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돈 줄테니 만날래?” 이젠 처벌합니다…함정수사도 허용

입력 2021.02.27 (07:00) 수정 2021.02.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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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대상 온라인 성범죄 처벌이 대폭 강화됩니다. 경찰이 가짜 신분을 만들어 온라인 채팅에 잠입하는 함정수사도 허용합니다. 기존 법으로는 적발도 처벌도 어려웠던 온라인 범죄를 막을 첫 단추가 끼워진 겁니다.

국회는 어제(26일) 본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찬성 236, 반대 0, 기권 4표로 가결했습니다.

■ 지금까진 처벌 못 했던 온라인 범죄들…이제는 다르다

개정안은 아래 행위를 모두 처벌합니다.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①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②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하는 행위
③ 아동·청소년을 이같은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채팅으로 친분을 쌓아 신체 부위 촬영이나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온라인 그루밍' 차단이 법안의 주 목적입니다. 경제적, 정서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그루밍으로 몸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건네주고 이를 볼모로 성 착취를 당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겁니다.

우선 이번 법 개정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의 온라인 대화도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법 개정 전에는 '성 구매'를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불러내는 행위만 처벌이 가능했고, 온라인에서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대화하거나 부적절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걸 알면서도 온라인에서 성적 대화를 지속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반복하는 것, 이제는 모두 불법입니다. 몸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행위, 동영상 촬영을 유도하는 행위도 이 법으로 처벌되는 범죄입니다.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본회의 후 페이스북에 "의원실 1호 법안인 '온라인 그루밍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면서 "'n번 방' 사건 같은 잔악한 범죄나, 무한정으로 커져버린 아동·청소년 성 착취시장을 무너뜨리고 아동·청소년들 보호하는 법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법은 여야를 초월한 여성의원들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관련 법을 대표발의한 양금희 의원은 "이제 범죄자들은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가 명백한 범죄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신분위장수사 허용…"경찰은 어디에나 있다"

'법 만든다고 범죄가 사라지나'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된 조항이 신분위장수사입니다.

개정안은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고 범죄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를 허용합니다. 경찰이 10대 청소년인 것처럼 가짜 계정을 만들어 채팅앱에 '잠복'하는 형태의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안에는 "다른 방법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부득이 신분을 위장하거나 비공개하는 수사를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수사기간은 3개월을 원칙으로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검사를 통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일단 수사를 개시하고 48시간 이내에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경찰이 이런 신분위장수사 도중 부득이하게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거나 중대 과실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고의로 범죄로 끌어들이는 '범의(범죄의도) 유발형 함정수사' 우려 때문에 그동안 신분위장수사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n번 방'의 충격적 성착취 실태가 알려지며 제한적으로라도 신분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이번에 디지털성범죄에 수사에 한해 최초로 특례 조항이 입법화됐습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법안 마련을 주도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신분위장 경찰관은 수동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며 상대방의 범죄의사 유무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법이 마련된 만큼 경찰이 신분위장수사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해당 법안이 처벌 강화에 더해, 예방 효과도 적지 않을 거라고 평가합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온라인 공간 어디에나 경찰이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법이다. 온라인상 범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 공소시효 사라진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수입·수출죄 공소시효도 폐지됐습니다. 지난해 4월 13세 미만에 대한 간음·추행죄 공소시효가 사라진 데 이어,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도 시효 없이 수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형량도 일부 강화했습니다. 성 구매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한 경우, 기존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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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돈 줄테니 만날래?” 이젠 처벌합니다…함정수사도 허용
    • 입력 2021-02-27 07:00:22
    • 수정2021-02-27 11:52:52
    취재K
미성년자 대상 온라인 성범죄 처벌이 대폭 강화됩니다. 경찰이 가짜 신분을 만들어 온라인 채팅에 잠입하는 함정수사도 허용합니다. 기존 법으로는 적발도 처벌도 어려웠던 온라인 범죄를 막을 첫 단추가 끼워진 겁니다.

국회는 어제(26일) 본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찬성 236, 반대 0, 기권 4표로 가결했습니다.

■ 지금까진 처벌 못 했던 온라인 범죄들…이제는 다르다

개정안은 아래 행위를 모두 처벌합니다.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①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②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하는 행위
③ 아동·청소년을 이같은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채팅으로 친분을 쌓아 신체 부위 촬영이나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온라인 그루밍' 차단이 법안의 주 목적입니다. 경제적, 정서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그루밍으로 몸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건네주고 이를 볼모로 성 착취를 당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겁니다.

우선 이번 법 개정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의 온라인 대화도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법 개정 전에는 '성 구매'를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불러내는 행위만 처벌이 가능했고, 온라인에서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대화하거나 부적절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걸 알면서도 온라인에서 성적 대화를 지속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반복하는 것, 이제는 모두 불법입니다. 몸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행위, 동영상 촬영을 유도하는 행위도 이 법으로 처벌되는 범죄입니다.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본회의 후 페이스북에 "의원실 1호 법안인 '온라인 그루밍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면서 "'n번 방' 사건 같은 잔악한 범죄나, 무한정으로 커져버린 아동·청소년 성 착취시장을 무너뜨리고 아동·청소년들 보호하는 법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법은 여야를 초월한 여성의원들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관련 법을 대표발의한 양금희 의원은 "이제 범죄자들은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가 명백한 범죄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신분위장수사 허용…"경찰은 어디에나 있다"

'법 만든다고 범죄가 사라지나'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된 조항이 신분위장수사입니다.

개정안은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고 범죄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를 허용합니다. 경찰이 10대 청소년인 것처럼 가짜 계정을 만들어 채팅앱에 '잠복'하는 형태의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안에는 "다른 방법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부득이 신분을 위장하거나 비공개하는 수사를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수사기간은 3개월을 원칙으로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검사를 통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일단 수사를 개시하고 48시간 이내에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경찰이 이런 신분위장수사 도중 부득이하게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거나 중대 과실이 없다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고의로 범죄로 끌어들이는 '범의(범죄의도) 유발형 함정수사' 우려 때문에 그동안 신분위장수사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n번 방'의 충격적 성착취 실태가 알려지며 제한적으로라도 신분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이번에 디지털성범죄에 수사에 한해 최초로 특례 조항이 입법화됐습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법안 마련을 주도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신분위장 경찰관은 수동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며 상대방의 범죄의사 유무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법이 마련된 만큼 경찰이 신분위장수사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해당 법안이 처벌 강화에 더해, 예방 효과도 적지 않을 거라고 평가합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온라인 공간 어디에나 경찰이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법이다. 온라인상 범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 공소시효 사라진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수입·수출죄 공소시효도 폐지됐습니다. 지난해 4월 13세 미만에 대한 간음·추행죄 공소시효가 사라진 데 이어,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도 시효 없이 수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형량도 일부 강화했습니다. 성 구매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한 경우, 기존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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