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입력 2023.09.26 (07:26)
수정 2023.09.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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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수해나 지진,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구호금품을 전달하고 돕는 단체입니다.
각종 재해 재난 때 언론사가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 등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죠.
지난해 이 협회로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이 협회 예산의 대부분인데, 인건비와 운영비, 관리비도 여기에서 충당합니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구호금 지원 권한을 법으로 부여한 단체로, 공공의 성격을 가졌죠.
그런데 이 협회에서 최근 채용 비리가 잇따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탐사보도부 김연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수해나 지진,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구호금품을 전달하고 돕는 단체입니다.
각종 재해 재난 때 언론사가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 등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죠.
지난해 이 협회로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이 협회 예산의 대부분인데, 인건비와 운영비, 관리비도 여기에서 충당합니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구호금 지원 권한을 법으로 부여한 단체로, 공공의 성격을 가졌죠.
그런데 이 협회에서 최근 채용 비리가 잇따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탐사보도부 김연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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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3-09-26 07: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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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수해나 지진,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구호금품을 전달하고 돕는 단체입니다.
각종 재해 재난 때 언론사가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 등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죠.
지난해 이 협회로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이 협회 예산의 대부분인데, 인건비와 운영비, 관리비도 여기에서 충당합니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구호금 지원 권한을 법으로 부여한 단체로, 공공의 성격을 가졌죠.
그런데 이 협회에서 최근 채용 비리가 잇따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탐사보도부 김연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수해나 지진,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구호금품을 전달하고 돕는 단체입니다.
각종 재해 재난 때 언론사가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 등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죠.
지난해 이 협회로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이 협회 예산의 대부분인데, 인건비와 운영비, 관리비도 여기에서 충당합니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구호금 지원 권한을 법으로 부여한 단체로, 공공의 성격을 가졌죠.
그런데 이 협회에서 최근 채용 비리가 잇따른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탐사보도부 김연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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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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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min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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