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누구 체포하겠냐” 계엄 당시 경찰 간부 통화 법정서 재생

입력 2025.04.29 (21:03) 수정 2025.04.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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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가 국회에 체포조를 투입하려 한다며 경찰 명단을 요구하는 경찰 간부들의 통화가 법정에서 재생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29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과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 두 사람이 대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재생됐습니다.

통화 녹취에서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보낼 거야”라며 “현장에서 방첩사 2개 팀이 오는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 형사 5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계장은 “경찰 티 나지 않게 사복 입어, 형사 조끼 입지 말고”라고도 했습니다.

박 전 과장이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고 답했습니다.

박 전 과장은 검사가 ‘국회로 가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시민들이 많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질서유지 상황, 어쨌든 계엄이 발동된 상황에서 집단 폭동 이런 거를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계장이 ‘누구 체포하겠냐’고 되묻자 박 전 과장이 크게 한숨을 쉰 데 대해선 “그 인원으로 많은 인원들 사이에서 체포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 활동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그 상황이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한숨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체포조가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 체포하라고 할 거라고 해서 한숨 쉰 건 아니냐’고 묻자 “정보를 들은 게 없고 내용 유추하거나 예측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박 전 과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계장은 비상계엄 당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이 경찰 지원 인력을 요청하던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이 전 계장은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조가 출동하는데 국수본에서 인솔하고 같이 다닐 사람을 지원해달라’고 했는데 야간에는 국수본 근무자가 없어 ‘꼭 국수본이 가야하는 거냐’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냥 경찰이면 됩니다’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방첩사가 누구를 체포하러 간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국회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이라며 “국회의원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 수뇌부 사건의 공판기일을 우선 오는 10월 말까지 지정했습니다.

다음 달 21일 열리는 공판에선 이 전 계장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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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서 누구 체포하겠냐” 계엄 당시 경찰 간부 통화 법정서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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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4-29 21:14:31
    사회
12·3 비상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가 국회에 체포조를 투입하려 한다며 경찰 명단을 요구하는 경찰 간부들의 통화가 법정에서 재생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29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과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 두 사람이 대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재생됐습니다.

통화 녹취에서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보낼 거야”라며 “현장에서 방첩사 2개 팀이 오는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 형사 5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계장은 “경찰 티 나지 않게 사복 입어, 형사 조끼 입지 말고”라고도 했습니다.

박 전 과장이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고 답했습니다.

박 전 과장은 검사가 ‘국회로 가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시민들이 많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질서유지 상황, 어쨌든 계엄이 발동된 상황에서 집단 폭동 이런 거를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계장이 ‘누구 체포하겠냐’고 되묻자 박 전 과장이 크게 한숨을 쉰 데 대해선 “그 인원으로 많은 인원들 사이에서 체포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 활동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그 상황이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한숨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체포조가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 체포하라고 할 거라고 해서 한숨 쉰 건 아니냐’고 묻자 “정보를 들은 게 없고 내용 유추하거나 예측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박 전 과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계장은 비상계엄 당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이 경찰 지원 인력을 요청하던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이 전 계장은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조가 출동하는데 국수본에서 인솔하고 같이 다닐 사람을 지원해달라’고 했는데 야간에는 국수본 근무자가 없어 ‘꼭 국수본이 가야하는 거냐’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냥 경찰이면 됩니다’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방첩사가 누구를 체포하러 간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국회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이라며 “국회의원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 수뇌부 사건의 공판기일을 우선 오는 10월 말까지 지정했습니다.

다음 달 21일 열리는 공판에선 이 전 계장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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