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정부 지원 대상입니다”…소상공인 노린 ‘피싱 문자’ 기승

입력 2021.09.08 (07:00) 수정 2021.09.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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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정부 지원금의 일종인 것처럼 꾸며 싼 이자에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피싱 문자'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KBS는 그제(6일) 9시 뉴스에서 그 수법과 피해 사례를 자세히 보도했는데요, 이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제보가 또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을 노린 피싱 범죄, 주의가 필요합니다.


■ 정부 지원 대상이라며 대출 안내 문자…알고 보니 '피싱'

조양현 씨는 지난달 25일 '소상공인 희망회복 자금'의 대출 대상자라는 안내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KB 국민은행으로 돼 있었습니다. 조 씨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대출신청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직장 등을 적어내게 했습니다. 또 문자메시지로 인증번호가 전송될테니 불러달라고도 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조 씨가 기존에 농협카드에서 대출을 받았던 사실뿐 아니라 대출금 액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조양현 씨가 받은 피싱 문자조양현 씨가 받은 피싱 문자

그런데 두 시간 뒤, 농협카드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는 건 계약 위반이라며, 당장 현금으로 대출금을 안 갚으면 거래를 정지시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조 씨를 압박했습니다.

당황한 조 씨는 은행에서 급히 돈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농협카드 직원이라는 사람을 만나 현금 6백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돈을 받아간 남성은 대출금의 나머지인 5백만 원을 이튿날 상환하라며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동료는 이를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6백만 원만 갚았는데 조 씨가 1,100만 원을 상환했다는 영수증을 '미리' 받았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직원이 직접 현금을 받으러 온 것부터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조 씨 동료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다음날, 잠복해있던 경찰은 5백만 원을 더 받으러 온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알고 보니, '피싱 범죄' 일당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초 대출 안내 문자를 보낸 사람도, 상담해 준 은행 직원도 모두 한패였던 겁니다.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조 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장면(CCTV 화면)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조 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장면(CCTV 화면)

■ "나도 똑같은 피해 당했다"…같은 수법으로 4천만 원 가로채

조 씨가 범죄 가능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국민은행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는 자동으로 피싱 일당에게 연결됐습니다. 이들이 대출신청서를 보내면서 해당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 피해자가 국민은행에 전화를 걸어도 자신들에게 연결되도록 해놓은 겁니다.

6일 KBS 뉴스에서 조 씨의 사례를 본 50대 남성 A 씨는 자신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제보해 왔습니다.

A 씨는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계속 받고 있던 와중에 마침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전화가 왔다고 했습니다. A 씨도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전화로만 대출 상담을 받았고, 대출신청서도 휴대전화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다른 금융기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계약 위반이라며, 현금으로 갚지 않으면 신용 거래를 정지한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 발생 시점도 비슷했습니다. 조 씨가 가짜 대출 문자를 받은 건 지난달 25일이고, A 씨는 지난달 31일입니다.

A 씨는 4천만 원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을 금융기관 직원으로 소개한 사람에게 직접 건넸습니다. A 씨는 뒤늦게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사기라고 생각해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 국민지원금 사칭 문자 주의…"금융기관은 현금 인출 요구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전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45억 원이나 됩니다. 문자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466억 원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수사망을 피하려고 피해자를 만나 직접 돈을 건네 받는 '대면 편취'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난 6일부터 정부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원금과 관련해 지급 대상과 금액을 안내하거나 카드사용 승인, 지원금 충전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스미싱 문자를 주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시중 은행들도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안내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라며 "금융 당국 등 어떤 기관에서도 현금을 인출해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없다는 걸 고객들이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귀하는 국민지원금 신청대상자에 해당하므로 신청하기를 클릭하라'거나 '지원금 신청이 접수됐으니 확인해 달라'며 의심스러운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에는 클릭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금융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소상공인들이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피해 사례가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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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정부 지원 대상입니다”…소상공인 노린 ‘피싱 문자’ 기승
    • 입력 2021-09-08 07:00:22
    • 수정2021-09-08 07:01:58
    취재후·사건후

소상공인 정부 지원금의 일종인 것처럼 꾸며 싼 이자에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피싱 문자'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KBS는 그제(6일) 9시 뉴스에서 그 수법과 피해 사례를 자세히 보도했는데요, 이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제보가 또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을 노린 피싱 범죄, 주의가 필요합니다.


■ 정부 지원 대상이라며 대출 안내 문자…알고 보니 '피싱'

조양현 씨는 지난달 25일 '소상공인 희망회복 자금'의 대출 대상자라는 안내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KB 국민은행으로 돼 있었습니다. 조 씨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대출신청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직장 등을 적어내게 했습니다. 또 문자메시지로 인증번호가 전송될테니 불러달라고도 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조 씨가 기존에 농협카드에서 대출을 받았던 사실뿐 아니라 대출금 액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조양현 씨가 받은 피싱 문자
그런데 두 시간 뒤, 농협카드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는 건 계약 위반이라며, 당장 현금으로 대출금을 안 갚으면 거래를 정지시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조 씨를 압박했습니다.

당황한 조 씨는 은행에서 급히 돈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농협카드 직원이라는 사람을 만나 현금 6백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돈을 받아간 남성은 대출금의 나머지인 5백만 원을 이튿날 상환하라며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동료는 이를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6백만 원만 갚았는데 조 씨가 1,100만 원을 상환했다는 영수증을 '미리' 받았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직원이 직접 현금을 받으러 온 것부터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조 씨 동료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다음날, 잠복해있던 경찰은 5백만 원을 더 받으러 온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알고 보니, '피싱 범죄' 일당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초 대출 안내 문자를 보낸 사람도, 상담해 준 은행 직원도 모두 한패였던 겁니다.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조 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장면(CCTV 화면)
■ "나도 똑같은 피해 당했다"…같은 수법으로 4천만 원 가로채

조 씨가 범죄 가능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국민은행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는 자동으로 피싱 일당에게 연결됐습니다. 이들이 대출신청서를 보내면서 해당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 피해자가 국민은행에 전화를 걸어도 자신들에게 연결되도록 해놓은 겁니다.

6일 KBS 뉴스에서 조 씨의 사례를 본 50대 남성 A 씨는 자신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제보해 왔습니다.

A 씨는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계속 받고 있던 와중에 마침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전화가 왔다고 했습니다. A 씨도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전화로만 대출 상담을 받았고, 대출신청서도 휴대전화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다른 금융기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계약 위반이라며, 현금으로 갚지 않으면 신용 거래를 정지한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 발생 시점도 비슷했습니다. 조 씨가 가짜 대출 문자를 받은 건 지난달 25일이고, A 씨는 지난달 31일입니다.

A 씨는 4천만 원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을 금융기관 직원으로 소개한 사람에게 직접 건넸습니다. A 씨는 뒤늦게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사기라고 생각해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 국민지원금 사칭 문자 주의…"금융기관은 현금 인출 요구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전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45억 원이나 됩니다. 문자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466억 원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수사망을 피하려고 피해자를 만나 직접 돈을 건네 받는 '대면 편취'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난 6일부터 정부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원금과 관련해 지급 대상과 금액을 안내하거나 카드사용 승인, 지원금 충전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스미싱 문자를 주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시중 은행들도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안내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라며 "금융 당국 등 어떤 기관에서도 현금을 인출해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없다는 걸 고객들이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귀하는 국민지원금 신청대상자에 해당하므로 신청하기를 클릭하라'거나 '지원금 신청이 접수됐으니 확인해 달라'며 의심스러운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에는 클릭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금융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소상공인들이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피해 사례가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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