악마 석을 알고 들어간 건 아니고요. 전날 알게 됐는데 "아, 붉은악마 구역이구나. 응원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Q. 난생 처음 월드컵을 관중석에서 보러 가는 길, 어떤 기분이었나?

선수 시절에는 그렇게 크게 긴장하거나 이런 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데 축구 팬의 입장에서 선수들, 후배들을 보는 입장에서는 경기 시작하기 전까지 조금 많이 떨리더라고요. 경기 시작하고 난 뒤에야 선수들, 후배들이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많이 느꼈어요.

Q. 선수들 애국가 부를 때 태극기도 올려보고 응원도 하고 색다른 경험, 가장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건 태극기 위로 올릴 때 재밌었고요. 여러 가지 응원하면서 붉은악마 여러분들과 같이 응원하니까 재미있고 몰랐던 생각도 많이 들고 여러 가지 느낌이요. 팬들의 생각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알게 됐죠. 아, 내가 예전에 대표팀에서 경기할 때 또는 프로에서 경기할 때 팬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었고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현재 하는 채널 영상 모두 봤는데 2차, 가나전 마치고 울컥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이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제 마음에 와닿으니까요. 저도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졌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쉽게 발을 못 떼더라고요. 저 또한 한참 그 자리에서 좀 계속 있었죠.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그 마음이 계속 거기에.
(기자 : 가나전처럼 본인도 경험해봤던 너무나 아쉬운 패배가 생각나서였는지?)
음…. 늘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 감정이랑 달랐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감당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관중석 위에서 바라볼 때는 동료들 후배들의 그런 노력들, 4년의 시간들을 제가 알잖아요. 저에게 와닿아서. 그런 감정들이 전달됐고 그래서 더 안쓰럽고 아쉽고 그래서 정말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그냥.

Q. 그래서 16강 진출을 그렇게까지 좋아했나? 그렇게 활짝 웃는 것 정말 오랜만에 봤다.
(이 대목에서 박주영은 또 한 번 취재진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사실 제가 골을 넣을 때도 막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후배들이 그런 노력을 했고 결과를 얻어내니까 제 선수 시절보다 훨씬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예전에 2010년 남아공대회 때 16강, 제가 선수로 올라갔을 때보다 이번에 16강 올라간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Q. 사실 포르투갈과 3차 전 경기 전에 박주영 선수가 대표팀 예감이 좋다, 안 질 것 같다. 그래서 놀랐다, 촉이 좋던데?

이상하게 그냥 경기 날 아침부터 상쾌하고 대표팀이 질 것 같지 않았어요. 물론 제 느낌도 그렇지만 그동안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이제 대표팀이 16강에서 상대할 팀은 피파 랭킹 1위, 브라질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네이마르의 브라질과 4강에서 만나 3대 0 패배한 경험 있는데?

물론 그때 경기를 했었지만, 지금과 그때는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한국에서 저희가 얼마 전에 평가전을 하고 경기를 해봤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그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또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만들어왔던 대로 하던 대로 해서 좋은 경기 결과로 국민 여러분께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16강 진출로 이미 기쁨 드린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선수들도 이젠 1차 적으로 부담 덜었으니까,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뛰었으면 좋겠고 그게 가능하려면 결국 팬들도 더 큰 성원과 응원,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팬으로서 선배로서 박주영이 보낸 응원이 브라질과의 정면 승부를 앞둔 벤투호에 신바람 승리 기운을 가져다줄지, 대표팀의 8강 진출이 걸린 운명의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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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악마가 된 박주영 “나의 16강 진출보다 지금이…”
    • 입력 2022-12-05 08:00:17
    • 수정2022-12-05 08:01:41
    월드컵 뉴스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 대한민국의 경기 중계 영상에 포착된 박주영의 모습(KBS)
축구대표팀이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대회에서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고 16강에 진출했다. 기적의 16강행 출발이 된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어 준 교민들과 붉은악마의 응원이 중계 화면에 생생하게 잡혔다. 그리고 축구 팬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2006년 독일대회부터 무려 세 번이나 월드컵 무대를 누빈 국가대표 경력 베테랑, 박주영이다.

현재 한 개인방송 채널과 함께 카타르 도하 현지에 머물며 월드컵을 '선수'가 아닌 '팬'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고 있는 박주영은 벤투호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16강 진출 확정 순간까지 모두 직관하며 후배들을 힘껏 응원했다.

관중석을 벗어나면 여전히 사진과 사인 요청을 받는 박주영이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태극기를 나르고 응원가를 부르고 박수 치고 동료들을 응원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대회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 '양 박 쌍용(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의 한 축으로서 느꼈던 소감과 지금 후배들의 16강 진출을 지켜본 느낌은 어떨까?

도하에서 머물고 있는 박주영을 만났다. KBS 취재진을 만난 박주영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환한 웃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 때보다 더 좋아요." 다음은 축구팬 박주영과의 일문일답.

Q. 관중석, 그것도 붉은악마 쪽에서 박주영 선수 발견하고 놀랐다. 여긴 어쩐 일인가?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월드컵을, 축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었는데 현재 함께하고 있는 개인 방송 채널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바람대로 즐기고 있고요. 원래 붉은악마 석을 알고 들어간 건 아니고요. 전날 알게 됐는데 "아, 붉은악마 구역이구나. 응원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Q. 난생 처음 월드컵을 관중석에서 보러 가는 길, 어떤 기분이었나?

선수 시절에는 그렇게 크게 긴장하거나 이런 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데 축구 팬의 입장에서 선수들, 후배들을 보는 입장에서는 경기 시작하기 전까지 조금 많이 떨리더라고요. 경기 시작하고 난 뒤에야 선수들, 후배들이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많이 느꼈어요.

Q. 선수들 애국가 부를 때 태극기도 올려보고 응원도 하고 색다른 경험, 가장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건 태극기 위로 올릴 때 재밌었고요. 여러 가지 응원하면서 붉은악마 여러분들과 같이 응원하니까 재미있고 몰랐던 생각도 많이 들고 여러 가지 느낌이요. 팬들의 생각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알게 됐죠. 아, 내가 예전에 대표팀에서 경기할 때 또는 프로에서 경기할 때 팬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었고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현재 하는 채널 영상 모두 봤는데 2차, 가나전 마치고 울컥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이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제 마음에 와닿으니까요. 저도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졌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쉽게 발을 못 떼더라고요. 저 또한 한참 그 자리에서 좀 계속 있었죠.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그 마음이 계속 거기에.
(기자 : 가나전처럼 본인도 경험해봤던 너무나 아쉬운 패배가 생각나서였는지?)
음…. 늘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 감정이랑 달랐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감당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관중석 위에서 바라볼 때는 동료들 후배들의 그런 노력들, 4년의 시간들을 제가 알잖아요. 저에게 와닿아서. 그런 감정들이 전달됐고 그래서 더 안쓰럽고 아쉽고 그래서 정말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그냥.

Q. 그래서 16강 진출을 그렇게까지 좋아했나? 그렇게 활짝 웃는 것 정말 오랜만에 봤다.
(이 대목에서 박주영은 또 한 번 취재진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사실 제가 골을 넣을 때도 막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후배들이 그런 노력을 했고 결과를 얻어내니까 제 선수 시절보다 훨씬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예전에 2010년 남아공대회 때 16강, 제가 선수로 올라갔을 때보다 이번에 16강 올라간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Q. 사실 포르투갈과 3차 전 경기 전에 박주영 선수가 대표팀 예감이 좋다, 안 질 것 같다. 그래서 놀랐다, 촉이 좋던데?

이상하게 그냥 경기 날 아침부터 상쾌하고 대표팀이 질 것 같지 않았어요. 물론 제 느낌도 그렇지만 그동안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이제 대표팀이 16강에서 상대할 팀은 피파 랭킹 1위, 브라질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네이마르의 브라질과 4강에서 만나 3대 0 패배한 경험 있는데?

물론 그때 경기를 했었지만, 지금과 그때는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한국에서 저희가 얼마 전에 평가전을 하고 경기를 해봤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그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또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만들어왔던 대로 하던 대로 해서 좋은 경기 결과로 국민 여러분께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16강 진출로 이미 기쁨 드린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선수들도 이젠 1차 적으로 부담 덜었으니까,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뛰었으면 좋겠고 그게 가능하려면 결국 팬들도 더 큰 성원과 응원,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팬으로서 선배로서 박주영이 보낸 응원이 브라질과의 정면 승부를 앞둔 벤투호에 신바람 승리 기운을 가져다줄지, 대표팀의 8강 진출이 걸린 운명의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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