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기상 망명’ 부르는 날씨 정보…어디를 믿어야 할까?

입력 2022.07.01 (07:00) 수정 2022.07.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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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갑자기 쏟아진 비에 무방비로 서 있는 자신과 달리 여유롭게 우산을 꺼내 드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아침에 확인한 '어플'에선 비 온다는 소리 없었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우산을 챙겨왔지?'

이제 일기예보는 TV 방송뿐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이나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비가 오다 말다 해 날씨 예보 서비스를 더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날씨 관련 정보가 마냥 편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다양해진 만큼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보가 서로 일치하거나 비슷하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는데, 생각보다 자주 더 큰 폭으로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위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더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해외 일기예보 사이트나 앱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기상 망명족'까지 등장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날씨 예보만 해도 기관·업체 4곳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예보 내용이 다른 경우 가 비일비재힙니다.

2022년 6월 30일 오후 3시 30분경 네이버 날씨 제공 정보 갈무리. 네 곳의 날씨 정보가 모두 다르다.2022년 6월 30일 오후 3시 30분경 네이버 날씨 제공 정보 갈무리. 네 곳의 날씨 정보가 모두 다르다.

이처럼 예보 결과가 제각각일 때 온라인에선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
"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누리꾼 반응 모음누리꾼 반응 모음

이렇게 기관·업체마다 일기예보 내용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요? 또 어느 일기예보 서비스가 더 정확한 편인지, 이용자들은 어떤 점을 알아두면 좋을지 알아봤습니다.

■ 기관·업체마다 날씨 정보 차이 나는 이유는?

수많은 날씨 예보 서비스를 모두 다룰 순 없고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쓰는 '네이버 날씨 예보 코너'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코너에 들어가 있는 업체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고 이용도도 높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네이버 날씨 코너에는 기상청과 아큐웨더, 웨더채널, 웨더뉴스 등 네 곳이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인 기상청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곳은 모두 민간업체입니다. 아큐웨더와 웨더채널은 미국, 웨더뉴스는 일본 업체로 글로벌 기상 정보를 제공합니다. 짧게는 36년, 길게는 60년까지 나름 '업력'이 쌓인 곳들로 국내 항공사 등에서 활용할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영국과 더불어 전통적인 기상 선진국으로 분류됩니다.

기상청과 이들 글로벌 기상 전문업체들은 각기 다른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합니다. 수치예보모델은 기상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날씨를 시간대로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를 사용해 단기 및 주간예보를 위해 20여 종의 수치예보모델을 하루 약 100회 이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민간 업체들은 각국의 기상청과 같은 국가 단위 기관에서 기상 관측 데이터의 일부를 받아오고 여기에 환경단체, 군대 등 비(非) 기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자체 개발한 AI 데이터 등을 더해 분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컴퓨터의 예측치를 '수치예보'라고 하는데, 기상청과 민간 업체들의 경험 많은 기상 전문가들이 이를 분석해 최종 예보를 냅니다. 컴퓨터 계산 결과만으로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인간의 경험과 통찰을 녹여내 정확도를 높이는 겁니다.

결국, 정확한 기상 관측 데이터와 수치예보모델, 경험 많은 기상 전문가들의 노하우(know-how)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가장 현실에 부합한 예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각 기관·업체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기상 선진국이라는 미국·일본 업체들의 예보가 기상청 예보보다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날씨 상황 살펴보는 기상청 직원들 (KBS 자료화면)날씨 상황 살펴보는 기상청 직원들 (KBS 자료화면)

■ "기상청, 우리 상황 가장 잘 알아"…"상대적 기술력 한계" 지적도

업계와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 땅 예보는 기상청이 가장 정확하다고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기상청만큼 국내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하려면 해당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와 지역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상 전문업체들이 각국의 기상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고는 하지만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처럼 작은 지역에까지 미치는 예보는 하기가 힘듭니다.

해당 지역 기상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 지역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는 지역 예보관들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애초 기상청이 이용하는 수치예보모델이 대한민국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된 것이라는 점도 국내 예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입니다. 사실 당연한 얘기죠. 다른 나라의 기상 기관들도 자국 예보에 최적화된 모델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로부터 공인된 결과라는 점에서 기상청 예보가 더 신뢰할 만하다는 겁니다.

"해외 민간업체들은 예보의 결과가 틀려도 책임을 지지 않지만 기상청은 예보가 틀리면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고 국회에 불려가 검증도 받으면서 추가 조치를 합니다. 그러면서 공신력이 생기는 것이거든요. 한두 번 민간업체 예보가 맞는다고 해서 외국 자료가 맞니 안 맞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얘기입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

반면, 기상청의 기상 예보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선 기상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등 기상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높은 게 맞아요. 그건 우리보다 역사가 길게는 100년 정도 앞서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긴 해요.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국가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그럼에도 장 교수는 기상과학 역사의 격차가 일기예보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기술 격차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의 유사한 결과를 내는 수준까지는 왔고 그 자체가 놀랄만한 실적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습니다.

도성현 아큐웨더 매니저는 해외 업체의 국내 날씨 예보가 기상청보다 정확하다고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저희가 제일 정확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확도에는 큰 의미가 없어요. 기관들마다 정확도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특정 기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1년 이상 장기로 보면 비슷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 정도의 차이를 놓고 기상청이 더 맞다, 해외 업체가 더 맞다라고 얘기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성현 아큐웨더 매니저

일기예보 레이더 영상 (KBS 자료화면)일기예보 레이더 영상 (KBS 자료화면)

■ 기상청-해외 업체 '국내 예보 정확도' 비교한 자료 없어

국내 일기예보를 놓고 기상청이 정확한지, 글로벌 업체가 정확한지 비교한 자료가 있다면 딱히 고민할 일은 없을 겁니다. 나라별로 자국의 일기예보 정확도를 측정한 자료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 나라 상황에서의 예보 정확도가 곧 다른 나라의 예보 정확도와 같을 수는 없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나라별, 지역별로 기상 상황과 분석방법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다만 우리 기상청의 국내 예보 능력을 두고는 오랫동안 논란이 된 게 사실입니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2017년 감사원 감사와 이후 국회가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비공개 자료'들을 보면 실제 적중률은 매년 40% 중·후반대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당시 영국은 58%에 육박해 10% 포인트 넘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상청이 공개한 자료는 '강수예보정확도', 비공개 자료는 '강수유무적중률'입니다. 강수예보정확도는 강수 예보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비가 안 온 경우에도 '정확한 예보'로 계산되기 때문에 수치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강수유무적중률은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로 비가 온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해외 기관이나 업체가 우리 땅 예보를 더 정확하게 한다고 볼 과학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보 결과가 엇갈릴 땐 제일 잘 맞는 거 하나만 봤으면 싶은 마음이 있을텐데 해외발 예보가 더 잘 맞는다고 볼만한 과학적 근거나 기준은 없습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 일종의 '각인효과'…예보 서비스 이용은 이렇게

업계와 기상 전문가들은 '어디 예보가 더 잘 맞는다'는 주장에 대해 일종의 '각인효과'라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빈약한데도 특별히 관심을 둔 날 마침 예보가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해당 서비스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국가기관인 기상청의 경우 조금만 틀려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돼 평소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아무래도 전면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인식은 기상청이 틀렸을 때 더 크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 부각되니까요."
-국내 기상전문 업체 '웨더아이' 지민석 기술지원팀 차장

"각인 효과가 아주 크다고 봅니다. 거기에 아마 제일 손해 보고 있는 게 기상청일 거예요. "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그냥 입소문이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런 의견에 의존할 수는 없죠."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래서 복수의 예보 정보를 통해 '추세'를 파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근본적으로 예보가 항상 맞을 수 없고 업체마다 예측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날씨 예보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네 군데 모두 비가 올 것으로 예측했는데 기상청만 예측 강우량이 40㎜고 나머지 업체는 모두 5㎜, 10㎜로 더 적게 예측했다면 '그래도 비가 많이 오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어느 한 곳이 '흐림'으로 예측하고 나머지 세 곳이 '비 옴'으로 예측한다면 안전하게 우산을 챙겨야겠죠.

네이버가 날씨 예보 서비스를 기획하며 네 곳과 협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정보제공업자로서 공신력 있는 기상예보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 이용자가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싶다는 이용자 요구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그렇게 이용할 때 일기예보의 효용성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남지웅 네이버 홍보 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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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기상 망명’ 부르는 날씨 정보…어디를 믿어야 할까?
    • 입력 2022-07-01 07:00:23
    • 수정2022-07-01 11:01:41
    팩트체크K

퇴근길 갑자기 쏟아진 비에 무방비로 서 있는 자신과 달리 여유롭게 우산을 꺼내 드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아침에 확인한 '어플'에선 비 온다는 소리 없었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우산을 챙겨왔지?'

이제 일기예보는 TV 방송뿐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이나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비가 오다 말다 해 날씨 예보 서비스를 더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날씨 관련 정보가 마냥 편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다양해진 만큼 어떤 것을 참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보가 서로 일치하거나 비슷하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는데, 생각보다 자주 더 큰 폭으로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위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더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해외 일기예보 사이트나 앱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기상 망명족'까지 등장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날씨 예보만 해도 기관·업체 4곳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예보 내용이 다른 경우 가 비일비재힙니다.

2022년 6월 30일 오후 3시 30분경 네이버 날씨 제공 정보 갈무리. 네 곳의 날씨 정보가 모두 다르다.
이처럼 예보 결과가 제각각일 때 온라인에선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
"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누리꾼 반응 모음
이렇게 기관·업체마다 일기예보 내용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요? 또 어느 일기예보 서비스가 더 정확한 편인지, 이용자들은 어떤 점을 알아두면 좋을지 알아봤습니다.

■ 기관·업체마다 날씨 정보 차이 나는 이유는?

수많은 날씨 예보 서비스를 모두 다룰 순 없고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쓰는 '네이버 날씨 예보 코너'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코너에 들어가 있는 업체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고 이용도도 높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네이버 날씨 코너에는 기상청과 아큐웨더, 웨더채널, 웨더뉴스 등 네 곳이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인 기상청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곳은 모두 민간업체입니다. 아큐웨더와 웨더채널은 미국, 웨더뉴스는 일본 업체로 글로벌 기상 정보를 제공합니다. 짧게는 36년, 길게는 60년까지 나름 '업력'이 쌓인 곳들로 국내 항공사 등에서 활용할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영국과 더불어 전통적인 기상 선진국으로 분류됩니다.

기상청과 이들 글로벌 기상 전문업체들은 각기 다른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합니다. 수치예보모델은 기상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날씨를 시간대로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를 사용해 단기 및 주간예보를 위해 20여 종의 수치예보모델을 하루 약 100회 이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민간 업체들은 각국의 기상청과 같은 국가 단위 기관에서 기상 관측 데이터의 일부를 받아오고 여기에 환경단체, 군대 등 비(非) 기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자체 개발한 AI 데이터 등을 더해 분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컴퓨터의 예측치를 '수치예보'라고 하는데, 기상청과 민간 업체들의 경험 많은 기상 전문가들이 이를 분석해 최종 예보를 냅니다. 컴퓨터 계산 결과만으로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인간의 경험과 통찰을 녹여내 정확도를 높이는 겁니다.

결국, 정확한 기상 관측 데이터와 수치예보모델, 경험 많은 기상 전문가들의 노하우(know-how)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가장 현실에 부합한 예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각 기관·업체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기상 선진국이라는 미국·일본 업체들의 예보가 기상청 예보보다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날씨 상황 살펴보는 기상청 직원들 (KBS 자료화면)
■ "기상청, 우리 상황 가장 잘 알아"…"상대적 기술력 한계" 지적도

업계와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 땅 예보는 기상청이 가장 정확하다고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기상청만큼 국내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하려면 해당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와 지역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상 전문업체들이 각국의 기상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고는 하지만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처럼 작은 지역에까지 미치는 예보는 하기가 힘듭니다.

해당 지역 기상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 지역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는 지역 예보관들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애초 기상청이 이용하는 수치예보모델이 대한민국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된 것이라는 점도 국내 예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주된 요소입니다. 사실 당연한 얘기죠. 다른 나라의 기상 기관들도 자국 예보에 최적화된 모델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로부터 공인된 결과라는 점에서 기상청 예보가 더 신뢰할 만하다는 겁니다.

"해외 민간업체들은 예보의 결과가 틀려도 책임을 지지 않지만 기상청은 예보가 틀리면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고 국회에 불려가 검증도 받으면서 추가 조치를 합니다. 그러면서 공신력이 생기는 것이거든요. 한두 번 민간업체 예보가 맞는다고 해서 외국 자료가 맞니 안 맞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얘기입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

반면, 기상청의 기상 예보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선 기상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등 기상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높은 게 맞아요. 그건 우리보다 역사가 길게는 100년 정도 앞서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긴 해요.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국가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그럼에도 장 교수는 기상과학 역사의 격차가 일기예보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기술 격차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의 유사한 결과를 내는 수준까지는 왔고 그 자체가 놀랄만한 실적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습니다.

도성현 아큐웨더 매니저는 해외 업체의 국내 날씨 예보가 기상청보다 정확하다고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저희가 제일 정확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확도에는 큰 의미가 없어요. 기관들마다 정확도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특정 기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1년 이상 장기로 보면 비슷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 정도의 차이를 놓고 기상청이 더 맞다, 해외 업체가 더 맞다라고 얘기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성현 아큐웨더 매니저

일기예보 레이더 영상 (KBS 자료화면)
■ 기상청-해외 업체 '국내 예보 정확도' 비교한 자료 없어

국내 일기예보를 놓고 기상청이 정확한지, 글로벌 업체가 정확한지 비교한 자료가 있다면 딱히 고민할 일은 없을 겁니다. 나라별로 자국의 일기예보 정확도를 측정한 자료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 나라 상황에서의 예보 정확도가 곧 다른 나라의 예보 정확도와 같을 수는 없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나라별, 지역별로 기상 상황과 분석방법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다만 우리 기상청의 국내 예보 능력을 두고는 오랫동안 논란이 된 게 사실입니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2017년 감사원 감사와 이후 국회가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비공개 자료'들을 보면 실제 적중률은 매년 40% 중·후반대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당시 영국은 58%에 육박해 10% 포인트 넘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상청이 공개한 자료는 '강수예보정확도', 비공개 자료는 '강수유무적중률'입니다. 강수예보정확도는 강수 예보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비가 안 온 경우에도 '정확한 예보'로 계산되기 때문에 수치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강수유무적중률은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로 비가 온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해외 기관이나 업체가 우리 땅 예보를 더 정확하게 한다고 볼 과학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보 결과가 엇갈릴 땐 제일 잘 맞는 거 하나만 봤으면 싶은 마음이 있을텐데 해외발 예보가 더 잘 맞는다고 볼만한 과학적 근거나 기준은 없습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 일종의 '각인효과'…예보 서비스 이용은 이렇게

업계와 기상 전문가들은 '어디 예보가 더 잘 맞는다'는 주장에 대해 일종의 '각인효과'라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빈약한데도 특별히 관심을 둔 날 마침 예보가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해당 서비스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국가기관인 기상청의 경우 조금만 틀려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돼 평소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아무래도 전면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인식은 기상청이 틀렸을 때 더 크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 부각되니까요."
-국내 기상전문 업체 '웨더아이' 지민석 기술지원팀 차장

"각인 효과가 아주 크다고 봅니다. 거기에 아마 제일 손해 보고 있는 게 기상청일 거예요. "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그냥 입소문이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런 의견에 의존할 수는 없죠."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래서 복수의 예보 정보를 통해 '추세'를 파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근본적으로 예보가 항상 맞을 수 없고 업체마다 예측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날씨 예보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네 군데 모두 비가 올 것으로 예측했는데 기상청만 예측 강우량이 40㎜고 나머지 업체는 모두 5㎜, 10㎜로 더 적게 예측했다면 '그래도 비가 많이 오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어느 한 곳이 '흐림'으로 예측하고 나머지 세 곳이 '비 옴'으로 예측한다면 안전하게 우산을 챙겨야겠죠.

네이버가 날씨 예보 서비스를 기획하며 네 곳과 협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정보제공업자로서 공신력 있는 기상예보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 이용자가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한 곳에서 비교하고 싶다는 이용자 요구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그렇게 이용할 때 일기예보의 효용성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남지웅 네이버 홍보 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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