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짜리 홍수지도’ 먹통이거나 미완성이거나

입력 2022.08.18 (11:08) 수정 2022.08.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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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렸을 때 우리 동네가 얼마나 침수에 위험한지 알려주는 지도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개하고 있는 홍수위험지도입니다.

정부는 20년 전부터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홍수위험을 사전에 알리고, 자치단체는 방재 사업 기초 정보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목적의 지도가 그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주민 민원'.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을 알려야 하다 보니 집값 등을 걱정하는 항의가 많았다는 겁니다.

만들어 놓고도 공개하지 못하던 '홍수위험지도'가 지난해 3월부터 공개됐습니다.

2020년 말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자료를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홍수위험지도를 시청자 여러분께 공개한 뒤입니다.

이처럼 어렵게 공개된 홍수지도가 이번 중부지방 폭우 때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홍수위험지도가 공개되고 사실상 첫 기록적인 폭우였는데, 정작 쓸 수 없었던 겁니다.

그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봤습니다.

■ 100억 들였는데 먹통 된 홍수 위험 지도, 이유는?

홍수 위험지도는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하천 주변 지역의 침수위험 범위와 깊이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한 [1] 하천 홍수 위험지도.

둘째는 하천이 범람하지 않았지만, 강수량이 도심 내 빗물처리 용량을 초과할 때 침수 위험을 표시한 [2] 내수 침수 위험지도입니다.

[1] 하천 홍수 위험지도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중심으로 완성돼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하천 홍수 위험지도는 접속해도 지도 확대가 안 돼 정확히 어느 지역이 침수 예상 지역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네마다 침수 예상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선 지도를 크게 확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겁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하천홍수위험지도를 최대로 확대한 모습환경부가 제공하는 하천홍수위험지도를 최대로 확대한 모습

환경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곳곳이 침수됐던 지난 8일. ‘홍수위험지도'에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해 '지도 확대 기능을 제한'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평소 홍수위험지도 접속자는 평균 2만 건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부터 70만 건 이상으로 35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재난이 발생하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이 홍수위험지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서버 용량이 모자란 만큼 홍수위험지도 서버 용량을 늘려야 합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장은 개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다시 폭우 상황이 와도 당장은 이 지도를 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 물에 잠긴 서울 한복판…강남 침수 예측하는 '내수 침수 지도'는?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이번 강남 침수 피해처럼 도심 내 침수가 발생할 경우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앞서 설명해 드린 내수침수위험지도입니다.

내수 침수 위험지도는 빗물펌프장과 빗물 저류조 등이 용량을 초과할 때를 계산해 침수 위험이 큰 곳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간당 30mm 비를 처리할 수 있는 우수관이나 하수관에 1시간 동안 100mm의 비가 올 경우, 어떤 지역이 침수되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대치동을 비롯해 강남 일대가 침수된 이번 폭우에 아주 유용했을 정보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번 침수 피해가 난 곳을 내수침수위험지도에서 찾아보니 떡하니 위험 지역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일대와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가 난 동작구도 이 지도에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도에 표시된 이런 위험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고작 7곳뿐이었습니다. 경기도 역시 1/4 정도만 확인 가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반지하 주택에서 가족 3명이 안타깝게 숨진 관악구는 내수 침수 위험 지도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KBS가 취재를 해보니, 지난해까지 완성된 내수침수위험지도는 전국 1,794개 읍면동 중 141개에 불과했습니다. 제작률이 8%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그나마 만들어져 있는 8%의 내수침수위험지도 역시 하천홍수위험지도와 마찬가지로 확대할 수 없어 구체적인 침수 구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5년까지 전국 지구 침수 지도를 완성하는 게 목표지만, 전체 사업 기간 9년 중 절반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도 미완성된 지도가 90% 정도에 이릅니다.

환경부 측은 "하수관망과 우수관망 등이 어떻게 설치가 돼 있는지에 대한 기초 자료가 먼저 확보돼야 하는데, 아주 옛날에 설치된 경우 자료가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지도를 어떻게 제작할지 기준을 만들고 조사를 하다 보니 더뎠지만, 지금은 기준이 만들어져서 지도 제작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 홍수위험지도 KBS에서도 확인하세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험 상황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라면 더 그렇습니다. 있는 정보조차 전달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내수침수지도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하천홍수위험지도는 이를 처음 공개한 KBS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살고 계신 지역을 읍면동까지 입력하시면 환경부 홍수위험지도정보시스템보다 큰 크기의 지도로 우리 동네가 위험지역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가 공개한 홍수위험지도 모습KBS가 공개한 홍수위험지도 모습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모바일과 PC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선 링크 연결이 안 되니 다음 주소를 주소창에 직접 붙여넣으시면 됩니다.)
우리 동네 홍수위험지도 확인하러 가기 → 클릭 (모바일, PC 모두 가능)
http://news.kbs.co.kr/special/tamsaK/floodriskmap/index.html

[그래픽 :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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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억 짜리 홍수지도’ 먹통이거나 미완성이거나
    • 입력 2022-08-18 11:08:31
    • 수정2022-08-18 17: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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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렸을 때 우리 동네가 얼마나 침수에 위험한지 알려주는 지도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개하고 있는 홍수위험지도입니다.

정부는 20년 전부터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홍수위험을 사전에 알리고, 자치단체는 방재 사업 기초 정보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목적의 지도가 그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주민 민원'.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을 알려야 하다 보니 집값 등을 걱정하는 항의가 많았다는 겁니다.

만들어 놓고도 공개하지 못하던 '홍수위험지도'가 지난해 3월부터 공개됐습니다.

2020년 말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자료를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홍수위험지도를 시청자 여러분께 공개한 뒤입니다.

이처럼 어렵게 공개된 홍수지도가 이번 중부지방 폭우 때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홍수위험지도가 공개되고 사실상 첫 기록적인 폭우였는데, 정작 쓸 수 없었던 겁니다.

그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봤습니다.

■ 100억 들였는데 먹통 된 홍수 위험 지도, 이유는?

홍수 위험지도는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하천 주변 지역의 침수위험 범위와 깊이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한 [1] 하천 홍수 위험지도.

둘째는 하천이 범람하지 않았지만, 강수량이 도심 내 빗물처리 용량을 초과할 때 침수 위험을 표시한 [2] 내수 침수 위험지도입니다.

[1] 하천 홍수 위험지도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중심으로 완성돼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하천 홍수 위험지도는 접속해도 지도 확대가 안 돼 정확히 어느 지역이 침수 예상 지역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네마다 침수 예상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선 지도를 크게 확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겁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하천홍수위험지도를 최대로 확대한 모습
환경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곳곳이 침수됐던 지난 8일. ‘홍수위험지도'에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해 '지도 확대 기능을 제한'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평소 홍수위험지도 접속자는 평균 2만 건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부터 70만 건 이상으로 35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재난이 발생하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이 홍수위험지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서버 용량이 모자란 만큼 홍수위험지도 서버 용량을 늘려야 합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장은 개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다시 폭우 상황이 와도 당장은 이 지도를 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 물에 잠긴 서울 한복판…강남 침수 예측하는 '내수 침수 지도'는?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이번 강남 침수 피해처럼 도심 내 침수가 발생할 경우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앞서 설명해 드린 내수침수위험지도입니다.

내수 침수 위험지도는 빗물펌프장과 빗물 저류조 등이 용량을 초과할 때를 계산해 침수 위험이 큰 곳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간당 30mm 비를 처리할 수 있는 우수관이나 하수관에 1시간 동안 100mm의 비가 올 경우, 어떤 지역이 침수되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대치동을 비롯해 강남 일대가 침수된 이번 폭우에 아주 유용했을 정보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번 침수 피해가 난 곳을 내수침수위험지도에서 찾아보니 떡하니 위험 지역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일대와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가 난 동작구도 이 지도에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도에 표시된 이런 위험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고작 7곳뿐이었습니다. 경기도 역시 1/4 정도만 확인 가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반지하 주택에서 가족 3명이 안타깝게 숨진 관악구는 내수 침수 위험 지도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KBS가 취재를 해보니, 지난해까지 완성된 내수침수위험지도는 전국 1,794개 읍면동 중 141개에 불과했습니다. 제작률이 8%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그나마 만들어져 있는 8%의 내수침수위험지도 역시 하천홍수위험지도와 마찬가지로 확대할 수 없어 구체적인 침수 구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5년까지 전국 지구 침수 지도를 완성하는 게 목표지만, 전체 사업 기간 9년 중 절반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도 미완성된 지도가 90% 정도에 이릅니다.

환경부 측은 "하수관망과 우수관망 등이 어떻게 설치가 돼 있는지에 대한 기초 자료가 먼저 확보돼야 하는데, 아주 옛날에 설치된 경우 자료가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지도를 어떻게 제작할지 기준을 만들고 조사를 하다 보니 더뎠지만, 지금은 기준이 만들어져서 지도 제작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 홍수위험지도 KBS에서도 확인하세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험 상황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라면 더 그렇습니다. 있는 정보조차 전달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내수침수지도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하천홍수위험지도는 이를 처음 공개한 KBS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살고 계신 지역을 읍면동까지 입력하시면 환경부 홍수위험지도정보시스템보다 큰 크기의 지도로 우리 동네가 위험지역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가 공개한 홍수위험지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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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special/tamsaK/floodriskmap/index.html

[그래픽 :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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