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와 메시가 ‘GOAT’ 논쟁의 최후 승자?

입력 2023.01.30 (14:25) 수정 2023.01.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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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 이후 테니스와 축구 열혈 팬들은 공통의 화두를 한 가지 갖고 있다. 바로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s, GOAT)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근 15년이 넘는 기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경쟁했다. 테니스에서는 2003년 윔블던 우승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를 휩쓴 로저 페더러를 필두로 라파엘 나달,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까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GOAT는 누구인가를 놓고 팬과 미디어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흥미로우면서, 어쩌면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논쟁에서 일단 축구는 모범 답안을 찾아낸 것 같다. 메시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메호 대전'의 최후 승자로 낙점받은 것이다. 메시는 나아가 자신의 대선배인 디에고 마라도나, 펠레와 비교에서도 많은 축구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앞서나가고 있다. 물론 카타르월드컵 우승의 여운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는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테니스는 이와 유사하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GOAT 논쟁이 전개됐다. 출발점은 로저 페더러가 전성기 시절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각종 메이저 대회를 휩쓸면서, 그에 앞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거론된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비교에서 비롯됐다.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첫 번째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테니스는 4대 메이저 대회를 누가 더 많이 우승하느냐로 평가하는데, 2009년 페더러가 메이저 통산 15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기존 기록 보유자인 샘프러스(14회)를 뛰어넘는 GOAT로 인정받았다.

이 기록은 적어도 반세기 이상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페더러의 후계자들이 막강했다. 페더러보다 5살 어린 나달은 선수 경력 초반에는 클레이(흙) 코트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반쪽짜리 선수로 취급받았지만, 점점 기량을 끌어올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24살의 나이(최연소)에 달성했다.

적어도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큼은 적수를 찾기 어려워, 이 대회에서만 14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난해 페더러가 보유했던 메이저 20회 우승을 뛰어넘는 22회 기록을 작성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GOAT는 페더러에서 나달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테니스 빅3 가운데 막내인 조코비치가 이 두 명의 위대한 전설들을 추월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2023년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3-0으로 꺾고 22번째 메이저 우승을 완성했다. 나달과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은 동률이지만, 그 외의 다른 기록들에서는 조코비치가 앞서는 부분이 훨씬 많다.

호주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다시 오른 조코비치는 시대를 지배한 선수의 잣대 가운데 하나인 세계 1위 재임 기간이 총 374주를 기록했는데, 이 부문 남녀 통틀어 최고 기록 보유자인 슈테피 그라프(377주)의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등급의 권위 있는 투어 대회인 마스터스 시리즈 최다 우승(38회)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9개의 마스터스 시리즈를 한 번 이상 우승한 '골든 마스터스'를 달성한 역대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조코비치가 테니스 GOAT 논쟁의 선두 주자로 공인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미래 가치에서도 앞서기 때문이다. 35세를 넘어 테니스 선수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조코비치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1~2년 넘게 현역 최고의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조코비치는 이미 은퇴를 선언한 페더러와 부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나달에 비해 더 많은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리는 나달과 페더러, 조코비치(왼쪽부터)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리는 나달과 페더러, 조코비치(왼쪽부터)

호주오픈 남자 단식 시상식에서 준우승자인 치치파스는 "조코비치가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입니다."라고 밝혔다. 테니스 GOAT 논쟁에 있어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점점 더 많은 팬과 미디어, 전문가들은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를 넘어 조코비치가 가장 위대한 선수 1인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 조코비치는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우승 직후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당신이 GOAT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다.

"제발 저에게 그런 질문하지 마십시오(웃음). 무엇보다 제가 이 논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논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마다 굉장히 다른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30~40년 전에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곳이 잔디 코트에서 열렸고, 당시에는 나무 라켓으로 테니스를 했죠. 지금은 기술이 발달했고 그때와 비교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했고, 제가 역대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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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0 14:25:25
    • 수정2023-01-30 14:32:04
    스포츠K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 이후 테니스와 축구 열혈 팬들은 공통의 화두를 한 가지 갖고 있다. 바로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s, GOAT)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근 15년이 넘는 기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경쟁했다. 테니스에서는 2003년 윔블던 우승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를 휩쓴 로저 페더러를 필두로 라파엘 나달,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까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GOAT는 누구인가를 놓고 팬과 미디어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흥미로우면서, 어쩌면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논쟁에서 일단 축구는 모범 답안을 찾아낸 것 같다. 메시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메호 대전'의 최후 승자로 낙점받은 것이다. 메시는 나아가 자신의 대선배인 디에고 마라도나, 펠레와 비교에서도 많은 축구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앞서나가고 있다. 물론 카타르월드컵 우승의 여운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는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테니스는 이와 유사하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GOAT 논쟁이 전개됐다. 출발점은 로저 페더러가 전성기 시절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각종 메이저 대회를 휩쓸면서, 그에 앞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거론된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비교에서 비롯됐다.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첫 번째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테니스는 4대 메이저 대회를 누가 더 많이 우승하느냐로 평가하는데, 2009년 페더러가 메이저 통산 15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기존 기록 보유자인 샘프러스(14회)를 뛰어넘는 GOAT로 인정받았다.

이 기록은 적어도 반세기 이상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페더러의 후계자들이 막강했다. 페더러보다 5살 어린 나달은 선수 경력 초반에는 클레이(흙) 코트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반쪽짜리 선수로 취급받았지만, 점점 기량을 끌어올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24살의 나이(최연소)에 달성했다.

적어도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큼은 적수를 찾기 어려워, 이 대회에서만 14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난해 페더러가 보유했던 메이저 20회 우승을 뛰어넘는 22회 기록을 작성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GOAT는 페더러에서 나달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테니스 빅3 가운데 막내인 조코비치가 이 두 명의 위대한 전설들을 추월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2023년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3-0으로 꺾고 22번째 메이저 우승을 완성했다. 나달과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은 동률이지만, 그 외의 다른 기록들에서는 조코비치가 앞서는 부분이 훨씬 많다.

호주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다시 오른 조코비치는 시대를 지배한 선수의 잣대 가운데 하나인 세계 1위 재임 기간이 총 374주를 기록했는데, 이 부문 남녀 통틀어 최고 기록 보유자인 슈테피 그라프(377주)의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등급의 권위 있는 투어 대회인 마스터스 시리즈 최다 우승(38회)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9개의 마스터스 시리즈를 한 번 이상 우승한 '골든 마스터스'를 달성한 역대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조코비치가 테니스 GOAT 논쟁의 선두 주자로 공인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미래 가치에서도 앞서기 때문이다. 35세를 넘어 테니스 선수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조코비치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1~2년 넘게 현역 최고의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조코비치는 이미 은퇴를 선언한 페더러와 부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나달에 비해 더 많은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리는 나달과 페더러, 조코비치(왼쪽부터)
호주오픈 남자 단식 시상식에서 준우승자인 치치파스는 "조코비치가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입니다."라고 밝혔다. 테니스 GOAT 논쟁에 있어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점점 더 많은 팬과 미디어, 전문가들은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를 넘어 조코비치가 가장 위대한 선수 1인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 조코비치는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우승 직후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당신이 GOAT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다.

"제발 저에게 그런 질문하지 마십시오(웃음). 무엇보다 제가 이 논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논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마다 굉장히 다른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30~40년 전에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곳이 잔디 코트에서 열렸고, 당시에는 나무 라켓으로 테니스를 했죠. 지금은 기술이 발달했고 그때와 비교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했고, 제가 역대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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