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광고성 기사에 여론 조작까지…언론사 수억대에 거래

입력 2021.06.28 (21:23) 수정 2021.06.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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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단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기사들이 나옵니다.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이들을 '검색 제휴 언론사' 라고 합니다.

등록된 9천 개의 인터넷 신문 중 네이버 기준 650개 정도입니다.

이들 언론사 상당 수는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데, 그런 기사 중엔 ​여론을 조작하거나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성 기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돈 거래가 숨어 있습니다.

포털과의 제휴가 맺어지면 광고성 기사로 돈벌이를 하고 프리미엄 가격까지 얹어져 언론사를 수억 원에 사고 파는 시장도 형성됐습니다.

KBS는 오늘(28일)부터 이틀간 일부 검색제휴 언론사들의 문제점을 보도합니다.

송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 검색 제휴사 기사들은 하루에도 수만 건이 쏟아집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 광고성 기사들입니다.

특정 병원과 의사의 이름, 사진까지 큼지막하게 싣거나, '소액결제 깡'의 폐해를 다룬 듯한 기사에는 업자 연락처가 버젓이 적혀있습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한 검색 제휴 언론사.

기사를 의뢰해봤습니다.

[A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 소액결제 기사 같은 경우에 부가세 별도로 해서 두 장(2백만 원)까지 맞춰드리면 돼요, 그러면?"]

기자 신분임을 밝히자 당황하면서도 업계 실상을 털어놓습니다.

광고 기사의 작성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기자'라는 겁니다.

'유령 기자' 이름으로 홍보 대행사가 기사를 쓰면 광고 매출을 나눠 먹는 구좁니다.

[A 검색 제휴 언론사 대표/음성변조 : "(홍보 대행사가) 저희 사이트에 들어와서 (광고 기사를) 올리고 내리고 다 하는 거죠. 그 부분(기사)은 우리가 일일이 다 보진 않죠."]

지난해 한 재벌 회장의 사면 찬성 여론이 높다는 기사를 냈던 검색 제휴 언론삽니다.

기업 직원처럼 접근해 기업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B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장님이나 부사장님 인터뷰를 몇 번을 해야 돼요. 저희가 그거(기사)를 수십 개 언론사에 뿌려야 돼요. (고객사) 직원들이 그거를 퍼 나르고 일시적으로 (데이터 양이) 굉장히 커져서 의뢰를 주신 고객사에 굉장히 유리하게 할 수가 있는 거죠."]

데이터를 조작하고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주저함도 없이 5천만 원을 부릅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우선은 한 5천만 원 정도요, 다 합해서.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는데."]

검색 제휴는 그 자체로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컨설팅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네이버의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요. 탑에 한 번 걸리면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들어오니까. 그게 다 돈이잖아요."]

[검색 제휴 언론사 구매 희망자/음성변조 : "기업체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 영업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검색 제휴 언론사를 구입)하는 거죠. 평균 한 달 매출 3천~4천만 원입니다. 그럼 1년에 5억 원."]

KBS 탐사보도부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검색제휴 언론사의 법인 등기를 전수 조사해 눈에 띄는 인물들을 포착했습니다.

전직 경제지 기자 출신의 한 모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한 씨의 여동생입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포털 검색 제휴 언론사들의 대표이사 등으로 이름이 등장하는데, 매년 한 두곳씩 늘어나 많을 때는 모두 11곳이었고 현재는 4곳만 남았습니다.

나머지 제휴사 7곳은 어디로 갔을까?

[한 씨 언론사 인수자 A씨/음성변조 : "계약금은 언제 주고 잔금은 언제 준다는 게 계약서에 다 나오잖아요. 그 분(한 씨)에게 다 (인수 대금) 납입을 했어요."]

[한 씨 언론사 매각 관계자 B씨/음성변조 : "(사장님께서 한OO 사장님의 지분을 제3자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네, 그렇죠. 그 정도까지만 답변을 하겠습니다."]

장외 주식 거래 등으로 언론사를 사고 파는데 검색 제휴가 되면 수억 원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가격이 훌쩍 치솟습니다.

[검색 제휴사 컨설팅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종합지의 경우 6억 원이 최하 금액이에요. 출입처가 있으면 가격은 엄청나게 높아져요. 전문지는 3억에 내놨어요. 단가가 좀 더 낮아요."]

한 씨 일가는 아직 검색 제휴를 맺지 못한 인터넷 언론사도 24곳이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씨는 해외 출국 등을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한 씨 여동생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씨 여동생/음성변조 : "(여러 언론사를 운영하셨던 것 같아서 관련 내용을 여쭤보려고 전화 드렸거든요.) 저는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한 씨처럼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개인 소유 언론사까지 범위를 넓히면 검색 제휴 언론사 거래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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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8 21:23:57
    • 수정2021-06-28 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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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단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기사들이 나옵니다.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이들을 '검색 제휴 언론사' 라고 합니다.

등록된 9천 개의 인터넷 신문 중 네이버 기준 650개 정도입니다.

이들 언론사 상당 수는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데, 그런 기사 중엔 ​여론을 조작하거나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광고성 기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돈 거래가 숨어 있습니다.

포털과의 제휴가 맺어지면 광고성 기사로 돈벌이를 하고 프리미엄 가격까지 얹어져 언론사를 수억 원에 사고 파는 시장도 형성됐습니다.

KBS는 오늘(28일)부터 이틀간 일부 검색제휴 언론사들의 문제점을 보도합니다.

송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 검색 제휴사 기사들은 하루에도 수만 건이 쏟아집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 광고성 기사들입니다.

특정 병원과 의사의 이름, 사진까지 큼지막하게 싣거나, '소액결제 깡'의 폐해를 다룬 듯한 기사에는 업자 연락처가 버젓이 적혀있습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한 검색 제휴 언론사.

기사를 의뢰해봤습니다.

[A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 소액결제 기사 같은 경우에 부가세 별도로 해서 두 장(2백만 원)까지 맞춰드리면 돼요, 그러면?"]

기자 신분임을 밝히자 당황하면서도 업계 실상을 털어놓습니다.

광고 기사의 작성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기자'라는 겁니다.

'유령 기자' 이름으로 홍보 대행사가 기사를 쓰면 광고 매출을 나눠 먹는 구좁니다.

[A 검색 제휴 언론사 대표/음성변조 : "(홍보 대행사가) 저희 사이트에 들어와서 (광고 기사를) 올리고 내리고 다 하는 거죠. 그 부분(기사)은 우리가 일일이 다 보진 않죠."]

지난해 한 재벌 회장의 사면 찬성 여론이 높다는 기사를 냈던 검색 제휴 언론삽니다.

기업 직원처럼 접근해 기업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B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장님이나 부사장님 인터뷰를 몇 번을 해야 돼요. 저희가 그거(기사)를 수십 개 언론사에 뿌려야 돼요. (고객사) 직원들이 그거를 퍼 나르고 일시적으로 (데이터 양이) 굉장히 커져서 의뢰를 주신 고객사에 굉장히 유리하게 할 수가 있는 거죠."]

데이터를 조작하고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주저함도 없이 5천만 원을 부릅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음성변조 : "우선은 한 5천만 원 정도요, 다 합해서.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는데."]

검색 제휴는 그 자체로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 컨설팅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네이버의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요. 탑에 한 번 걸리면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들어오니까. 그게 다 돈이잖아요."]

[검색 제휴 언론사 구매 희망자/음성변조 : "기업체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 영업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검색 제휴 언론사를 구입)하는 거죠. 평균 한 달 매출 3천~4천만 원입니다. 그럼 1년에 5억 원."]

KBS 탐사보도부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검색제휴 언론사의 법인 등기를 전수 조사해 눈에 띄는 인물들을 포착했습니다.

전직 경제지 기자 출신의 한 모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한 씨의 여동생입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포털 검색 제휴 언론사들의 대표이사 등으로 이름이 등장하는데, 매년 한 두곳씩 늘어나 많을 때는 모두 11곳이었고 현재는 4곳만 남았습니다.

나머지 제휴사 7곳은 어디로 갔을까?

[한 씨 언론사 인수자 A씨/음성변조 : "계약금은 언제 주고 잔금은 언제 준다는 게 계약서에 다 나오잖아요. 그 분(한 씨)에게 다 (인수 대금) 납입을 했어요."]

[한 씨 언론사 매각 관계자 B씨/음성변조 : "(사장님께서 한OO 사장님의 지분을 제3자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네, 그렇죠. 그 정도까지만 답변을 하겠습니다."]

장외 주식 거래 등으로 언론사를 사고 파는데 검색 제휴가 되면 수억 원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가격이 훌쩍 치솟습니다.

[검색 제휴사 컨설팅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종합지의 경우 6억 원이 최하 금액이에요. 출입처가 있으면 가격은 엄청나게 높아져요. 전문지는 3억에 내놨어요. 단가가 좀 더 낮아요."]

한 씨 일가는 아직 검색 제휴를 맺지 못한 인터넷 언론사도 24곳이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씨는 해외 출국 등을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한 씨 여동생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씨 여동생/음성변조 : "(여러 언론사를 운영하셨던 것 같아서 관련 내용을 여쭤보려고 전화 드렸거든요.) 저는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한 씨처럼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개인 소유 언론사까지 범위를 넓히면 검색 제휴 언론사 거래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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