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320원, 17년 만에 노사 합의 결정…민주노총은 퇴장

입력 2025.07.11 (05:00) 수정 2025.07.1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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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쥔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사실상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되면서 노동계 대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민주노총이 회의를 보이콧해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합의로 결정…민주노총은 공익위원에 항의 퇴장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10일)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한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입니다. 가장 최근 합의는 17년 전인 2008년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통합 차원에서 노·사·공 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며 그 목표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입장차가 커서 올해도 결정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올해(시급 1만30원)보다 14.7% 오른 시급 1만1천500원(올해 대비 14.7%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이후 동결 또는 인하해 지난 8일 8차 수정안으로 1만900원(8.7%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0원 동결' 요구에서 출발해 8차에 1만180원(1.5% 인상)까지 올렸습니다.

이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더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이 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 구간의 상한선까지 최저임금을 올려도 4.1% 인상에 불과해 윤석열 정부 첫해인 5.0%에도 못 미친다며 공익위원에게 촉진 구간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공익위원들이 수정안 제출을 요구하자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이날 퇴장으로 항의했습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위원들은 항의했으나 퇴장하지 않고 10차까지 두 차례 수정안을 더 제시했으며 결국 표결 대신 시급 1만320원으로 접점을 찾아 합의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퇴장한 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며 "이는 심의가 아니라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도 합의 직후 유감을 표하며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경영계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감안해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 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고심 끝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사 최저임금 수준·업종별 차등 적용 대립에 심의 시한 넘겨

최저임금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노사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으나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지난달 29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했지만 심의 시한을 열흘 이상 넘겼습니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101일간 심의 끝에 최저임금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105일)나 최장 심의를 기록했던 2023년(110일)보다는 짧았지만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됐는데 올해까지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총 9차례에 불과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올해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앞서 예년처럼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표결에서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하게 적용되게 됐습니다.

노동계는 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가사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했으나 경영계가 반대하면서 내년에도 도입되지 않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 두 가지 결정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으나 이날 10차 수정안까지 내는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심의 시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최저임금위는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깁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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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1만 320원, 17년 만에 노사 합의 결정…민주노총은 퇴장
    • 입력 2025-07-11 05:00:43
    • 수정2025-07-11 05: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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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쥔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사실상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되면서 노동계 대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민주노총이 회의를 보이콧해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합의로 결정…민주노총은 공익위원에 항의 퇴장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10일)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한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입니다. 가장 최근 합의는 17년 전인 2008년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통합 차원에서 노·사·공 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며 그 목표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입장차가 커서 올해도 결정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올해(시급 1만30원)보다 14.7% 오른 시급 1만1천500원(올해 대비 14.7%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이후 동결 또는 인하해 지난 8일 8차 수정안으로 1만900원(8.7%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0원 동결' 요구에서 출발해 8차에 1만180원(1.5% 인상)까지 올렸습니다.

이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더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이 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 구간의 상한선까지 최저임금을 올려도 4.1% 인상에 불과해 윤석열 정부 첫해인 5.0%에도 못 미친다며 공익위원에게 촉진 구간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공익위원들이 수정안 제출을 요구하자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이날 퇴장으로 항의했습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위원들은 항의했으나 퇴장하지 않고 10차까지 두 차례 수정안을 더 제시했으며 결국 표결 대신 시급 1만320원으로 접점을 찾아 합의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퇴장한 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며 "이는 심의가 아니라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도 합의 직후 유감을 표하며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경영계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감안해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 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고심 끝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사 최저임금 수준·업종별 차등 적용 대립에 심의 시한 넘겨

최저임금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노사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으나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지난달 29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했지만 심의 시한을 열흘 이상 넘겼습니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101일간 심의 끝에 최저임금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105일)나 최장 심의를 기록했던 2023년(110일)보다는 짧았지만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됐는데 올해까지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총 9차례에 불과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올해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앞서 예년처럼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표결에서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하게 적용되게 됐습니다.

노동계는 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가사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했으나 경영계가 반대하면서 내년에도 도입되지 않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 두 가지 결정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으나 이날 10차 수정안까지 내는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심의 시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최저임금위는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깁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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