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인플레이션 그까이꺼”

입력 2021.05.18 (07:00) 수정 2021.05.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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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그까이꺼”

- 파월 연준의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허걱, 4.2%입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나 급등했습니다. 그럴만해요. 소비가 살아납니다. 중고차 가격은 21%나 급등했습니다. 항공사와 호텔들이 내렸던 항공권 가격을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설마 진짜 경기가 살아나는 건 아니겠죠?

돈을 좀 열심히 풀었더니, 미 국채수익률이 날아갑니다. 1.6% ㅎㄷㄷ. S&P에 편입된 상장사들이 1년에 보통 1.4% 정도 배당을 줘요. 그런데 미국 국채 갖고 있으면 1.6%의 이자를 준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래요. 신한은행 예금 깨고 국채나 살까봐요.

문제는 연준(Fed)의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는 겁니다. 급제동은 커녕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을 수도 없습니다. 브레이크에 발만 가져가도 전세계 증시가 요동 칠 겁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대로 무너지면 연준의장은 콩코르드 광장의 길로틴으로 압송될지 모릅니다. 그냥 이대로 추락할 때까지 기다려볼까요? 혹시 알아요? 대평원에 추락해 인명피해가 최소화 될 지...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도, 2006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도 그랬습니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치고 증시와 주택가격은 치솟았습니다. 그린스펀은 툭하면 ”금리인상이 경제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하고 또 신중했지요.

결과는 다 아시죠. 그러다 박살났습니다.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최후의 대부자 중앙은행들은 최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불은 글로벌 자산시장이 전소되고 나서야 꺼졌습니다. 2008년까지 미국 주택 700만 채가 압류돼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서울이 전체 350만 가구다).

그린스펀은 이후 청문회에 나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버블은 버블을 낳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집값이 오를수록 뒤에 뛰어든 시장 참여자의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니 자산시장이 폭락하면 다수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펀더멘탈보다 재료에 민감합니다. 말 한마디에 무너집니다. 연준이 금리인상의 ‘金자’만 말해도 주가가 폭락할 겁니다(Tapering Tantrum). 그건 그렇고 ‘긴축발작’이란 번역은 누가 한 거예요?

이 와중에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마치 ‘남의 일처럼’ 금리 인상 이야기를 합니다. 금리를 조금 올려야 할지 모른다니요? 아니 이거보세요. 당신이 전임 연준의장이잖아요. 나보고 어쩌라고...당신 남편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답이 있는지?(그녀의 남편은 조지 애커로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공교롭게 우리가 시장에 참여할 때 얼마나 ‘동물의 왕국’을 닮았는지를 연구한 ‘Animal spirit’의 저자다)

연준(Fed)도 사실은 억울한 게 많습니다. 작년 초에는 정말 지구경제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1천조 원씩 막 찍어낸 거잖아요. 기억안나요? 백악관도 좋아했잖아요. 다 짜고 한거잖아요. 중앙은행의 독립 그런 거 이제 없잖아요?

연준의 ‘돈풀기 신공’으로 주가도, 집값도, 도지코인도, 심지어 정크본드도 다 살아났잖아요. 오르면 내 탓이고, 폭락하면 연준 탓인가? (네 맞아요!) 언젠가부터 “금리인하 의장=지구경제를 구한 사람”, “금리 인상 의장=죽일 놈” 공식이 세워졌어요. 그래서 내친 김에 분위기타고 “2024년까지는 금리인상 안해요!”라고 약속도 했는데, 그런데 물가가 오릅니다. 이런 제길.

그때는 다들 좋아했던 언론도 “이제 어떡할 거냐?”며 째려봅니다. 뭐라도 한마디 해야 하는데. (CDC에 백신접종속도를 좀 늦춰달라고 해볼까?) 자기부정의 시간입니다. “연준은 불 지피는 기관이지, 불 끄는 기관이 아니랍니다”. “불날 시간 표시 없고, 불날 시간 예고 없다”.

그냥 “강한 물가인상을 암시하는 파동은 견조하지 않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라고 애매하게 말해줄까요? 그럼 기자들이 받아 적겠죠.


사실 일시적일 수 있어요. 지난해 이맘때 워낙 물가가 바닥을 쳐서 상대적으로 이번에 물가가 치솟은 거예요. 언론도 다들 ‘기저효과’라고 하잖아요 (사실은 기저효과를 반영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혹시 내년까지 물가가 계속 오르면요? (ㅎㅎㅎ 괜찮아요. 제 임기는 내년 초까지예요) 그리고 도대체 물가인상률 2%가 금리인상의 기준이라는 것은 누가 정한 거예요? 이 뉴노멀의 시대에.

그리고 모르시는 말씀인데, 기준금리는 ‘일자리 통계’도 봐야합니다. 일자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그러니 금리인상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말자구요(앗싸! 우리에겐 아직 8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 노동부 고용보고서는 늘 고맙습니다. 자, 이제 금리인상 이야기는 추수감사절까지는 당분간 안하는 걸로.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in the sense)"
-밀턴 프리드먼


인플레이션이 또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불확실성은 자산 시장의 가장 큰 에너지원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시장으로 들어올 겁니다.

한쿡에는 이런말이 있데요. “너는 월급 받니? 나는 투자한다!” 연준이 열심히 사들인 채권으로 백악관은 6조 달러가 넘는 돈을 풀었습니다. 지구별에는 유래 없는 ‘돈 놓고 돈 먹기 시장’이 열렸습니다.

이 유행병은 10여년 간격으로 되풀이되는데, 백신도 잘 듣지 않아요. 치료제도 없습니다. 환자가 쓰러지고 난 뒤 뒤늦은 반성만 이어질 뿐입니다. 그러니 연준을 너무 믿지 마세요 (도대체 누가 통화정책으로 자산거품을 막을 수 있다고 했어요??)

경기가 회복됩니다. 물가가 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시간입니다(당신은 인플레이션에 관심이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은 당신의 지갑에 관심이 많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언젠가 금리를 올릴 겁니다. 물먹은 창호지 같은 자본 시장이 버텨낼 수 있을까요? 전기차회사 회장님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기겁을 하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혹시 그런 날이 오더라도 너무 연준(FED)을 탓하진 마세요. 연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들앞에 서서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irrational exuberance)’됐다고 할거예요. 신문들은 또 ‘인간의 탐욕’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낼 거구요. 퇴임한 연준의장은 또 수십억 원의 선인세를 받고 자서전을 쓸 겁니다. 책 제목은 ‘아몰라파티’

그래도 뭐든 해야 할 시간인데요. 이참에 워싱턴에 있는 연준(FRB) 현관에 화재예방 표어라도 하나 붙일까요? 연준을 예전에 소방관(Fire fighter)에 비유해 인플레이션파이터(Inflation fighter)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작은 불은 대비하고, 큰 불은 대피하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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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07:00:17
    • 수정2021-05-18 16:57:29
    특파원 리포트

“인플레이션 그까이꺼”

- 파월 연준의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허걱, 4.2%입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나 급등했습니다. 그럴만해요. 소비가 살아납니다. 중고차 가격은 21%나 급등했습니다. 항공사와 호텔들이 내렸던 항공권 가격을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설마 진짜 경기가 살아나는 건 아니겠죠?

돈을 좀 열심히 풀었더니, 미 국채수익률이 날아갑니다. 1.6% ㅎㄷㄷ. S&P에 편입된 상장사들이 1년에 보통 1.4% 정도 배당을 줘요. 그런데 미국 국채 갖고 있으면 1.6%의 이자를 준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래요. 신한은행 예금 깨고 국채나 살까봐요.

문제는 연준(Fed)의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는 겁니다. 급제동은 커녕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을 수도 없습니다. 브레이크에 발만 가져가도 전세계 증시가 요동 칠 겁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대로 무너지면 연준의장은 콩코르드 광장의 길로틴으로 압송될지 모릅니다. 그냥 이대로 추락할 때까지 기다려볼까요? 혹시 알아요? 대평원에 추락해 인명피해가 최소화 될 지...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도, 2006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도 그랬습니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치고 증시와 주택가격은 치솟았습니다. 그린스펀은 툭하면 ”금리인상이 경제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하고 또 신중했지요.

결과는 다 아시죠. 그러다 박살났습니다.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최후의 대부자 중앙은행들은 최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불은 글로벌 자산시장이 전소되고 나서야 꺼졌습니다. 2008년까지 미국 주택 700만 채가 압류돼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서울이 전체 350만 가구다).

그린스펀은 이후 청문회에 나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버블은 버블을 낳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집값이 오를수록 뒤에 뛰어든 시장 참여자의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니 자산시장이 폭락하면 다수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펀더멘탈보다 재료에 민감합니다. 말 한마디에 무너집니다. 연준이 금리인상의 ‘金자’만 말해도 주가가 폭락할 겁니다(Tapering Tantrum). 그건 그렇고 ‘긴축발작’이란 번역은 누가 한 거예요?

이 와중에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마치 ‘남의 일처럼’ 금리 인상 이야기를 합니다. 금리를 조금 올려야 할지 모른다니요? 아니 이거보세요. 당신이 전임 연준의장이잖아요. 나보고 어쩌라고...당신 남편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답이 있는지?(그녀의 남편은 조지 애커로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공교롭게 우리가 시장에 참여할 때 얼마나 ‘동물의 왕국’을 닮았는지를 연구한 ‘Animal spirit’의 저자다)

연준(Fed)도 사실은 억울한 게 많습니다. 작년 초에는 정말 지구경제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1천조 원씩 막 찍어낸 거잖아요. 기억안나요? 백악관도 좋아했잖아요. 다 짜고 한거잖아요. 중앙은행의 독립 그런 거 이제 없잖아요?

연준의 ‘돈풀기 신공’으로 주가도, 집값도, 도지코인도, 심지어 정크본드도 다 살아났잖아요. 오르면 내 탓이고, 폭락하면 연준 탓인가? (네 맞아요!) 언젠가부터 “금리인하 의장=지구경제를 구한 사람”, “금리 인상 의장=죽일 놈” 공식이 세워졌어요. 그래서 내친 김에 분위기타고 “2024년까지는 금리인상 안해요!”라고 약속도 했는데, 그런데 물가가 오릅니다. 이런 제길.

그때는 다들 좋아했던 언론도 “이제 어떡할 거냐?”며 째려봅니다. 뭐라도 한마디 해야 하는데. (CDC에 백신접종속도를 좀 늦춰달라고 해볼까?) 자기부정의 시간입니다. “연준은 불 지피는 기관이지, 불 끄는 기관이 아니랍니다”. “불날 시간 표시 없고, 불날 시간 예고 없다”.

그냥 “강한 물가인상을 암시하는 파동은 견조하지 않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라고 애매하게 말해줄까요? 그럼 기자들이 받아 적겠죠.


사실 일시적일 수 있어요. 지난해 이맘때 워낙 물가가 바닥을 쳐서 상대적으로 이번에 물가가 치솟은 거예요. 언론도 다들 ‘기저효과’라고 하잖아요 (사실은 기저효과를 반영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혹시 내년까지 물가가 계속 오르면요? (ㅎㅎㅎ 괜찮아요. 제 임기는 내년 초까지예요) 그리고 도대체 물가인상률 2%가 금리인상의 기준이라는 것은 누가 정한 거예요? 이 뉴노멀의 시대에.

그리고 모르시는 말씀인데, 기준금리는 ‘일자리 통계’도 봐야합니다. 일자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그러니 금리인상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말자구요(앗싸! 우리에겐 아직 8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 노동부 고용보고서는 늘 고맙습니다. 자, 이제 금리인상 이야기는 추수감사절까지는 당분간 안하는 걸로.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in the sense)"
-밀턴 프리드먼


인플레이션이 또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불확실성은 자산 시장의 가장 큰 에너지원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시장으로 들어올 겁니다.

한쿡에는 이런말이 있데요. “너는 월급 받니? 나는 투자한다!” 연준이 열심히 사들인 채권으로 백악관은 6조 달러가 넘는 돈을 풀었습니다. 지구별에는 유래 없는 ‘돈 놓고 돈 먹기 시장’이 열렸습니다.

이 유행병은 10여년 간격으로 되풀이되는데, 백신도 잘 듣지 않아요. 치료제도 없습니다. 환자가 쓰러지고 난 뒤 뒤늦은 반성만 이어질 뿐입니다. 그러니 연준을 너무 믿지 마세요 (도대체 누가 통화정책으로 자산거품을 막을 수 있다고 했어요??)

경기가 회복됩니다. 물가가 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시간입니다(당신은 인플레이션에 관심이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은 당신의 지갑에 관심이 많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언젠가 금리를 올릴 겁니다. 물먹은 창호지 같은 자본 시장이 버텨낼 수 있을까요? 전기차회사 회장님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기겁을 하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혹시 그런 날이 오더라도 너무 연준(FED)을 탓하진 마세요. 연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들앞에 서서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irrational exuberance)’됐다고 할거예요. 신문들은 또 ‘인간의 탐욕’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낼 거구요. 퇴임한 연준의장은 또 수십억 원의 선인세를 받고 자서전을 쓸 겁니다. 책 제목은 ‘아몰라파티’

그래도 뭐든 해야 할 시간인데요. 이참에 워싱턴에 있는 연준(FRB) 현관에 화재예방 표어라도 하나 붙일까요? 연준을 예전에 소방관(Fire fighter)에 비유해 인플레이션파이터(Inflation fighter)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작은 불은 대비하고, 큰 불은 대피하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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