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 옌벤 출몰…입산 통제에 긴급 경계령도

입력 2021.06.19 (21:50) 수정 2021.06.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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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중국 동북지역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민가까지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거나, 가축을 물어죽이기도 합니다.

야생 백두산 호랑이 때문에 지금 중국 동북이 술렁이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엔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벤지역까지 호랑이가 출몰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오세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 미산의 한 마을.

이곳에 지난 4월 갑자기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드넓은 밭 고랑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호랑이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돌진합니다.

["호랑이가 왔어! 빨리 빨리 빨리 뛰어. 쉬에 빨리 빨리 가야해. 어이쿠!"]

놀란 운전자는 황급히 차를 몰아 자리를 뜨려했지만 호랑이는 금새 자동차 뒷문과 유리창까지 부쉈습니다.

[왕쉬에/당시 차량운전자 : "우리도 급히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때 너무 긴장돼서 창문을 닫을 생각도 못하고 도망가려했어요. 그런데 그때 이미 호랑이가왔어요."]

호랑이는 이번엔 근처 옥수수 밭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던 백두산 호랑이는 육중한 몸체로 급기야 주민을 덮쳤습니다.

[당시 운전자 : "호랑이가 사람을 치고 넘어 뜨렸어요.이 여자는 린후촌 사람인데 호랑이한테 맞아 쓰러졌어요."]

습격을 받은 주민은 병원에서 어깨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얼마전 퇴원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지금도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듭니다.

[리춘샹/호랑이 피습 당사자 : "호랑이가 점점 다가오는 걸 보고 놀라서 멍하게 굳었어요.호랑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두 발톱이 내 머리 위를 치고 어깨를 문 뒤 포효를 내지르고 달아났어요."]

당시 리씨는 경적을 울리며 밭으로 급히 자동차를 몰고 들어간 주민에게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그 때 생긴 차 바퀴 자국이 아직도 그대롭니다.

주변엔 경찰관들도 있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쑹시궈/당시 구조자 : "제가 그 아주머니를 태우고 차를 돌렸을때 호랑이가 우리를 돌아봤어요. 그때가 가장 무서웠어요. 우리가 당시 그 곳으로 차를 직접 몰고 갔어요."]

백두산 호랑이는 마을을 배회하다 마취제 5발을 맞은 뒤 그날밤 9시쯤 생포됐습니다.

첫번째 마취제를 맞은 백두산 호랑이는 민가 옆 이곳 도랑으로 피했습니다.

이곳에는 보시는 것처럼 220킬로그램이 넘는 백두산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천싱파/미산 주민 : "바로 저기서 마취총를 맞고 (이쪽으로) 올라왔어요. 고랑을 타고 왔어요. 사람이 술에 취한 것 처럼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이 백두산 호랑이는 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한달 가까이 격리 관찰과 검사를 받았습니다.

우리에서 적응이 된 듯 여유롭게 노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보호센터는 호랑이 몸에 위치 추적기를 붙여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장광순/국립 임업초원관리국 부소장 : "우리는 호랑이의 안전을 비롯해 그 지역의 주민과 환경에 대한 위협을 충분히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방사된 호랑이가 200Km를 남하해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벤의 왕칭현으로 들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볜시우윈/주민 : "호랑이가 밤에 나온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도 밤에 나가지 않아요. 저녁 먹은 후에는 밖에 안 나가요."]

호랑이 출몰 소식에 옌볜 당국은 주민들이 아예 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최근 보시는 것처럼 호랑이와 표범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입산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공포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잇단 호환에 이 곳에선 호랑이 얘기만 나와도 겁에 질립니다.

기르던 개를 호랑이게 잃은 이 옌벤 주민은 지난해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량진위안/주민 : "호랑이가 저쪽에서 와서 개를 물어 죽여 끌고 가려 했어요.그런데 목줄이 단단해서 끌고 가지 못하고 그냥 갔어요.아주 큰 발자국 하나를 남겼지요."]

이 농민도 비슷한 시기 호랑이의 습격으로 방목하던 소를 7마리나 잃었습니다.

[왕칭/농민 : "지금 호랑이가 너무 많아요.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해요.산에 가기 싫은데 안 갈수도 없고 소가 저렇게 많은데요."]

중국 당국은 이 백두산 호랑이가 러시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경과 마을이 불과 10킬로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산/주민 :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이건 야생 호랑이인데 러시아쪽에서 왔어요."]

제 뒤로 보이는 곳이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입니다.

중러 접경지역은 보시는 것처럼 광활한 숲지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때문에 백두산 호랑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다들며 서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호랑이와 표범을 보호하기 위해 연해주 29만 제곱킬로미터 땅을 국립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서식환경이 복원되면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5~600 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동북지역에 국가공원을 지정해 백두산 호랑이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즈샹/베이징 임업대 교수 : "동북지역 전체 국가 자연보호구는 92개로 헤이룽장 49개,랴오닝 19개,지린 24개가 있습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백두산 호랑이가 국립공원 내 CCTV에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 모자 네 마리가 한꺼번에 찍히기도 했고, 꽃사슴을 사냥하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도 처음 포착됐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개체수, 잇따르는 민가 습격.

호랑이 보존과 주민 피해 사이에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헤이룽장성 미산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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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 호랑이 옌벤 출몰…입산 통제에 긴급 경계령도
    • 입력 2021-06-19 21:50:32
    • 수정2021-06-19 22: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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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중국 동북지역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민가까지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거나, 가축을 물어죽이기도 합니다.

야생 백두산 호랑이 때문에 지금 중국 동북이 술렁이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엔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벤지역까지 호랑이가 출몰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오세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 미산의 한 마을.

이곳에 지난 4월 갑자기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드넓은 밭 고랑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호랑이는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돌진합니다.

["호랑이가 왔어! 빨리 빨리 빨리 뛰어. 쉬에 빨리 빨리 가야해. 어이쿠!"]

놀란 운전자는 황급히 차를 몰아 자리를 뜨려했지만 호랑이는 금새 자동차 뒷문과 유리창까지 부쉈습니다.

[왕쉬에/당시 차량운전자 : "우리도 급히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때 너무 긴장돼서 창문을 닫을 생각도 못하고 도망가려했어요. 그런데 그때 이미 호랑이가왔어요."]

호랑이는 이번엔 근처 옥수수 밭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던 백두산 호랑이는 육중한 몸체로 급기야 주민을 덮쳤습니다.

[당시 운전자 : "호랑이가 사람을 치고 넘어 뜨렸어요.이 여자는 린후촌 사람인데 호랑이한테 맞아 쓰러졌어요."]

습격을 받은 주민은 병원에서 어깨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얼마전 퇴원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지금도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듭니다.

[리춘샹/호랑이 피습 당사자 : "호랑이가 점점 다가오는 걸 보고 놀라서 멍하게 굳었어요.호랑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두 발톱이 내 머리 위를 치고 어깨를 문 뒤 포효를 내지르고 달아났어요."]

당시 리씨는 경적을 울리며 밭으로 급히 자동차를 몰고 들어간 주민에게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그 때 생긴 차 바퀴 자국이 아직도 그대롭니다.

주변엔 경찰관들도 있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쑹시궈/당시 구조자 : "제가 그 아주머니를 태우고 차를 돌렸을때 호랑이가 우리를 돌아봤어요. 그때가 가장 무서웠어요. 우리가 당시 그 곳으로 차를 직접 몰고 갔어요."]

백두산 호랑이는 마을을 배회하다 마취제 5발을 맞은 뒤 그날밤 9시쯤 생포됐습니다.

첫번째 마취제를 맞은 백두산 호랑이는 민가 옆 이곳 도랑으로 피했습니다.

이곳에는 보시는 것처럼 220킬로그램이 넘는 백두산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천싱파/미산 주민 : "바로 저기서 마취총를 맞고 (이쪽으로) 올라왔어요. 고랑을 타고 왔어요. 사람이 술에 취한 것 처럼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이 백두산 호랑이는 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한달 가까이 격리 관찰과 검사를 받았습니다.

우리에서 적응이 된 듯 여유롭게 노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보호센터는 호랑이 몸에 위치 추적기를 붙여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장광순/국립 임업초원관리국 부소장 : "우리는 호랑이의 안전을 비롯해 그 지역의 주민과 환경에 대한 위협을 충분히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방사된 호랑이가 200Km를 남하해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벤의 왕칭현으로 들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볜시우윈/주민 : "호랑이가 밤에 나온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도 밤에 나가지 않아요. 저녁 먹은 후에는 밖에 안 나가요."]

호랑이 출몰 소식에 옌볜 당국은 주민들이 아예 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최근 보시는 것처럼 호랑이와 표범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입산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공포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잇단 호환에 이 곳에선 호랑이 얘기만 나와도 겁에 질립니다.

기르던 개를 호랑이게 잃은 이 옌벤 주민은 지난해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량진위안/주민 : "호랑이가 저쪽에서 와서 개를 물어 죽여 끌고 가려 했어요.그런데 목줄이 단단해서 끌고 가지 못하고 그냥 갔어요.아주 큰 발자국 하나를 남겼지요."]

이 농민도 비슷한 시기 호랑이의 습격으로 방목하던 소를 7마리나 잃었습니다.

[왕칭/농민 : "지금 호랑이가 너무 많아요.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해요.산에 가기 싫은데 안 갈수도 없고 소가 저렇게 많은데요."]

중국 당국은 이 백두산 호랑이가 러시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경과 마을이 불과 10킬로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산/주민 :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이건 야생 호랑이인데 러시아쪽에서 왔어요."]

제 뒤로 보이는 곳이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입니다.

중러 접경지역은 보시는 것처럼 광활한 숲지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때문에 백두산 호랑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다들며 서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호랑이와 표범을 보호하기 위해 연해주 29만 제곱킬로미터 땅을 국립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서식환경이 복원되면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5~600 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동북지역에 국가공원을 지정해 백두산 호랑이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즈샹/베이징 임업대 교수 : "동북지역 전체 국가 자연보호구는 92개로 헤이룽장 49개,랴오닝 19개,지린 24개가 있습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백두산 호랑이가 국립공원 내 CCTV에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 모자 네 마리가 한꺼번에 찍히기도 했고, 꽃사슴을 사냥하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도 처음 포착됐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개체수, 잇따르는 민가 습격.

호랑이 보존과 주민 피해 사이에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헤이룽장성 미산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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