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무력개입 유보’에 이스라엘 ‘난감’…“전략적 딜레마 봉착”

입력 2025.06.20 (21:07) 수정 2025.06.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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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무력개입 결정을 유보하면서 이스라엘이 전략적 딜레마에 봉착했습니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인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트럼프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방공망 한계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어제(19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독한 성명에서 “(이란을 공격)할지 안 할지를 향후 2주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이틀 내 무력 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던 전망을 뒤엎고 이란에 ‘2주’라는 시한을 준 것입니다.

이는 외교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달 13일 이란을 선제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매일 같이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트럼프를 더 오래 기다릴수록 (이스라엘) 방공 체계의 부담이 커진다”고 짚었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쏘아 보내는 탄도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막아내는 고고도 요격 미사일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서입니다.

지금까지는 90% 이상을 막아내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 핵심 시설만 지키면서 나머지 지역의 방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인명피해가 급증할 위험이 있습니다.

영공이 폐쇄되고 경제활동이 대부분 중단된 상황이 길어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아론경제정책연구소는 이번 분쟁이 한 달간 이어질 경우 이스라엘이 부담할 전쟁 비용이 120억 달러(약 16조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전체 인구가 94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주변 적국과 장기간 전쟁을 벌이기 힘든 까닭에 6일 만에 끝났던 제3차 중동전쟁(1967년)이나 3주를 넘기지 않았던 제4차 중동전쟁(1973년)에서처럼 주로 ‘단기전’을 상정한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에도 이란 군부 핵심 인사들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하고 주요 시설을 전격전으로 파괴하면서 조기에 전쟁 목표를 달성하려는 태세를 보였는데, 마지막이자 핵심 목표 중 하나인 포르도 핵시설 앞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다수 갖춰진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곰주(州) 산악지대 지하 90m에 건설된 천혜의 요새입니다.

공습을 통해 이 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는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뿐이며, 그나마도 한 번에 관통할 수 없어 여러 발을 써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선 독자적으로라도 공격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시한을 언급하자마자 방송에 출연, “우리는 그들의 핵시설 전체를 포함해 우리 목표물 모두를 제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그(트럼프)가 공격에 참여할지 말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포르도를 파괴할 수단이 이스라엘에 있느냐입니다.

일반적인 공습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발전시설을 파괴하거나 전력공급을 불안정하게 해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를 망가뜨리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역시 확실한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막대한 전비를 투입하고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핵무기를 제조하는 걸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까닭에 당장은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암살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이란 현 정권을 전복할 수단이 실질적으로 없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발언은 적어도 당분간 이란 각지를 겨냥한 공습 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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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0 21:07:32
    • 수정2025-06-20 21:14:46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무력개입 결정을 유보하면서 이스라엘이 전략적 딜레마에 봉착했습니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인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트럼프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방공망 한계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어제(19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독한 성명에서 “(이란을 공격)할지 안 할지를 향후 2주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이틀 내 무력 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던 전망을 뒤엎고 이란에 ‘2주’라는 시한을 준 것입니다.

이는 외교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달 13일 이란을 선제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매일 같이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트럼프를 더 오래 기다릴수록 (이스라엘) 방공 체계의 부담이 커진다”고 짚었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쏘아 보내는 탄도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막아내는 고고도 요격 미사일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서입니다.

지금까지는 90% 이상을 막아내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 핵심 시설만 지키면서 나머지 지역의 방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인명피해가 급증할 위험이 있습니다.

영공이 폐쇄되고 경제활동이 대부분 중단된 상황이 길어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아론경제정책연구소는 이번 분쟁이 한 달간 이어질 경우 이스라엘이 부담할 전쟁 비용이 120억 달러(약 16조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전체 인구가 94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주변 적국과 장기간 전쟁을 벌이기 힘든 까닭에 6일 만에 끝났던 제3차 중동전쟁(1967년)이나 3주를 넘기지 않았던 제4차 중동전쟁(1973년)에서처럼 주로 ‘단기전’을 상정한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에도 이란 군부 핵심 인사들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하고 주요 시설을 전격전으로 파괴하면서 조기에 전쟁 목표를 달성하려는 태세를 보였는데, 마지막이자 핵심 목표 중 하나인 포르도 핵시설 앞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다수 갖춰진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곰주(州) 산악지대 지하 90m에 건설된 천혜의 요새입니다.

공습을 통해 이 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는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뿐이며, 그나마도 한 번에 관통할 수 없어 여러 발을 써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선 독자적으로라도 공격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시한을 언급하자마자 방송에 출연, “우리는 그들의 핵시설 전체를 포함해 우리 목표물 모두를 제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그(트럼프)가 공격에 참여할지 말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포르도를 파괴할 수단이 이스라엘에 있느냐입니다.

일반적인 공습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발전시설을 파괴하거나 전력공급을 불안정하게 해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를 망가뜨리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역시 확실한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막대한 전비를 투입하고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핵무기를 제조하는 걸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까닭에 당장은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암살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이란 현 정권을 전복할 수단이 실질적으로 없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발언은 적어도 당분간 이란 각지를 겨냥한 공습 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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