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국회의원 논문 검증…전문성 내세웠는데 ‘표절’?

입력 2021.04.19 (21:22) 수정 2021.04.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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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2021년 2월/국회 인사청문회 : "도덕성에 굉장히 심대한 문제라고 저희가 검증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희/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21년 2월/국회 인사청문회 : "네, 위원님, 정말 그 논문도 보잘것 없고..."]

지난 2월, 황희 문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던 황 장관의 박사논문 관련 논란입니다.

이렇게 논문 표절 여부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주요 검증 기준이자, 인사청문회 주요 지적 사항 가운데 하납니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쳐 행정 각부의 수장에 오른 국무위원들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 출신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고 이번 정부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홍보하려고 학위를 내세우지만, 학위 논문에 대한 진실성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KBS는 국회의원의 학위논문, 과연 정당한 노력을 들여서 받은 건지 전수 검증해 봤습니다.

21대 의원 30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183명.

이 가운데 국내 대학에서 논문을 쓰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150명을 검증 대상으로 했습니다.

먼저 학계의 연구부정행위 조사에서 많이 쓰이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논문을 검사해보니 34건의 논문에서 20% 이상 표절 의심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표절율 20%는 논문 취소, 학위 철회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KBS는 이 가운데 해당 분야 전문성, 지도교수와의 관계 표절 의심 신고사례 등의 기준에 따라 모두 6건을 추렸습니다.

해당 논문들을 연구윤리 분야 전문가이자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인재 교수에게 의뢰해 정밀 분석한 결과, 전부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3일간 자세히 보도해드릴 예정인데요.

오늘(19일)은 먼저 전문성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논문 검증 결과를 홍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 저격수로 활약했던 경찰 출신 황운하 민주당 의원.

지난해 총선 출마 이유도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정론관 기자회견 : "수사, 기소의 완전 분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제정안을 발의합니다."]

황 의원이 2001년 서울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 때 쓴 고려대 석사 논문입니다.

해방 전후 검경 관계 정립 과정을 분석했는데, 여러 차례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 여섯 달 먼저 출간된 서울대 신 모 교수의 학술지 게재 논문과 문장이나 단락 구분이 똑같습니다.

KBS가 확인한 것만 27쪽 분량입니다.

'규정하였다'를 '정하였다'로, '실시하였다'를 '시켰다'로 '공포'를 '발포'로, 수정하는 식입니다.

KBS가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전문가에게 표절 여부 검토를 의뢰한 결과, "매우 심각한 표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인재/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 :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는 형태로 가져왔는데 그런 것이 논문의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분량도 많다."]

논문 지도교수는 논문지도과정 등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당시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도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당시는 엄격한 기준으로 논문 심사를 하지 않았고" "지금 기준에서 보면 표절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석사논문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지도 교수의 지도 하에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해당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2년 역시 수사권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노동 전문가’도 표절 의심 논문으로 학위

[리포트]

2016년 새누리당의 노동계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고등학교 졸업 후 공단에 취직해 27년간 노동 운동을 한 이력을 인정받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했습니다.

[임이자/국민의힘 의원/2018년 12월 : "택시와 카풀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의원이 2012년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쓴 택시 노동자 최저임금 연구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같은 대학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2년 전 박사학위를 받은 강 모 씨의 논문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심지어 강 씨가 사견이라고 밝혀놓은 부분까지 똑같은데 출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에선 전체의 1/3 이상이 표절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고, 연구 윤리 전문가 역시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고도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표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임이자 의원 지도교수 : "그런 것(인용 표시)을 다 하라고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일일이 체크를 안 하고 그냥 빠뜨린 것 같아요."]

임 의원 측도 "여러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1년 전 미래한국당의 노동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박대수 의원.

[박대수/국민의힘 의원/2020년 3월 :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노동 운동가로 활동하던 2013년,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한국항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논문은 여기저기서 짜깁기 흔적이 발견됩니다.

다른 논문들을 그대로 베끼다 나온 실수인 듯 표가 없는데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는 말까지 옮겨왔습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 분석으로는 '표절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지도 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에 불찰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박대수 의원 지도교수 : "연구자나 지도를 한 제가 불찰인 것은 맞습니다. 그건 인정을 하는데, 그 당시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뭐 그야말로 별 문제가 안 되는…."]

박대수 의원은 "여러 문헌들을 참고해서 논문을 작성했는데 출처 표기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의욕이 앞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연구윤리지침을 제정해 표절 등 연구 부정 행위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두 의원의 학위 취득은 모두 지침 시행 이후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지혜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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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국회의원 논문 검증…전문성 내세웠는데 ‘표절’?
    • 입력 2021-04-19 21:22:42
    • 수정2021-04-19 22: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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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2021년 2월/국회 인사청문회 : "도덕성에 굉장히 심대한 문제라고 저희가 검증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희/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21년 2월/국회 인사청문회 : "네, 위원님, 정말 그 논문도 보잘것 없고..."]

지난 2월, 황희 문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던 황 장관의 박사논문 관련 논란입니다.

이렇게 논문 표절 여부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주요 검증 기준이자, 인사청문회 주요 지적 사항 가운데 하납니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쳐 행정 각부의 수장에 오른 국무위원들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 출신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고 이번 정부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홍보하려고 학위를 내세우지만, 학위 논문에 대한 진실성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KBS는 국회의원의 학위논문, 과연 정당한 노력을 들여서 받은 건지 전수 검증해 봤습니다.

21대 의원 300명 가운데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183명.

이 가운데 국내 대학에서 논문을 쓰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150명을 검증 대상으로 했습니다.

먼저 학계의 연구부정행위 조사에서 많이 쓰이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논문을 검사해보니 34건의 논문에서 20% 이상 표절 의심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표절율 20%는 논문 취소, 학위 철회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KBS는 이 가운데 해당 분야 전문성, 지도교수와의 관계 표절 의심 신고사례 등의 기준에 따라 모두 6건을 추렸습니다.

해당 논문들을 연구윤리 분야 전문가이자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인재 교수에게 의뢰해 정밀 분석한 결과, 전부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3일간 자세히 보도해드릴 예정인데요.

오늘(19일)은 먼저 전문성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논문 검증 결과를 홍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 저격수로 활약했던 경찰 출신 황운하 민주당 의원.

지난해 총선 출마 이유도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정론관 기자회견 : "수사, 기소의 완전 분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제정안을 발의합니다."]

황 의원이 2001년 서울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 때 쓴 고려대 석사 논문입니다.

해방 전후 검경 관계 정립 과정을 분석했는데, 여러 차례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 여섯 달 먼저 출간된 서울대 신 모 교수의 학술지 게재 논문과 문장이나 단락 구분이 똑같습니다.

KBS가 확인한 것만 27쪽 분량입니다.

'규정하였다'를 '정하였다'로, '실시하였다'를 '시켰다'로 '공포'를 '발포'로, 수정하는 식입니다.

KBS가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전문가에게 표절 여부 검토를 의뢰한 결과, "매우 심각한 표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인재/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 :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는 형태로 가져왔는데 그런 것이 논문의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분량도 많다."]

논문 지도교수는 논문지도과정 등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당시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도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당시는 엄격한 기준으로 논문 심사를 하지 않았고" "지금 기준에서 보면 표절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석사논문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지도 교수의 지도 하에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해당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2년 역시 수사권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노동 전문가’도 표절 의심 논문으로 학위

[리포트]

2016년 새누리당의 노동계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고등학교 졸업 후 공단에 취직해 27년간 노동 운동을 한 이력을 인정받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했습니다.

[임이자/국민의힘 의원/2018년 12월 : "택시와 카풀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의원이 2012년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쓴 택시 노동자 최저임금 연구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같은 대학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2년 전 박사학위를 받은 강 모 씨의 논문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심지어 강 씨가 사견이라고 밝혀놓은 부분까지 똑같은데 출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에선 전체의 1/3 이상이 표절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고, 연구 윤리 전문가 역시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고도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표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임이자 의원 지도교수 : "그런 것(인용 표시)을 다 하라고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일일이 체크를 안 하고 그냥 빠뜨린 것 같아요."]

임 의원 측도 "여러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1년 전 미래한국당의 노동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박대수 의원.

[박대수/국민의힘 의원/2020년 3월 :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노동 운동가로 활동하던 2013년,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한국항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논문은 여기저기서 짜깁기 흔적이 발견됩니다.

다른 논문들을 그대로 베끼다 나온 실수인 듯 표가 없는데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는 말까지 옮겨왔습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 분석으로는 '표절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지도 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에 불찰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박대수 의원 지도교수 : "연구자나 지도를 한 제가 불찰인 것은 맞습니다. 그건 인정을 하는데, 그 당시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뭐 그야말로 별 문제가 안 되는…."]

박대수 의원은 "여러 문헌들을 참고해서 논문을 작성했는데 출처 표기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의욕이 앞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연구윤리지침을 제정해 표절 등 연구 부정 행위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두 의원의 학위 취득은 모두 지침 시행 이후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지혜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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