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46조 원?…“사각지대 있고, 착시현상까지”

입력 2021.10.24 (21:21) 수정 2021.10.24 (21: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요.

올해 저출산 예산은 46조 원으로 나라 예산의 10분의 1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막대한 예산,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요?

김태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있는 서울염강초등학교.

지금은 예방접종센터가 됐습니다.

학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봄 서울 시내 공립초등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폐교된 겁니다.

[김명애/서울 가양동 : "여기서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길래 '어 거기 학교인데 왜 예방접종을 거기서 하지?' 그랬더니 폐교됐다고..."]

다른 나라들은 출산율이 낮더라도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요지부동 꼴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연극배우인 유정민 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유정민/배우/세 자녀 어머니 : "큰애가 12살, 둘째가 8살, 셋째가 6살입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직장 어린이집 이용도 어려웠습니다.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동료들의 배려 속에 아이를 등에 업고 공연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정민/배우/세 자녀 어머니 : "일주일에 7일을 꽉꽉 채워서 연습을 하는 기간이었어요. 아이가 극장 연습실 마당에 와서 엄마를 이렇게도 보고 가고, 구경하다가 가고 그래서 그럴 때가 되게 서러웠어요."]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지만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편중돼 있습니다.

육아휴직자의 65%가 종사자 규모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습니다.

전국에 25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이 있어도 직장 어린이집은 천 2백여 개 뿐입니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어린이집 인건비로 삼성전자에 지원된 저출산 예산만 29억 원, LG전자와 포스코 등도 10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진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총괄과장 : "가장 열악한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 가야 되는데, 그 혜택을 받기 어려우신 분들이 생각보다 좀 많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위원회에서도 그 부분을 지금 같이 고민을 하고 있고요."]

거품 논란도 있습니다.

9조 9천억 원으로 저출산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대출지원, 결국 회수될 돈입니다.

[오진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총괄과장 : "약간 착시효과도 있고, 이런 부분이 있어서 또 정부에서 그 예산을,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서 한 부분은 아닌데, 연구팀하고 같이 개선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경기도 부천에 세워지고 있는 웹툰융합센터, 직업 체험관인 잡월드의 숙련기술체험관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관광활성화 기반 구축, 에코 스타트업 지원, 게임산업 육성 등도 46조 저출산 예산에 들어가 있습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각 부처에서 나름대로 낸 예산들이 모여서 저출산 예산이라는 걸로 포장이 돼서 그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서, 기본계획을 통해서 2006년 이후에 매년 발표가 되는..."]

간접예산의 비중이 큰 점도 예산 체감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예산 46조 원을 분석해 보면 가정이나 양육 등의 직접지원 예산은 40%가 채 안 되고,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낮은 주거나 고용, 교육 등 간접지원 분야는 60%가 넘습니다.

KBS 뉴스 김태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탐사K] 46조 원?…“사각지대 있고, 착시현상까지”
    • 입력 2021-10-24 21:21:14
    • 수정2021-10-24 21:48:38
    뉴스 9
[앵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요.

올해 저출산 예산은 46조 원으로 나라 예산의 10분의 1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막대한 예산,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요?

김태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있는 서울염강초등학교.

지금은 예방접종센터가 됐습니다.

학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봄 서울 시내 공립초등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폐교된 겁니다.

[김명애/서울 가양동 : "여기서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길래 '어 거기 학교인데 왜 예방접종을 거기서 하지?' 그랬더니 폐교됐다고..."]

다른 나라들은 출산율이 낮더라도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요지부동 꼴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연극배우인 유정민 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유정민/배우/세 자녀 어머니 : "큰애가 12살, 둘째가 8살, 셋째가 6살입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직장 어린이집 이용도 어려웠습니다.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동료들의 배려 속에 아이를 등에 업고 공연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정민/배우/세 자녀 어머니 : "일주일에 7일을 꽉꽉 채워서 연습을 하는 기간이었어요. 아이가 극장 연습실 마당에 와서 엄마를 이렇게도 보고 가고, 구경하다가 가고 그래서 그럴 때가 되게 서러웠어요."]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지만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편중돼 있습니다.

육아휴직자의 65%가 종사자 규모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습니다.

전국에 25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이 있어도 직장 어린이집은 천 2백여 개 뿐입니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어린이집 인건비로 삼성전자에 지원된 저출산 예산만 29억 원, LG전자와 포스코 등도 10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진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총괄과장 : "가장 열악한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 가야 되는데, 그 혜택을 받기 어려우신 분들이 생각보다 좀 많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위원회에서도 그 부분을 지금 같이 고민을 하고 있고요."]

거품 논란도 있습니다.

9조 9천억 원으로 저출산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대출지원, 결국 회수될 돈입니다.

[오진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총괄과장 : "약간 착시효과도 있고, 이런 부분이 있어서 또 정부에서 그 예산을,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서 한 부분은 아닌데, 연구팀하고 같이 개선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경기도 부천에 세워지고 있는 웹툰융합센터, 직업 체험관인 잡월드의 숙련기술체험관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관광활성화 기반 구축, 에코 스타트업 지원, 게임산업 육성 등도 46조 저출산 예산에 들어가 있습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각 부처에서 나름대로 낸 예산들이 모여서 저출산 예산이라는 걸로 포장이 돼서 그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서, 기본계획을 통해서 2006년 이후에 매년 발표가 되는..."]

간접예산의 비중이 큰 점도 예산 체감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예산 46조 원을 분석해 보면 가정이나 양육 등의 직접지원 예산은 40%가 채 안 되고,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낮은 주거나 고용, 교육 등 간접지원 분야는 60%가 넘습니다.

KBS 뉴스 김태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