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흥그룹을 아십니까?” 20년 만에 부활한 ‘부동산 사기왕’

입력 2024.05.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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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현재 회장 구속 당시 KBS 뉴스2007년 김현재 회장 구속 당시 KBS 뉴스

경찰이 수천억 원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한 부동산 플랫폼 업체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부동산 플랫폼 업체 '케이삼흥'의 김현재 회장. 그런데 김 회장은 지난 2007년에도 기획부동산 사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 회장이 부동산기획 사기에 이용한 회사 이름은 '삼흥그룹'이었습니다. 똑같은 건 회사 이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번 사기 혐의를 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진행했던 기획 부동산 사기 수법과 유사합니다.

■ '기획 부동산'의 창시자... 사기 혐의로 실형 선고

김 회장은 국내에 '기획 부동산'이란 사업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획 부동산 사업은 일정 구역의 토지를 한꺼번에 산 뒤 잘게 쪼개 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업입니다. 개발이 예상되는 토지를 저가에 매입한 뒤, 나중에 오른 땅값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입니다. 1999년 처음 회사를 설립한 김 회장은 이런 사업 방식으로 2000년대 초반엔 계열사 5개를 거느린 '삼흥그룹'을 일궈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판 땅에서 실제로 개발 등 호재가 현실화한다면 투자자들 역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호재가 현실화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 점을 노렸습니다. 수많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호재를 지어내거나 과장해 투자자들을 모집했습니다.

김 회장은 펜션단지가 들어선다거나, 올림픽이 개최되면 대박이 터진다는 등의 호재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땅을 팔아넘겼습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더 땅을 비싼 가격에, 더 많은 땅을 팔아넘길 수 있도록 '수수료'라는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직접 투자자들에게 전화해 영업을 한 텔레마케터에겐 이익의 50%를, 부장이나 영업실장은 직원의 판매수당의 7~20%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수수료에 눈이 먼 직원들이 이렇게 팔아넘겨 챙긴 땅값은 수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김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기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 20년 만에 부활한 '부동산 사기왕'

2000년대 초반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퇴출된줄로만 알았던 김 회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21년입니다. 김 회장은 이때 부동산 플랫폼 기업 '케이 삼흥'을 설립했습니다.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보상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2021년 당시 초저금리 상황에서 파격적인 '월 2% 배당'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삼흥 역시 삼흥그룹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이란 거창한 이름만 걷어내면 '부동산에 호재가 있는 거처럼 투자자들을 속이는' 케이삼흥의 영업 방식은 삼흥그룹의 사기 방식과 동일합니다.

수수료를 미끼로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점 역시 유사합니다. 케이삼흥 역시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익금을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전해집니다. 투자액의 2% 수당으로 주고, 직급별로 수당을 더 줬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회장이 세운 케이삼흥의 매출액은 지난 2022년 2,000억까지 늘어났고, 서울, 광주, 전주 등 전국에 7곳에 지사를 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 '따뜻한 사회 공헌가' '혁신 기업가' 가면 뒤에 숨고 범행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년 전이나 최근이나 김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 열심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범행 와중에도 왕성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며 '자선 사업가'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소년원생 등 수형자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진행했고, 나중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라남도 부의장까지 맡으면서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수많은 자선행사에 얼굴을 비쳤습니다. 2004년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20년 뒤 부동산 플랫폼 회사를 차렸을 때도 자선 사업을 활발히 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희망브릿지를 통한 수해복구 성금 기부, 임직원 자녀의 장학금 지원, 영암군체육회 꿈나무 육성 등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그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따뜻한 사회 공헌가'로 언론에 비춰졌습니다.

김 회장이 공헌에 진심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보인 그의 좋은 이미지는 투자자를 끌어모으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2021년 회사를 다시 설립한 이후 언론에 비친 김 회장의 모습은 '따뜻한 혁신 사업가'였습니다. 언론은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2023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 등 여러 시상식을 열고 김 회장과 케이삼조에게 상을 쥐어줬고, 김 회장의 각종 자선 활동 역시 기사화했습니다.

■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 진행 중…무거운 처벌 받을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결국 김 회장은 같은 이름의 회사를 내세워서 같은 방식의 사기를 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과 지점장 등 회사 운영진을 수사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천 명 정도지만, 사기 금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 회장. 이번엔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수천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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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현재 회장 구속 당시 KBS 뉴스
경찰이 수천억 원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한 부동산 플랫폼 업체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부동산 플랫폼 업체 '케이삼흥'의 김현재 회장. 그런데 김 회장은 지난 2007년에도 기획부동산 사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 회장이 부동산기획 사기에 이용한 회사 이름은 '삼흥그룹'이었습니다. 똑같은 건 회사 이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번 사기 혐의를 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진행했던 기획 부동산 사기 수법과 유사합니다.

■ '기획 부동산'의 창시자... 사기 혐의로 실형 선고

김 회장은 국내에 '기획 부동산'이란 사업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획 부동산 사업은 일정 구역의 토지를 한꺼번에 산 뒤 잘게 쪼개 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업입니다. 개발이 예상되는 토지를 저가에 매입한 뒤, 나중에 오른 땅값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입니다. 1999년 처음 회사를 설립한 김 회장은 이런 사업 방식으로 2000년대 초반엔 계열사 5개를 거느린 '삼흥그룹'을 일궈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판 땅에서 실제로 개발 등 호재가 현실화한다면 투자자들 역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호재가 현실화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 점을 노렸습니다. 수많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호재를 지어내거나 과장해 투자자들을 모집했습니다.

김 회장은 펜션단지가 들어선다거나, 올림픽이 개최되면 대박이 터진다는 등의 호재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땅을 팔아넘겼습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더 땅을 비싼 가격에, 더 많은 땅을 팔아넘길 수 있도록 '수수료'라는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직접 투자자들에게 전화해 영업을 한 텔레마케터에겐 이익의 50%를, 부장이나 영업실장은 직원의 판매수당의 7~20%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수수료에 눈이 먼 직원들이 이렇게 팔아넘겨 챙긴 땅값은 수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김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기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 20년 만에 부활한 '부동산 사기왕'

2000년대 초반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퇴출된줄로만 알았던 김 회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21년입니다. 김 회장은 이때 부동산 플랫폼 기업 '케이 삼흥'을 설립했습니다.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보상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2021년 당시 초저금리 상황에서 파격적인 '월 2% 배당'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삼흥 역시 삼흥그룹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이란 거창한 이름만 걷어내면 '부동산에 호재가 있는 거처럼 투자자들을 속이는' 케이삼흥의 영업 방식은 삼흥그룹의 사기 방식과 동일합니다.

수수료를 미끼로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점 역시 유사합니다. 케이삼흥 역시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익금을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전해집니다. 투자액의 2% 수당으로 주고, 직급별로 수당을 더 줬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회장이 세운 케이삼흥의 매출액은 지난 2022년 2,000억까지 늘어났고, 서울, 광주, 전주 등 전국에 7곳에 지사를 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 '따뜻한 사회 공헌가' '혁신 기업가' 가면 뒤에 숨고 범행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년 전이나 최근이나 김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 열심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범행 와중에도 왕성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며 '자선 사업가'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소년원생 등 수형자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진행했고, 나중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라남도 부의장까지 맡으면서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수많은 자선행사에 얼굴을 비쳤습니다. 2004년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20년 뒤 부동산 플랫폼 회사를 차렸을 때도 자선 사업을 활발히 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희망브릿지를 통한 수해복구 성금 기부, 임직원 자녀의 장학금 지원, 영암군체육회 꿈나무 육성 등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그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따뜻한 사회 공헌가'로 언론에 비춰졌습니다.

김 회장이 공헌에 진심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보인 그의 좋은 이미지는 투자자를 끌어모으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2021년 회사를 다시 설립한 이후 언론에 비친 김 회장의 모습은 '따뜻한 혁신 사업가'였습니다. 언론은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2023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 등 여러 시상식을 열고 김 회장과 케이삼조에게 상을 쥐어줬고, 김 회장의 각종 자선 활동 역시 기사화했습니다.

■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 진행 중…무거운 처벌 받을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결국 김 회장은 같은 이름의 회사를 내세워서 같은 방식의 사기를 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과 지점장 등 회사 운영진을 수사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천 명 정도지만, 사기 금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 회장. 이번엔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수천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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