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시작은 외화벌이, 현실은 마약 남용

입력 2023.06.10 (08:29) 수정 2023.06.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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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마약 관련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요.

국내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상당량이 북한산이란 추정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재배하고 만든 마약을 제3국을 거쳐 들여오는 거로 전문가들은 분석하는데요.

한편으론 북한의 마약 문제도 심각하다는데요.

북한의 마약 확산,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외화벌이 수단에서부터, 주민 일상에까지 깊숙히 파고든 북한의 마약 실태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리포트]

인적 드문 북한 산골 마을.

산꼭대기에서 능선까지,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 흰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양귀비꽃입니다.

북한 양귀비 재배 농장이라고 2008년 한 민간단체가 공개한 건데요.

북한 당국이 주도하는 마약 사업 현장이라는 주장입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2008년 인터뷰 : "민간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고 군대가 관할하는 지역이라고 구체적으로 저희에게 설명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편용 양귀비 재배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탈북민들에겐 익숙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에서 태어나고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다닌 북한 주민이라면 한 번 이상은 다 경험해 봤을 거예요. 아편 농장에 동원 나가서 아편 진액 채취라든가 이런걸 직접 경험한 사람들. 비밀이 아니었으니까요. 북한은 전 지역에 아편을 국가적으로 재배하는 농장이 다 있어요. 북한이 그걸 아편이라고 부르지 않고 북한식 이름을 지어놓은 게 있어요. 백도라지. 백도라지 농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아편 농장으로 알고 있죠."]

‘백도라지’는 북한이 양귀비에 붙인 이름.

북한 당국은 전국 각지 협동농장에 양귀비 생산과 채취를 지시했습니다.

[이OO/前 협동농장 간부 : "안전 면도칼을 손에 딱 끼고 진액이 누런 게 나와요. 그러면 그걸 나무 칼 같은 거로 긁어요. 걷어서 봉인해서 상부에다 보내요."]

이 같은 양귀비 생산은 외화벌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까지 무리한 치적 사업을 이어갔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마약 판매였습니다.

1980년대부턴 국가 주도의 마약 생산을 본격화했고, 러시아와 중국을 거점으로 수출했습니다.

[KBS 뉴스/1996년 5월 28일 : "KBS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편을 밀매하는 북한의 범죄조직이 러시아 경찰에 적발되는 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북한의 해외 마약 밀매가 국제 문제로 번지면서 각국의 단속도 강화됐는데요.

["네 이름이 뭐야? (몰라요.) 네가 김만청이지? 이건 뭐야? 돈이구나. 아편 냄새가 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의 주머니에선 현금과 아편. 북한여권과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북한의 마약 생산과 판매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허창걸/北 돌격대 군의장/1996년 기자회견 : "중앙당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편 농장이 있습니다. 각 도에 또 아편 농장 한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 4월엔 북한 선박 ‘봉수호’가 호주에 헤로인 125kg을 몰래 들이다가 호주 군경 합동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당시 돈 1억 천만 달러로 추산되는 엄청난 양의 마약 밀수는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초상휘장(김일성·김정일 얼굴 베지)은 모셔야 합니다. (경찰서로 가져갈 겁니다 이 소지품 당신에게서 압수된 사실 인정합니까? 이게 본인 몸에서 나온 게 맞죠?) 내 심장입니다."]

마약이 배에 실린 걸 북한 선원들은 몰랐던 것으로 호주 대법원은 판결했지만,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보도됐고 북한은 마약 국가로 손가락질 받습니다.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자 북한 딩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2003년에 마약 관련 법률을 제정했거든요. 그리고 2007년이 되면 국제사회에서 마약에 대한 제조나 유통이나 마약에 대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 있는데 북한도 가입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단속 이런 부분들을 통해서 국가 단위의 북한이 마약을 제조해서 외부에 밀수하는 것은 상당히 감소한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요.

국가 주도의 마약 생산이 본격화하자 민간영역,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된 겁니다.

처음엔 주로 민간 치료제로 아편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OO/前 협동농장 간부 : "북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특히 대장염. 대장 염증이 왔을 때는 즉효에요."]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의료체계가 붕괴됐고 마약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의료가 열악하고 부실하니까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마약 사용 실태를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거죠. 흔히 사용하는 용도가 설사 멎는 지사제. 지사제로서 아편 진액을 사용하고 뇌졸중 예방과 치료에도 환자들끼리 알아서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뒤따르는 마약 중독.

혜산 등 북중 접경 지역은 물론 청진 같은 대도시에서도 주민들의 마약 흡입이 이뤄졌습니다.

20대 청년부터 노인층까지 마약을 한두 번 투약하지 않은 주민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는데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에도 북한 주민 마약 남용은 여전했습니다.

[북한 주민/2013년 인터뷰 : "머리털 난 사람은 다해요. (다 마약 한다고요?) 거저 중학생들, 다음에 돈 좀 있는 것들. 그거 안 하는 사람 없어요. 거반(거의) 다해요."]

치료 약이 부족해 마약을 쓰다 보니 죄의식도 없이 퍼졌고, 경제난으로 생활까지 고달파지면서 강도가 더 센 마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삥두', '얼음'으로 불리는 필로폰이 대세가 된 겁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제가 탈북해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때 이미 북한 사회에 마약이 만연하고 있었어요. 주민들이 일상에서 삶의 환경이 열악하고 고되고 피곤하고 힘들고 하니까 아편 같은 거 남용하고 그 이후에는 합성 마약을 오남용하다 보니까 중독되고 그게 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그런 실정이에요."]

심지어 북한군 내부에도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군의관들이 모르핀 주사를 남용하고 대량 밀거래한 사실이 적발된 겁니다.

탈영해 마약에 손을 대거나, 밀매업자들과 결탁하는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실도 군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는데요.

여기에 마약을 단속해야 할 간부급 등 상류층도 중독돼 있다는 것입니다.

[평양 인근 주민/2013년 10월 인터뷰 : "마약 하는 사람 있습니다. 간부들. (간부들이 주로 해요?) 네, 돈 많은 사람들 간부들, 그런 사람들은 잡혀도 괜찮으니까. 전화 걸면 '야 얼른 내보내라'."]

2013년 숙청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처형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마약이었습니다.

["장성택은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하게 된 때부터 마약을 쓰고 도박장을 찾아다니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북한 관료들 상당 부분도 마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단속해야 할 당사자들이 마약에 이미 노출돼 있고. 단속 과정에서 그것을 압수하게 되면 원칙대로는 이것을 없애야 하는 거죠. 하지만 북한의 관료들도 대단히 어려운 경제적인 형편에 노출돼 있고 그것이 다시 시장으로 나오게 되고 또 그것이 그 상급의 관료들에게는 일종의 뇌물로 다시 올려지고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봉수호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의 개입은 줄었지만 민간차원의 판매 조직은 더욱 활성화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엔 북한산 마약 거래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2016년 11월 인터뷰 : "무역선 배에 마약 한 킬로(1kg)가 들어있었대요. 한 킬로(1Kg)면 사형이죠."]

남북이 지리적으론 가장 가까운 만큼 북한에서의 마약 생산과 해외 거래를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마약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명확한 것은 마약 사용자가 많아지면 그중에 중독자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마약에 중독된다는 것은 개인의 인생을 망치는 것만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삶이 사실 파탄에 이르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 거죠.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도 정상 국가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려고 하므로 유엔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북한에 요구하고 의사를 표명하면 북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가 차원의 외화벌이에서 시작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까지 장악한 마약.

경제 발전을 통한 사회의 전반적 개선이 이뤄져야 마약 퇴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마약 문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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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0 08:29:55
    • 수정2023-06-10 09: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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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마약 관련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요.

국내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상당량이 북한산이란 추정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재배하고 만든 마약을 제3국을 거쳐 들여오는 거로 전문가들은 분석하는데요.

한편으론 북한의 마약 문제도 심각하다는데요.

북한의 마약 확산,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외화벌이 수단에서부터, 주민 일상에까지 깊숙히 파고든 북한의 마약 실태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리포트]

인적 드문 북한 산골 마을.

산꼭대기에서 능선까지,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 흰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양귀비꽃입니다.

북한 양귀비 재배 농장이라고 2008년 한 민간단체가 공개한 건데요.

북한 당국이 주도하는 마약 사업 현장이라는 주장입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2008년 인터뷰 : "민간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고 군대가 관할하는 지역이라고 구체적으로 저희에게 설명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편용 양귀비 재배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탈북민들에겐 익숙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에서 태어나고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다닌 북한 주민이라면 한 번 이상은 다 경험해 봤을 거예요. 아편 농장에 동원 나가서 아편 진액 채취라든가 이런걸 직접 경험한 사람들. 비밀이 아니었으니까요. 북한은 전 지역에 아편을 국가적으로 재배하는 농장이 다 있어요. 북한이 그걸 아편이라고 부르지 않고 북한식 이름을 지어놓은 게 있어요. 백도라지. 백도라지 농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아편 농장으로 알고 있죠."]

‘백도라지’는 북한이 양귀비에 붙인 이름.

북한 당국은 전국 각지 협동농장에 양귀비 생산과 채취를 지시했습니다.

[이OO/前 협동농장 간부 : "안전 면도칼을 손에 딱 끼고 진액이 누런 게 나와요. 그러면 그걸 나무 칼 같은 거로 긁어요. 걷어서 봉인해서 상부에다 보내요."]

이 같은 양귀비 생산은 외화벌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까지 무리한 치적 사업을 이어갔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마약 판매였습니다.

1980년대부턴 국가 주도의 마약 생산을 본격화했고, 러시아와 중국을 거점으로 수출했습니다.

[KBS 뉴스/1996년 5월 28일 : "KBS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편을 밀매하는 북한의 범죄조직이 러시아 경찰에 적발되는 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북한의 해외 마약 밀매가 국제 문제로 번지면서 각국의 단속도 강화됐는데요.

["네 이름이 뭐야? (몰라요.) 네가 김만청이지? 이건 뭐야? 돈이구나. 아편 냄새가 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의 주머니에선 현금과 아편. 북한여권과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북한의 마약 생산과 판매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허창걸/北 돌격대 군의장/1996년 기자회견 : "중앙당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편 농장이 있습니다. 각 도에 또 아편 농장 한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 4월엔 북한 선박 ‘봉수호’가 호주에 헤로인 125kg을 몰래 들이다가 호주 군경 합동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당시 돈 1억 천만 달러로 추산되는 엄청난 양의 마약 밀수는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초상휘장(김일성·김정일 얼굴 베지)은 모셔야 합니다. (경찰서로 가져갈 겁니다 이 소지품 당신에게서 압수된 사실 인정합니까? 이게 본인 몸에서 나온 게 맞죠?) 내 심장입니다."]

마약이 배에 실린 걸 북한 선원들은 몰랐던 것으로 호주 대법원은 판결했지만,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보도됐고 북한은 마약 국가로 손가락질 받습니다.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자 북한 딩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2003년에 마약 관련 법률을 제정했거든요. 그리고 2007년이 되면 국제사회에서 마약에 대한 제조나 유통이나 마약에 대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 있는데 북한도 가입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단속 이런 부분들을 통해서 국가 단위의 북한이 마약을 제조해서 외부에 밀수하는 것은 상당히 감소한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요.

국가 주도의 마약 생산이 본격화하자 민간영역,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된 겁니다.

처음엔 주로 민간 치료제로 아편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OO/前 협동농장 간부 : "북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특히 대장염. 대장 염증이 왔을 때는 즉효에요."]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의료체계가 붕괴됐고 마약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의료가 열악하고 부실하니까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마약 사용 실태를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거죠. 흔히 사용하는 용도가 설사 멎는 지사제. 지사제로서 아편 진액을 사용하고 뇌졸중 예방과 치료에도 환자들끼리 알아서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뒤따르는 마약 중독.

혜산 등 북중 접경 지역은 물론 청진 같은 대도시에서도 주민들의 마약 흡입이 이뤄졌습니다.

20대 청년부터 노인층까지 마약을 한두 번 투약하지 않은 주민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는데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에도 북한 주민 마약 남용은 여전했습니다.

[북한 주민/2013년 인터뷰 : "머리털 난 사람은 다해요. (다 마약 한다고요?) 거저 중학생들, 다음에 돈 좀 있는 것들. 그거 안 하는 사람 없어요. 거반(거의) 다해요."]

치료 약이 부족해 마약을 쓰다 보니 죄의식도 없이 퍼졌고, 경제난으로 생활까지 고달파지면서 강도가 더 센 마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삥두', '얼음'으로 불리는 필로폰이 대세가 된 겁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제가 탈북해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때 이미 북한 사회에 마약이 만연하고 있었어요. 주민들이 일상에서 삶의 환경이 열악하고 고되고 피곤하고 힘들고 하니까 아편 같은 거 남용하고 그 이후에는 합성 마약을 오남용하다 보니까 중독되고 그게 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그런 실정이에요."]

심지어 북한군 내부에도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군의관들이 모르핀 주사를 남용하고 대량 밀거래한 사실이 적발된 겁니다.

탈영해 마약에 손을 대거나, 밀매업자들과 결탁하는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실도 군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는데요.

여기에 마약을 단속해야 할 간부급 등 상류층도 중독돼 있다는 것입니다.

[평양 인근 주민/2013년 10월 인터뷰 : "마약 하는 사람 있습니다. 간부들. (간부들이 주로 해요?) 네, 돈 많은 사람들 간부들, 그런 사람들은 잡혀도 괜찮으니까. 전화 걸면 '야 얼른 내보내라'."]

2013년 숙청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처형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마약이었습니다.

["장성택은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하게 된 때부터 마약을 쓰고 도박장을 찾아다니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북한 관료들 상당 부분도 마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단속해야 할 당사자들이 마약에 이미 노출돼 있고. 단속 과정에서 그것을 압수하게 되면 원칙대로는 이것을 없애야 하는 거죠. 하지만 북한의 관료들도 대단히 어려운 경제적인 형편에 노출돼 있고 그것이 다시 시장으로 나오게 되고 또 그것이 그 상급의 관료들에게는 일종의 뇌물로 다시 올려지고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봉수호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의 개입은 줄었지만 민간차원의 판매 조직은 더욱 활성화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엔 북한산 마약 거래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2016년 11월 인터뷰 : "무역선 배에 마약 한 킬로(1kg)가 들어있었대요. 한 킬로(1Kg)면 사형이죠."]

남북이 지리적으론 가장 가까운 만큼 북한에서의 마약 생산과 해외 거래를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마약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 "명확한 것은 마약 사용자가 많아지면 그중에 중독자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마약에 중독된다는 것은 개인의 인생을 망치는 것만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삶이 사실 파탄에 이르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 거죠.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도 정상 국가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려고 하므로 유엔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북한에 요구하고 의사를 표명하면 북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가 차원의 외화벌이에서 시작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까지 장악한 마약.

경제 발전을 통한 사회의 전반적 개선이 이뤄져야 마약 퇴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마약 문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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