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전세금 빼서 2억 줘” 뇌물 거절 당한 국립대 교수…1심, 징역형 선고

입력 2022.12.16 (17:52) 수정 2022.12.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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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채용 대가 요구' 국립 창원대 음악과 교수에 중형 선고

창원지법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립 창원대학교 음악과 교수 60대 A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19년 음악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교수 지원 예정자 B 씨에게 채용의 대가로 수차례 2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내가 음악과 교수 신규 채용 때 임용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전세금을 빼는 방법으로 2억 원을 마련하여 나에게 주면 총장을 통하여 음악과 작곡 교수 자리를 확보하겠다. E 교수에게 1억 원을 주고, 그를 통하여 F 교수에게 부탁을 하고 F 교수의 말을 잘 듣는 G 교수와 서로 협력하게 하면 교수 채용이 가능할 것이다.”

재판부는 녹취록을 토대로, A 교수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뇌물 요구 의사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음악과 교수, 뇌물 거절당하자 고의로 채용 방해

교수 지원 예정자 B 씨가 뇌물 요구를 거절하자, 교수로 선발되지 못하게 고의로 방해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음악과 A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작곡 분야 교수채용 전공 심사 과정에서 B 씨에게 최하점을 매겼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3인'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A 교수는 두 번째 전공심사 평가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채용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A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들만으로 이뤄진 두 번째 전공심사에서 A 씨는 1순위로 '최종 면접'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교수 임용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A 교수는 "채용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동료 교수들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교원 채용심의위'가 열렸고, 채용은 '중도 종결'됐습니다.

■ '교수 임용 막으려고' 또 다른 채용 지원자와 2백 번 넘게 통화

교육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A 교수는 행위는 B 씨의 최종 합격을 무산시킨 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A 교수는 지난해 1학기 교수 채용 절차가 진행되던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또 다른 지원자 C 씨와 242차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전공심사 과정에서 A 교수가 최고점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C 씨에게 "B를 걸레로 만들어 향후 교수 임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재판부는 "A 교수가 C 씨에게 채용 절차의 진행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 씨의 요구에 따라 2억 원을 주었더라면, B 씨 심사위원인 A 교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거나 진행 상황 등을 공유받는 등의 부당한 혜택을 제공 받았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용 비위' 알고도, 1년 동안 손 놓은 창원대학교

경찰이 A 교수를 구속한 뒤, 창원대에 수사 결과를 통보한 건 지난해 12월입니다.

A 교수가 뇌물을 요구하고 B 씨가 이를 거절했던 사실, 그러자 A 교수가 B 씨의 채용 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려 한 정황을 창원대가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1년 동안 창원대가 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A 교수 요구가 적절했는지, 이에 따른 '교원 채용 심의위'의 채용 '중도종결' 결정이 적절했는지도 따지지 않았습니다.

음악과 동문회는 구속된 A 교수가 채용 심의위원회 위원, 즉 동료 교수들을 일일이 만나는 등 심의위 결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채용 심의위 중립성과 신뢰성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 교수가 구속된 뒤 B씨가 중단된 채용 절차를 재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음악과는 올해 2학기 신규 교수 임용 공고를 내면서 '작곡' 분야가 아닌 '음악이론' 분야로 교수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응시 대상자는 '음악이론'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로만 제한됐고, 이 때문에 B 씨는 지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잇따랐지만, 대학본부는 "어느 분야 전공 교수를 채용할지는, 해당 학과 교수들의 전적인 판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뇌물 요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A 교수의 연구실뇌물 요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A 교수의 연구실

■창원대, '채용 비위' 피해자 구제 없이 '묵묵부답'

A 교수는 구속된 뒤 직위해제만 됐을 뿐, 현재까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창원대 징계위가 열렸지만, 위원들은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보류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 A 교수에 대한 징역 5년 중형이 선고되자, 창원대는 보류된 징계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뇌물 요구를 거절한 대가로, 부당하게 채용이 중단된 B 씨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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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전세금 빼서 2억 줘” 뇌물 거절 당한 국립대 교수…1심, 징역형 선고
    • 입력 2022-12-16 17:52:47
    • 수정2022-12-16 17:52:59
    취재후·사건후

■ 법원, '채용 대가 요구' 국립 창원대 음악과 교수에 중형 선고

창원지법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립 창원대학교 음악과 교수 60대 A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19년 음악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교수 지원 예정자 B 씨에게 채용의 대가로 수차례 2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내가 음악과 교수 신규 채용 때 임용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전세금을 빼는 방법으로 2억 원을 마련하여 나에게 주면 총장을 통하여 음악과 작곡 교수 자리를 확보하겠다. E 교수에게 1억 원을 주고, 그를 통하여 F 교수에게 부탁을 하고 F 교수의 말을 잘 듣는 G 교수와 서로 협력하게 하면 교수 채용이 가능할 것이다.”

재판부는 녹취록을 토대로, A 교수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뇌물 요구 의사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음악과 교수, 뇌물 거절당하자 고의로 채용 방해

교수 지원 예정자 B 씨가 뇌물 요구를 거절하자, 교수로 선발되지 못하게 고의로 방해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음악과 A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작곡 분야 교수채용 전공 심사 과정에서 B 씨에게 최하점을 매겼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3인'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A 교수는 두 번째 전공심사 평가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채용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A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들만으로 이뤄진 두 번째 전공심사에서 A 씨는 1순위로 '최종 면접'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교수 임용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A 교수는 "채용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동료 교수들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교원 채용심의위'가 열렸고, 채용은 '중도 종결'됐습니다.

■ '교수 임용 막으려고' 또 다른 채용 지원자와 2백 번 넘게 통화

교육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A 교수는 행위는 B 씨의 최종 합격을 무산시킨 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A 교수는 지난해 1학기 교수 채용 절차가 진행되던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또 다른 지원자 C 씨와 242차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전공심사 과정에서 A 교수가 최고점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C 씨에게 "B를 걸레로 만들어 향후 교수 임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재판부는 "A 교수가 C 씨에게 채용 절차의 진행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A 씨의 요구에 따라 2억 원을 주었더라면, B 씨 심사위원인 A 교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거나 진행 상황 등을 공유받는 등의 부당한 혜택을 제공 받았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용 비위' 알고도, 1년 동안 손 놓은 창원대학교

경찰이 A 교수를 구속한 뒤, 창원대에 수사 결과를 통보한 건 지난해 12월입니다.

A 교수가 뇌물을 요구하고 B 씨가 이를 거절했던 사실, 그러자 A 교수가 B 씨의 채용 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려 한 정황을 창원대가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1년 동안 창원대가 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A 교수 요구가 적절했는지, 이에 따른 '교원 채용 심의위'의 채용 '중도종결' 결정이 적절했는지도 따지지 않았습니다.

음악과 동문회는 구속된 A 교수가 채용 심의위원회 위원, 즉 동료 교수들을 일일이 만나는 등 심의위 결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채용 심의위 중립성과 신뢰성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 교수가 구속된 뒤 B씨가 중단된 채용 절차를 재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음악과는 올해 2학기 신규 교수 임용 공고를 내면서 '작곡' 분야가 아닌 '음악이론' 분야로 교수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응시 대상자는 '음악이론'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로만 제한됐고, 이 때문에 B 씨는 지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잇따랐지만, 대학본부는 "어느 분야 전공 교수를 채용할지는, 해당 학과 교수들의 전적인 판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뇌물 요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A 교수의 연구실
■창원대, '채용 비위' 피해자 구제 없이 '묵묵부답'

A 교수는 구속된 뒤 직위해제만 됐을 뿐, 현재까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창원대 징계위가 열렸지만, 위원들은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보류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 A 교수에 대한 징역 5년 중형이 선고되자, 창원대는 보류된 징계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뇌물 요구를 거절한 대가로, 부당하게 채용이 중단된 B 씨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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