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살해’→‘살인죄’ 처벌 강화됐지만…친모 집행유예

입력 2025.0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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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숨진 아기

지난해 6월, 당시 만 19살이던 김 모 양은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와 동거하면서 생긴 아기로 추정되지만, 김 양은 임신 사실을 전 남자 친구나 가족들에게 숨긴 채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집에서 갑작스럽게 출산하게 된 겁니다.

아직 이른 새벽, 아기 울음소리로 가족들에게 출산 사실을 들킬까 봐 걱정한 김 양은 아기가 울지 못하게 했고,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불과 2시간여 만에 질식해 숨졌습니다.

■ '영아 살해' 아닌 '살인 혐의' 적용… 이유는?

이후 김 양은 영아 살해가 아닌,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2023년 7월, 영아 살해·유기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영아 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 대해서도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기존 형법의 영아 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만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 1심 재판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평생 죄책감 짊어져"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양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더 무거운 벌을 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판결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존엄한 가치로,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음은 자명하고, 갓 태어난 어린 생명이라고 해서 이와 다를 리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오히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보살핌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부모는 자녀를 보호할 무조건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부모에 의한 어린 생명의 침해는 그 이유나 동기를 불문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자유, 행복 등을 아무것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숨이 막혀 질식하는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감안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약 6개월 가량 구금돼 있으면서 잘못을 반성할 시간을 가진 점, 이 사건 당시 20세가 채 되지 않은 피고인이 출산 직후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식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처럼 영아 살해 범죄가 살인죄에 준하는 엄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생명을 해쳤는데도, 유독 '영아 살해'에 대해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관련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똑같이 아동을 살해한 것인데도, 영아 살해에 대해서는 지금도 형량이 너무 낮고, 감형 요인도 많다"면서 "법원이 가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온정적이고 선처를 많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공 대표는 또 "영아든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동이든, 가해자에 의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은 똑같은데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서 인권이라든지 형량에 차별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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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아살해’→‘살인죄’ 처벌 강화됐지만…친모 집행유예
    • 입력 2025-01-12 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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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숨진 아기

지난해 6월, 당시 만 19살이던 김 모 양은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와 동거하면서 생긴 아기로 추정되지만, 김 양은 임신 사실을 전 남자 친구나 가족들에게 숨긴 채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집에서 갑작스럽게 출산하게 된 겁니다.

아직 이른 새벽, 아기 울음소리로 가족들에게 출산 사실을 들킬까 봐 걱정한 김 양은 아기가 울지 못하게 했고,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불과 2시간여 만에 질식해 숨졌습니다.

■ '영아 살해' 아닌 '살인 혐의' 적용… 이유는?

이후 김 양은 영아 살해가 아닌,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2023년 7월, 영아 살해·유기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영아 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 대해서도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기존 형법의 영아 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만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 1심 재판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평생 죄책감 짊어져"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양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더 무거운 벌을 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판결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존엄한 가치로,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음은 자명하고, 갓 태어난 어린 생명이라고 해서 이와 다를 리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오히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보살핌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부모는 자녀를 보호할 무조건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부모에 의한 어린 생명의 침해는 그 이유나 동기를 불문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자유, 행복 등을 아무것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숨이 막혀 질식하는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감안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약 6개월 가량 구금돼 있으면서 잘못을 반성할 시간을 가진 점, 이 사건 당시 20세가 채 되지 않은 피고인이 출산 직후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식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처럼 영아 살해 범죄가 살인죄에 준하는 엄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생명을 해쳤는데도, 유독 '영아 살해'에 대해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관련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똑같이 아동을 살해한 것인데도, 영아 살해에 대해서는 지금도 형량이 너무 낮고, 감형 요인도 많다"면서 "법원이 가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온정적이고 선처를 많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공 대표는 또 "영아든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동이든, 가해자에 의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은 똑같은데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서 인권이라든지 형량에 차별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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