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쓰레기 수거 중단 사태…갈등 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21.01.19 (19:04) 수정 2021.01.19 (19: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 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

“와 쓰레기를 안 가져갑니까”

어제(18일)부터 밖에 내놓은 쓰레기를 왜 거둬가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가 구청에 이어졌습니다. 부산 동래구 일부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이 중단되며 벌어진 일입니다. 집 앞에 쓰레기가 쌓여 미관상 좋지 않은 건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못한 식당 주인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죠.

사실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예고가 됐던 겁니다. 다만, 청소용역업체와 구청이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을 뿐입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 말입니다. 동래구와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석연치 않은 활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소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를 뒷돈을 받고 처리해준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업체는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구청도 계약 방식 전환 등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

하지만 의혹은 계속 제기됐습니다. 업체가 일하지도 않은 직원이 마치 일을 한 것처럼 임금대장을 조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전·현직 직원들은 본 적도 없다는 이른바 ‘유령 직원’에게 업체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했습니다.

'유령직원'뿐 아니라 경비나 정비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마치 현장에서 근무한 것처럼 속여 돈을 부풀려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때도 업체는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른바 ‘유령직원’ 의혹은 “퇴사를 한 사람이어서 확인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확인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구청 역시 “퇴사자라서 실제로 근무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연관기사] 청소용역업체에 ‘유령직원’이?…인건비 횡령 ‘의혹’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82467

동래구의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노무비를 빼돌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동래구의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노무비를 빼돌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야 인정한 업체…돌이킬 수 없는 갈등

구의회가 나서고 경찰 조사까지 들어가자 업체는 그제야 일부 의혹을 인정했습니다. 일부분이지만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몰래 빼돌렸다는 걸 인정하자 그동안 회사의 말을 믿어왔던 많은 직원이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업체는 보상안을 제시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국 청소노동자들이 업무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불거졌습니다. 노동자들은 업체가 빼돌린 몫의 돈을 돌려줄 때까지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직원 중 일부는 오늘(19일) 업체를 임금체납 등으로 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횡령 등의 혐의를 경찰에 추가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거진 문제 때문에 업체는 아예 폐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이 업체가 맡은 동래구 일부 지역의 쓰레기 수거는 차질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구청이 세금과 다름없는 용역비를 업체에 내맡기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당분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결국 쓰레기 수거 중단 사태…갈등 막을 수 없었나?
    • 입력 2021-01-19 19:04:54
    • 수정2021-01-19 19:07:27
    취재K
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
“와 쓰레기를 안 가져갑니까”

어제(18일)부터 밖에 내놓은 쓰레기를 왜 거둬가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가 구청에 이어졌습니다. 부산 동래구 일부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이 중단되며 벌어진 일입니다. 집 앞에 쓰레기가 쌓여 미관상 좋지 않은 건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못한 식당 주인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죠.

사실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예고가 됐던 겁니다. 다만, 청소용역업체와 구청이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을 뿐입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 말입니다. 동래구와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석연치 않은 활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소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를 뒷돈을 받고 처리해준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업체는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구청도 계약 방식 전환 등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동래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업무 거부에 들어가며 18일 낮 길가에 수거하지 못한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 통이 놓여있다.
하지만 의혹은 계속 제기됐습니다. 업체가 일하지도 않은 직원이 마치 일을 한 것처럼 임금대장을 조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전·현직 직원들은 본 적도 없다는 이른바 ‘유령 직원’에게 업체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했습니다.

'유령직원'뿐 아니라 경비나 정비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마치 현장에서 근무한 것처럼 속여 돈을 부풀려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때도 업체는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른바 ‘유령직원’ 의혹은 “퇴사를 한 사람이어서 확인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확인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구청 역시 “퇴사자라서 실제로 근무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연관기사] 청소용역업체에 ‘유령직원’이?…인건비 횡령 ‘의혹’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82467

동래구의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노무비를 빼돌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야 인정한 업체…돌이킬 수 없는 갈등

구의회가 나서고 경찰 조사까지 들어가자 업체는 그제야 일부 의혹을 인정했습니다. 일부분이지만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몰래 빼돌렸다는 걸 인정하자 그동안 회사의 말을 믿어왔던 많은 직원이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업체는 보상안을 제시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국 청소노동자들이 업무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불거졌습니다. 노동자들은 업체가 빼돌린 몫의 돈을 돌려줄 때까지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직원 중 일부는 오늘(19일) 업체를 임금체납 등으로 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횡령 등의 혐의를 경찰에 추가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거진 문제 때문에 업체는 아예 폐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이 업체가 맡은 동래구 일부 지역의 쓰레기 수거는 차질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구청이 세금과 다름없는 용역비를 업체에 내맡기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당분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