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제 양심은 500원입니다?’…조작되는 가짜 ‘이용후기’

입력 2022.11.17 (07:00) 수정 2022.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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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맛집을 고르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시는 게 뭔가요? 저는 주로 이용후기를 많이 봅니다. 별점이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주문을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상품 후기나 댓글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단돈 500원에 양심을 사고 파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 취재 후기를 전합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 두 달 동안 이용 후기 조작 실태 잠입 취재

두 달 전, 이용 후기 조작 때문에 힘들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떡볶이 배달 음식점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악의적'인 후기 때문에 한 배달 플랫폼에서의 평점이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후기가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짜 그럴까?

취재진은 이때부터 인터넷 쇼핑이나 배달 사이트의 댓글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업체의 악의적인 후기 등 조직적인 조작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글들은 무수했습니다. 이름은 '후기 알바'.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을 무대로 펼쳐진 '신(新) 산업'.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
★ 영수증 리뷰 - 건당 2,000원
★ 30분 내 입금
★ 리뷰 3줄 이상 자율 작성

한 후기 조작 업체의 구인 광고입니다. 이런 댓글 조작 업체는 SNS 대화방을 개설해 일할 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실제, '리뷰 알바'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조작 업체를 볼 수 있습니다. <부업 정보 공유>라는 익명 대화방에 두 달간 잠입해 있었습니다. 이 방 하나에 참여한 사람만 1,000명이 넘었습니다. 여기에는 1분에 한 건씩 새로운 구인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먹어보지도, 써보지도 않고…한 건에 500원

배달 이용후기 구인 광고배달 이용후기 구인 광고

한 후기 조작 업체에 일자리를 신청해 봤습니다. 한 유명 배달음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점 후기를 남기는 일이 배정됐습니다.

이 업체는 대구에 있는 한 음식점 이름을 알려주고, 일단 음식을 주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맛있다', '가성비 진짜 좋다'...

댓글에 쓸 내용도 지정해 줬습니다.

또 하나 빼놓지 말아야 할 일. 바로 해당 음식점에 이 주문이 가짜라는 걸 미리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해당 음식점이 거짓 주문 때문에 음식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작은 배려'였습니다.

시키는 대로 해당 음식점에 전화했습니다.

기자: "이건 가짜 주문이니까 음식 만들지 마세요."
음식점 주인: "알겠어요."

해당 음식점도 댓글 조작을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전화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문 시 별도의 글을 남겨 '가짜 주문'임을 암시하도록 했습니다.

취재진은 그제서야 인터넷에 이용 후기를 달았습니다. 그러자 조작을 지시한 업체는 취재진에게 주문한 음식값에 후기 작성비 2,000원을 더해 보내줬습니다.

이번에는 화장품 가게의 후기 조작 작업에 참여해 봤습니다.

취재진이 상품을 주문하자, 후기 조작 업체는 빈 소포를 하나 보내줬습니다. 마치 실제 물건을 사고 판 것처럼 증거를 남기는 작업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실제 주문을 하거나 계산한 영수증이 있어야 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다른 댓글 조작 업체는 가짜 영수증을 주고 해당 상품에 대한 후기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도 있었습니다. '치료 잘 받고 갑니다.', '하나도 안 아파요.' 역시 조작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취재진은 후기 조작 10건에 참여해 봤습니다. 그 대가는 보통 간단한 댓글을 1건에 500원이었습니다. 좀 더 복잡한 것은 1건에 2,000원도 줬습니다.

■ '분식집인데요. 이용 후기 조작 가능한가요?'

이번엔, 음식점을 가장해 이용후기 조작업체와 접촉을 했습니다.

기자: "분식집인데요. 이용 후기를 달아주신다고 해서요?"
조작업체: "가능합니다."

조작업체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용후기 수와 배달 앱의 찜 수를 물었습니다. ('찜'은 배달 사이트 이용자가 특정 음식점을 즐겨찾기에 추가해놓는 것입니다.)

이들은 찜이 많을수록 해당 가게의 노출이 잦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찜은 건당 2,900원, 후기는 이 금액에 세 배 정도입니다. 300개, 500개, 1000개 등 개수가 늘어날수록 할인율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후기 조작 업체 두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적혀있는 주소지에서는 해당 업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업체는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광고하던 후기 조작 업체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후기 조작? …소비자만 피해

이용후기 조작 생태계이용후기 조작 생태계

위의 그래픽은 상품 이용 후기 조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단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상품을 파는 업체는 후기 조작 업체에 돈을 보냅니다. 조작 업체는 이 돈을 받아 수익을 창출하고, 일부는 '이 작업'에 참여한 구직자들에게 나눠줍니다. 그러면 상품을 파는 업체의 인터넷에는 긍정적인 댓글이 늘어나고 평가가 좋아집니다.

후기 조작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후기 조작이 불법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홍보 대행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업체들이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후기 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후기 조작을 이용하는 일반 상점이나 회사들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작업체는 광고비를 벌고, 물건을 파는 업체들은 거짓으로 홍보합니다. 구직자들은 손쉽게 돈을 벌어 들입니다. 양심을 사고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물건을 파는 업체가 내는 댓글 조작 비용, 이른바 광고비는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소비자들이 내는 돈입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허위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 개별 사업자들이 마케팅 업체에 돈을 내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비용의 증가를 가져와서 공급 가격의 인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돈 500원에 양심을 사고 파는 사회.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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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제 양심은 500원입니다?’…조작되는 가짜 ‘이용후기’
    • 입력 2022-11-17 07:00:48
    • 수정2022-11-17 07:00:58
    취재후·사건후
맛집을 고르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시는 게 뭔가요? 저는 주로 이용후기를 많이 봅니다. 별점이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주문을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상품 후기나 댓글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단돈 500원에 양심을 사고 파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 취재 후기를 전합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 두 달 동안 이용 후기 조작 실태 잠입 취재

두 달 전, 이용 후기 조작 때문에 힘들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떡볶이 배달 음식점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악의적'인 후기 때문에 한 배달 플랫폼에서의 평점이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후기가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짜 그럴까?

취재진은 이때부터 인터넷 쇼핑이나 배달 사이트의 댓글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업체의 악의적인 후기 등 조직적인 조작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글들은 무수했습니다. 이름은 '후기 알바'.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을 무대로 펼쳐진 '신(新) 산업'.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
★ 영수증 리뷰 - 건당 2,000원
★ 30분 내 입금
★ 리뷰 3줄 이상 자율 작성

한 후기 조작 업체의 구인 광고입니다. 이런 댓글 조작 업체는 SNS 대화방을 개설해 일할 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실제, '리뷰 알바'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조작 업체를 볼 수 있습니다. <부업 정보 공유>라는 익명 대화방에 두 달간 잠입해 있었습니다. 이 방 하나에 참여한 사람만 1,000명이 넘었습니다. 여기에는 1분에 한 건씩 새로운 구인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먹어보지도, 써보지도 않고…한 건에 500원

배달 이용후기 구인 광고
한 후기 조작 업체에 일자리를 신청해 봤습니다. 한 유명 배달음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점 후기를 남기는 일이 배정됐습니다.

이 업체는 대구에 있는 한 음식점 이름을 알려주고, 일단 음식을 주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맛있다', '가성비 진짜 좋다'...

댓글에 쓸 내용도 지정해 줬습니다.

또 하나 빼놓지 말아야 할 일. 바로 해당 음식점에 이 주문이 가짜라는 걸 미리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해당 음식점이 거짓 주문 때문에 음식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작은 배려'였습니다.

시키는 대로 해당 음식점에 전화했습니다.

기자: "이건 가짜 주문이니까 음식 만들지 마세요."
음식점 주인: "알겠어요."

해당 음식점도 댓글 조작을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전화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문 시 별도의 글을 남겨 '가짜 주문'임을 암시하도록 했습니다.

취재진은 그제서야 인터넷에 이용 후기를 달았습니다. 그러자 조작을 지시한 업체는 취재진에게 주문한 음식값에 후기 작성비 2,000원을 더해 보내줬습니다.

이번에는 화장품 가게의 후기 조작 작업에 참여해 봤습니다.

취재진이 상품을 주문하자, 후기 조작 업체는 빈 소포를 하나 보내줬습니다. 마치 실제 물건을 사고 판 것처럼 증거를 남기는 작업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실제 주문을 하거나 계산한 영수증이 있어야 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다른 댓글 조작 업체는 가짜 영수증을 주고 해당 상품에 대한 후기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도 있었습니다. '치료 잘 받고 갑니다.', '하나도 안 아파요.' 역시 조작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취재진은 후기 조작 10건에 참여해 봤습니다. 그 대가는 보통 간단한 댓글을 1건에 500원이었습니다. 좀 더 복잡한 것은 1건에 2,000원도 줬습니다.

■ '분식집인데요. 이용 후기 조작 가능한가요?'

이번엔, 음식점을 가장해 이용후기 조작업체와 접촉을 했습니다.

기자: "분식집인데요. 이용 후기를 달아주신다고 해서요?"
조작업체: "가능합니다."

조작업체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용후기 수와 배달 앱의 찜 수를 물었습니다. ('찜'은 배달 사이트 이용자가 특정 음식점을 즐겨찾기에 추가해놓는 것입니다.)

이들은 찜이 많을수록 해당 가게의 노출이 잦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찜은 건당 2,900원, 후기는 이 금액에 세 배 정도입니다. 300개, 500개, 1000개 등 개수가 늘어날수록 할인율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후기 조작 업체 두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적혀있는 주소지에서는 해당 업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업체는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광고하던 후기 조작 업체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후기 조작? …소비자만 피해

이용후기 조작 생태계
위의 그래픽은 상품 이용 후기 조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단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상품을 파는 업체는 후기 조작 업체에 돈을 보냅니다. 조작 업체는 이 돈을 받아 수익을 창출하고, 일부는 '이 작업'에 참여한 구직자들에게 나눠줍니다. 그러면 상품을 파는 업체의 인터넷에는 긍정적인 댓글이 늘어나고 평가가 좋아집니다.

후기 조작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후기 조작이 불법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홍보 대행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업체들이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후기 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후기 조작을 이용하는 일반 상점이나 회사들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작업체는 광고비를 벌고, 물건을 파는 업체들은 거짓으로 홍보합니다. 구직자들은 손쉽게 돈을 벌어 들입니다. 양심을 사고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물건을 파는 업체가 내는 댓글 조작 비용, 이른바 광고비는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소비자들이 내는 돈입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허위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 개별 사업자들이 마케팅 업체에 돈을 내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비용의 증가를 가져와서 공급 가격의 인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돈 500원에 양심을 사고 파는 사회.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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