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딱지거래’ 가능성 인정…그럼 한동훈 후보자는?

입력 2022.05.10 (18:42) 수정 2022.05.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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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98년 신반포청구아파트 매입 과정의 이른바 '딱지 거래' 의혹에 대한 KBS 탐사보도부 보도와 관련해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논란이 된 '딱지 거래'는 조합원이 아닌 무자격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전매 금지가 풀릴 즈음 아파트 소유권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 2022년 5월 8일 KBS 뉴스9 보도 )

어제(9일)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와 한 후보자 모친이 조합 아파트를 '딱지 거래'로 매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보도 내용을 보니 모친께서 (당시) 분양권을 사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한 후보자는 '첫 아파트 구매'와 관련해 제기된 두 가지 의혹 ① 증여세 탈루와 ②'딱지 거래'(입주권 불법 거래) 중 하나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아파트 구매 과정을 전혀 모른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달라졌다.

그런데 한 후보자 말을 다시 보면, 정작 본인과의 관련성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딱지 거래' 가능성을 처음 인정한 건 맞지만, 한 후보자는 "모친께서 분양권(딱지)을 사신 것"이라며 선을 그은 셈이 된다.

한 후보자 말만 놓고 보면 불법이 있었다면 그 행위 주체는 한 후보자가 아니라 모친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 '딱지 거래', 한 후보자와 무관한 일?

'딱지 거래'를 한 사람이 한동훈 후보자의 모친이라면 한 후보자와는 무관한 일이 될까. 이 부분을 따져보려면 다시 세부 거래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신반포청구 아파트는 무주택 조합원을 위한 조합 아파트다. 한동훈 모친은 당시 유주택자였기 때문에 조합원 가입이 불가능했다. 한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무주택 가구 세대원이 아니어서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유주택자가 조합 아파트를 미리 '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조합원에게 입주권을 사는 것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은 입주 가능일 이후 60일까지 주택 전매를 금지했다. 투기꾼들이 웃돈을 주고 '입주권'을 사들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한 후보자의 모친 허 씨가 '딱지 계약'을 했다면 그 시점은 2월 25일 혹은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법에 명시된 전매 금지 기간이다. 허 씨는 2월 25일 조합원 정 모 씨를 채무자로 1억 원가량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아파트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를 가졌다. 그리고 한 후보자는 전매 금지 기간이 풀리자마자 소유권을 가져갔다.


그런데 KBS가 법률 자문을 한 결과, '딱지 계약' 주체가 한 후보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모친의 딱지 거래가 있었다면, 한동훈 후보자의 아파트 매매를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두 행위가 무관하지 않을 거란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자를 명의자로 한 별도의 '매매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정황을 놓고 보면, 1998. 3. 27. 이전에 이미 허씨 또는 한동훈 후보자가 조합원 정모 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혹시라도 전매제한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허씨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가 전매제한기간이 지나자마자 한동훈 후보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 A 법률사무소 자문 의견서 中 (2022.5.9)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런 계약을 말한다. 한 후보자와 모친 허 씨 그리고 조합원 정 씨 사이에 "정 씨는 전매제한기간이 지나면 한동훈 후보자에게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허 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다"는 계약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계약이 존재한다면 한 후보자는 '모친이 한 일'이란 해명으로도 위법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딱지 거래' '증여'보다 무서운 '명의 신탁'

한 후보자의 추측대로 '딱지 거래'의 주체가 모친이었면 또 다른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바로 명의 신탁, 즉 부동산 차명 보유 문제다.

모친 허 씨가 딱지 거래의 실제 당사자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허 씨가 매매대금까지 모두 부담했다면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명의 신탁) 의혹이 커진다. 명의 수탁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한편, 한동훈 후보자 모친 허 모씨가 이 사건 아파트 매매계약의 실제 당사자이고 매매대금도 모두 부담하였음에도 단지 한 후보자의 명의만을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라면,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A 법률사무소 자문 의견서 中(2022.5.9)

결국, 한동훈 후보자는 아파트 매매자금을 소명하지 못하게 되면, 증여 자체도 문제지만 여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인지 어제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본인이 구매자금을 부담했다며 여러 차례 소명했다. 그는 "당시 IMF(외환위기)로 주택가가 폭락했던 시점"이라며 "부친께서 여러 차례 세금 범위 내에서 (자금을) 주셨고, 세금을 내면서 증여도 받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제 청문회에서 '첫 집 구매 의혹'을 두고, 민주당과 한 후보자 사이에는 여러 공방이 오갔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새로운 논란만 낳은 모양새다. 의혹 소명에 필요한 매매계약서는 공개되지 못했다. 근저당권 설정을 풀기 위해 어머니에게 갚았다는 '현금 1억 원'도 한동훈 후보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건넸는지 증빙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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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친 딱지거래’ 가능성 인정…그럼 한동훈 후보자는?
    • 입력 2022-05-10 18:42:44
    • 수정2022-05-10 23:32:34
    탐사K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98년 신반포청구아파트 매입 과정의 이른바 '딱지 거래' 의혹에 대한 KBS 탐사보도부 보도와 관련해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논란이 된 '딱지 거래'는 조합원이 아닌 무자격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전매 금지가 풀릴 즈음 아파트 소유권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 2022년 5월 8일 KBS 뉴스9 보도 )

어제(9일)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와 한 후보자 모친이 조합 아파트를 '딱지 거래'로 매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보도 내용을 보니 모친께서 (당시) 분양권을 사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한 후보자는 '첫 아파트 구매'와 관련해 제기된 두 가지 의혹 ① 증여세 탈루와 ②'딱지 거래'(입주권 불법 거래) 중 하나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아파트 구매 과정을 전혀 모른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달라졌다.

그런데 한 후보자 말을 다시 보면, 정작 본인과의 관련성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딱지 거래' 가능성을 처음 인정한 건 맞지만, 한 후보자는 "모친께서 분양권(딱지)을 사신 것"이라며 선을 그은 셈이 된다.

한 후보자 말만 놓고 보면 불법이 있었다면 그 행위 주체는 한 후보자가 아니라 모친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 '딱지 거래', 한 후보자와 무관한 일?

'딱지 거래'를 한 사람이 한동훈 후보자의 모친이라면 한 후보자와는 무관한 일이 될까. 이 부분을 따져보려면 다시 세부 거래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신반포청구 아파트는 무주택 조합원을 위한 조합 아파트다. 한동훈 모친은 당시 유주택자였기 때문에 조합원 가입이 불가능했다. 한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무주택 가구 세대원이 아니어서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유주택자가 조합 아파트를 미리 '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조합원에게 입주권을 사는 것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은 입주 가능일 이후 60일까지 주택 전매를 금지했다. 투기꾼들이 웃돈을 주고 '입주권'을 사들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한 후보자의 모친 허 씨가 '딱지 계약'을 했다면 그 시점은 2월 25일 혹은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법에 명시된 전매 금지 기간이다. 허 씨는 2월 25일 조합원 정 모 씨를 채무자로 1억 원가량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아파트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를 가졌다. 그리고 한 후보자는 전매 금지 기간이 풀리자마자 소유권을 가져갔다.


그런데 KBS가 법률 자문을 한 결과, '딱지 계약' 주체가 한 후보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모친의 딱지 거래가 있었다면, 한동훈 후보자의 아파트 매매를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두 행위가 무관하지 않을 거란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자를 명의자로 한 별도의 '매매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정황을 놓고 보면, 1998. 3. 27. 이전에 이미 허씨 또는 한동훈 후보자가 조합원 정모 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혹시라도 전매제한기간이 지난 후에도 정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허씨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가 전매제한기간이 지나자마자 한동훈 후보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 A 법률사무소 자문 의견서 中 (2022.5.9)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런 계약을 말한다. 한 후보자와 모친 허 씨 그리고 조합원 정 씨 사이에 "정 씨는 전매제한기간이 지나면 한동훈 후보자에게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허 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다"는 계약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계약이 존재한다면 한 후보자는 '모친이 한 일'이란 해명으로도 위법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딱지 거래' '증여'보다 무서운 '명의 신탁'

한 후보자의 추측대로 '딱지 거래'의 주체가 모친이었면 또 다른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바로 명의 신탁, 즉 부동산 차명 보유 문제다.

모친 허 씨가 딱지 거래의 실제 당사자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허 씨가 매매대금까지 모두 부담했다면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명의 신탁) 의혹이 커진다. 명의 수탁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한편, 한동훈 후보자 모친 허 모씨가 이 사건 아파트 매매계약의 실제 당사자이고 매매대금도 모두 부담하였음에도 단지 한 후보자의 명의만을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라면,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A 법률사무소 자문 의견서 中(2022.5.9)

결국, 한동훈 후보자는 아파트 매매자금을 소명하지 못하게 되면, 증여 자체도 문제지만 여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인지 어제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본인이 구매자금을 부담했다며 여러 차례 소명했다. 그는 "당시 IMF(외환위기)로 주택가가 폭락했던 시점"이라며 "부친께서 여러 차례 세금 범위 내에서 (자금을) 주셨고, 세금을 내면서 증여도 받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제 청문회에서 '첫 집 구매 의혹'을 두고, 민주당과 한 후보자 사이에는 여러 공방이 오갔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새로운 논란만 낳은 모양새다. 의혹 소명에 필요한 매매계약서는 공개되지 못했다. 근저당권 설정을 풀기 위해 어머니에게 갚았다는 '현금 1억 원'도 한동훈 후보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건넸는지 증빙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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