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국가안보실 前 2차장 “특정 직원 ‘승진 여부’ 확인 요청”…“적당한 자리 없냐”

입력 2022.10.13 (11:03) 수정 2022.10.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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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가 이른바 '국방 실세' 측근인 예비역 장성을 위해 국방부 핵심 고위직의 채용 지원 자격을 바꾼 의혹을 앞서 보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국가안보실의 고위직을 지낸 군 출신 인물의 '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합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 전반을 관장했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인호, 특정 공무원 인사 관련 방사청에 영향력 행사" 제보로 취재 착수

취재는 신 전 차장이 '건강상 이유'로 2차장 직을 관두기 전인 지난 7월 받은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신 전 차장이 방위사업청 소속 공무원 A 씨 인사와 관련해 방사청에 연락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 전 차장은 A 씨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직접 발탁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안보실에서도 이어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취재진이 제보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신 전 차장에게 수차례 연락한 끝에 지난 8월 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신 전 차장이 전직 차관급 고위공무원인 데다, 공무원 재직 당시 위법성 우려가 있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신 전 차장의 말을 그대로 전합니다.

■ 신인호 "부하가 승진대상...'승진 관련 기록' 방사청 차장에게 확인 요청"

신 전 차장은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A 씨의 승진 심사 전후로 방사청 차장과 청장에게 각각 전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A씨가 승진 관련 고충을 털어놓자 당시 방사청 차장에게 확인해보게 됐다는 것인데요. 먼저 신 전 차장은 A 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A가 )'육아휴직도 제대로 안 했는데 (승진에서) 떨어졌다'며 정말 억울해했었어요…… (방사청 승진심사위원회가) 2월 심사를 하면서, (A를) 떨어뜨리면서 부기(附記:원문에 덧붙여 적은 기록)를 달아서 '다음번 승진 심사가 있으면 (A를) 무조건 1번으로 시킨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신 전 차장은 "부기가 어디 있냐, 예산심사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A 씨에게 말했으나, 행정부처에서도 심사할 때 부기하는 관례가 있다는 A 씨의 말을 듣고 방사청 차장에게 직접 확인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기가 되어 있다'는 방사청 차장의 답변은 A 씨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이제 그 (승진) 심사 직전에 제가 확인을 해봤죠. 확인을 해보니까 ○○○ 방사청 차장이 ‘실제 부기(附記)가 되어있다'고 확인을 했습니다.…(중략)… '부기가 되어있다'고 (A에게) 말하고 '승진도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이야기까지 했죠."


■ 방사청 前 차장 "6월 말쯤 전화 받아"...방사청장, 승진위원회 결과 보고받아

신 전 차장으로부터 A 씨의 승진 관련 기록 확인 요청을 받은 방사청 차장은 '승진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직위입니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방사청 차장(현재 퇴직)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신 전 차장의 전화를 지난 6월 말쯤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계획이 보고되기 전으로 추정됩니다. '심사 직전'에 확인했다는 신 전 차장의 발언과도 부합하는 셈입니다. 당시 승진 심사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엄동환 방사청장은 올해 6월 23일 취임했고, 7월 4일 승진심사 위원회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 승진심사 일정
① 2022년 6월 16일(목) 승진심사 계획 보고 → ② 2022년 6월 20일(월) 승진심사 계획 청내 공지 → ③ 결격사유 조회 및 승진심사 자료작성 등 준비 → ④ 2022년 7월 1일(금)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계획보고(심사위원회 소집 결정) →⑤ 2022년 7월 4일(월)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⑥ 2022년 7월 4일(월) 승진심사위원회 결과보고 → ⑦ 2022년 7월 5일(화) 승진 인사발령 (자료제공: 민주당 설훈 의원실)

취재진은 신 전 차장의 전화를 받고 후속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방사청 전 차장에게 물었습니다. 참고로 청탁금지법 7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부정 청탁'을 받았을 때는 부정 청탁임을 청탁자에게 알리고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했음에도 같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서면 신고를 해야 합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신 전 차장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과 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재차 입장을 묻자 방사청 전 차장은 “퇴직자가 기억에 기반해 말 잘못하면 굉장히 문제 될 수도 있다“ 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A 씨는 7월 4일 승진했습니다.

■ 신인호, A 씨 승진하자 "방사청장에 '어디 좀 적당한 자리 없느냐'"

신 전 차장은 이제 막 승진한 A씨가 옮길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새 정부가 임명한 엄동환 방사청장에게도 연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과 신 전 차장의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
아니, (A로부터) 보고를 받았죠. 나간다고. 처음에는 이제 방위사업청으로 이제 승진하고 돌려보내려고 나는 이제 생각을 했었죠. (****) 통상 공무원들은 승진하고 나면 거기에 맞는 승진에 맞는 (****) 인사를 해야 또 잘 되고 하니까. 그런 과정에서 이제 청장한테 어디 좀 적당한 자리 없느냐. 인정도 받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나 알아봐라. 그런 이야기가 한번 있었죠.

기자:
청장한테.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예.

기자:
신임 청장?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예.

기자:
그러면 자리도 좀 마련되고 했었나요?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아니오. 그 청장이, 지금 바로 승진한 사람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장 자리에 나갈 수 없다…….

취재진은 지난 8월 신 전 차장을 만난 뒤, 당시 발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취재진은 지난 8월 신 전 차장을 만난 뒤, 당시 발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A 씨는 승진 이후 열흘쯤 지나 사직 의사를 밝힙니다. 승진한 지 2주 남짓 지났을 무렵 사표는 수리됐습니다.

신 전 차장과 A 씨는 인수위에서 국방 분야 실무위원과 실무요원 자격으로 함께 국방 공약 전반을 설계했습니다. 이후 안보실로 함께 옮겨 와 민감한 안보 이슈들을 다뤘는데, 돌연 비슷한 시기에 공무원직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A 씨는 건강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무원을 관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승진은 승진심사위원회가 지난 2월 '부기'한 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 전 차장의 청탁 의혹'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편, 신 전 차장이 얘기를 나눴다고 했던 엄동환 방사청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오늘(13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신 전 차장으로부터 특정 직원에 대한 승진 관련 부탁이나, 좋은 자리 보내달라는 부탁 전화" 여부에 대해 묻자, 엄 청장은 관련 사실이 없다면서 모두 부인했습니다.

■"신인호, 인수위 파견 A 씨 지목해서 요구"…"A 씨 업무 능력 있어서"

A 씨와 신 전 차장에 따르면, 양측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7월쯤이라고 합니다. 당시 신 전 차장은 카이스트(KAIST) 산하 을지미래육군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신 전 차장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뒤 지난 3월 대통령 인수위에 합류했습니다. 인수위 국방 분야 실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위사업청에 A 씨를 콕 짚어 파견 요청했습니다.

당시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는 "A 씨를 계속 지목해서 신 전 차장이 요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정말 (방위사업청)사업도 정확히 다 알아야 된다"고 강조했고 "그 직급에 대볼 만한 사람은 아니어서 설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신 전 차장이 "끊임없이 A 씨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방위사업청과 업무협약을 준비하면서 A 씨를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A 씨의 파견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다고 처음부터 봤다"면서 "별도 보고서를 안 만들어도 될 정도로 정리를 다 해 갖고 자리에 딱 올려주고"라며 업무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신 전 차장은 취재진에게 A 씨를 '부하 직원'이라 칭하면서 A 씨의 승진과 인사를 챙기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기자 : 그러게 그러면 이번에 이제 승진 대상이 될 거라고 한 번 확인하신 거네요.)

신인호 : "당연하죠, 그렇죠. 부하가 승진 대상인데 심사 들어갔는데…."

신 전 차장과 A 씨의 친분과 별개로, 법조인들은 대통령실 국방 수장이 산하기관장에게 직원 인사 문제를 문의한 일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 전 차장으로부터 인사 관련 기록 확인을 요청받은 방사청 전 차장, 보직 관련 요청을 받은 엄동환 방사청장이 청탁금지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아울러 신 전 차장의 행위가 A 씨의 승진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 주도로 출범한 국방포럼 발족식 모습.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도 참석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난달 30일 KBS뉴스9에서 “해당 포럼 참석자를 위한 국방부 요직 ‘요건’ 변경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지난해 8월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 주도로 출범한 국방포럼 발족식 모습.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도 참석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난달 30일 KBS뉴스9에서 “해당 포럼 참석자를 위한 국방부 요직 ‘요건’ 변경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상 비밀 누설 소지…직권 남용도 따져봐야"

다수의 법조인들에게 이 같은 사안의 위법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신 전 차장이 방사청 차장에게 인사 관련 기록을 확인한 점, 방사청장에게 A 씨에 대해 "적당한 자리, 인정도 받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물어본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청탁금지법 5조 1항 3호는 모집, 선발, 채용, 승진, 전보 등 공직자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6조는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7조 1항은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 청탁금지법 과태료·처벌 조항
- 공무원이 제3 자를 위해 인사 청탁을 한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23조)
-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22조)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전 참여연대 정책위원)는 "방위사업청의 인사권자에게 A 씨에 대해 승진이나 좋은 보직들을 얻을 수 있도록 청탁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보여진다. 승진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의 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고 단지 청탁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드시 좋은 보직에 앉혀달라고 요구를 하는 수준까지 나갔다면 직권남용죄도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신고가 없더라도 공직사회 스스로 내부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부정한 금품 수수의 제한들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그걸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고 그 업무에서 스스로 이렇게 제척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라면 공직사회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청탁금지법 시스템들이 잘 작동되게 할 필요가 있는데 대통령실에 있었던 고위 간부가 먼저 앞장서서 그런 부정한 청탁들을 하고 청탁금지법에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일을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 취재진은 오늘(13일) 오전 최초 보도에서 신인호 전 2차장의 육성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도 이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에서 엄동환 방사청장이 신 전 차장의 발언과 엇갈리는 내용을 증언해 진실 규명 차원에서 해당 부분을 제한적으로 공개합니다. 취재진은 국방부와 군 관련 인사들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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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국가안보실 前 2차장 “특정 직원 ‘승진 여부’ 확인 요청”…“적당한 자리 없냐”
    • 입력 2022-10-13 11:03:43
    • 수정2022-10-13 15:23:47
    탐사K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가 이른바 '국방 실세' 측근인 예비역 장성을 위해 국방부 핵심 고위직의 채용 지원 자격을 바꾼 의혹을 앞서 보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국가안보실의 고위직을 지낸 군 출신 인물의 '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합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 전반을 관장했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인호, 특정 공무원 인사 관련 방사청에 영향력 행사" 제보로 취재 착수

취재는 신 전 차장이 '건강상 이유'로 2차장 직을 관두기 전인 지난 7월 받은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신 전 차장이 방위사업청 소속 공무원 A 씨 인사와 관련해 방사청에 연락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 전 차장은 A 씨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직접 발탁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안보실에서도 이어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취재진이 제보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신 전 차장에게 수차례 연락한 끝에 지난 8월 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신 전 차장이 전직 차관급 고위공무원인 데다, 공무원 재직 당시 위법성 우려가 있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신 전 차장의 말을 그대로 전합니다.

■ 신인호 "부하가 승진대상...'승진 관련 기록' 방사청 차장에게 확인 요청"

신 전 차장은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A 씨의 승진 심사 전후로 방사청 차장과 청장에게 각각 전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A씨가 승진 관련 고충을 털어놓자 당시 방사청 차장에게 확인해보게 됐다는 것인데요. 먼저 신 전 차장은 A 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A가 )'육아휴직도 제대로 안 했는데 (승진에서) 떨어졌다'며 정말 억울해했었어요…… (방사청 승진심사위원회가) 2월 심사를 하면서, (A를) 떨어뜨리면서 부기(附記:원문에 덧붙여 적은 기록)를 달아서 '다음번 승진 심사가 있으면 (A를) 무조건 1번으로 시킨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신 전 차장은 "부기가 어디 있냐, 예산심사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A 씨에게 말했으나, 행정부처에서도 심사할 때 부기하는 관례가 있다는 A 씨의 말을 듣고 방사청 차장에게 직접 확인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기가 되어 있다'는 방사청 차장의 답변은 A 씨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이제 그 (승진) 심사 직전에 제가 확인을 해봤죠. 확인을 해보니까 ○○○ 방사청 차장이 ‘실제 부기(附記)가 되어있다'고 확인을 했습니다.…(중략)… '부기가 되어있다'고 (A에게) 말하고 '승진도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이야기까지 했죠."


■ 방사청 前 차장 "6월 말쯤 전화 받아"...방사청장, 승진위원회 결과 보고받아

신 전 차장으로부터 A 씨의 승진 관련 기록 확인 요청을 받은 방사청 차장은 '승진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직위입니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방사청 차장(현재 퇴직)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신 전 차장의 전화를 지난 6월 말쯤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계획이 보고되기 전으로 추정됩니다. '심사 직전'에 확인했다는 신 전 차장의 발언과도 부합하는 셈입니다. 당시 승진 심사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엄동환 방사청장은 올해 6월 23일 취임했고, 7월 4일 승진심사 위원회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 승진심사 일정
① 2022년 6월 16일(목) 승진심사 계획 보고 → ② 2022년 6월 20일(월) 승진심사 계획 청내 공지 → ③ 결격사유 조회 및 승진심사 자료작성 등 준비 → ④ 2022년 7월 1일(금)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계획보고(심사위원회 소집 결정) →⑤ 2022년 7월 4일(월) 승진심사위원회 개최
⑥ 2022년 7월 4일(월) 승진심사위원회 결과보고 → ⑦ 2022년 7월 5일(화) 승진 인사발령 (자료제공: 민주당 설훈 의원실)

취재진은 신 전 차장의 전화를 받고 후속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방사청 전 차장에게 물었습니다. 참고로 청탁금지법 7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부정 청탁'을 받았을 때는 부정 청탁임을 청탁자에게 알리고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했음에도 같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서면 신고를 해야 합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신 전 차장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과 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재차 입장을 묻자 방사청 전 차장은 “퇴직자가 기억에 기반해 말 잘못하면 굉장히 문제 될 수도 있다“ 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A 씨는 7월 4일 승진했습니다.

■ 신인호, A 씨 승진하자 "방사청장에 '어디 좀 적당한 자리 없느냐'"

신 전 차장은 이제 막 승진한 A씨가 옮길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새 정부가 임명한 엄동환 방사청장에게도 연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과 신 전 차장의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
아니, (A로부터) 보고를 받았죠. 나간다고. 처음에는 이제 방위사업청으로 이제 승진하고 돌려보내려고 나는 이제 생각을 했었죠. (****) 통상 공무원들은 승진하고 나면 거기에 맞는 승진에 맞는 (****) 인사를 해야 또 잘 되고 하니까. 그런 과정에서 이제 청장한테 어디 좀 적당한 자리 없느냐. 인정도 받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나 알아봐라. 그런 이야기가 한번 있었죠.

기자:
청장한테.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예.

기자:
신임 청장?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예.

기자:
그러면 자리도 좀 마련되고 했었나요?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아니오. 그 청장이, 지금 바로 승진한 사람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장 자리에 나갈 수 없다…….

취재진은 지난 8월 신 전 차장을 만난 뒤, 당시 발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A 씨는 승진 이후 열흘쯤 지나 사직 의사를 밝힙니다. 승진한 지 2주 남짓 지났을 무렵 사표는 수리됐습니다.

신 전 차장과 A 씨는 인수위에서 국방 분야 실무위원과 실무요원 자격으로 함께 국방 공약 전반을 설계했습니다. 이후 안보실로 함께 옮겨 와 민감한 안보 이슈들을 다뤘는데, 돌연 비슷한 시기에 공무원직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A 씨는 건강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무원을 관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승진은 승진심사위원회가 지난 2월 '부기'한 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 전 차장의 청탁 의혹'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편, 신 전 차장이 얘기를 나눴다고 했던 엄동환 방사청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오늘(13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신 전 차장으로부터 특정 직원에 대한 승진 관련 부탁이나, 좋은 자리 보내달라는 부탁 전화" 여부에 대해 묻자, 엄 청장은 관련 사실이 없다면서 모두 부인했습니다.

■"신인호, 인수위 파견 A 씨 지목해서 요구"…"A 씨 업무 능력 있어서"

A 씨와 신 전 차장에 따르면, 양측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7월쯤이라고 합니다. 당시 신 전 차장은 카이스트(KAIST) 산하 을지미래육군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신 전 차장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뒤 지난 3월 대통령 인수위에 합류했습니다. 인수위 국방 분야 실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위사업청에 A 씨를 콕 짚어 파견 요청했습니다.

당시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는 "A 씨를 계속 지목해서 신 전 차장이 요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정말 (방위사업청)사업도 정확히 다 알아야 된다"고 강조했고 "그 직급에 대볼 만한 사람은 아니어서 설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신 전 차장이 "끊임없이 A 씨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방위사업청과 업무협약을 준비하면서 A 씨를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A 씨의 파견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다고 처음부터 봤다"면서 "별도 보고서를 안 만들어도 될 정도로 정리를 다 해 갖고 자리에 딱 올려주고"라며 업무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신 전 차장은 취재진에게 A 씨를 '부하 직원'이라 칭하면서 A 씨의 승진과 인사를 챙기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기자 : 그러게 그러면 이번에 이제 승진 대상이 될 거라고 한 번 확인하신 거네요.)

신인호 : "당연하죠, 그렇죠. 부하가 승진 대상인데 심사 들어갔는데…."

신 전 차장과 A 씨의 친분과 별개로, 법조인들은 대통령실 국방 수장이 산하기관장에게 직원 인사 문제를 문의한 일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 전 차장으로부터 인사 관련 기록 확인을 요청받은 방사청 전 차장, 보직 관련 요청을 받은 엄동환 방사청장이 청탁금지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아울러 신 전 차장의 행위가 A 씨의 승진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 주도로 출범한 국방포럼 발족식 모습.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도 참석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난달 30일 KBS뉴스9에서 “해당 포럼 참석자를 위한 국방부 요직 ‘요건’ 변경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상 비밀 누설 소지…직권 남용도 따져봐야"

다수의 법조인들에게 이 같은 사안의 위법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신 전 차장이 방사청 차장에게 인사 관련 기록을 확인한 점, 방사청장에게 A 씨에 대해 "적당한 자리, 인정도 받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물어본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청탁금지법 5조 1항 3호는 모집, 선발, 채용, 승진, 전보 등 공직자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6조는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7조 1항은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 청탁금지법 과태료·처벌 조항
- 공무원이 제3 자를 위해 인사 청탁을 한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23조)
-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22조)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전 참여연대 정책위원)는 "방위사업청의 인사권자에게 A 씨에 대해 승진이나 좋은 보직들을 얻을 수 있도록 청탁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보여진다. 승진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의 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고 단지 청탁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드시 좋은 보직에 앉혀달라고 요구를 하는 수준까지 나갔다면 직권남용죄도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신고가 없더라도 공직사회 스스로 내부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부정한 금품 수수의 제한들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그걸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고 그 업무에서 스스로 이렇게 제척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라면 공직사회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청탁금지법 시스템들이 잘 작동되게 할 필요가 있는데 대통령실에 있었던 고위 간부가 먼저 앞장서서 그런 부정한 청탁들을 하고 청탁금지법에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일을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 취재진은 오늘(13일) 오전 최초 보도에서 신인호 전 2차장의 육성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도 이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에서 엄동환 방사청장이 신 전 차장의 발언과 엇갈리는 내용을 증언해 진실 규명 차원에서 해당 부분을 제한적으로 공개합니다. 취재진은 국방부와 군 관련 인사들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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