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⑪ 승패 가른 최종 심리…하나금융 증언 신뢰성 ‘추궁’

입력 2022.09.26 (18:21) 수정 2022.09.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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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는 2020년 10월 열린 온라인 심리가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로 채택된 ICC(국제상공회의소) 판정문과 증언이 이 심리에서 처음으로 집중 논의됐고,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김승유 전 회장 등 하나금융 측 증인들의 ICSID에서의 신뢰성에 직접 의문을 제기하며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새 의장 중재인 위한 마지막 심리

중재판정부가 2020년 10월 14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온라인 화상 심리는 그해 6월 새로 지명된 윌리엄 이안 비니 신임 의장을 위한 심리였습니다. 이안 비니 의장은 8년 가까이 사건을 맡아오던 조니 비더 의장이 2020년 사망한 뒤 후임으로 지명됐습니다.

앞서 증인신문과 변론을 위한 심리 기일은 2015~2016년 워싱턴과 헤이그에서 4차례에 걸쳐 이미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안 비니 의장은 지명 후 넉 달 동안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증인 진술서, 전문가 보고서, 4차례 심리 기록 등을 검토했습니다. 마지막 심리는 이안 비니 의장이 기록 검토 과정에서 생긴 의문 사항들을 양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판정부는 온라인 심리 개시 3주 전 당사자들에게 질문 내용을 미리 전달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등 관할권, 외환은행 매각 등 각 쟁점을 포괄해 11페이지 정도로 작성됐는데 여백 없이 빽빽하게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온라인 심리는 이 서면 질문을 토대로 중재위원들이 구두 질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왼쪽부터 윌리엄 이안 비니 중재의장, 브리짓 스턴 중재위원, 찰스 앤 브라우어 중재위원왼쪽부터 윌리엄 이안 비니 중재의장, 브리짓 스턴 중재위원, 찰스 앤 브라우어 중재위원

■ “하나금융 증언, ICC 증언과 충돌”...신뢰 의문 제기

판정부는 이 심리에서 인수 당사자였던 하나금융 김승유 전 회장이 ICSID에서 한 증언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의문의 근거는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ICC 판정문이었습니다.

김승유 전 회장은 ICSID 증인 심리에서 ‘금융위원회가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증거로 채택된 ICC 판정은 김 회장의 이 증언이 솔직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가격 협상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ICC 판정문은 판정 직후인 2019년 6월 ICSID에 제출돼 의장 교체 직전인 2020년 1월 증거로 채택됐고, 이 온라인 심리에서 처음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판정부가 심리에 앞서 양측에 보낸 서면 질의서에는 “(하나금융 임원들이) ICC에서 한 증언이 ICSID에서 한 증언과 충돌할 때 ICC의 증언을 우선 검토해야 하느냐, 아니면 하나금융이 ICSID에서 한 증언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봐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CC 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한 론스타 측은 이 온라인 심리에서 ICSID와 ICC에서 하나금융 임원들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해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의장중재인의 ‘캐스팅 보트’

법무부가 공개한 판정문 요지서에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적시돼있습니다.

다수의견
- 가격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
-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
-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 관계자에게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

소수의견
- 다수의견은 ‘암묵적 압력(COVERT PRESSURE)’를 들고 있으나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
-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에서는 금융위가 가격 인하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음
- 하나금융 관계자의 ICC 절차에서 증언은 매각 가격이 인하되면 금융위가 이를 반길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ICSID 절차에서 증언과 같음

이 요지서로 보면 중재위원들의 의견이 갈린 것은 금융당국의 가격 인하 압박이 실제로 있었느냐 하는 부분과 그 근거로 제시된 하나금융 관계자의 증언에 대한 판단입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와 정부가 각각 지명한 중재위원과 양측이 동의한 의장까지 3명으로 구성됩니다. 소수의견을 낸 사람은 한국 측이 지명한 브리짓 스턴 중재위원이었습니다.

의장을 포함한 두 중재위원은 김 전 회장의 ICSID 증언을 기각하고, 금융당국이 가격 인하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이안 비니 의장이 마지막 심리 후 막판에 론스타의 손을 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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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⑪ 승패 가른 최종 심리…하나금융 증언 신뢰성 ‘추궁’
    • 입력 2022-09-26 18:21:57
    • 수정2022-09-26 18:32:22
    탐사K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는 2020년 10월 열린 온라인 심리가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로 채택된 ICC(국제상공회의소) 판정문과 증언이 이 심리에서 처음으로 집중 논의됐고,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김승유 전 회장 등 하나금융 측 증인들의 ICSID에서의 신뢰성에 직접 의문을 제기하며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새 의장 중재인 위한 마지막 심리

중재판정부가 2020년 10월 14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온라인 화상 심리는 그해 6월 새로 지명된 윌리엄 이안 비니 신임 의장을 위한 심리였습니다. 이안 비니 의장은 8년 가까이 사건을 맡아오던 조니 비더 의장이 2020년 사망한 뒤 후임으로 지명됐습니다.

앞서 증인신문과 변론을 위한 심리 기일은 2015~2016년 워싱턴과 헤이그에서 4차례에 걸쳐 이미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안 비니 의장은 지명 후 넉 달 동안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증인 진술서, 전문가 보고서, 4차례 심리 기록 등을 검토했습니다. 마지막 심리는 이안 비니 의장이 기록 검토 과정에서 생긴 의문 사항들을 양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판정부는 온라인 심리 개시 3주 전 당사자들에게 질문 내용을 미리 전달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등 관할권, 외환은행 매각 등 각 쟁점을 포괄해 11페이지 정도로 작성됐는데 여백 없이 빽빽하게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온라인 심리는 이 서면 질문을 토대로 중재위원들이 구두 질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왼쪽부터 윌리엄 이안 비니 중재의장, 브리짓 스턴 중재위원, 찰스 앤 브라우어 중재위원
■ “하나금융 증언, ICC 증언과 충돌”...신뢰 의문 제기

판정부는 이 심리에서 인수 당사자였던 하나금융 김승유 전 회장이 ICSID에서 한 증언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의문의 근거는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ICC 판정문이었습니다.

김승유 전 회장은 ICSID 증인 심리에서 ‘금융위원회가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증거로 채택된 ICC 판정은 김 회장의 이 증언이 솔직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가격 협상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ICC 판정문은 판정 직후인 2019년 6월 ICSID에 제출돼 의장 교체 직전인 2020년 1월 증거로 채택됐고, 이 온라인 심리에서 처음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판정부가 심리에 앞서 양측에 보낸 서면 질의서에는 “(하나금융 임원들이) ICC에서 한 증언이 ICSID에서 한 증언과 충돌할 때 ICC의 증언을 우선 검토해야 하느냐, 아니면 하나금융이 ICSID에서 한 증언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봐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CC 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한 론스타 측은 이 온라인 심리에서 ICSID와 ICC에서 하나금융 임원들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해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의장중재인의 ‘캐스팅 보트’

법무부가 공개한 판정문 요지서에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적시돼있습니다.

다수의견
- 가격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
-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
-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 관계자에게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

소수의견
- 다수의견은 ‘암묵적 압력(COVERT PRESSURE)’를 들고 있으나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
-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에서는 금융위가 가격 인하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음
- 하나금융 관계자의 ICC 절차에서 증언은 매각 가격이 인하되면 금융위가 이를 반길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ICSID 절차에서 증언과 같음

이 요지서로 보면 중재위원들의 의견이 갈린 것은 금융당국의 가격 인하 압박이 실제로 있었느냐 하는 부분과 그 근거로 제시된 하나금융 관계자의 증언에 대한 판단입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와 정부가 각각 지명한 중재위원과 양측이 동의한 의장까지 3명으로 구성됩니다. 소수의견을 낸 사람은 한국 측이 지명한 브리짓 스턴 중재위원이었습니다.

의장을 포함한 두 중재위원은 김 전 회장의 ICSID 증언을 기각하고, 금융당국이 가격 인하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이안 비니 의장이 마지막 심리 후 막판에 론스타의 손을 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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