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도 ‘백신 여권’ 참여 검토…‘백신 여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입력 2021.02.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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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집단 면역까지는 아직 갈길이 멉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라도 백신 접종을 활용해 국가간 이동을 보다 쉽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것이 바로 '백신 여권'입니다.

■ 코로나19 시대, '백신 여권'은 해외 여행을 촉진할 방안?

백신 여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면역이 생성된 사실을 디지털 증명서 등으로 인증해 국가간 이동을 용이하게 하자는 개념입니다. 출입국 시 코로나19 관련 복잡한 검사를 받고 나라에 따라 장기간 격리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습니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증명서를 담은 '디지털 여행 패스'를 다음 달 말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같은 IATA의 백신 여권에 중국 항공사들과 여행 정보 업체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지배적인 항공여행업계 정보기술 업체인 트래블스카이테크놀로지와 항공사들이 동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독일도 '백신 여권' 도입에 전향적 입장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의 백신 여권 동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그동안 백신 여권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온 유럽의 강자 독일도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현지 시간 2월 25일 유럽연합 EU 정상들과의 화상회의 뒤 기자들에게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디지털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아마도 여름 전에는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백신 여권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독일 메르켈 총리백신 여권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독일 메르켈 총리

유럽에서는 관광 사업에 사활을 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북구 스웨덴도 백신 여권 도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백신 여권을 갖게 되면 여행은 물론 식당이나 콘서트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보다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백신 접종이 널리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적잖은 국가가 백신 여권 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태국도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2월 23일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간 상호 인정되는 백신접종 증명서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간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습니다. 당장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이 싱가포르 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관광 산업 의존도가 큰 태국도 백신 여권 발급 준비에 들어갔다고, 중국의 경제 전문지 차이신이 보도했습니다. 태국 관광청은 올 3분기부터는 관광객을 맞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백신 여권 적용을 적극 검토중입니다. 지난해 관광객이 670만 명까지 떨어진 태국은 백신 여권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2023년 외국인 관광객을 3천만 명 수준까지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2일 백신 여권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22일 백신 여권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한국의 경우는 백신 접종 시작이 늦어서인지 아직은 신중한 모습입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2월 24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증명서를 발급하겠지만, 여권의 형태로 국제적인 원칙을 만드는 문제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외 입국자들이 접종 증명서를 가져오면 격리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 등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으로 '해외 입국 문제'를 꼽았듯 경제계에서 백신 여권에 대한 바람을 정부에 계속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백신 여권 도입, 과제도 많아

백신 여권은 그동안 국경 안에 갑갑하게 갇혀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안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 면역의 지속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백신들의 효능도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혹시 백신 여권을 도입한다 해도 접종한 백신의 종류에 따라 차별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요?

둘째 각국이 인증한 백신 여권을 상호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통일된 표준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 여권 이용자 데이터의 사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합의해야 합니다. 에스토니아 등에서는 개인데이터 삭제를 허용하는 백신 여권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차이신은 전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음성 증명 시스템, 지엔캉빠오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음성 증명 시스템, 지엔캉빠오

국경을 넘나드는 효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음성 확인 증명 시스템, 지엔캉빠오는 이와 관련해 시사점을 줍니다.

중국에서는 모든 건물과 상점에 들어가거나 흔히 띠디라 부르는 공유 차량을 탈 때 반드시 자신의 코로나19 음성 경력을 증명하는 QR 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코로나 음성을 증명하는 PCR 검사 등을 거쳤다는 확실한 증명은 되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백신 여권은 분명 코로나19에 지친 많은 사람들과 특히 관광업계, 항공업계에 희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 도입되기까지 각국에서 또 국가간에 합의하고 협력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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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7 07:00:15
    특파원 리포트

드디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집단 면역까지는 아직 갈길이 멉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라도 백신 접종을 활용해 국가간 이동을 보다 쉽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것이 바로 '백신 여권'입니다.

■ 코로나19 시대, '백신 여권'은 해외 여행을 촉진할 방안?

백신 여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면역이 생성된 사실을 디지털 증명서 등으로 인증해 국가간 이동을 용이하게 하자는 개념입니다. 출입국 시 코로나19 관련 복잡한 검사를 받고 나라에 따라 장기간 격리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습니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증명서를 담은 '디지털 여행 패스'를 다음 달 말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같은 IATA의 백신 여권에 중국 항공사들과 여행 정보 업체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지배적인 항공여행업계 정보기술 업체인 트래블스카이테크놀로지와 항공사들이 동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독일도 '백신 여권' 도입에 전향적 입장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의 백신 여권 동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그동안 백신 여권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온 유럽의 강자 독일도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현지 시간 2월 25일 유럽연합 EU 정상들과의 화상회의 뒤 기자들에게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디지털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아마도 여름 전에는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백신 여권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독일 메르켈 총리
유럽에서는 관광 사업에 사활을 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북구 스웨덴도 백신 여권 도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백신 여권을 갖게 되면 여행은 물론 식당이나 콘서트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보다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백신 접종이 널리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적잖은 국가가 백신 여권 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태국도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2월 23일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간 상호 인정되는 백신접종 증명서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간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습니다. 당장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이 싱가포르 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관광 산업 의존도가 큰 태국도 백신 여권 발급 준비에 들어갔다고, 중국의 경제 전문지 차이신이 보도했습니다. 태국 관광청은 올 3분기부터는 관광객을 맞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백신 여권 적용을 적극 검토중입니다. 지난해 관광객이 670만 명까지 떨어진 태국은 백신 여권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2023년 외국인 관광객을 3천만 명 수준까지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2일 백신 여권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한국의 경우는 백신 접종 시작이 늦어서인지 아직은 신중한 모습입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2월 24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증명서를 발급하겠지만, 여권의 형태로 국제적인 원칙을 만드는 문제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외 입국자들이 접종 증명서를 가져오면 격리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 등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으로 '해외 입국 문제'를 꼽았듯 경제계에서 백신 여권에 대한 바람을 정부에 계속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백신 여권 도입, 과제도 많아

백신 여권은 그동안 국경 안에 갑갑하게 갇혀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안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 면역의 지속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백신들의 효능도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혹시 백신 여권을 도입한다 해도 접종한 백신의 종류에 따라 차별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요?

둘째 각국이 인증한 백신 여권을 상호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통일된 표준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 여권 이용자 데이터의 사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합의해야 합니다. 에스토니아 등에서는 개인데이터 삭제를 허용하는 백신 여권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차이신은 전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음성 증명 시스템, 지엔캉빠오
국경을 넘나드는 효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음성 확인 증명 시스템, 지엔캉빠오는 이와 관련해 시사점을 줍니다.

중국에서는 모든 건물과 상점에 들어가거나 흔히 띠디라 부르는 공유 차량을 탈 때 반드시 자신의 코로나19 음성 경력을 증명하는 QR 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코로나 음성을 증명하는 PCR 검사 등을 거쳤다는 확실한 증명은 되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백신 여권은 분명 코로나19에 지친 많은 사람들과 특히 관광업계, 항공업계에 희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 도입되기까지 각국에서 또 국가간에 합의하고 협력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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