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1이 강등권인데 U-22룰? “한가한 소리죠”

입력 2023.03.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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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수원의 김주찬. U-22룰 덕분에 올 시즌 선발 출전 기회를 잡고 있지만 3경기 모두 전반 초반 교체 아웃됐다.K리그1 수원의 김주찬. U-22룰 덕분에 올 시즌 선발 출전 기회를 잡고 있지만 3경기 모두 전반 초반 교체 아웃됐다.

전반 23분→ 전반 16분→ 전반 20분.
수원 삼성 소속 22세 이하 선수들의 이번 시즌 교체 시간이다.

지난 시즌 22세 선수들을 조기 교체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수원FC의 바통을 올 시즌엔 수원 삼성이 넘겨받았다. 22세 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오현규가 빠진 수원의 현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어린 선수들을 조기 교체해, 교체 카드를 5장까지 쓰려는 꼼수 아닌 꼼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22세 룰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22세 룰'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22세 이하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 넣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도입 초반엔 선수 한 명을 벤치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으나, 이후 한 명은 선발, 한 명은 벤치에 앉혀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고 또 이를 어길 경우 교체카드에 제한을 두는 페널티까지 적용되며 점차 강제성을 띄게 됐다.

지난달, 대학축구지도자 협의회는 대학 지도자와 선수 등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고 22세 룰 규정 철폐를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수원FC 이승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K리그에 있는 22세 이하 출전 규정을 이해할 수 없다. 22세 이하를 투입하는 것이 의무라면 왜 35세 이상 출전 규정은 없나, 어느 나라에 이런 규정이 있나"라며 소신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 '뜨거운 감자' U-22 룰

반기는 이 하나 없는 22세 룰 규정. 구단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K리그1은 12팀 중 최대 3팀까지 강등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

성적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벼랑 끝' 리그 구조에서 22세 룰을 그 취지에 맞게 온전히 지키고 활용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4분의 1이 강등이 가능한 리그에서 유망주를 키워라? 전력이 약한 팀엔 한가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K리그1 시민구단 구단의 한 관계자는 "강등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22세 룰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22세 룰을 적용받던 선수가 1년이 지나 23세가 되면 경기에 못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강등 걱정이 없는 2부리그에만 규정을 적용해 신인 육성을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생각한다."라며 속앓이를 했다.

"대학 3, 4학년 되면 축구화 벗어요"

22세 룰의 직격탄을 맞은 건 대학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U-22룰이 생긴 이후 대학교 3, 4학년 축구 선수들은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학년이 된 선수들은 프로 진출의 희망이 사라졌다며, 또 후배들 보기 창피하다며 하나 둘 축구화를 벗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축구 관계자는 "선수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다 다르다. 3학년이 넘어 축구에 눈을 뜨는 선수들도 많은데 22세 룰로 인해 조기에 프로에 입단하지 못할 경우 선수들이 축구를 더 이상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왔다.

물론 각 구단의 유스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대학 축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대학 축구가 엘리트 스포츠로 인식되는 한 분명 22세 룰은 대학 축구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대학 축구 지도자 협의회 설동식 회장은 지난주 대한축구협회 박경훈 전무이사를 만나 현재 대학들이 처한 현실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고위 관계자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규정을 철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단들의 필요성에서가 아닌 협회, 연맹의 주도 하에 진행되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유망주 육성 정책. 누군가에겐 특혜, 누군가에겐 역차별로 다가올 이 말 많은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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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분의 1이 강등권인데 U-22룰? “한가한 소리죠”
    • 입력 2023-03-14 07:00:46
    스포츠K
K리그1 수원의 김주찬. U-22룰 덕분에 올 시즌 선발 출전 기회를 잡고 있지만 3경기 모두 전반 초반 교체 아웃됐다.
전반 23분→ 전반 16분→ 전반 20분.
수원 삼성 소속 22세 이하 선수들의 이번 시즌 교체 시간이다.

지난 시즌 22세 선수들을 조기 교체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수원FC의 바통을 올 시즌엔 수원 삼성이 넘겨받았다. 22세 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오현규가 빠진 수원의 현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어린 선수들을 조기 교체해, 교체 카드를 5장까지 쓰려는 꼼수 아닌 꼼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22세 룰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22세 룰'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22세 이하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 넣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도입 초반엔 선수 한 명을 벤치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으나, 이후 한 명은 선발, 한 명은 벤치에 앉혀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고 또 이를 어길 경우 교체카드에 제한을 두는 페널티까지 적용되며 점차 강제성을 띄게 됐다.

지난달, 대학축구지도자 협의회는 대학 지도자와 선수 등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고 22세 룰 규정 철폐를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수원FC 이승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K리그에 있는 22세 이하 출전 규정을 이해할 수 없다. 22세 이하를 투입하는 것이 의무라면 왜 35세 이상 출전 규정은 없나, 어느 나라에 이런 규정이 있나"라며 소신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 '뜨거운 감자' U-22 룰

반기는 이 하나 없는 22세 룰 규정. 구단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K리그1은 12팀 중 최대 3팀까지 강등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

성적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벼랑 끝' 리그 구조에서 22세 룰을 그 취지에 맞게 온전히 지키고 활용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4분의 1이 강등이 가능한 리그에서 유망주를 키워라? 전력이 약한 팀엔 한가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K리그1 시민구단 구단의 한 관계자는 "강등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22세 룰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22세 룰을 적용받던 선수가 1년이 지나 23세가 되면 경기에 못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강등 걱정이 없는 2부리그에만 규정을 적용해 신인 육성을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생각한다."라며 속앓이를 했다.

"대학 3, 4학년 되면 축구화 벗어요"

22세 룰의 직격탄을 맞은 건 대학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U-22룰이 생긴 이후 대학교 3, 4학년 축구 선수들은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학년이 된 선수들은 프로 진출의 희망이 사라졌다며, 또 후배들 보기 창피하다며 하나 둘 축구화를 벗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축구 관계자는 "선수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다 다르다. 3학년이 넘어 축구에 눈을 뜨는 선수들도 많은데 22세 룰로 인해 조기에 프로에 입단하지 못할 경우 선수들이 축구를 더 이상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왔다.

물론 각 구단의 유스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대학 축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대학 축구가 엘리트 스포츠로 인식되는 한 분명 22세 룰은 대학 축구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대학 축구 지도자 협의회 설동식 회장은 지난주 대한축구협회 박경훈 전무이사를 만나 현재 대학들이 처한 현실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고위 관계자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규정을 철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단들의 필요성에서가 아닌 협회, 연맹의 주도 하에 진행되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유망주 육성 정책. 누군가에겐 특혜, 누군가에겐 역차별로 다가올 이 말 많은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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