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쿠팡 택배기사 첫 실태조사…퀵플렉서 77% “3회전 배송”

쿠팡CLS 대리점 '로켓배송' 기사, 이른바 '퀵플렉서' 가운데 77%가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3회전 배송은 배송기사가 물품을 인수하는 배송캠프와 본인의 배송 구역을 밤사이 세 번 왕복하는 업무 방식으로, 쿠팡 퀵플렉서의 핵심적인 과로 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KBS가 오늘(18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쿠팡CLS 야간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는 고용부가 쿠팡CLS 새벽 배송기사와 물류시설 일용직(헬퍼) 등 모두 2,685명을 상대로 지난해 10~11월 새벽 근로 실태 조사 내용을 담았습니다.

고용부가 쿠팡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에는 쿠팡CLS 배송기사 1,160명이 응답했고, 이 가운데 66.1%인 767명이 쿠팡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 배송기사(퀵플렉서)였습니다. 이들은 쿠팡CLS 대리점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형태종사자입니다.

설문조사 답변 결과를 보면, 쿠팡CLS 대리점 배송기사(퀵플렉서)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26분이었고, 일주일에 평균 5.5일을 일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평균 근무일수는 23.2일로 조사됐습니다. 대법원이 국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평균 근무일수로 인정하는 20일보다 3.2일 많습니다.

야간 근무를 할 때 물품을 인수하는 배송캠프와 배송 구역을 세 번 왕복하는 '3회전 배송'을 한다는 답변은 76.8%였고, '2회전 배송'은 22%였습니다.

응답자의 76.4%는 하루에 250개 이상의 물품을 배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폭우, 폭설 등 악천후 때도 "기후와 관계없이 무조건 배송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7%를 차지했습니다.

개인 사정 등으로 근무일에 새벽 배송을 못하게 되면 계약 해지, 배송구역 조정 등 불이익이 있냐는 질문에는, 48.6%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의 86.1%는 새벽배송 일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 쿠팡 대리점 배송기사(퀵플렉서)가 본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부는 지난해 5월 쿠팡CLS 대리점 배송기사(퀵플렉서)였던 41살 정슬기 씨의 과로사 판정 등을 계기로 쿠팡CLS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조치 등을 마련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쿠팡 측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이 있냐는 KBS 질의에 별도 답변을 내지 않았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주영 의원은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무리가 올 수밖에 없는 노동 환경"이라며 "새벽 배송과 심야 노동이 과로사의 핵심 요인임이 밝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과로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심야 노동에는 더 세심한 근로 시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과로사 산업재해 인정 기준인 야간 노동시간 30%를 할증하면, 이번 조사로 드러난 쿠팡 야간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은 주 60시간을 훌쩍 넘는다"며 "쿠팡에서 과로가 일상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실효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