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르포] 키이우행 야간열차, BTS를 좋아하는 소녀를 만나다

입력 2023.02.03 (07:01) 수정 2023.02.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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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길.

외교부의 사전 승인을 얻었다. 방문 가능지역은 동남부 격전지역을 제외한 수도 키이우까지로 제한됐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직항은 진즉에 끊겼다. 폴란드 등 주변국을 경유해야 한다.

바르샤바에서 열차 이동이 시작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국경이 다음 목적지다.

“10분 연착이라고?”
“아까는 10분이라고 돼있었는데 가 보시죠.”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출발 시간은 계속 늦어졌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은 잠시 폴란드로 피란 왔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설국의 풍경을 뚫고 4시간을 달리면 국경 마을 헤움에 도착한다.

오후 6시.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

안내판도 보이지 않고 폭설까지 쌓인 승강장. 이곳에서 다시 우크라이나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현지 우크라이나인
“여러분 비켜주세요. 지나갈 수가 없어요.”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젊은 남성의 해외여행은 금지된 상태. 때문에 승객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이방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역무원에겐 경계감이 있다.

녹취 / 역무원
“어디 사람이오?”
“네?”
“국적이요!”
“한국인입니다.”
“여권 보시겠어요?”

키이우로 가는 야간열차는 네 명이 한 칸을 쓰는 침대 열차다.

취재진 세 명 중 두 명은 우크라이나 노부부와 입사 1년차 젊은 기자는 우크라이나 여성 두 명이 있는 칸에 배정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여성들의 경계심이 조금은 풀린 듯하다.

인터뷰 / 카트리나 우크라이나 승객
“K팝 문화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에서 유명해요. BTS 같은 음악 밴드를 알아요.
(제 핸드폰 영상) 보셨죠? 블랙핑크도 알고요.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한국 시트콤 드라마도 봤어요.”

전쟁 중에 이렇게 여행하는 게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녹취 / 카트리나 우크라이나 승객
“처음엔 모두가 혼란스러웠고, 무슨 일인지 이해를 못 했죠. 그래서 감정이 격했고 허둥댔어요.
지금은 그나마 진정됐어요.”

우크라이나군의 입국 심사가 끝나자 승객들이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열차 유리창에는 비닐 테이프가 겹겹이 붙어있다.

로켓 공격을 받았을 때 파편이 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 밖으로 어두운 우크라이나 시골 풍경이 무심히 흘러간다.

밤새 1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키이우역. 아득함 속에서 방향을 가늠해본다.

“어느 방향이에요?”
“사람들 가는 방향이겠지.”

취재진을 안내해 줄 현지인 통역을 만났다. 1930년대 지어졌다는 키이우 중앙역사는 다행히 공습을 피해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동트기 전 진눈깨비가 취재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indow.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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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르포] 키이우행 야간열차, BTS를 좋아하는 소녀를 만나다
    • 입력 2023-02-03 07:01:04
    • 수정2023-02-03 08:06:09
    세계는 지금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길.

외교부의 사전 승인을 얻었다. 방문 가능지역은 동남부 격전지역을 제외한 수도 키이우까지로 제한됐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직항은 진즉에 끊겼다. 폴란드 등 주변국을 경유해야 한다.

바르샤바에서 열차 이동이 시작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국경이 다음 목적지다.

“10분 연착이라고?”
“아까는 10분이라고 돼있었는데 가 보시죠.”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출발 시간은 계속 늦어졌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은 잠시 폴란드로 피란 왔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설국의 풍경을 뚫고 4시간을 달리면 국경 마을 헤움에 도착한다.

오후 6시.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

안내판도 보이지 않고 폭설까지 쌓인 승강장. 이곳에서 다시 우크라이나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현지 우크라이나인
“여러분 비켜주세요. 지나갈 수가 없어요.”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젊은 남성의 해외여행은 금지된 상태. 때문에 승객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이방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역무원에겐 경계감이 있다.

녹취 / 역무원
“어디 사람이오?”
“네?”
“국적이요!”
“한국인입니다.”
“여권 보시겠어요?”

키이우로 가는 야간열차는 네 명이 한 칸을 쓰는 침대 열차다.

취재진 세 명 중 두 명은 우크라이나 노부부와 입사 1년차 젊은 기자는 우크라이나 여성 두 명이 있는 칸에 배정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여성들의 경계심이 조금은 풀린 듯하다.

인터뷰 / 카트리나 우크라이나 승객
“K팝 문화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에서 유명해요. BTS 같은 음악 밴드를 알아요.
(제 핸드폰 영상) 보셨죠? 블랙핑크도 알고요.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한국 시트콤 드라마도 봤어요.”

전쟁 중에 이렇게 여행하는 게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녹취 / 카트리나 우크라이나 승객
“처음엔 모두가 혼란스러웠고, 무슨 일인지 이해를 못 했죠. 그래서 감정이 격했고 허둥댔어요.
지금은 그나마 진정됐어요.”

우크라이나군의 입국 심사가 끝나자 승객들이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열차 유리창에는 비닐 테이프가 겹겹이 붙어있다.

로켓 공격을 받았을 때 파편이 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 밖으로 어두운 우크라이나 시골 풍경이 무심히 흘러간다.

밤새 1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키이우역. 아득함 속에서 방향을 가늠해본다.

“어느 방향이에요?”
“사람들 가는 방향이겠지.”

취재진을 안내해 줄 현지인 통역을 만났다. 1930년대 지어졌다는 키이우 중앙역사는 다행히 공습을 피해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동트기 전 진눈깨비가 취재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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