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식자재 사용’ 알바생 탓한 맥도날드, 징계 취소 안 해

입력 2021.09.20 (09: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폐기 식자재' 사용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은 맥도날드가, 재조사를 해 놓고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징계는 취소하지 않은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징계의 효력만 정지시킨 건데, 수사를 핑계로 '시간 끌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문제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은 재조사 과정에서 '점장 지시가 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비판 여론에 재조사…'정직 3월' 아르바이트생, 억울함 토로

KBS는 지난달 강남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가 1년 넘게 사용된 사실을 내부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햄버거 빵과 또띠아 등 식자재의 포장지 위에 부착된 '유효기간 스티커'를 새것으로 바꿔가며 식자재를 계속 사용했던 겁니다. 이른바 '스티커 갈이'입니다.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설정한 식자재 사용 가능 기간입니다.

이후 맥도날드는 내부 조사 결과, "한 아르바이트생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문제라며, 해당 아르바이트생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맥도날드는 지난달 외부 노무법인에 의뢰해 재조사를 했습니다. 외부 노무사가 2주에 걸쳐 서른 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일 대 일로 면담 조사하며, '스티커 갈이'가 벌어진 경위와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등을 물었습니다.

앞서 징계를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은 이 조사에서 "점장의 지시로 한 일"이라며,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점장 지시 있었다" 말했는데, '피드백이 있었다'로 바꿔 적어

해당 아르바이트생과 가까운 한 동료는 KBS와의 통화에서 최초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이 동료에 따르면, 지난달 KBS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맥도날드는 해당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사실확인서는 해당 아르바이트생이 구두로 진술하면 당시 점장이 컴퓨터 타자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합니다. 이때 해당 아르바이트생이 스티커 갈이와 관련해, '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당시 점장은 '피드백이 있었다'는 취지로 바꿔 적었다는 겁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리자가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온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매장을 관리하는 OC(operation consultant)가 인사위원 3명 중 한 명이었다는 겁니다. OC는 본사 소속으로 특정 구역의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급제 직원에게 적용되는 맥도날드 취업규칙 51조 징계 절차에는 "징계에 관한 결정은 매장의 점장과 부점장 그리고 본사 인사담당자로 구성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OC는 이 취업 규칙상 인사위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맥도날드는 당시 인사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이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의 질의에 본사의 관리이사와 사내 노무사, 인사담당자가 참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위에 참석한 아르바이트생과 맥도날드의 설명이 다른 부분입니다. 취업 규칙상의 징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징계의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맥도날드 "경찰 수사 지켜봐야"…수사와 징계, 관련 있나?

맥도날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조사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와 '스티커 갈이'에 대한 재조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맥도날드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상의 '유통기한'과 스티커 갈이가 이뤄진 '유효기간'은 다릅니다.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식품 안전을 위해 식자재를 해동한 후 사용 가능한 기간을 자체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품위생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경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라는 겁니다.

'맥도날드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맥도날드가 징계를 취소하면 당초의 징계 처분이 잘못 이뤄진 것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되자, 수사를 핑계 삼아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 측은 경찰 수사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우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폐기 식자재 사용’ 알바생 탓한 맥도날드, 징계 취소 안 해
    • 입력 2021-09-20 09:00:14
    취재K

'폐기 식자재' 사용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은 맥도날드가, 재조사를 해 놓고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징계는 취소하지 않은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징계의 효력만 정지시킨 건데, 수사를 핑계로 '시간 끌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문제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은 재조사 과정에서 '점장 지시가 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비판 여론에 재조사…'정직 3월' 아르바이트생, 억울함 토로

KBS는 지난달 강남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가 1년 넘게 사용된 사실을 내부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햄버거 빵과 또띠아 등 식자재의 포장지 위에 부착된 '유효기간 스티커'를 새것으로 바꿔가며 식자재를 계속 사용했던 겁니다. 이른바 '스티커 갈이'입니다.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설정한 식자재 사용 가능 기간입니다.

이후 맥도날드는 내부 조사 결과, "한 아르바이트생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문제라며, 해당 아르바이트생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맥도날드는 지난달 외부 노무법인에 의뢰해 재조사를 했습니다. 외부 노무사가 2주에 걸쳐 서른 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일 대 일로 면담 조사하며, '스티커 갈이'가 벌어진 경위와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등을 물었습니다.

앞서 징계를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은 이 조사에서 "점장의 지시로 한 일"이라며,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점장 지시 있었다" 말했는데, '피드백이 있었다'로 바꿔 적어

해당 아르바이트생과 가까운 한 동료는 KBS와의 통화에서 최초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이 동료에 따르면, 지난달 KBS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맥도날드는 해당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사실확인서는 해당 아르바이트생이 구두로 진술하면 당시 점장이 컴퓨터 타자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합니다. 이때 해당 아르바이트생이 스티커 갈이와 관련해, '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당시 점장은 '피드백이 있었다'는 취지로 바꿔 적었다는 겁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리자가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온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매장을 관리하는 OC(operation consultant)가 인사위원 3명 중 한 명이었다는 겁니다. OC는 본사 소속으로 특정 구역의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급제 직원에게 적용되는 맥도날드 취업규칙 51조 징계 절차에는 "징계에 관한 결정은 매장의 점장과 부점장 그리고 본사 인사담당자로 구성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OC는 이 취업 규칙상 인사위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맥도날드는 당시 인사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이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의 질의에 본사의 관리이사와 사내 노무사, 인사담당자가 참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위에 참석한 아르바이트생과 맥도날드의 설명이 다른 부분입니다. 취업 규칙상의 징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징계의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맥도날드 "경찰 수사 지켜봐야"…수사와 징계, 관련 있나?

맥도날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조사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와 '스티커 갈이'에 대한 재조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맥도날드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상의 '유통기한'과 스티커 갈이가 이뤄진 '유효기간'은 다릅니다.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식품 안전을 위해 식자재를 해동한 후 사용 가능한 기간을 자체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품위생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경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라는 겁니다.

'맥도날드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맥도날드가 징계를 취소하면 당초의 징계 처분이 잘못 이뤄진 것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되자, 수사를 핑계 삼아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 측은 경찰 수사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우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