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평범한 부여 농민 공룡 알 또 발견…학계 “집단 서식지 가능성도”

입력 2022.01.22 (09:00) 수정 2022.0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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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세도면에서 발견된 공룡 알 추정 화석충남 부여군 세도면에서 발견된 공룡 알 추정 화석

■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됐다" 사진 제보로 시작

충남 부여에서 공룡 알 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됐다는 사진 제보가 왔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믿기 힘들었지만, 동시에 호기심이 생겨 곧장 부여로 향했습니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부여의 화석 발견 현장은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토지 정비가 진행 중인 평범한 밭이었지만, 드러난 지층은 완연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지구과학 시간에나 배우던 퇴적층도 곳곳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공룡 알 추정 화석이 발견된 밭. 지층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공룡 알 추정 화석이 발견된 밭. 지층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은 그중에서도 붉은빛 지층에 단단히 솟은 황톳빛 바위에 박혀 있었습니다.

모양이 온전한 타원형 화석이었는데, 긴 쪽의 길이가 20㎝, 짧은 쪽이 10㎝ 정도였습니다.

옆에는 반쯤 잘린 듯한 알 밑동 모양 같은 화석이 있었고, 알이 있었던 것 같은 자국과 깨진 껍데기 모양 등 대여섯 군데에도 비슷한 흔적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신기한데, 직접 만져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 '공룡 아빠' 이융남 교수, "공룡 알 화석 확실"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서울대학교 이융남 교수에게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이융남 교수는 공룡 연구와 관련한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공룡 아빠'로 불리는 분입니다.

이 교수는 "해당 지역은 부여에서 나오는 백악기 분지 지층이다. 백악기 중생대 기간에 그렇게 큰 알을 낳는 생물은 공룡 말고는 없다"며 공룡 알 화석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3년에 발견된 것과 달리 알이 길쭉한 타원형이어서 '육식공룡'의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습니다.

부여군 역시 1차 조사를 통해 공룡 알 화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지질연구원 등의 분석을 거쳐 공룡 알인 것으로 확정되면 '매장 문화재'로 분류돼 국가에 귀속된 뒤 문화재청이 연구를 맡게 됩니다.

■ 2013년 첫 발견지와 900여 미터 떨어져…집단 서식 가능성은?

부여에서 공룡 알 화석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 2013년입니다. 이번에도 공룡 알 화석이 맞는다면 두 번 째 발견되는 것입니다.

2013년 당시에는 둥근 모양의 공룡 알 화석 10여 개가 발견됐는데, 이번에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된 곳과는 불과 900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첫 발견 현장의 토양 역시 1억 3천500만 년에서 6천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지층으로 보이는 붉은 색이어서, 이 일대가 백악기 공룡의 집단 서식지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3년 공룡 알 화석 발견지와 올해 공룡 알 화석 발견지의 거리는 900여 미터. 집단 서식지 가능성도 제기된다.2013년 공룡 알 화석 발견지와 올해 공룡 알 화석 발견지의 거리는 900여 미터. 집단 서식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 공룡 알 화석 발견의 대가(?)…평범한 부여 농민 조금연 씨

이번에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한 사람은 부여에 사는 주민 '조금연 씨'입니다. 농사도 짓고 이웃들의 땅도 정비해주는 평범한 농민입니다.

그런데 2013년 부여에서 첫 공룡 알 화석을 발견한 것도 조금연 씨였습니다.

당시 이웃의 태양광 패널 설치 용지에 땅을 골라주다가 공룡 알 화석을 발견했고, 이번엔 친구의 밭 정비 작업을 둘러보다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공룡 알 화석 발견자 조금연 씨(사진 오른쪽).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화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공룡 알 화석 발견자 조금연 씨(사진 오른쪽).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화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 씨는 공룡 알을 어떻게 알아봤냐는 질문에 "공룡 알 껍데기 성분이 모래나 돌과는 달라 식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세도면 면적 50% 정도가 비슷한 성질의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공룡 알 화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바위를 대수롭지 않게 깨거나 덮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조 씨를 만난 덕에 공룡 알 화석들의 '가치'가 되살아난 겁니다.

갓 7살이 된 제 딸에게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을 만져봤다고 자랑하자 딸 아이는 아빠처럼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맨날 늦게 퇴근해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는 딸에게 기자 아빠로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 좋고 흥미로운 취재였습니다.

[연관 기사] 부여에서 9년 만에 공룡 알 추정 화석 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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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평범한 부여 농민 공룡 알 또 발견…학계 “집단 서식지 가능성도”
    • 입력 2022-01-22 09:00:20
    • 수정2022-01-22 09:00:29
    취재후·사건후
충남 부여군 세도면에서 발견된 공룡 알 추정 화석
■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됐다" 사진 제보로 시작

충남 부여에서 공룡 알 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됐다는 사진 제보가 왔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믿기 힘들었지만, 동시에 호기심이 생겨 곧장 부여로 향했습니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부여의 화석 발견 현장은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토지 정비가 진행 중인 평범한 밭이었지만, 드러난 지층은 완연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지구과학 시간에나 배우던 퇴적층도 곳곳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공룡 알 추정 화석이 발견된 밭. 지층이 붉은빛을 띠고 있다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은 그중에서도 붉은빛 지층에 단단히 솟은 황톳빛 바위에 박혀 있었습니다.

모양이 온전한 타원형 화석이었는데, 긴 쪽의 길이가 20㎝, 짧은 쪽이 10㎝ 정도였습니다.

옆에는 반쯤 잘린 듯한 알 밑동 모양 같은 화석이 있었고, 알이 있었던 것 같은 자국과 깨진 껍데기 모양 등 대여섯 군데에도 비슷한 흔적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신기한데, 직접 만져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 '공룡 아빠' 이융남 교수, "공룡 알 화석 확실"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서울대학교 이융남 교수에게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이융남 교수는 공룡 연구와 관련한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공룡 아빠'로 불리는 분입니다.

이 교수는 "해당 지역은 부여에서 나오는 백악기 분지 지층이다. 백악기 중생대 기간에 그렇게 큰 알을 낳는 생물은 공룡 말고는 없다"며 공룡 알 화석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3년에 발견된 것과 달리 알이 길쭉한 타원형이어서 '육식공룡'의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습니다.

부여군 역시 1차 조사를 통해 공룡 알 화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지질연구원 등의 분석을 거쳐 공룡 알인 것으로 확정되면 '매장 문화재'로 분류돼 국가에 귀속된 뒤 문화재청이 연구를 맡게 됩니다.

■ 2013년 첫 발견지와 900여 미터 떨어져…집단 서식 가능성은?

부여에서 공룡 알 화석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 2013년입니다. 이번에도 공룡 알 화석이 맞는다면 두 번 째 발견되는 것입니다.

2013년 당시에는 둥근 모양의 공룡 알 화석 10여 개가 발견됐는데, 이번에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된 곳과는 불과 900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첫 발견 현장의 토양 역시 1억 3천500만 년에서 6천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지층으로 보이는 붉은 색이어서, 이 일대가 백악기 공룡의 집단 서식지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3년 공룡 알 화석 발견지와 올해 공룡 알 화석 발견지의 거리는 900여 미터. 집단 서식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 공룡 알 화석 발견의 대가(?)…평범한 부여 농민 조금연 씨

이번에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한 사람은 부여에 사는 주민 '조금연 씨'입니다. 농사도 짓고 이웃들의 땅도 정비해주는 평범한 농민입니다.

그런데 2013년 부여에서 첫 공룡 알 화석을 발견한 것도 조금연 씨였습니다.

당시 이웃의 태양광 패널 설치 용지에 땅을 골라주다가 공룡 알 화석을 발견했고, 이번엔 친구의 밭 정비 작업을 둘러보다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공룡 알 화석 발견자 조금연 씨(사진 오른쪽).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화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 씨는 공룡 알을 어떻게 알아봤냐는 질문에 "공룡 알 껍데기 성분이 모래나 돌과는 달라 식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세도면 면적 50% 정도가 비슷한 성질의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공룡 알 화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바위를 대수롭지 않게 깨거나 덮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조 씨를 만난 덕에 공룡 알 화석들의 '가치'가 되살아난 겁니다.

갓 7살이 된 제 딸에게 공룡 알로 추정되는 화석을 만져봤다고 자랑하자 딸 아이는 아빠처럼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맨날 늦게 퇴근해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는 딸에게 기자 아빠로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 좋고 흥미로운 취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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