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정근우의 조용한 겨울 “이젠 아버지 역할 해야죠”

입력 2021.01.19 (15:28) 수정 2021.01.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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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 투혼, 악바리 정신. 지난해 말 은퇴한 정근우를 설명하는 말이다. KBO 역대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근우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많은 팬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열정적인 모습과 다르게 정근우는 은퇴 후 첫 겨울을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이에 정근우는 "지금까지 너무 떠들어서(웃음), 코치 제의가 왔었는데 사정을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애들에게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 아내와 상의하에 가장으로서 좀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일단 지금은 가족에게 집중하고 이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뭐라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향후 거취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근우는 현재 스포츠 대디로서 육아에 힘쓰고 있다. 첫째인 아들은 야구를 셋째인 딸은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정근우는 "피겨 자체가 동계 스포츠인 데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4시 반 정도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침에 일찍 나가는 게 안쓰럽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첫째인 아들은 정근우를 따라 야구를 하고 있다. "말로는 저를 따라서 2루수가 돼서 아버지 기록을 다 깬다고 하는데 워낙 허풍이 심해서(웃음) 후배들도 많이 가르쳐 봤는데 아들 지도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며 고충을 전했다.

운동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정근우는 "1등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하고,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등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늘 말한다."고 말했다.

■ '단신 약점'과 '입스'…막막했던 현실 바꾼 건 마음가짐

은퇴 시즌인 지난해까지 정근우의 유니폼은 늘 흙먼지로 가득했다.은퇴 시즌인 지난해까지 정근우의 유니폼은 늘 흙먼지로 가득했다.

지금은 최고의 2루수로 기억되는 정근우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정근우는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고려대 진학을 선택한다.

정근우는 "청소년 대표하고 당연히 프로에 지명될 줄 알았는데, 지명이 안됐다. 왜 안됐을까 생각해보니 '키가 작아서 프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라는 말을 들었다. "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런 편견은 정근우의 독기를 키웠다. 정근우는 "키가 작아도 프로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매일 저녁 달빛 아래에서 초시계를 들고 베이스러닝을 하고 스윙을 했다. "고 남달랐던 노력을 설명했다.

정근우는 타격, 주루뿐만 아니라 이른바 악마 같은 수비도 유명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시절 수비는 낙제점이었다.

정근우는 "수비는 원래 좋은 편이 아니었다. 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프로 때 이렇게 3번이나 수비 실수로 입스(강한 중압감으로 실수가 계속되는 현상)가 왔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입스를 극복한 것도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무척 힘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망치가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프로에서 사라지려고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평가나 시선보다 내가 잘하면 1군에 가는 거고 못하면 2군에 가는 거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보자. 이렇게 생각했던 게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 나는 '김지찬의 팬'…눈빛만 봐도 노력 보여

김지찬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청소년 대표 시절김지찬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청소년 대표 시절

정근우는 후배인 현역 최단신(163cm) 프로야구 선수, 삼성 내야수 김지찬의 팬을 자처하고 있다. 김지찬도 정근우처럼 단신이지만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지난해 신인 시즌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지찬이 청소년 대표 때 매 경기 죽기 살기로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해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적 있었는데 먼저 가서 '내가 네 팬이다.'라며 말을 걸었다. 어떻게 야구를 해왔는지 들어보고 싶었다."며 김지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단신 선수로서 김지찬의 어려움을 잘 아는 정근우였기에 더욱 마음이 갔을 것이다. 정근우는 "콤플렉스, 트라우마, 자신의 약점들을 극복하려고 분명 남들이 모르는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플레이할 때 눈빛만 봐도 감이 오고 야구장에서 하는 행동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나는 1년 차에 3할에 50도루를 한다고 했었는데 1할 9푼 3리에 4도루를 했다. (웃음). 김지찬은 1년 차에 충분히 잘했으니까 기록보다는 부상 없이 지금처럼 조금씩 스텝 바이 스텝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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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1-19 15: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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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 투혼, 악바리 정신. 지난해 말 은퇴한 정근우를 설명하는 말이다. KBO 역대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근우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많은 팬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열정적인 모습과 다르게 정근우는 은퇴 후 첫 겨울을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이에 정근우는 "지금까지 너무 떠들어서(웃음), 코치 제의가 왔었는데 사정을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애들에게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 아내와 상의하에 가장으로서 좀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일단 지금은 가족에게 집중하고 이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뭐라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향후 거취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근우는 현재 스포츠 대디로서 육아에 힘쓰고 있다. 첫째인 아들은 야구를 셋째인 딸은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정근우는 "피겨 자체가 동계 스포츠인 데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4시 반 정도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침에 일찍 나가는 게 안쓰럽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첫째인 아들은 정근우를 따라 야구를 하고 있다. "말로는 저를 따라서 2루수가 돼서 아버지 기록을 다 깬다고 하는데 워낙 허풍이 심해서(웃음) 후배들도 많이 가르쳐 봤는데 아들 지도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며 고충을 전했다.

운동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정근우는 "1등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하고,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등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늘 말한다."고 말했다.

■ '단신 약점'과 '입스'…막막했던 현실 바꾼 건 마음가짐

은퇴 시즌인 지난해까지 정근우의 유니폼은 늘 흙먼지로 가득했다.
지금은 최고의 2루수로 기억되는 정근우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정근우는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고려대 진학을 선택한다.

정근우는 "청소년 대표하고 당연히 프로에 지명될 줄 알았는데, 지명이 안됐다. 왜 안됐을까 생각해보니 '키가 작아서 프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라는 말을 들었다. "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런 편견은 정근우의 독기를 키웠다. 정근우는 "키가 작아도 프로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매일 저녁 달빛 아래에서 초시계를 들고 베이스러닝을 하고 스윙을 했다. "고 남달랐던 노력을 설명했다.

정근우는 타격, 주루뿐만 아니라 이른바 악마 같은 수비도 유명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시절 수비는 낙제점이었다.

정근우는 "수비는 원래 좋은 편이 아니었다. 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프로 때 이렇게 3번이나 수비 실수로 입스(강한 중압감으로 실수가 계속되는 현상)가 왔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입스를 극복한 것도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무척 힘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망치가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프로에서 사라지려고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평가나 시선보다 내가 잘하면 1군에 가는 거고 못하면 2군에 가는 거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보자. 이렇게 생각했던 게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 나는 '김지찬의 팬'…눈빛만 봐도 노력 보여

김지찬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청소년 대표 시절
정근우는 후배인 현역 최단신(163cm) 프로야구 선수, 삼성 내야수 김지찬의 팬을 자처하고 있다. 김지찬도 정근우처럼 단신이지만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지난해 신인 시즌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지찬이 청소년 대표 때 매 경기 죽기 살기로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해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적 있었는데 먼저 가서 '내가 네 팬이다.'라며 말을 걸었다. 어떻게 야구를 해왔는지 들어보고 싶었다."며 김지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단신 선수로서 김지찬의 어려움을 잘 아는 정근우였기에 더욱 마음이 갔을 것이다. 정근우는 "콤플렉스, 트라우마, 자신의 약점들을 극복하려고 분명 남들이 모르는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플레이할 때 눈빛만 봐도 감이 오고 야구장에서 하는 행동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나는 1년 차에 3할에 50도루를 한다고 했었는데 1할 9푼 3리에 4도루를 했다. (웃음). 김지찬은 1년 차에 충분히 잘했으니까 기록보다는 부상 없이 지금처럼 조금씩 스텝 바이 스텝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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