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스노체인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조치 취하겠다”

입력 2023.01.12 (19:44) 수정 2023.01.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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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도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달리는 모습지난해 12월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도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달리는 모습

지난달 제주에서 한 운전자가 눈길에 스노체인을 채우고 차량을 운전했다가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돼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는 같은 제품의 체인을 채웠다가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잘리거나, 휠이 파손됐다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체인 판매를 중단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던 업체 측이 취재를 시작한 지 2주가 다 돼서야 연락이 닿았습니다.

문제의 체인을 판매한 A 업체가, 취재진이 아닌 체인 구매자에게 상담 채팅을 통해 지난 7일 한 영상과 함께 입장을 보낸 겁니다. 해당 영상은 한 유튜버가 A 업체의 스노체인을 직접 장착해 실험한 영상이었습니다. (유튜브 픽플러스: 스노체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이 영상에는 마찰이 아닌, 체인을 실수로 장착해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절단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튜브 픽플러스 ‘스노체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영상 캡처유튜브 픽플러스 ‘스노체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영상 캡처

체인을 채울 때 바퀴 안쪽에 있는 호스를 함께 묶으면 곧바로 끊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A 업체는 이 영상을 구매자에게 보낸 뒤 '잘못 체인을 장착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액만 7~8억 원에 달한다. 댓글을 봐주시면 좋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습니다.

채팅 창에는 '구매자가 체인을 잘못 장착했다', '업체가 억울하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보도에서 A 업체의 체인을 채워 바퀴를 돌린 결과 체인과 유압호스가 닿을 듯 했으며, 차량이 주행하고 있었다면 양쪽이 맞닿아 유압호스가 끊어졌을 거라는 전문가의 입장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돌리는 듯한 A 업체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을 취재한 저는 동의가 어렵습니다.

바퀴에 스노체인을 장착했을 뿐인데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제품. 과연 이 제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 주의사항 없었다


A 업체가 포털 구매 광고 상세정보란에 홍보한 내용입니다. A 업체는 해당 체인을 '수만 번의 테스트로 개발한 제품으로 촘촘한 내측 링과 외측 링으로 눈길 주행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소개했습니다. 제품 소개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제품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A 업체는 '플라스틱, 우레탄 소재의 체인이 주행 중 끊어지면서 자동차에 심각한 훼손을 주고 있다'며 '타사 체인이 차량 내부로 말려들어 가 브레이크 유압장치와 ABS(Anti-lock Brake System)를 손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A 업체는 자사의 체인이 브레이크 유압 호스와 같이 묶일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유압호스가 잘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은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구매자는 A 업체의 광고를 믿고 체인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제품 소개에 첨부된 장착 안내 동영상을 보며 차량 바퀴에 체인을 장착했습니다. 그리고 주행 중에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돼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연 이번 일의 원인이 구매자의 잘못일까요?

체인 장착과 탈착 안내 영상에도 '브레이크 유압 호스를 감을 수 있어 주의하라'거나 '호스를 확인하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제품 소개에 첨부됐던 이 영상은 현재는 삭제돼 볼 수 없습니다.


이번 구매자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운전자 역시 체인을 장착했다가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잘려 낭패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운전자 역시 영상을 보고 연습한 대로 체인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이 운전자는 "정비소에서 체인으로 브레이크 오일 호스가 절단됐다는 얘기를 해줬다"며 "굉장히 위험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 사례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 사례

유압호스는 브레이크 페달의 압력을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한쪽만 잘려나가도 오일이 새면서 브레이크가 먹통이 됩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의 경우 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있다는 정도는 알아도 어느 것이 유압호스인지, 유압호스가 어디에 어떻게 연결됐는지 모르기 쉽습니다. 더욱이 차를 정비업소의 리프트가 아닌 땅 위에 세워두고 직접 스노체인을 장착할 경우 보통의 운전자는 유압호스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중대 사고를 낼 수 있는 제품이 어떻게 판매될 수 있는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댓글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댓글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업체는 소비자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5년 국내 한 정수기 업체가 자사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1년간 이를 숨긴 사실이 있었는데,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이런 경우 소비자들에게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며 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업체가 억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취재진은 취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A 업체 대표 휴대전화 번호로 오전과 오후 5차례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해당 번호로 수차례 문자도 보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업체 측 대표 번호로 보낸 문자취재진이 업체 측 대표 번호로 보낸 문자

취재진은 구매자를 통해 A 업체의 상담 채팅으로 재차 질의문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반드시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업체는 지난해 12월 26일 밤 10시 4분 취재진에게 '해당 내용을 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A 업체는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오전과 오후 3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업체는 받지 않았습니다.

A 업체 측 상담 채팅창A 업체 측 상담 채팅창

그사이 해당 제품을 사용했다가 휠이 파손되고,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은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고입니다.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보도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후기인터넷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후기

■ 스노체인은 '안전관리 비대상제품'

취재진이 송재호 국회의원실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노체인은 안전관리 비대상제품으로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입니다.

담당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는 "소비자원에 접수된 최근 5년간 (2018~2022) 스노체인 안전사고는 1건으로, 위해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국제기준도 없는 상황"이라고 기준이 없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안전기준이 없기에 스노체인 리콜 조치나 제품회수 및 불량제품 유통 차단 실적, 안전성 조사 결과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스노체인 안전사고가 과연 5년간 1건밖에 없었을까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8월까지)간 접수된 스노체인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모두 7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담 건수에는 단순 불만 등이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산자부가 파악한 1건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KBS와의 통화에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원과 차이가 발생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안전 인증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노체인과 관련한 불만 여론이나 각종 민원이 있을 때 인증 대상에 포함 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건·사고가 건수도 많지 않은 부분에 규제를 만들면 나중에 폐지가 어렵고, 정부가 왜 자꾸 규제를 만드느냐는 비판이 올 수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 스노체인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


KBS는 2014년 한 대학연구팀이 진행한 스노체인 내구력 실험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보도를 통해 차량 안전과 직결되는 스노체인을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연관 기사] ‘끊어지고, 터지고’…KS표준 없는 스노체인 (2014. 2. 11.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2806756

그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스노체인의 안전 기준이 마련되는 듯 했습니다.

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위 사진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제품안전정책과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입니다.

산자부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 유통 비관리제품에 대한 범부처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15개 관심품목에 스노체인을 포함시켰습니다.

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당시 정부는 "산업부, 환경부 등 관심품목별 소관 부처는 관심품목에 대한 안전 관리 방안 수립을 즉시 착수하고, 추진실적은 차기 제품 안전정책 협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 이후 6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없습니다.

소비자가 체인을 구매해 사고가 나면 온전히 운전자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없어지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금의 상황을 진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구매자에게 '조치 취하겠다'는 업체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 2주가 흘렀습니다.

A 업체는 지난 7일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구매자에게 사과는커녕, 자신들이 손해를 봤으니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취재진은 A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8일 업체 측에 추가로 질문을 보냈습니다.

1)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안내한 적이 있는지, 2) 고지가 됐다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고지했는지, 3) 수만 번의 테스트 중 유압 호스가 절단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는지, 4) 국내에서 안전성 인증을 받은 적이 있는지, 5)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인지, 6) 독일에서 '듀얼 그랩핑 방식'을 인정받았다고 광고했는데, 어느 기관에서 어떤 성능을 인정받았는지 등입니다.

취재진은 A 업체 측에 답변과 전화를 달라고 재차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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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스노체인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조치 취하겠다”
    • 입력 2023-01-12 19:44:05
    • 수정2023-01-12 19:50:39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12월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도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달리는 모습
지난달 제주에서 한 운전자가 눈길에 스노체인을 채우고 차량을 운전했다가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돼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는 같은 제품의 체인을 채웠다가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잘리거나, 휠이 파손됐다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체인 판매를 중단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던 업체 측이 취재를 시작한 지 2주가 다 돼서야 연락이 닿았습니다.

문제의 체인을 판매한 A 업체가, 취재진이 아닌 체인 구매자에게 상담 채팅을 통해 지난 7일 한 영상과 함께 입장을 보낸 겁니다. 해당 영상은 한 유튜버가 A 업체의 스노체인을 직접 장착해 실험한 영상이었습니다. (유튜브 픽플러스: 스노체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이 영상에는 마찰이 아닌, 체인을 실수로 장착해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절단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튜브 픽플러스 ‘스노체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영상 캡처
체인을 채울 때 바퀴 안쪽에 있는 호스를 함께 묶으면 곧바로 끊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A 업체는 이 영상을 구매자에게 보낸 뒤 '잘못 체인을 장착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액만 7~8억 원에 달한다. 댓글을 봐주시면 좋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습니다.

채팅 창에는 '구매자가 체인을 잘못 장착했다', '업체가 억울하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보도에서 A 업체의 체인을 채워 바퀴를 돌린 결과 체인과 유압호스가 닿을 듯 했으며, 차량이 주행하고 있었다면 양쪽이 맞닿아 유압호스가 끊어졌을 거라는 전문가의 입장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돌리는 듯한 A 업체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을 취재한 저는 동의가 어렵습니다.

바퀴에 스노체인을 장착했을 뿐인데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제품. 과연 이 제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 주의사항 없었다


A 업체가 포털 구매 광고 상세정보란에 홍보한 내용입니다. A 업체는 해당 체인을 '수만 번의 테스트로 개발한 제품으로 촘촘한 내측 링과 외측 링으로 눈길 주행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소개했습니다. 제품 소개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제품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A 업체는 '플라스틱, 우레탄 소재의 체인이 주행 중 끊어지면서 자동차에 심각한 훼손을 주고 있다'며 '타사 체인이 차량 내부로 말려들어 가 브레이크 유압장치와 ABS(Anti-lock Brake System)를 손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A 업체는 자사의 체인이 브레이크 유압 호스와 같이 묶일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유압호스가 잘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은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구매자는 A 업체의 광고를 믿고 체인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제품 소개에 첨부된 장착 안내 동영상을 보며 차량 바퀴에 체인을 장착했습니다. 그리고 주행 중에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돼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연 이번 일의 원인이 구매자의 잘못일까요?

체인 장착과 탈착 안내 영상에도 '브레이크 유압 호스를 감을 수 있어 주의하라'거나 '호스를 확인하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제품 소개에 첨부됐던 이 영상은 현재는 삭제돼 볼 수 없습니다.


이번 구매자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운전자 역시 체인을 장착했다가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잘려 낭패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운전자 역시 영상을 보고 연습한 대로 체인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이 운전자는 "정비소에서 체인으로 브레이크 오일 호스가 절단됐다는 얘기를 해줬다"며 "굉장히 위험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 사례
유압호스는 브레이크 페달의 압력을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한쪽만 잘려나가도 오일이 새면서 브레이크가 먹통이 됩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의 경우 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있다는 정도는 알아도 어느 것이 유압호스인지, 유압호스가 어디에 어떻게 연결됐는지 모르기 쉽습니다. 더욱이 차를 정비업소의 리프트가 아닌 땅 위에 세워두고 직접 스노체인을 장착할 경우 보통의 운전자는 유압호스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중대 사고를 낼 수 있는 제품이 어떻게 판매될 수 있는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댓글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업체는 소비자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5년 국내 한 정수기 업체가 자사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1년간 이를 숨긴 사실이 있었는데,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이런 경우 소비자들에게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며 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업체가 억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취재진은 취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A 업체 대표 휴대전화 번호로 오전과 오후 5차례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해당 번호로 수차례 문자도 보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업체 측 대표 번호로 보낸 문자
취재진은 구매자를 통해 A 업체의 상담 채팅으로 재차 질의문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반드시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업체는 지난해 12월 26일 밤 10시 4분 취재진에게 '해당 내용을 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A 업체는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오전과 오후 3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업체는 받지 않았습니다.

A 업체 측 상담 채팅창
그사이 해당 제품을 사용했다가 휠이 파손되고,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유압 호스 절단은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고입니다.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보도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A 업체 체인 관련 후기
■ 스노체인은 '안전관리 비대상제품'

취재진이 송재호 국회의원실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노체인은 안전관리 비대상제품으로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입니다.

담당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는 "소비자원에 접수된 최근 5년간 (2018~2022) 스노체인 안전사고는 1건으로, 위해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국제기준도 없는 상황"이라고 기준이 없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안전기준이 없기에 스노체인 리콜 조치나 제품회수 및 불량제품 유통 차단 실적, 안전성 조사 결과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스노체인 안전사고가 과연 5년간 1건밖에 없었을까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8월까지)간 접수된 스노체인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모두 7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담 건수에는 단순 불만 등이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산자부가 파악한 1건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KBS와의 통화에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원과 차이가 발생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안전 인증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노체인과 관련한 불만 여론이나 각종 민원이 있을 때 인증 대상에 포함 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건·사고가 건수도 많지 않은 부분에 규제를 만들면 나중에 폐지가 어렵고, 정부가 왜 자꾸 규제를 만드느냐는 비판이 올 수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 스노체인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


KBS는 2014년 한 대학연구팀이 진행한 스노체인 내구력 실험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보도를 통해 차량 안전과 직결되는 스노체인을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연관 기사] ‘끊어지고, 터지고’…KS표준 없는 스노체인 (2014. 2. 11.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2806756

그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스노체인의 안전 기준이 마련되는 듯 했습니다.

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위 사진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제품안전정책과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입니다.

산자부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 유통 비관리제품에 대한 범부처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15개 관심품목에 스노체인을 포함시켰습니다.

2017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당시 정부는 "산업부, 환경부 등 관심품목별 소관 부처는 관심품목에 대한 안전 관리 방안 수립을 즉시 착수하고, 추진실적은 차기 제품 안전정책 협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 이후 6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없습니다.

소비자가 체인을 구매해 사고가 나면 온전히 운전자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없어지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금의 상황을 진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구매자에게 '조치 취하겠다'는 업체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 2주가 흘렀습니다.

A 업체는 지난 7일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구매자에게 사과는커녕, 자신들이 손해를 봤으니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취재진은 A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8일 업체 측에 추가로 질문을 보냈습니다.

1)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절단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안내한 적이 있는지, 2) 고지가 됐다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고지했는지, 3) 수만 번의 테스트 중 유압 호스가 절단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는지, 4) 국내에서 안전성 인증을 받은 적이 있는지, 5)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인지, 6) 독일에서 '듀얼 그랩핑 방식'을 인정받았다고 광고했는데, 어느 기관에서 어떤 성능을 인정받았는지 등입니다.

취재진은 A 업체 측에 답변과 전화를 달라고 재차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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